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6:26

겨울 낭만 2/18/2013

조회 수 7380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눈_덮인_산.jpg

 

 

우리는 지금 겨울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겨울은 춥다. 눈이 많이 온다. 사람뿐 아니라 생물세계에서도 활동이 무뎌지는 계절이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작년에 이어 폭설이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서부에서 살다가 처음 필라델피아에 와서 맞이한 겨울은 너무도 행복했다. 오랜만에 눈을 보았기 때문이다. 눈이 쏟아지는 광경을 보며 우리 식구들은 모두 뛰어나갔다. 눈싸움을 하고 눈썰매를 타면서 오랜만에 겨울 정취에 취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눈이 와도 너무 왔다. 무릎을 지나쳐 허리까지 빠질 정도의 눈이 오는 것을 보고는 우리 모두 따뜻한 로스엔젤레스를 그리워해야만 하였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계절은 거의 봄, 가을이다. 겨울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다고 겨울이 무매력의 계절은 아니다. 기온은 차갑지만 신선하게 다가오는 공기의 어루만짐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어 좋고 저만치 다가오는 눈의 향연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때도 겨울이다. 쏟아지는 눈을 보며 저만치 잊혀져가는 겨울을 떠올려보았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유난히 겨울이 추웠다. 공해가 없는 때라서 일까? 아니면 입는 것이 부실해서였을까? 아침에 마당에서 엄마가 데펴다 주신 세숫대야 물에 ‘부랴부랴’ 얼굴을 씻고서 방문 고리를 잡으면 손이 ‘쩍쩍’ 달라붙은 것을 보면 춥기는 무지 추웠던 것 같다.

눈이 올라치면 악동들은 뒷동산 양지녘에 자리 잡은 묘지위에 물을 부어놓는 일부터 시작했다. 소위 눈썰매장을 만드는 것이다. 가마니나 비닐 부대 속에 들어가 스타트를 하면 아래쪽까지 멋지게 미끄러져 내려간다. 정말 신났다. 어떤 때는 방향을 잘못 잡아 나무 밑둥을 치며 나뒹굴기도 한다. 한동안 아픔을 견디지 못해 인상을 쓰며 힘들어하지만 이내 서로를 쳐다보며 웃다가 ‘툭툭’ 털고 일어나면 그뿐이었다. 역시 우리는 건강했다. 그렇게 추운 날에도 얼어붙은 논바닥과 시냇물 위를 지치며 썰매를 탔다. 어떤 아이들은 한발 썰매를 휘저으며 자웅을 뽐냈고 장애가 있는 나는 팔 힘은 좋았기에 손이 부르트도록 꼬챙이 질을 해대며 그들을 따라 잡았다.

동네 청년들은 ‘고기를 잡는다.’고 떡메를 들고 시냇물로 향한다. ‘꽁꽁’ 얼어붙은 투명한 얼음 밑으로 고기들이 향연을 벌이고 있다. 그때는 그것이 궁금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물까지 얼어붙었는데 고기들은 어떻게 저리 신나게 헤엄을 치고 다닐까?’ 고기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형들은 떡메를 내리친다. 얼음에 구멍이 뚫리며 신기하게도 고기들이 튀어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원시적이고 매정한 방법이지만 그 시절에는 그런 방법으로 고기를 잡으며 겨울을 지냈다.

아버지는 겨울이 가까워오면 내 책상 밑에 싸리로 울타리를 치셨다. 그리고는 고구마를 잔뜩 부어놓으셨다. 그렇게 가둬놓은 고구마는 봄이 올 때까지 우리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푸짐한 간식거리가 되어 주었다. 시간이 오래되어 약간은 말라비틀어진 고구마 맛은 일품이었다. 그때는 집집마다 화로가 난방역할을 톡톡히 해 주었다. 이상하게 그때 집들은 위풍이 장난이 아니었다. 불을 때면 아랫목은 ‘펄펄’ 끓는데 어깨가 시릴 정도로 방안 공기가 차가웠다. 아궁이에 불을 때고 난 후 시뻘건 숯을 화로에 담아 방안으로 가져다 놓으면 비로소 방안이 훈훈해지고 금세 온기가 가득해 졌다. 화로가 들어오면 가족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화롯가에 모여들어 손을 비벼대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어머니는 화롯가에서 뜨개질을 하셨고 마실 온 아낙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그뿐인가? 시장 입구에 걸터앉아 먹는 오뎅(어묵)과 국물, 구멍가게에서 방금 구워낸 호빵의 단맛, 버스정류장에서 사먹는 군고구마. 그래서 우리는 한국을 잊지 못하는가보다. 언젠가 대둔산 기슭을 차로 내달린 적이 있다. 눈 덮인 산등성이를 휘저으며 달리는 맛이 쏠쏠했다.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겨울의 낭만을 만끽했다. 어차피 겨울을 지나야 봄이 온다. 춥다고 움츠러들고 힘들어 하기보다 겨울의 매력에 빠지는 것이 낫지 않을까? 겨울을 사랑하자. 겨울 속에서 나를 돌아보고 꿈을 꾸자! 겨울의 낭만을 즐기다보면 따스한 봄날이 저만치 감싸올 것이다.


