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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2 16:48

민들레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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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식당.jpg

 

 민들레의 꽃말은 사랑행복이다. 민들레는 담장 밑이나 길가 등 어디에서나 잘 핀다. 늘 옆에 있고 친숙하며, 높은 곳보다 항상 낮은 지대에 자생한다. 잎이 필 때도 낮게 옆으로 핀다. '낮고 겸손한 꽃민들레처럼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굶주림에 고통받는 노숙인에게 빛과 소금이 되어 온 인천의 참 민들레가 있다. 서영남 대표는 20034월 소외된 노숙자를 위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처음에는 3평 남짓한 곳에 식탁 한 개와 의자 여섯 개로 시작했다.

 

 2005년에 건물 집 주인 모세 할아버지가 본인이 쓰던 작은 사무실을 무상으로 기부해 식당이 6평으로 넓어졌다. ‘모세의 기적이었다. 2009년에는 옆집 쌀가게로 옮기면서 18평 식당에 25명이 식사할 수 있는 중형식당이 됐다. “민들레식당은 줄서기 경쟁이 없어요. 여기서도 경쟁하면 이분들을 다시 지치게 만드는 일이죠. 몇 날을 굶주린 노숙인들이 배불리 밥을 먹고 나면 아무런 욕심을 안 내요.”라고 말하는 그의 미소가 넉넉해 보인다.

그뿐만이 아니다. 월요일마다 점심을 거르며 모은 돈을 1년간 저축했다가 전달해주는 아저씨, 하루 폐지 15kg을 모아서 번 돈 1,000원을 반찬값에 보태라며 내는 할머니. “국숫집 손님들을 위해 쓰고 싶다.”면서 영치금을 모아 보내오는 교도소 재소자 형제. 고춧가루를 매년 나눠주는 화수시장 상인 등 작지만 따뜻한 사람들의 정성이 매일 모여든다. 정부지원도 받지 않고 부자들의 생색내기식 기부금도 사양하며 후원회도 없지만 오늘도 민들레 식당에서는 따뜻한 밥과 국, 다섯 종류 이상의 반찬이 손님을 기다린다.

 

 서 대표는 가난한 집안의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8세 때 부친을 여의고, 23세 때 수도회로 들어갔다. 수도사 생활 25년 만인 2000년에 환속을 위해 수도복을 벗었다. 노숙인 무료배식과 함께 세상에 나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가톨릭 수사시절 때부터 20여 년간 해왔던 교도소 장기수 돕기를 지금도 하고 있다. ‘민들레 식당에는 계산대가 없다. 누구든 찾아갈 수 있고 언제나 정성이 가득 담긴 밥과 음식이 나오지만 계산은 고마움을 표현하는 인사 한마디면 해결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먹을 것조차 해결되지 않는 이웃들을 위해 실이익을 뒤로하고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말한다. “노숙인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밥이 아니라 사람대접입니다.” 진정 민들레식당은 밥이 아닌 정을 나눠주는 곳이다.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따뜻한 정이 넘쳐흐르는 곳이 민들레식당이다. 그 정을 느끼며 사람들은 뱃속 뿐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해짐을 체험한다. 집배원 최신호 씨는 자신의 1주일 용돈 2만 원을 받으면 가장 먼저 달걀 2판을 사서 민들레 식당에 제공을 한다. 식당을 운영하는 서영남 씨의 마음 씀씀이가 귀해 보이기 때문이다. “퇴직을 하면 민들레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며 노후를 보내고 싶다.”며 웃는 그의 얼굴에서 천사를 본다. 많아서가 아니다. 자신도 가진 것이 작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그는 진정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다.

 

 서 대표는 새로운 손님이 오면 이름부터 외운다. 식당 벽에 걸린 하얀 칠판에 손님 이름을 적어놓고 당사자가 올 때면 한 번이라도 꼭 이름을 부른다. 처음에는 손님이 몇 명 안돼 이름 외우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만 손님이 늘어나면서 이름 외우는 것도 시험공부하듯이 열심히 해야 한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은 자기 존재감을 잊으면서 홀로 설 용기를 잃고 자포자기하기 쉽다. 그래서 그는 그의 이름을 불러주고 관심을 가져 줄 단 한 사람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게 해야 조금씩 자신의 존재감을 되찾게 되고 살아갈 의욕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엔 아름다운 이야기가 참 많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아름다운 이야기만 듣던 자리에서 이제 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사랑만이 겨울을 이기고 봄을 기다릴 줄 안다.” (시인 김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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