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3.15 13:16

동화처럼 살고 싶다

조회 수 48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어린 우정.jpg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동화를 품고 산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평생 가슴에 담고 싶은 나만의 동화가 있다. 아련하고 풋풋한 그 이야기가 있기에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철이 나고 의젓한 인생을 살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소년처럼 살고 싶어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면 나만 그럴까?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여전히 나이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사는 분들을 발견한다. 한국에 가면 어린 시절부터 만난 친구들을 만난다. 어쩌면 그리도 안변할까? 말투도, 성격도, 마음씀씀이도 전혀 변하지 않은 채 살고 있는 친구들을 발견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동화 속으로 향한다.

 

 나는 순경 아버지 덕분에 초등학교를 5곳이나 다녔다. 친구들과 정이들만 하면 어느새 또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기구한(?) 어린 시절이었다. 처음 이사를 가서 만나는 집의 을씨년스러움, 방에 들어서면 코끝에 닿아오던 도배냄새. 부엌 입구에서 흔들거리던 백열전등이 너무도 낯설었다. 그러면서도 어느새 새 동네, 새 학교에 적응을 하며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어 뒹굴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놀랐다. 지평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양평, 강상, 서종, 옥천 초등학교를 다니며 양평은 내 가슴에 동화처럼 흘러들어왔다. 남한강, 북한강 줄기를 따라 내 어린 꿈도 영글어 갔다.

 

 양평과 남한강을 사이에 두고 동네이름은 강상, 강하로 나뉜다. 강상 초등학교는 만만한 뒷동산이 있어 좋았다. 점심 변또(도시락)를 먹을 때면 학교 뒷산에서 동리를 내다보며 먹었다. 내 곁에는 항상 연섭이와 금선이가 있었다. 누군가 노래를 시작하면 따라서 부르며 우리는 마음의 부자가 되어갔다. 셋은 공부를 할 때뿐 아니라 어디든 함께 뭉쳐 다녔다. 연섭과 나는 금선을 놓고 묘한 삼각관계였다. 금선이 조금만 한쪽으로 시선을 주면 서로를 질투하며 장난을 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예쁜 얼굴을 가진 아이가 아니었음에도 뭐가 그리 좋았는지? 함께 있으면 그냥 좋았다. 그때가 우리 나이 9살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2학기에 서종으로 아버지가 전근을 하셨다. 헤어짐이 아쉬워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 손을 흔들어대던 연섭과 금선의 모습을 지금도 나는 잊지 못한다. 서종은 북한강 변에 자리 잡고 있었다. 황순원의 소나기를 읽으며 혹시 내가 살고 있는 문호리가 배경이 아닐까?’했는데 몇 해 전 한국에 나가보니 그 동네에 소나기 기념관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우리 집 앞에는 작은 도랑이 흐르고 있었고, 아랫녘에는 시냇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양쪽을 오가는 돌 징검다리가 자리했고, 그곳에서 소나기의 두 주인공이 만난 것이다. 주인공들이 멀리 갔다가 소녀가 비를 많이 맞은 곳은 우리 동네 맞은편 산기슭이었다. 바로 그곳에서 나는 3년을 지냈다. 내 생애 가장 많은 세월을 지낸 곳이다.

 

 그 시절에 만난 신비스러웠던 존재는 서울아이였다. 여름방학이면 친척집에 놀러온 서울아이는 피부부터 달랐다. 우리는 매일 냇가에서 멱(수영)을 감느라 새카맣기만 한데 그 아이는 우유 빛깔이었다. 하얀 얼굴, 하이얀 이, 너무도 어울리던 세라복,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어쩌다 담장 사이에서 마주치면 내 얼굴은 홍당무처럼 달아올랐다. 어느 날 소녀가 내게 물었다. “재철아, 명달리에 가야하는데 함께 가줄래?” 그렇게 우리는 하루 종일 다니며 동화를 썼다. 오솔길을 지나며 애꿎은 풀을 훑어대고, 시냇가 바위에 걸터앉아 동요를 불렀다. “풀냄새 피어나는 잔디에 앉아 새파란 하늘가 흰구름 보면 가슴이 저절로 부풀어 올라 즐거워 즐거워 노래불러요그때 내 나이 11. 세상을 다 가진 듯 정말 행복했다.