  1. 아우토반을 달리며 5/1/2013

    유럽에 왔다. 꿈에 그리던 독일 땅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토록 오고 싶었던 독일을 가슴에 품던 날, 정겨운 봄비가 나를 반겼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독일 RE 기차 편을 이용해 카셀로 향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정경은 미국과는 전혀 달랐다....
    Views76342
    Read More
  2. 본전도 못 찾으면서 5/1/2013

    부부가 살다보면 부딪힐 때가 있다. 그 사람과 결혼만 하면 구름 위를 나는 듯한 행복이 보장 될 줄 알았는데 막상 부부가 되고 보니 그것은 한낮 꿈이었음을 깨닫는다. 결혼 첫날부터 갈등이 시작되고 달콤한 신혼은 순식간에 냉혹한 현실에 부딪히며 싸늘하...
    Views61534
    Read More
  3. 눈을 감고도 볼수 있단다 4/9/2013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는 무엇일까? “당연” “평범”이라는 단어가 장애인들에게는 기적이 된다. 사람이면 누구나 듣는 것, 말하는 것, 거동하는 것은 당연하고 평범한 일이다. 그런데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이 누리는 모든 것이 기...
    Views69155
    Read More
  4. 마음이 고프다 4/1/2013

    사춘기에 접어들며 나는 식탐하는 습관이 생겼다. 음식을 보면 도가 지나칠 정도로 집착을 했다. 우리 집안 내력이 대식가라는 것을 차치하고라도 정말 음식을 잘도 먹었다. 어머니는 항상 “福”자가 그려진 ‘대밥그릇’에 고봉으로 밥...
    Views71297
    Read More
  5. 독일제 백금 샤프 3/25/2013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미제> 학용품 하나만 가지면 아이들의 시선을 독차지 할 수 있었다. 진노오랑 색깔의 미제연필은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질이 좋아 선망의 대상이었다. 연필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U.S.A>는 아이들의 탄성...
    Views73608
    Read More
  6. 누군들 자장가가 그립지 않으리 3/18/2013

    그는 시인이다. 필체가 날카롭고 예리하다. 서른이 훨씬 넘어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는 태중에 아이를 갖게 된다. 아내가 임신 6주차에 접어들었을 때에 ‘양귀비 씨앗만하다’는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듣게 된다....
    Views73847
    Read More
  7. 그대 곁에 있는 사람 3/11/2013

    가정은 모든 행복의 근원이 되는 곳이다. 사업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꿈을 이루고 세상적인 지위를 높여가는 것도 인생에 있어서 놓쳐서는 안 되는 귀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가정은 놓치면 안 된다. 굉장한 일을 이루었다 할지라도 가정을 잃으면 모든 ...
    Views71988
    Read More
  8. 사람이 우선이다 3/4/2013

    삶의 목적을 성공에 두는 사람들이 있다. 솔직히 그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성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성공의 척도가 무엇인가를 깨닫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기에 어느 정도 성취를 하고나면 “곤고함”에 허덕인다. 즉 ‘내가 ...
    Views64309
    Read More
  9. 커피향의 설레임 2/25/2013

    나는 커피를 좋아는 하지만 즐기지는 못한다. 카페인에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기 때문이다. 어떤 분은 오전에 커피를 마시면 괜찮다는데 나는 시간과 관계없이 커피를 마시면 밤잠을 설치기 일쑤이다. 그래서 굳이 마시게 되면 ‘Decaf’를 택한다. ...
    Views76533
    Read More
  10. 겨울 낭만 2/18/2013

