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234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장인_칠순.jpg

 

 

누구에게나 아버지가 있다. 어머니의 사랑은 살갑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가늠하기가 어렵다. 사춘기 때에는 감히 아버지에게 ‘이유 없는 반항’을 해 보기도 하였다. 나이가 들어가며 저만치 내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아버지는 항상 나를 바라보고 계셨음을 알았다.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알기 시작하던 20대 초반에 건강하시던 분이 중병에 걸리셨다. 아버지의 쾌유를 위해 기도한 날이 얼마던가? 야속하게도 아버지는 내 나이 22살이 되던 봄날에 천국으로 삶의 장막을 옮기셨다.

가장이 떠나버린 우리 가정사의 아픔은 글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가혹했다. 힘든 생을 이어가다가 서른 즈음에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다. 아내를 만나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가정을 꾸려가면서 ‘문득문득’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아버지가 살아계셨으면 며느리를 끔찍하게 아껴주셨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데 말이다. 아내에게도 은근히 미안했다. 아버지는 그렇게 가셨지만 난 또 다른 아버지를 얻었다. 바로 아내의 아버지인 장인어른이다.

아내는 7남매의 장녀이다. 어린 시절부터 총명하고 예뻤던 아내를 장인은 어디를 가나 데리고 다니며 자랑을 하셨다. 따라서 아내에 대한 기대감은 여느 부모보다 컸다. 그런데 25살이 되던 대학생 때에 “어느 신학생과 결혼을 하겠다.”고 면담을 요청해 왔다. 기대되는 표정으로 마주 앉은 장인에게 아내는 내 얘기를 꺼냈다. “소아마비로 다리에 장애가 있다”고. 장인은 큰 충격을 받았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시면서 칩거에 들어가셨다.

그때 장인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며칠 후 장인은 딸을 불렀다. 허공만 응시하시던 장인이 입을 열었다. “내가 만약 이 결혼을 반대한다면 그 전도사님은 실족을 하시겠지?” 아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나도 믿어보고 싶다. 한번 만날 수 있도록 시간을 정해보아라!” 아내는 즉시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우리는 계속 금식 중이었다. 환희에 찬 아내의 들뜬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내 가슴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수화기를 잡고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눈에서는 계속 뜨거운 액체가 쏟아져 내렸다. “수고했어요. 너무 감사해요!”

며칠 후, 장인 장모를 대면하는 만남이 이루어졌다. 청량리 역 건너편에 있는 “몽마르쥬” 레스토랑에서였다. 그곳은 아내와 처음 데이트를 했던 곳이기도 하다. 미리 나가 입술을 태워가며 대기하고 있던 내 앞에 아내가 부모님과 막내 처제를 대동하고 들어섰다. 인사를 나누고 대화가 이어졌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 첫 만남을 통해 장인은 나를 너무나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후로 우리 결혼은 순풍에 돛을 단 듯 진행되었다.

드디어 신혼 방에 세간을 들여 놓는 날이 다가왔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장인은 최고급의 장롱을 장만해 주셨고 “딸이 가서 살게 될 집을 보겠노라.”고 따라 나서셨다. 그런데 거기서 장인은 또다시 실망을 하게 된다. 잰다고 쟀는데 막상 집안에 장롱을 들여 놓으려니 대문에 걸려 들어 갈 수가 없었다. 인부들이 대문을 뜯어낸 후에야 세간을 들여 놓을 수 있었다. 장인은 기쁜 표정으로 오셨다가 그 광경을 보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셨다.

세간을 다 들여 놓은 후 장인을 찾느라 우리는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모른다. 그때 장인의 심경은 어땠을까? 그렇게 우리의 신혼은 시작되었다. 장인 장모님은 사위가 목사라는 한 가지 이유로 처갓집에 가기만 하면 지극 정성으로 대접을 해 주셨다. 세월이 흘러 어느새 결혼 26년. 항상 젊으실 것 같던 장인은 이제 팔순을 향해 가는 연세가 되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두 분에 대한 감사가 밀려온다. 장애를 가진 나를 아들이상으로 사랑해 주시는 두 분의 마음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새벽마다 나는 두 분이 언제나 영육 간에 강건하기를 위해 기도한다.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아버지, 한국 땅에서 새벽마다 기도해 주시는 아버지(장인). 그리고 언제나 나를 지켜보아 주시고 지지해 주시는 하나님 아버지가 계시기에 오늘도 나는 행복하다.
 


