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5:38

모나미 볼펜 3/7/2012

조회 수 7448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0190010000302.jpg

 

 

 

우리세대는 연필세대이다. 연필의 이점은 잘못 썼을 때에 지우면 된다는 데 있다. 문제는 연필의 질이었다. 부러지기 일쑤였고, 가끔은 쪼개지는 일까지 속출하였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 아이들이 쓰는 연필은 고급 중에 고급인 셈이다. 공책도 질이 떨어져서 찢어지는 일이 비일비재였고 지우개는 고무 그 자체(?)여서 글씨를 지우기보다는 공책을 상하게 하는 일이 더 많았다. 그러다가 만난 것이 볼펜이었다.

볼펜이 나온 것은 1963년이라지만 내가 볼펜을 쓰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인 것 같다. 확실히 시골은 모든 것이 늦었다. 이름 하여 <모나미 153>이었다. 그 당시에 볼펜의 인기는 대단하였다. 연필처럼 깎을 필요가 없어 좋았고 중단 없이 글씨를 쓸 수 있어 실용적이었다. 거기다가 “딸깍 딸깍”소리를 내며 심을 조절할 수 있어 공부하는 지루함도 덜 수 있어 좋았다. 문제는 ‘볼펜 찌꺼기’이었다. 처음에는 볼펜이 잘 써지다가도 끝에 쯤에 가면 잉크가 뭉쳐 흘러 공책이 지저분해 졌다. 나중에는 손과 교복에까지 잉크가 묻어서 엄마에게 꾸지람을 들으며 지우느라 애를 먹었다.

<모나미 153>은 국민이면 하나이상 사용하는 필수품이 되어갔다. 처음에는 회사이름이 “광신화학”이었지만 1974년에는 “모나미”라는 이름으로 정착을 하게 된다. 모나미는 불어로 “Mon(몽:나의)+Ami(아미:친구)”를 합친 말이다. “모나미”라는 제품명은 광신화학에서 사내 공모를 해서 얻어졌다고 하는데 그 응모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다. “153”은 송삼석 회장이 직접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한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송 회장은 베드로가 예수님의 말씀대로 갈릴리 바다에 그물을 던졌을 때에 “153마리의 고기를 잡았으나 그물이 찢어지지 않았다.”는 신약성경 요한복음 21장에서 영감을 얻어 지었다고 한다.

또 다른 설이 있는데 “153”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갑오” 즉 “아홉을 만드는 숫자.”라는 뜻이고, “153”의 앞에 15는 “15원.”이라는 뜻이고, “3”은 모나미가 만든 세번째 제품이라는 의미를 나타낸다는 설도 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볼펜이 육각형이라는 것이다. 잘 미끄러지지 않아서 좋았고 어떤 아이들은 볼펜을 돌려대는 기술을 발휘하는데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현란하였다. 시대가 변해가면서 모나미 볼펜도 다양한 색상에 세련된 디자인으로 발전되어 있는 것이 낯설지만 이채롭다.

처음 모나미 볼펜이 나올 때는 ‘검정과 흰색’이 조화된 단조로운 디자인이었다. 장난기가 발동하면 아래쪽 검은 부분을 돌려 볼펜심을 꺼낸다. 용수철이 끼워진 볼펜심은 투명해서 남은 잉크 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친구는 가끔 심볼 나오는 부분으로 여드름을 짜내기도 했다. 물에 대고 흔들어대면 잉크가 흘러나와 서서히 컵에 물이 변해가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기도 하였다. 잉크를 다 쓰고 난 볼펜 껍질은 몽당연필에 끼워 쓰기도 하였고 다양한 장난감을 만드는 도구가 되었다. 실 장구에 고무줄을 묶어 저절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만들기도 하였고 어떤 친구들은 군대에서 총기를 조립하듯이 볼펜 꼭지, 껍질, 용수철, 볼펜 심, 딸깍이를 모두 분해 해 놓고 누가 더 빨리 조립하는 내기를 하기도 하였다.

