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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06:41

벼락치기 5/29/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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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벼락치기를 안 해 본 사람이 있을까? 줄곧 수석을 달리거나 공부에 절대적 취미(?)를 가진 친구 아니고는 누구나 벼락치기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우리세대는 시험세대이다. 중학교 입학시험부터 학기 중에는 중간고사와 학기말고사를 치르며 학업을 이어갔다. 어림잡아도 그 세월을 대학원까지 헤아려보니 13년이다. 벼락치기는 중학교 시절부터 시작이 되었다. 시험 때만 되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한곳에 모였다. 널찍한 친구 집은 시험 때만 되면 시원스럽게 공개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부모님들은 “시험공부를 한다.”면 약해지셨다. “시험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우리는 자유로운 외박을 할 수 있었다.

초저녁에 모이지만 공부는 뒷전이고 다른 일로 분주하다. 무슨 이야기가 그리 많았던지 모이면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보면 부모님이 정성을 다해 준비하신 간식이 들어온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우리들은 그제서야 공부를 시작한다. 가만히 보면 정말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떼를 짓지 않는다. 홀로 공부를 한다. 대개 어중간한 실력의 아이들이 시험공부를 한다고 밤을 새우며 공부를 한다. 그렇다고 우리 그룹이 그런 류는 아니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공부는 해야 하는데 잠은 쏟아지고 그래서 우리는 ‘타이밍’(잠 안오는 약)을 복용했고 눈가에 ‘안티프라민’(소염제)까지 바르면서 벼락치기를 했다. 희한했다. 시험공부를 하려면 잠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시험만 끝나면 실컷 잠을 자리라.” 소원을 품지만 이상하게도 시험이 끝나면 잠이 다 달아나버렸다. 밤새워 공부를 하고 날이 밝아 학교에 가면 몸은 나른하고 정신은 몽롱했다. 그래도 시험지를 받아 든 순간 공부한 내용이 나올 때에 느끼는 그 희열은 말로 표현이 안 된다. 벼락치기의 묘미는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전혀 모른다. 벼락치기의 약점은 시험이 끝나는 동시에 그동안 공부한 것이 기억에서 모두 날아가 버린다는 것이다.

벼락치기를 하면서 우리들은 백번을 다짐한다. ‘다음부터는 평소에 공부를 해 두리라!’ 하지만 그때뿐이다. 시험기간이 되면 우리는 다시 모여 악습을 계속해야했다. 벼락치기를 할 때에 주의할 점이 있다. 절대로 책을 훑어보면 안 된다. 단, 한 페이지를 보더라도 머릿속에 확실히 넣어주어야 한다. 핵심을 찔러야 한다. 여기저기 중구난방으로 해서는 절대 효과가 없다. 따라서 함께 공부하는 녀석 중에 반에서 10% 안에 드는 친구가 하나는 있어야 한다. 문제집을 외우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도 워낙 시간이 많이 걸려서 위험할 수 있다. 자신이 강한 과목에 집중해야 한다.

수(數)에 약하면 암기과목을 파고들어야 하고 그것도 안 되면 예능과목에서 만점을 받아내야만 한다. 메모장을 준비해서 핵심을 정리하고 암기해야 한다. 광범위하게 공부를 하면 안 된다. 축구에서 승부 킥을 막아내는 골키퍼의 심정으로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잡을 것을 잡아야 벼락치기의 현격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시험보기 직전까지 책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떨 때는 운 좋게도 바로 덮은 책의 내용이 시험에 고스란히 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직도 이 습관에 젖어 산다는데 있다. 무엇이든지 미리미리 준비하면 좋으련만 일이 닥쳐야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벼락치기에 익숙해 진 체질(?) 때문에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그 습관은 고쳐지질 않는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익혀진 벼락치기는 오랜 세월을 지나며 체질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설교준비도 미리하면 좋은데 금요일이 지나야 발동이 걸린다. 칼럼도 미리 써 놓으면 좋으련만 마감시간이 다가와야 글의 영감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은 아닌가보다. 사람들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한다.

벼락치기는 누구에게나 있는 양상이라는 것을 알면서 위로를 받았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살면 안된다. 벼락치기는 시험에 국한해야 한다. 벼락치기 인생은 위험하다. 유비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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