  1. 얄미운 12월의 손짓 12/18/2012

    12월이다. 세월이 왜 이리 빠른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이다.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우연히 집에 들른 사촌형이 “지금은 세월이 안가지? 나이 들어봐라. 세월이 점점 빨라진단다.”고 말할때에 나는 코웃음을 쳤다. 무료한 날들이 많았기에 어서 세...
    Views74694
    Read More
  2. 아버지의 마음 12/8/2012

    누구에게나 아버지가 있다. 어머니의 사랑은 살갑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가늠하기가 어렵다. 사춘기 때에는 감히 아버지에게 ‘이유 없는 반항’을 해 보기도 하였다. 나이가 들어가며 저만치 내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아버지는 항상 나를 바라보고...
    Views62348
    Read More
  3. 가을이 간다 12/1/2012

    아침 저녁 일교차가 심해지더니 이내 차가운 가을의 입김이 매섭다. 어느새 가을이 가고 있다. 다행히도 태풍에 다 날아가 버린 줄 알았던 색깔바랜 단풍들이 가녀린 손짓을 하며 아직도 가을이 머물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가을은 습도가 없어 좋다. 상쾌한 ...
    Views70486
    Read More
  4. 가을 미소를 만나다 11/22/2012

    오랜 날 기도하며 준비하던 밀알의 밤이 가까워오는 지난 수요일(7일) 나는 뉴욕을 향해 차를 몰고 있었다. 밀알의 밤에 출연하는 두 자매가 JFK 공항에 도착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전날 뉴욕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박 목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뉴...
    Views68941
    Read More
  5. 가을 그림 11/22/2012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상처는 너무도 깊은 것 같다. 불행 중 다행히도 필라델피아는 극한 상황을 넘기며 전기사정이 회복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미주 동부지역은 상상을 초월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부 뉴저지 지역은 전기는 고사하고 주유소에 기름이 없...
    Views73418
    Read More
  6. 밀알의 밤 “가을 미소”에 초대합니다! 11/8/2012

    가을이다.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스산함을 느낀다. 필라델피아가 좋은 이유는 이맘때면 맞이하는 가을이 너무 환상적이라는 것이다. 바람이 불어오면 형형색색의 단풍이 나풀거리며 차창에 내려앉는다. 코발트색깔의 가을 하늘과 때마침...
    Views61727
    Read More
  7. 가리방을 아시나요? 11/8/2012

    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가장 흔한 인쇄술을 ‘가리방’이었다. 아니 다른 대안이 없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가리방’은 일본 말인 듯 하고 사실은 “등사기”라고 해야 맞는 어법이다. 하지만 글의 맛이 살리기 위해 ...
    Views82588
    Read More
  8. 생각의 힘 10/29/2012

    사람이 미물보다 우월한 것은 생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다. 흔들리고 휘청거리는 나약한 존재지만 ‘생각’을 하기에 위대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사람은 생각을 통해 꿈을 이루고 ...
    Views63845
    Read More
  9. 34살, 여자들의 사춘기 10/29/2012

    ‘30대’하면 20대의 어설픔을 넘어서서 완숙을 향해가는 아픔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남성에게 30대는 군대를 다녀오고 갓 결혼을 하는 시기라 할 수 있지만 여성은 이미 아이 둘 정도는 키우면서 엄마와 아내라는 이름에 익숙해져 가는 때이다...
    Views77673
    Read More
  10. 행복한 수고 10/29/2012

    이왕이면 건강한 아이를 키우고 싶은 심정은 부모라면 똑같은 바램이다. 하지만 인생이 사람의 마음대로 안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는 분들이 장애아동을 가진 학부모들이다.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부부에게 장애아가 태어 났을때에 그 충격은 당사자가 아...
    Views66389
    Read More
  11. 일곱번째 방향 10/3/2012