중학교시절, 볼펜을 빨간색과 검정색 두 자루를 테이프로 묶어서 넣고 다니기도 했다. 나중에는 삼색 볼펜이 등장하기도 하였지만 두 개를 동시에 쥐고 줄도 쳐 가면서 선생님이 칠판에 써내려 가시는 내용을 열심히 색을 바꾸어가며 옮겨 적었다. 잊지 못할 기억은 모나미 볼펜으로 새겨 넣던 선생님의 사인이다. 숙제 검사를 하고 나서 ‘검’이라는 글자에 동그라미를 두른 사인 말이다. 왠지 뿌듯했다. “해냈다, 마쳤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다양한 칼라와 디자인의 필기도구가 차고 넘치는 시대가 되었다. 모나미 153 볼펜은 초라한 모습으로 역사의 뒷켠으로 물러나 앉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 어린 학창시절에는 모나미 볼펜이 친구였고 내 마음을 일기장에 옮겨주는 고마운 도구였다. 그래서 우리세대는 “모나미 볼펜”소리만 나와도 이야기 샘이 터진다. “모나미 아는 사람은 여기 붙어라!”


  1. 고부(姑婦) 사랑 3/15/2012

    고부갈등은 드라마의 단골소재이기도 하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피부로 겪는 가족관계이기도 하다. “고부갈등은 사주팔자에도 안 나온다.”는 속설이 있다. 좋은 것 같으면서도 멀기만 하고 먼 것 같으면서도 챙겨야만 하는 묘한 관계이다. 이런 말...
    Views72464
    Read More
  2. “1박 2일” 마지막 여행 3/7/2012

    세상의 모든 것은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다. 그것을 알고는 있지만 막상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을 때에 밀려오는 서운함은 감당하기 어려운 과정이다. 나는 초등학교를 5군데나 다녔다. 순경아버지를 둔 덕분(?)에 일어났던 일이다. 가장 오래 다녔던 ...
    Views73884
    Read More
  3. 모나미 볼펜 3/7/2012

    우리세대는 연필세대이다. 연필의 이점은 잘못 썼을 때에 지우면 된다는 데 있다. 문제는 연필의 질이었다. 부러지기 일쑤였고, 가끔은 쪼개지는 일까지 속출하였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 아이들이 쓰는 연필은 고급 중에 고급인 셈이다. 공책도 질이 떨어져서...
    Views74485
    Read More
  4. 가슴으로 만나야 한다 2/25/2012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만남”이다. 사람이 태어나면 먼저 “숙명적 만남”을 갖는다. 그것이 가족이고 집안이다. 나의 어머니, 아버지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 보니 그런 분들이 나의 부모님이셨다. ...
    Views73573
    Read More
  5. 나는 엄마다 2/25/2012

    젊은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식을 올린다. 1년 만에 예쁜 딸이 태어났다. 얼마나 착하고 말을 잘 듣는지 가정에는 항상 웃음꽃이 피었다. 몇 년 만에 다시 임신을 하고 아들을 낳았다. 아이가 자라며 놀이방에 맡겼는데 얼마 되지 않아 원장에게 &ldquo...
    Views72060
    Read More
  6. 덕구의 빈방

    밀알선교단 설립 25주년을 기념하는 연극 “빈방있습니까?”가 지난 주간 나흘동안 이어졌다. “덕구”는 연극 “빈방있습니까?”의 주인공 이름이다. 그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다. 지능이 현저히 낮고 말이 어눌하다. 성탄절...
    Views63575
    Read More
  7. 지금 1/25/2012

    이메일을 열었다. “멀리계신 스승님께”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보통 “목사님”이라고 불리우는데 익숙한 나에게 “스승님”이라는 호칭은 느낌을 새롭게 한다. 교육전도사 시절에 만났던 제자에게서 온 편지였다. 새해 ...
    Views75267
    Read More
  8. Honey! 1/25/2012

    어느 날 어떤 인연으로 남녀가 만나고 서로를 사랑하기에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된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부부는 어느새 닮아간다. 생김새만 닮는 것이 아니고 성격도 취향도 같아진다. 그래서 부부는 정말 신비하다. 지난 주간 어느 노...
    Views67667
    Read More
  9. 아름다운 빈손 1/25/2012

    “한경직 목사의 아름다운 빈손”<KBS>이라는 영상을 보았다. 이미 고인이 된지 오래지만 한 목사님은 한국교회 127년사에 존경받는 목회자로 귀감이 되고 있다. 66년 전 27명으로 시작한 영락교회는 이제 5만 명이 넘는 성도들이 모이는 대형교회...
    Views65811
    Read More
  10. 젊은날의 푸르름 12/31/2011

