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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9 15:23

보람과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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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반응 - 복사본.JPG

 

                                                                   [크기변환]단체사진 - 복사본.JPG

 

[크기변환]박3 - 복사본.JPG

 

[크기변환]찬양 공연 - 복사본.JPG

 

 

 매년 가을이면 기대하던 밀알의 밤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열일을 젖혀놓고 매년 참석하는 분들이 고맙기 그지없다. 밀알의 밤 준비는 행사 3개월 전에 출연자를 결정하는 기획에 들어가고, 19년째, 40일 금식을 이어가며 준비하게 된다. 힘은 들지만 마음과 정성을 모으는 시간에 다들 앞장서서 동참하는 모습이 든든하고 대견하다. 금년에는 90 고령의 권사님이 가장 많은 끼니를 금식하며 기도하셔서 모두에게 감동을 주었다. ‘혹시 건강에 지장이 있을까 봐’ 염려도 했지만 완강하게 앞장서는 열정을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19년! 팬데믹이 아니었으면 21회가 되었으련만, 잠시 멈춰서기도 하였지만 다시금 밀알의 밤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에 감사할 뿐이다. 힘은 들지만 보람은 넘치는 것이 밀알의 밤의 매력이다. 밀알의 밤을 감당하며 매번 느끼는 것은 보람과 아쉬움이다. 계획한 이상의 성황을 이루면 흥분이 되어 잠을 못잔다. 반대로 기대했던 이하의 결과를 낳으면 아쉬움에 뒤척여야 한다. 그러면서 청춘에 불렀던 “연극이 끝나고 난 뒤”가 읊조려졌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앉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로 시작하는 노래는 “음악도, 분주히 돌아가는 배우의 몸놀림도, 힘찬 박수도, 뜨겁던 객석의 찬사도 사라지고 정적만이 남아 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로 마무리를 한다.

 

 진정 인생의 한마당이요. 행사를 마치고 난 후에 실감 나는 장면이다. 한국에서 목회할때에 주일 저녁에 예배당 한 곳에서 기도를 하며 감회에 젖을 때가 생각난다. 텅빈 예배당에 흐르는 침묵은 기분 좋은 설레임으로 가슴에 와닿았다. 찬양의 뜨거운 열기로 달아오르고, 말씀을 전할때에 시시각각 변해가는 성도들의 다양한 표정. 여기저기서 터지는 폭소와 감동의 탄식 - 바로 그것이 목회자의 기쁨이요, 보람이었다. 젊은 목회자의 교회에는 역시 젊은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세월과 함께 나이가 들어가고 어느 순간 가르침을 받았던 그 분의 아들과 딸이, 그리고 손자, 손녀들이 그 자리에서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 모습을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발견하며 놀란다.

 

 10월이면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목사님 두 분이 은퇴를 한다. 30여 성상동안 신실하게 한 교회를 섬겨오다가 이제 내려와야 하는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느낌을 물으면 “감사하고 홀가분하다”고 답하는 선배가 커보인다. 하지만 강단을 내려온 그 후의 모습이 몹시 궁금해 진다. 아버지는 평생 경찰 생활을 하셨다. 은퇴식을 하시고 집에 와서는 화단에 꽃을 몇 번이고 만지며 마음을 추수리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그때는 몰랐다. 하지만 은퇴라는 단어는 만감이 교차하고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어려운 시점임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어떤 분은 그래서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고 여전히 현역처럼 설교를 한다. 건강이 따르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인생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 같아 안스러워 보인다. 모름지기 사람은 앞모습도 아름다워야 하지만 뒷모습은 더 아름다워야 하지 않을까? 인생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렇다면 내려 올 때 내려와야 하고 내려 놓을 때 초연하게 내려 놓는 사람이 위인이 아닐까?

 

 인생은 진정 보람과 아쉬움에 교차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을 정성다해 키워 장성해 가는 모습을 보는 보람. 하지만 대학진학을 위해 집을 떠나 타주로 향하는 자녀를 떠나보내야 하는 아쉬움. 결혼식을 준비할때에 설레임. 하지만 이제 내 품을 떠나 완전히 동떨어진 가정을 꾸며 떠나는 자녀를 보내는 아쉬움. 처음 입사하여 일하던 회사. 모든 것이 풋풋하고 생동감이 넘치던 신입시절. 일에 익숙해 지며 책임감이 중해지는 중년에 간부가 되고 시간이 흘러 정년퇴직을 하고 정들었던 회사 정문을 나오는 극한 아쉬움. 이런 절차가 거듭되며 인생은 흐른다.

 

 박종호는 무려 2시간 동안 온 열정을 쏟아 찬양과 간증으로 들려주고 긴여운을 남기며 떠나갔다. 서로를 축복하며 다음 만남을 다짐한다. 보람과 아쉬움이 오가며 인생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내뿜는다. 오늘도 이 두 얼굴을 기대하며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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