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425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6591537_orig.jpg

 

 

인생을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기쁨이 있는 것은 “친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친구가 참 많다. 그것도 오랜 지기들이 수두룩하다. 김치는 “묵은지”가 감칠맛이 있듯이 친구도 오랜 세월 변함없는 관계가 소중한 것 같다. 한국에 가면 3-40년 된 친구들이 맨발로 뛰어나온다. 지난번 한국에 갔을 때에는 “한복”이가 달려 나왔다. 미국에 온 이후에 소식이 끊어졌었는데 희한하게도 아내가 ‘Face Book’에 접속하면서 연락처를 알게 되었다. 한복이는 고교 1학년 때 만나 3년 동안 함께 웅변반과 신앙부 활동을 하며 우정과 추억을 쌓았다.

특별히 한복이가 고마운 것은 고교 3년 내내 무거운 책가방을 들어준 친구이기 때문이다. 무거운 책가방은 장애를 가진 나를 금방 지치게 만들었다. 그때마다 내 곁에는 한복이가 있었다. 싫은 표정 한번 없이 가만히 다가와 가방을 옮겨갔다. 장안동 민물장어 집에 마주앉았다. 식사를 하다말고 “한복아, 고맙다” 말을 건넸다. 눈물이 ‘핑’ 돌았다. 한복이가 당황하며 “자식아, 너 왜 그러냐?” 되받아온다. “얌마, 그때 내 무거운 책가방 들어줘서 정말 고맙다구.” 친구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창밖을 본다. 내가 한국에 있을때는 <테크노마트>에서 신사복 매장을 경영해서 옷을 많이도 제공(?)받았었는데 이제는 분당에서 원목가구를 생산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고교에 입학해서 선생님의 지시로 반 학생 신상을 정리하다보니 눈에 들어오는 아이가 있었다. “김봉채” 고향이 경기도 포천군 ‘이동’이었다. 다음날 학교에 가자마자 뒷자리에 앉아있는 봉채 앞으로 다가섰다. “야, 너 고향이 이동이냐?” 아는 사람은 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키가 큰 아이들이 작은 아이들을 얼마나 무시하는지. 그때 나는 7번이었고, 봉채의 키는 182Cm이었다. 봉채가 ‘가소롭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나는 일동 ‘화현’이 고향이야.” “그래서?” 어느새 주위에 키 큰 녀석들이 모여들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자그마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우리 친구하자고.” 봉채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고 우리는 그렇게 그날부터 친구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봉채가 귀한 것은 나이가 들어가며 신앙심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내가 한국에 나갈라치면 봉채 아내가 더 나를 만나려고 한다. 남편 친구 중에 ‘목사’가 있다는 것이 그렇게 대견하고 좋은 모양이다. 아이들에게도 얼마나 내 얘기를 하는지 얼굴을 본적도 없는데 봉채 아이들에게 내 인기는 ‘아이돌’ 수준이다. 신앙이 없을 때는 만나면 고교 때 사고(?)치던 이야기만 했는데 이제는 만나면 신앙대화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제는 집사가 되고, 교회에서 “중보 기도팀”으로 봉사한다니 세상 참 오래살고 볼일이다.

그렇게 그리워하던 “정호”를 만났다. 그는 중학교 동창이다. 정호 아버지도 경찰이어서인지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20대 초반에 소식이 끊어져 너무도 그리워했다. 몇 년 전에는 칼럼까지 쓰면서 찾으려고 했지만 소식은 감감했다. 그런데 작년(2011년) 5월에 기적적으로 소재를 파악하여 재회하게 되었다. 거의 30년 만이었다. 놀라웠다. 그는 ‘버지니아’에 살고 있었다. 큰 사업체를 경영하며 청소년 오케스트라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아내사이에 남매를 두고 말이다. 한 가지 변한 것은 그렇게 곱던 머리칼이 다 날아가 버렸다는 것이다. “헐!” 그렇게 우리는 다시 만났고 가족들이 합석하는 자리도 가졌다.