 

 누구나 가슴에는 동화가 담겨있다. 저만치 뒹구는 손자, 손녀를 보며 장성해가는 아이들의 풋풋함 속에서 조용히 눈을 감는다. 어린 날 마냥 즐거웠던 동화가 손을 뻗으면 잡힐 듯하다. 동화처럼 살고 싶다. 현실이 비록 냉혹하다 해도 내 가슴에 동화를 살포시 지피며 살고 싶다.

그 순수함, 때 묻지 않은 청아함을 영원히 지키면서 말이다.


  1. 봄날은 간다

    봄은 보여서 봄이다. 겨울의 음산한 기운에 모든 것이 눌려 있다가 대기에 따스한 입김이 불기 시작하면 곳곳에서 생명이 움트기 시작한다. 숨어있던 모든 것들이 서서히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실로 봄은 모든 것을 보게 한다. 아지랑이의 어른거름이 아름...
    Views22
    Read More
  2. 어린이는 "얼인"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요, 5일은 어린이 날이다.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어린이날은 왠지 모든 면에서 너그러웠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야단치는 것을 그날만은 자제하는 듯 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어린이날은 우리에게 꿈을 주...
    Views38
    Read More
  3. 장모님을 보내며

    수요일 오후 급보가 날아들었다. 근간 몇 년 동안 숙환으로 고생하시던 장모님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난감한 것은 월요일에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었다. 장모님이기에 한국에 나가긴 해야 하는데 너무도 부담스러웠다. 월요일 뉴욕에서 열리는 행...
    Views63
    Read More
  4. No Image

    아빠, 내 몸이 할머니 같아

    장애인사역을 하면서 가장 가슴이 아플 때는 희귀병을 앓는 장애인을 만날 때이다. 병명도 원인도 모른 채 고통당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와 가족들은 커다란 멍에를 지고 가는 듯 한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2개의 희귀질병 앓고 있는 김새봄 양. 대학입...
    Views66
    Read More
  5. 혹시 중독 아니세요?

    사람은 누구나 무엇엔가 사로잡혀 산다. 문제는 “얼마나 바람직한 것에 이끌려 사느냐?” 하는 것이다. 사로잡혀 사는 측면이 부정적일 때 붙이는 이름이 있다. 바로 중독이다. 중독이란 말이 들어가면 어떤 약물, 구체적인 행동을 통제할 수 없어...
    Views145
    Read More
  6. 겨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봄이 성큼 다가서고 있다. 미주 동부는 정말 아름답다. 무엇보다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커다란 매력이다. 서부 L.A.를 경험한 나는 처음 필라델피아를 만났을 때에 숨통이 트이는 시원함을 경험했다. 계절은 인생과 같다. 푸릇푸릇한 봄 같은 시절을 지내면 ...
    Views114
    Read More
  7. 가위, 바위, 보 인생

    누구나 살아오며 가장 많이 해 온 것이 가위 바위 보일 것이다. 누가 어떤 제의를 해오던 “그럼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자”고 손을 내어민다. 내기를 하거나 순서를 정할 때에도 사람들은 손가락을 내어 밀어 가위 바위 보를 한다. 모두를 승복하...
    Views195
    Read More
  8. 절단 장애인 김진희

    인생을 살다보면 벼라 별 일을 다 겪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일이 현실로 닥쳐올 때에 사람들은 흔들린다. 그것도 불의의 사고로 뜻하지 않은 장애를 입으면 당황하고 좌절한다. 나처럼 아예 갓난아이 때 장애를 입은 사람은 체념을 통해 현실을...
    Views282
    Read More
  9. 별밤 50년

    우리는 라디오 세대이다. 당시 TV를 소유한 집은 부유의 상징일 정도로 드물었다. 오로지 라디오를 의지하며 음악과 드라마, 뉴스를 접하며 살았다. 내 삶을 돌아보면 가장 고민이 많았던 때가 고교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때 다정한 친구처럼 다가온 것이 심...
    Views403
    Read More
  10. 아이가 귀한 세상