    우리는 지금 겨울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겨울은 춥다. 눈이 많이 온다. 사람뿐 아니라 생물세계에서도 활동이 무뎌지는 계절이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작년에 이어 폭설이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서부에서 살다가 처음 필라델피아에 와서...
    Views73803
    Read More
  11. 부부로 산다는 것 2/13/2013

    미래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그의 저서 <미래의 조직>에서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이혼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 지금은 최고 수위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추세로 나간다면 미국 같은 경우에는 결혼한 가정 중에 반 이상이 ...
    Views61758
    Read More
  12. 희망을 쏘아올린 골든벨 2/13/2013

    <도전, 골든벨!>(KBS-1TV)은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무려 50개항에 퀴즈를 풀어가는 동안 벼라별 해프닝이 속출한다. 학생들의 교복과 모자에는 응원자들과 탈락한 친구들의 명찰이 ‘치렁치렁’ 매어달리고 서서히 생존자(?)들이 줄어들기...
    Views84157
    Read More
  13. 삶의 마침표는 내가 찍는 것이 아니다 2/5/2013

    신년벽두부터 유명 야구선수 조성민씨의 자살 소식이 날아들었다. 충격이었다. 2008년 그의 전 부인이었던 유명 탤런트 최진실씨의 자살, 2년 뒤 동생 최진영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안타까움을 더하더니 이번에는 조성민씨 마저 그들과 같은 길을 택한 것이...
    Views67885
    Read More
  14. 변산공동체 1/28/2013

    시쳇말로 잘나가던 분이 갑자기 시골로 향한다. 땅을 개간하고 전혀 해보지 않은 농사일을 시작한다. 소문을 듣고 외로운 사람들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모여든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한 식구를 이루어가며 공동체가 되었다. 주인공은 “농...
    Views63750
    Read More
  15. Voice of Myonggi 명지대학교 초청음악회에 초대합니다! 1/21/2013

    필라 밀알선교단이 어언 설립 26주년을 맞이합니다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한국에서 Voice of Myongji(명지대학교)를 초청하여 음악회를 엽니다. 음악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는 크리스천 대학생들로 구성되어 청아하고 밝은 하모니로 우리의 지친 영혼을 ...
    Views80512
    Read More
  16. 아버지가 이상하다 1/18/2013

    아버지는 가장이다. 가정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사람이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는 거의 과묵했다. 지금처럼 살가운 아버지는 없었다. 아니 그때는 “아빠”가 없었다. 그냥 “아버지”였다. 얼굴표정이 항상 근엄하여 변동이 없는 분이 ...
    Views72648
    Read More
  17. 2013년 첫 칼럼 새롭게 하소서! 1/10/2013

    새해가 밝았다. 그동안 친근하게 지내오던 2012년을 떠나보내니 신선한 새해가 목덜미를 내어민다. 새로운 것을 접촉하는 것은 행복한 경험이다. 어린 시절 설빔을 입고 온 동네를 뽐내며 걸어 다니던 경험들을 모두가 가지고 있다. 엄마가 장에서 사 오신 새...
    Views69258
    Read More
  18. 서부에서 동부를 바라보며 1/2/2013

    『밀알 송년의 밤』을 마친 후 나는 19일(수) 필라 공항으로 내달았다. 연말에 잡힌 로스엔젤레스(L.A.)와 샌프란시스코 집회 일정을 감당하기 위해서였다. 역시 서부는 따뜻했다. L.A.에 유학을 와있는 딸이 마중을 나왔다. 아이를 보며 마냥 행복해 하는 나...
    Views62619
    Read More
  19. 희망과 추억이 가득한 성탄 12/24/2012

    한해가 조용히 저물어 가고 있다. 식당과 쇼핑몰마다 캐롤송이 울려 퍼지고 구세군 자선냄비와 어우러져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으며 성탄이 가까워 옴을 느낀다. 아빠 차에 오른 딸에게 물었다. “너는 캐롤을 들으면 가슴이 설레이니?” “모...
    Views91590
    Read More
  20. 부부 싸움 12/18/2012

    너무나 잘 어울리는 멋진 부부를 만났다. 대화중에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두 분은 부부싸움을 안하시지요?” 두 사람이 정색을 하며 대답한다. “부부싸움을 안하는 부부가 있나요? 저희도 가끔은 의견이 안 맞을 때가 있지요.” 그...
    Views7234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