    또 한해가 떠나려고 손을 흔들고 있다. “2011년”이라는 어색한 이름을 부르며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정든 한해가 내 곁을 떠나려 하고 있다. 세월을 흘려보내는 일에 이골이 날만한 나이가 되었음에도 이맘때 찾아오는 서운함은 감출길이 없...
    Views73830
    Read More
  11. 성탄의 축복이 온누리에! 12/26/2011

    어린 시절에 성탄절은 꿈의 날이었다. 교회를 다니지 않았으면서도 성탄이 가까워오면 이상하게 가슴이 설레었다. 크리스마스카드를 그리며 그날을 기다리고 첫눈이 휘날리는 한가운데에 서서 그날을 바라보았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밤늦게까지 버티다가 눈...
    Views76908
    Read More
  12. 빨리 빨리! 12/26/2011

    우리 한국 사람들의 특징은 조급함이다. 식당에 들어서서 제일먼저 하는 말은 “여기 빨리 주문 받으세요”이다. 메뉴 주문을 받고 돌아서는 종업원에게 또 한마디를 한다. “아줌마, 빨리 주세요.” 유럽에 있는 레스토랑은 식당을 열고...
    Views62684
    Read More
  13. 떠나가는 분을 그리며 12/26/2011

    9년 전 필라델피아에 와서 밀알사역을 감당하면서 눈에 들어온 후원자의 이름이 있었다. 특이하게 이름이 네 자였다. “남궁” “독고” “황보”성을 가지신 분들은 자연스럽게 이름이 네자가 나올 수 있지만 그분은 나처럼 &...
    Views65078
    Read More
  14. 기적은 있다 12/15/2011

    인생을 살다보면 벼라별 일들을 다 만나게 된다. 나에게는 전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에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것도 좋은 일이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리는 극한 고난을 만날 때에 사람은 당황한다. &ldquo...
    Views66657
    Read More
  15. 잘 되는 나 12/8/2011

    이것은 ‘긍정의 힘’의 저자 조엘 오스틴이 내놓은 역작의 제목이다. 너무 노골적이지만 현대인들은 그런 취향에 익숙해 진지 오래이다. 조엘 오스틴의 책을 접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음을 나도 느낀다. 아마 그것은 정식으로 신학을 하...
    Views65566
    Read More
  16. 동보극장 간판 예술가 12/8/2011

    평생 경찰로 살아오시던 아버지는 퇴직을 하시자마자 모든 것을 정리하여 서울행을 결심하신다. 내 나이 16살에 나는 그렇게 꿈꾸던 서울사람이 되었다. 밤이 되면 거리를 수놓는 현란한 네온사인 불빛이 어린 가슴을 설레이게 하였다. 처음에는 어리버리하던...
    Views76495
    Read More
  17. 남편은 애물 덩어리 11/30/2011

    부인들이 앉아 남편 흉을 보기 시작했다. 한참을 둘러치다가 누군가가 말했다. “그러기에 남편은 애물덩어리야. 집에 혼자 두면 ‘근심덩어리’, 밖에 데리고 나가면 ‘골치덩어리’, 마주 앉으면 ‘웬수덩어리’, 거기...
    Views67645
    Read More
  18. 장애 여동생을 향한 마음 11/30/2011

    언젠가 장애를 가진 여동생을 둔 한분과 긴 시간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여동생의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 견디기 힘든 시간이 많았다.”는 고백부터 “그 여동생을 한국에 남겨두고 미국에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싫어질 때가 많다.&...
    Views76181
    Read More
  19. 이런 인생도 있다 11/6/2011

    지난 초여름 한국을 뒤집어 놓은 사건이 있었다. 케이블·위성 방송 오락채널인 ‘티브이엔’이 야심차게 방영한 “코리아 갓 탤런트” 첫 회에 출연한 “최성봉”이란 젊은이 때문이었다. “코리아 갓 탤런트&rdqu...
    Views67669
    Read More
  20. 낙엽속에 숨겨진 인생 10/27/2011

    밀알의 밤이 막을 내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엄청난 인파가 자리를 메우고 들뜬 분위기로 밀알의 밤은 연출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것을 자랑하고 그것을 행사의 성공기준으로 삼는 것 같은 속성에 빠져있는 나를 발견하고 스스로 놀랐다. 금년 밀알의 밤...
    Views7600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