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912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895343_orig.jpg

 

 

사람은 물과 함께 태어나 평생 물을 먹고 물에서 살다가 간다. 그래서인지 물에 들어가면 누구나 어린아이가 된다. 물놀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물과 접촉하는 순간부터 사람은 원초적인 행동을 시작한다. 헤엄을 치고 궨시리 물을 때려보고 다른 사람을 향하여 물을 끼얹는 퍼모먼스를 연출한다. 나는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자랐다. 여름에는 동리 앞 냇가에서 하루 종일 살다시피 했다. 지금 생각하면 특별히 한일은 없었던 것 같다. 아이들과 물장구를 치고 실력도 없는 주제에 고기를 잡는다고 풀숲을 뒤졌다. 이상했다. 물에서 놀다보면 하루가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전혀 지루함을 몰랐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때는 수영복도 없었다. 대충(?) 혹은 다 벌거벗은 채로 온몸이 새카맣게 타도록 물놀이(멱)를 했다.

물은 솔직하다. 물은 철저히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계곡을 만나면 소리를 내며 달려가지만 평지를 만나면 너무도 고요히 흘러간다. 물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온갖 물고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유유자적하게 흘러간다. 물은 싸우지 않는다. 굳이 정면 돌파를 시도하지도 않는다. 수량이 부족하면 친구들이 더 모여들기를 기다리고 서서히 움직이면서도 목적을 변경하지 않는다. 그들이 모이는 곳은 강이다. 강의 신비를 아는가? 나는 강에서 자랐다. 북한강과 남한강을 오가다가 나중에는 두 강이 합쳐지는 양수리에서 살았다. 강가에 앉으면 비릿한 민물 냄새가 코끝을 자극 해 온다. 아침이면 물방개와 방아깨비가 풀숲을 오가며 아침을 알린다.

햇볕이 강가를 비추면 은빛으로 반사되면서 물결이 춤을 추어댄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강은 노래를 부른다. 바닷가만큼 경쾌한 소리를 내지는 못하지만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가 강가의 모래를 다정하게 쓰다듬는다. 강가에 펼쳐지는 모래사장을 맨발로 디디면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며 행복감에 사로잡힌다. 태양이 중앙에 떠오르면 강물은 서서히 달아오르고 석양이 질 때면 강물 속에 숨어있던 온갖 물고기들이 다양한 점프로 실력을 뽐내며 참았던 숨을 몰아쉬기 시작한다. 석양빛을 받은 강 물결과 그 위로 튀어 오르는 고기들의 비늘이 함께 반사되면 분별이 불가능해지면서 하늘과 강물이 하나가 된다.

저만치 뱃사공이 노를 저으며 배가 다가온다. 약간은 뾰족한 뱃머리에 살결이 에이면서도 물은 “철퍼덕” 소리만 낼뿐 배를 끌어안으며 길을 열어준다. 강물은 흐른다. 소리도 없이 위에서 아래로 조용히 흐른다. 넓게 퍼져 흐르기도 하고 산을 만나면 등선을 돌아 천천히 휘감으며 돌아간다. 때로는 새떼들이 강이 안고 있는 고기를 잡아먹으려고 날카로운 부리를 내리 꽂으며 파고들어 온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물은 잠시 파장을 열어줄 뿐 갈 길을 재촉한다.

사람도 불같은 사람과 물 같은 사람이 있다. 불은 열정이다. 그 당시는 시원시원해서 좋다. 하지만 불이 지나가고 나면 반드시 재를 남기게 된다. 물은 느리다. 물 같은 사람을 우리는 우유부단하다고 한다. 한때 물에 대한 별명을 가진 지도자도 있었다. 얼굴표정도 바뀌지 않은 채 사건에 대처하는 태도가 물르기 그지없다. 답답하다. 무능력해 보인다. 하지만 묵묵히 갈 길을 가는 사람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확연한 평가가 나타난다.

