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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중 · 고 시절 입던 교복이 생각났다. 까만색 교복에 모자까지 눌러쓰고 다녀야 하는 세월이 무려 6년이었다. 하복은 그렇다치고 동복에는 ‘호꾸’라는 것이 있었다. 하얀색 얇은 플라스틱으로 된 칼라를 목 안쪽에 장착하고 채워야만 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참 답답하고 거북한 것이 ‘호꾸’였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체구는 커져가고 목을 죄어오는 것이 ‘호꾸’였고, 따라서 학교를 벗어나면 먼저 풀어내는 것이 ‘호꾸’였다.

 

 아침 등교 시간에는 교문에서 규율부들이 늘어서서 복장 검사를 한다. 그때 걸려드는 1순위가 ‘호꾸’ 검사였다. ‘호꾸’는 자주 고장이 난다. 그럴때면 어머니에게 “다시 달아달라”고 하지만 그것이 새것처럼 완벽해 질리가 없다. 규율부의 눈초리는 언제나 ‘호꾸’에서 시작되었다. 모범생들은 ‘호꾸’에서 완벽한 복장을 구사한다. 절대 흐트러지지 않는 ‘호꾸’에서 “범생이”(‘모범생’을 지칭하는 말)는 드러난다. 반면에 약간 건들거리는 부류들은 ‘호꾸’부터 풀어내고 다니며 세를 과시한다. 모자도 약간은 비뚤게 쓰거나 가방에 집어넣고 다닌다. 걸음걸이도 8자 걸음을 하며 걷는다. 침을 아무데나 뱉어가면서 말이다.

 

 나는 어떠했을까? 물론 고교 입학 당시만 해도 ‘범생이’과에 속했다. ‘호꾸’를 반드시 채우고 모자를 반듯이 쓴 그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건방끼가 들기 시작하였다. 모자에 “빵”을 넣어서 교표의 윗부분이 살짝 가려지게 만들어 쓰고 다녔다. 웅변으로 학교에서 얼굴이 알려지고 교지에 기사가 실리면서 복장에 대해서는 자유하기 시작하였다. 규율부 반장 형과 친해진 후에는 등교 시에 아예 ‘호꾸’를 풀고 들어갔다. 그러다가 고3이 되면서 학생회 임원이 되었고 이제는 교문에 서서 후배들의 복장 불량을 잡아내는 자리에 서게 되었다. 그렇게 ‘호꾸’에 대해 자유로워지면서 졸업은 다가왔다.

 

 우리나라 속담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이 있다. 평범하게 살라는 것이다. 대체로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튀는 놈은 시기하는 사람들의 뭇매를 맞고 주저앉게 된다”는 의식에 젖어있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약간은 “튀는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처음 등장할때에 세상은 별난 녀석들, 별난 음악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한국의 음악은 상상을 초월하는 장르로 발돋움을 시작했다. 결국 오늘날 한류열풍을 만들어내는 시조가 되었다. 서태지의 학력은 공고 중퇴이다.

 

 ‘호꾸’를 단단히 채우고 모범적으로 산 학생들도 중요하지만 얻어맞아 가면서도 그 ‘호꾸’를 풀어헤치고 거리를 활보하던 학생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요소요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목 부분을 꽉 조이는 ‘호꾸’를 하는 일본식 교복 복장으로는 창의력을 북돋을 수 없다고 한다. 뇌(腦)로 통하는 혈류를 약 5%정도 저해하여 창의적 사고가 덜하다는 것이다. 혈류를 저해하기도 하거니와 정장은 형식과 자세, 사고를 정형화한다는 면에서 창의력을 개발하는 데는 바람직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규격화 된 것은 보기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진취적이지 못하다. 북한을 보고 부러워 할 사람은 전혀 없을 것이다. “그것이 바람직하냐?”라고 물으면 주춤거릴 수밖에 없지만 때로는 “모난 돌”도 유용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모난 돌’의 튀는 생각과 행동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며 창조적인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어차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범생이’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때로는 “모난 돌”에게 박수를 보내는 아량이 필요하지 않을까?

 

 세상이 바뀌고 있다. 사회시스템이 ‘호꾸’와 ‘모난 돌’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벤처가 창출되고 성장할 수 있다. 특히 창의력과 독창성을 생명으로 하는 신생 벤처기업은 이런 환경에서라야 다산(多産)이 가능하다. 과감하게 저마다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호꾸’를 빼 버려야 한다. ‘모난돌’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이 인정받는 건강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할때에 진정 개성이 존중받는 신세계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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