정호는 나를 처음 교회로 인도해 준 친구이다. 억지로 웅변을 가르치며 장애 때문에 소극적인 삶을 살아가던 나를 대중 앞에 당당히 설수 있도록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고마운 친구이다. 지난 5월 6일(주일) 오전 필라에서 예배를 마친 나는 아내와 함께 버지니아로 내달았다. 내 40년 친구의 “장로임직”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임직식 순서를 맡아 단에 올랐고 장로 임직 때 나는 목사님들과 그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감격스러웠다. 10대에 만난 내 친구 정호가 미국에서 ‘장로’로 세움을 받는 자리이다. 꿈만 같았다. “정호야, 진실한 장로되라!” 예배 후 “허그”하며 내가 들려준 말이다. 세월은 가지만 내 곁에는 친구들이 여전히 그 자리를 지켜주고 있다. 친구들과 마주앉으면 금방 그 추억의 자리로 돌아간다. “친구들아, 영원한 전설로 그렇게 살아가자꾸나!”


  1.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8/4/2012

    칼럼 제목만 보고는 그 옛날에 보았던 영화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듯싶다. ‘비비안리’와 ‘마론 브란도’가 스타덤에 올라섰던 그 영화 말이다. 영화에는 뉴올리언즈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서로 다른 세인물의 인생철학이 뚜렷하게 드...
    Views72091
    Read More
  2.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8/4/2012

    부부는 설레임으로 만난다. 밀알선교단 청년 중에 얼마 전 결혼한 신혼부부에게 물었다. “결혼하니까 무엇이 제일 좋으니?” 신랑은 “다 좋아요.” 마냥 밝은 표정이다. 역시 남자는 단순하고 표현이 총체적이다. 신부가 대답한다. &ld...
    Views62328
    Read More
  3. Chicago 밀알의 밤 8/4/2012

    지난 2월 시카고 밀알선교단 단장 김산식 목사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6월에 있는 “<시카고 밀알의 밤>에 메인게스트로 출연해 달라.”는 전화였다. 가슴이 벅차왔다. 우리 필라델피아도 마찬가지지만 “밀알의 밤”에는 결코 아무나...
    Views64720
    Read More
  4. 삶의 연금술 몰입 7/10/2012

    사람들은 누구나 좋은 것을 찾는다. 더 좋은 물건, 더 좋은 사람, 더 좋은 음악부터 더 좋은 생각, 더 좋은 마음을 찾으며 살고 있다. 그런 마음과 욕망들이 인류의 역사를 발전하게 했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이라면 좋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인생을 살아감...
    Views61138
    Read More
  5. 섬집 아기 7/10/2012

    한국인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동요가 있다. 동요는 말 그대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섬집아이”를 불러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 처음 학교 음악시간에 “섬집아이&rdquo...
    Views63686
    Read More
  6. 살아있는 날 동안 7/10/2012

    모임이 있어 뉴저지(북부)에 올라갔다. 일행이 함께 움직이다가 Broad Ave에서 익숙한 상점이 눈에 들어왔다. 지나가는 차에서 바라본 상점은 이미 상호와 주인이 바뀌어져 있었다. 불현듯 친구의 얼굴이 스쳐갔다. 친구를 향한 그리움이 밀려왔다. 총신대학...
    Views60399
    Read More
  7. 결혼 일곱고개 6/17/2012

    봄은 역시 결혼의 계절인가보다. 여기저기서 청첩장이 날아든다. 세상을 살면서 “결혼”처럼 황홀한 일도 드물 것이다. “짝”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살다가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약속한다. 결혼식을 올리는 그날은 오...
    Views64361
    Read More
  8. 시련속에서 발견한 하나님의 손짓 6/17/2012

    인생에게 있어서 “평범”은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행복인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평범”을 싫어한다. 삶이 너무 진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평범”이 깨어질 때에 얼마나 고통스러운 생이 이어지는 지는 겪...
    Views61557
    Read More
  9. 선생님 5/28/2012

    언제나 부르면 가슴이 뭉클 해 지는 이름이다. 내가 여기까지 살아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선생님들의 교육과 사랑이 있었는지 모른다. 지금은 어딘가에 살고 계실 그분들이 그래서 그립고 고맙다. 선생님이 되려면 사대나 교대를 나와야 한다. 그런데 나는 20...
    Views62452
    Read More
  10. 친구, 우리들의 전설 5/28/2012