강물의 목적은 바다이다. 바다에 다다르기에는 아직도 길이 멀다. 하지만 강물은 오늘도 서두르지 않고 흘러간다. 사람들이 댐을 막아 강물의 발목을 잡는다. 강물은 전혀 화를 내지 않는다. 묵묵히 댐 위에서 수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어떨 때는 하늘에서 “비”라고 이름하는 생각지 않은 친구가 찾아와주고 그들 덕분에 수개월 닫혀있던 수문이 ‘활짝’ 열어젖혀 진다. 강물은 괴성을 지르며 흘러가기 시작한다. 쉬었던 시간을 보상이나 하듯이 미끄러지듯 달려 내려간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내 삶의 바다는 어디인가? 무엇인가? 강물도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데 왜 당신은 그리 빨리 바다를 포기하고 사는가? 당신의 바다는 어디인가?


  1. 내 심장을 쏴라! 9/9/2013

    한 소설가가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정신병원에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영감에 사로잡힌다. 아무리 상상력이 풍부하다 할지라도 정신병원 이야기를 추측으로만 쓸 수는 없었다. 그녀는 정신병원에 직접 들어갈 획기적인 발상을 하게 된다. 작가는 선...
    Views62799
    Read More
  2. 기분 좋은 긴장감 8/31/2013

    사람들은 모두 삶의 긴장감에 대해 두려워하며 살고 있다. 좀 더 편안하고 여유로운 삶을 누구나 원한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 ‘호락호락’하던가? 평안이 계속 될 것만 같던 삶에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치고 긴장감 속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시간...
    Views71216
    Read More
  3. 후진을 더 조심해야 한다 8/26/2013

    3년 전 여름, 비가 몹시 쏟아지는 날이었다. 한아름 마트에 들렀다가 차를 후진하면서 승용차 문을 ‘살짝’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뒤에 아무것도 없는 줄 알고 후진 기어를 넣었는데 뭔가 닿는 느낌이 들어 차를 세워보니 그곳에 까만색 승용차가...
    Views68717
    Read More
  4. 흔들바위 부부 8/19/2013

    고교 2학년 때에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우리세대는 기억한다. 그 당시에 수학여행이 실로 추억덩어리였음을. 떠나는 순간부터 돌아오는 날까지 쉼 없이 몸을 흔들고 노래를 불러댔다.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을 때까지 말이다. 그래도 피곤을 모를 ...
    Views75659
    Read More
  5. 장애인이 행복한 세상 8/12/2013

    스물 한번째 밀알 사랑의 캠프가 “장애인이 행복한 세상”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필라델피아에서는 한 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캠프장을 “아틀란타” “시카고” 밀알은 무려 20시간을 달려 참석을 한다. 그렇게 21년 동안...
    Views65690
    Read More
  6. 시각 장애 골퍼의 희망샷 8/5/2013

    캘리포니아 “우들랜드”에서 태어난 초등학교 2학년 남자 아이가 발렌타인스데이를 맞아 엄마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기위해 플라스틱 파이프로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었다. “‘테디 베어’가 그려진 작은 펜스를 엄마에게 선물로 주...
    Views63527
    Read More
  7. 깊은 물 7/29/2013

    무더운 여름, 집 앞 시냇가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피해 살던 때가 있었다. 아이들을 따라 다리 밑으로 향하고 물에 뛰어들며 수영을 배웠다. 물먹기를 반복하고 아이들의 놀림을 받으며 수영실력은 늘어갔다. 수영을 익히면서 물과 친근해 졌다. 물에 몸을 맡...
    Views73758
    Read More
  8. 남자는 외롭다 7/22/2013

    모두가 봉고차를 타고 다닐 때에 한 친구가 르망 승용차를 타고 나타났다. “야! 차 좋다. 차 턱을 내야겠다.”하며 서로 칭찬을 해주고 있는데 그 중에 한 친구가 차로 다가가더니 갑자기 그 새 승용차를 발로 차는 것이었다. 지켜보던 친구들은 ...
    Views74449
    Read More
  9. 비행장이 내려다 보이는 아카시아 숲 7/15/2013

    나는 초등학교를 다섯 곳이나 다녔다. 경찰공무원인 아버지가 전근을 하실 때마다 내 의사와는 관계없이 전학을 가야했다. 그 나이에는 친구가 무엇보다 소중한 때이다. 오랫동안 깊은 정을 나누던 친구들과 억지로 헤어지는 아픔을 나는 일찍이 경험해야만 ...
    Views61466
    Read More
  10. 잃어버린 나의 40년 7/9/2013