    아메리카 인디언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신께서 이 세상을 처음 지을 때에 원래는 일곱 방향을 만드시기로 했다. 먼저는 보이는 ‘동, 서, 남, 북, 위, 아래.’ 그렇게 여섯 방향을 먼저 만들었다. 그리고 ‘한 방향을 어디에 둘까?...
    Views65396
    Read More
  12. 재미 좋으십니까? 10/3/2012

    사람들이 만나면 나누는 인사안에는 복잡한 복선이 깔려있다. 미국사람들은 만나면 “Good morning” 혹은 “How are You?”라고 묻는다. 참 여유가 있고 멋이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옛날에는 주로 “밤새 안녕하셨습니까?&rdqu...
    Views78484
    Read More
  13. 강남 스타일 9/23/2012

    요사이 한국에서뿐 아니라 한류의 흐름을 따라 해외로 번지고 있는 노래가 있다. 바로 가수 ‘싸이’가 부른 “강남스타일”이다. 전자 악기가 분위기를 주도하고 비트를 강하게 넣고 같은 멜로디가 반복되는 노래이다. 가사도 중간 중간...
    Views78909
    Read More
  14. 장애인이 주인인 기업 9/23/2012

    장애인들이 아무 차별 없이 취업을 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는 세상. 그래서 장애가 전혀 인생살이에 장애가 안되는 그런 세상을 꿈꾸며 오늘도 밀알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2010년 가을. 8년 만에 한국에 나가서 놀란 것은 곳곳에 장애를 가진 분들이 일을 하고...
    Views65474
    Read More
  15. 미소로 세상을 빛나게하라! 9/5/2012

    사람이 세상 무엇보다 위대한 것은 표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과 가장 친숙한 동물인 “개”에게도 표정은 없다.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흔들고 핥아댈 뿐이다. 사람은 그렇지 않다. 시시각각 표정이 바뀐다. 강렬한 태양빛을 만나면 얼굴을...
    Views62141
    Read More
  16. 뒷곁 풍경 9/4/2012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오붓한 장소가 있다. 바로 내가 살던 시골집 뒷곁이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울타리가 있었다. 지금 같은 견고한 시멘트나 벽돌이 아닌 나무로 엮은 울타리였다. 빨리 지나가면 보이지 않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안에 모든 것이 드러나는 ...
    Views63725
    Read More
  17. 올림픽 향연 8/20/2012

    장장 17일 동안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었던 “런던 올림픽”이 대단원에 막을 내렸다. 사람은 참 영리하다. 어떻게 그런 다양한 운동 경기를 만들어 내고 언어와 피부색이 다른 150여 개국의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 올림픽을 열 생각을 했는지 신기하...
    Views65394
    Read More
  18. 아내의 빈자리 8/20/2012

    항상 곁에만 있던 아내가 한국에 갔다. 10년 만에 고국방문이다. 무려 한 달간의 일정을 잡고 둘째와 함께 떠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아내와 아이가 떠나는 날에 한국에서 네 명의 손님들이 우리 집에 당도했다. 한국 밀알의 단장들이었다. 적적해 질 수 밖...
    Views63519
    Read More
  19. 감동의 우물 사랑의 캠프 8/20/2012

    장애인들은 일 년 동안 이날을 기다린다. 미주 동부 지역에 있는 장애인들은 칠월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이 캠프에서 만나 사랑을 나눈다. 언제나 그렇듯이 친근한 인사가 오가고 가족처럼 포근한 대화가 우물을 감동으로 일렁이게 하면 ...
    Views71068
    Read More
  20. 오늘도 이 길을 가리라 8/4/2012

    20대에 소명을 받고 신학도의 길에 접어들어 젊은 31살 나이에 목사가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학을 거쳐 신학대학원에 들어 가보니 늦깍이 신학생들이 많았다. 동생뻘 되는 학우들 틈에서 만학도의 길을 걸어가느라 애를 쓰던 동기들의 모습이 참 안쓰...
    Views6493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