    인생을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기쁨이 있는 것은 “친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친구가 참 많다. 그것도 오랜 지기들이 수두룩하다. 김치는 “묵은지”가 감칠맛이 있듯이 친구도 오랜 세월 변함없는 관계가 소중한 것 같다. 한국에...
    Views64256
    Read More
  11. 쇼윈도우 부부 5/28/2012

    바라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부부가 있다. ‘어쩜, 저런 선남선녀가 만나 부부가 되었을까?’ 부러워지기까지 하는 커플이 있다. 보이는 것처럼 내면도 행복했으면 좋으련만 그게 아닌가보다. 다가가 묻는다. “댁은 너무 행복하시겠어요. ...
    Views71647
    Read More
  12. 아, 백두산! 5/28/2012

    모처럼의 나들이를 했다. 그것도 나라와 나라를 넘나드는 힘든 여정이었다. 호주에 가서 많은 곳을 둘러보고 수많은 한인들에게 설교를 한 것은 무엇보다 뜻 깊은 시간이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필라델피아에서 오신 33분의 목사님, 장로님들과 합류...
    Views62541
    Read More
  13. 행복하십니까? 5/16/2012

    사람들은 오늘도 행복에 목말라 하고 있다. 행복은 무엇일까? 과연 누가 가장 행복한 사람일까?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행복이란 간단했다. “괴깃국(고깃국의 사투리)에 이밥(하얀 쌀밥)을 말아 먹는 것”이었다. 그것은 명절이라야 가능한 일이었...
    Views68420
    Read More
  14. 시드니의 노스탤지어(nostalgia) 5/16/2012

    꿈에 그리던 땅에 도착을 했다. 광활하지만 아름다운 그곳. 호주에 도착하는 그 순간에 나는 이미 들떠있었다. 시드니는 초가을의 숨결로 나를 반겼다. 드높은 코발트색 하늘, 필라델피아를 능가하는 깊은 숲,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바람이 호주임을 실감하게...
    Views71374
    Read More
  15. 사람을 바꾸는 힘 5/16/2012

    그는 고교시절 문제 학생이었다. 한번은 싸움이 붙어 상대방을 주먹으로 가격했는데 뒤로 넘어가더니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응급조치를 취해야 정당하건만 그는 너무 겁이 나서 도망을 치고 말았다. 집에 들어가면 혼이 날 것 같아 3일이나 이곳저곳을 떠돌...
    Views64491
    Read More
  16. 살아있는 비너스 “앨리슨 래퍼” 5/16/2012

    앨리슨 래퍼는 두 팔은 아예 없고 다리는 자라다 만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런 악조건에서도 그녀는 발과 입으로 그림을 그린다. 사진을 찍는 일에 도전하여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며 ‘세계 여성 성취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모성(母性) 및 장애...
    Views75943
    Read More
  17. 정말 그 시절이 좋았는데 5/16/2012

    실로 정보통신 천국시대가 되었다. 한국에 가보면 어리디어린 아이들도 모두 핸드폰을 들고 다닌다. 젊은 시절에 외국영화를 보면 길거리에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거는 장면이 있었다. “저게 가능할까?” 생각을 했는데 이제 그 모든 것이 현실이 ...
    Views70832
    Read More
  18. 모자 5/16/2012

    동물들은 모자를 쓰지 않는다. 아니 쓰지 못한다. 사람들만이 모자를 쓴다. 따가운 햇볕을 차단하고 얼굴이 그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람들은 모자를 쓴다. 단색인 모자도 쓰지만 언제부터인가 매우 현란한 색깔의 모자들이 등장했다. 나는 어릴 적부터 ...
    Views64387
    Read More
  19. STOP! 5/16/2012

    미국에 와서 정말 낯설게 느껴진 것은 팔각형 표지판에 새겨진 <STOP>싸인이었다. 가는 곳마다 <STOP>이 나타나면 차를 정지시켜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너무도 낯설었다. 그러면서 그 옛날 주일학교 전도사 시절에 아이들과 불렀던 어린이 복음성가 “STO...
    Views68055
    Read More
  20. 눈먼새의 노래 3/15/2012

    한 시대를 살며 장애인들에게 참 소망을 주셨던 “강영우 박사님”이 지난 23일(목)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 그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드라마 “눈먼 새의 노래”를 통해서였다. 탤런트 “안재욱”과 “김혜수”가 열...
    Views8534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