    소록도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K목사 앞에 일흔이 넘어 보이는 노인이 다가와 섰다. “저를 이 섬에서 살게 해 주실 수 없습니까?” 느닷없는 노인의 요청에 K목사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저에게는 모두 열 명의 자녀가 있었지요.&rdqu...
    Views65930
    Read More
  11. 풍요로운 삶 7/3/2013

    최일도 목사가 청량리에서 오갈 데 없는 사람들에게 라면을 끓여주던 때였다. 남루한 옷차림에 술 냄새까지 찌든 사람들이 한창 음식을 먹고 있는데 그중에 한사나이가 젓갈을 쥔 손을 치켜들며 소리를 쳤다. “삶은 무엇인가?” 갑작스럽고도 무게...
    Views71510
    Read More
  12. 천원식당 6/23/2013

    세상이 많이 삭막해졌다고들 한다. 과거보다 살기가 풍요로워졌다면 당연히 사람들의 마음도 넉넉해져야 할 텐데 민심은 점점 싸늘해져만 간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여기 가슴 훈훈한 식당이 있다. “해 뜨는 식당”(광주 대인시장). 이름만 들어...
    Views73456
    Read More
  13. 창호지(窓戶紙)의 정갈함 6/23/2013

    어린 시절 우리는 거의 한옥에서 살았다. 표현 그대로 ‘고래등’ 같은 거창한 한옥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박한 한옥에서 둥지를 틀고 살았다. 항상 드나드는 커다란 방문과 창은 거의 창호지로 빛을 조절해 주었다. 그 시절에는 유리가 ...
    Views84716
    Read More
  14. 우리도 짝을 만나고 싶다 6/11/2013

    장애인이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장애인들의 결혼을 위해 “미주 밀알 결혼상담소”를 개설한지 어언 6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 “상담을 공부했다.”는 이유로 내가 소장을 맡아 ...
    Views68638
    Read More
  15. 오늘 행복하세요! 6/3/2013

    ‘역사’(History)라고하면 굉장히 장구한 세월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오늘이 반복되는 것이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 엮어지면서 역사의 장은 이어져 간다. 어제는 어제대로 소중하다. 또 내일이 있기에 사람들...
    Views70141
    Read More
  16. 벼락치기 5/29/2013

    학창시절에 벼락치기를 안 해 본 사람이 있을까? 줄곧 수석을 달리거나 공부에 절대적 취미(?)를 가진 친구 아니고는 누구나 벼락치기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우리세대는 시험세대이다. 중학교 입학시험부터 학기 중에는 중간고사와 학기말고사를 치르며 학업...
    Views60546
    Read More
  17. 대화하고 사십니까? 5/25/2013

    한문으로 사람을 “인간(人間)”이라고 한다. 글자대로 풀면 “사람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관계로 본 것이다. 혼자는 사람이 안된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하나님은 아담을 만드시고,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다”고 ...
    Views63848
    Read More
  18.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5/17/2013

    지난 2월 명지대학교 합창단을 초청하여 음악회를 열었다. 공연을 마치고 우리 집 거실에 둘러앉아 공연 후감을 나누며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밖에는 얄궂은 함박눈이 대지를 덮어가고 있었다. 진지하게 혹은 스스럼없이 토론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젊은 ...
    Views68848
    Read More
  19.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5/7/2013

    사람은 물과 함께 태어나 평생 물을 먹고 물에서 살다가 간다. 그래서인지 물에 들어가면 누구나 어린아이가 된다. 물놀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물과 접촉하는 순간부터 사람은 원초적인 행동을 시작한다. 헤엄을 치고 궨시리 물을 때려보고 다른 사람을 ...
    Views79121
    Read More
  20. 빠리의 향취 5/1/2013

    독일에서 고속철도 ICE(이체)를 이용해 프랑스로 향했다. 길이라도 잃을까봐 기차 좌석에 앉는 것까지 확인하고야 내려가는 나기호 목사님의 사랑이 눈물겹다. 그렇게 3시간 20분을 달려 밤 8시경 “빠리”에 도착하였다. 옆자리 중국계 프랑스인의...
    Views6122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