    우리가 어릴 때는 아이들만 보였다. 어디를 가든 아이들이 바글바글했다. 한 반에 60명이 넘는 학생이 오밀조밀 앉아 수업을 들어야만 하였다. 복도를 지날 때면 서로를 비집고 지나갈 정도였다. 그리 경제적으로 넉넉할 때가 아니어서 대부분 행색은 초라했...
    Views2050
    Read More
  11. 동화처럼 살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동화를 품고 산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평생 가슴에 담고 싶은 나만의 동화가 있다. 아련하고 풋풋한 그 이야기가 있기에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철이 나고 의젓한 인생을 살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
    Views486
    Read More
  12. 환상통(幻想痛)

    교통사고나 기타의 질병으로 신체의 일부를 절단한 사람들에게 여전히 느껴지는 통증을 환상통이라고 한다. 이미 절단되었기에 통증은 사라졌을 법한데 실제로 그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통증뿐 아니라 가려움증도 있고 스멀거리기도 한단다. 절단 ...
    Views622
    Read More
  13. 종소리

    세상에 모든 존재는 소리를 가지고 있다. 살아있는 것만이 아니라 광물성도 소리를 낸다. 소리를 들으면 어느 정도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되어 있다. 조금만 귀기우려 들어보면 소리는 두 개로 갈라진다. 무의미하게 나는 소리가 있는가하면 가슴을 파고드는 ...
    Views973
    Read More
  14. 누구나 가슴에는 자(尺)가 들어있다

    사람들은 다 자신이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의롭고 정직하게 산다고 자부한다. 사건과 사람을 만나며 아주 예리하고 현란한 말로 결론을 내린다. 왜 그럴까? 성정과정부터 생겨난 자신도 모르는 자(尺) 때문이다. ‘왜 저 사람은 매사에 저렇게 ...
    Views1089
    Read More
  15. 땅이 좋아야 한다

    가족은 토양이고 아이는 거기에 심기는 화초이다. 토양의 질에 따라 화초의 크기와 향기가 달라지듯이 가족의 수준에 따라 아이의 크기가 달라진다. 왜 결혼할 때에 가문을 따지는가? 집안 배경을 중시하는가? 사람의 성장과정이 너무도 중하기 때문이다. 미...
    Views1044
    Read More
  16. 목사님, 다리 왜 그래요?

    어린아이들은 순수하다. 신기한 것을 보면 호기심이 발동하며 질문하기 시작한다. 아이는 솔직하다. 꾸밈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상황과 분위기에 관계없이 아이들은 속내를 배출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무섭다. 한국에서 목회를 ...
    Views1082
    Read More
  17. 가상과 현실

    고교시절 가슴을 달뜨게 한 노래들이 멋진 사랑에 대한 로망을 품게 했다. 70년대 포크송이 트로트의 흐름을 잠시 멈추게 하며 가요판세를 흔들었다. 템포가 그리 빠르지 않으면서도 서정적인 가사는 청춘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
    Views1321
    Read More
  18. 여자가 나라를 움직일 때

    내가 결혼 했을 즈음(80년대) 대부분 신혼부부들의 소망은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아 부모님께 안겨드리는 것이었다. 이것은 당시 최고 효의 상징이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딸 둘을 낳으면서 실망의 잔을 거듭 마셔야 했다. 모시고 사는 어머니의 표정은 서...
    Views1346
    Read More
  19. 백년을 살다보니

    새해 첫 KBS 인간극장에 철학교수 김형석 교수가 등장했다. 평상시 즐겨보는 영상은 아니지만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평소 흠모하던 분의 다큐멘터리이기에 집중해서 보았다. 김 교수는 이미 “백년을 살다보니”라는 책을 97세에 집필하였다. 이런...
    Views1439
    Read More
  20. No Image

    <2019년 첫 칼럼> 예쁜 마음, 그래서 고운 소녀

    새해가 밝았다. 2019년 서서히 항해를 시작한다. 짙은 안개 속에 감취어진 미지의 세계를 향해 인생의 노를 젓는다. 돌아보면 그 노를 저어 온지도 꽤나 오랜 세월이 지나간 것 같다. 어리디 어린 시절에는 속히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만큼 어른들은 할 수 ...
    Views159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3 Next
/ 23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