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444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Sharp.jpg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미제> 학용품 하나만 가지면 아이들의 시선을 독차지 할 수 있었다. 진노오랑 색깔의 미제연필은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질이 좋아 선망의 대상이었다. 연필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U.S.A>는 아이들의 탄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처음 미국에 와서 “Staples”에서 만난 추억의 연필을 보고는 쓴웃음을 지어야만 하였다. 미국에서는 흔하디흔한 연필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요사이 한국에서는 입학철을 맞아 일부 초등학생들 사이에 값비싼 학용품을 갖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강남 쪽에서는 고가 학용품을 소지하는 것이 필수란다. 그중에서도 한 자루에 5만~6만원 하는 외제 샤프가 최고 인기이다. 아이들에게 무슨 경제적 능력이 있겠는가? 어른들의 명품 과소비 바람이 초등학생에게까지 번진 것이다. 유행기류를 타다보면 아이들은 무조건 가지고 싶어 한다. 자식을 이길 부모가 어디 있는가? “친구 누구도 가졌는데 나도 사 달라!”고 보채기 시작하면 사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능력 많은(?) 부모는 아이가 말하기 전에 선물을 하기도 한다나.

그런데 그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앞에서 말한 샤프는 아무것도 아니다. 무려 50만원(약 $400)이 넘는 ‘독일제 백금 도금 샤프’에 아이 이름까지 새겨서 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서울 대치동의 한 문구점은 외제 명품 필기구 판매가 전체 매출의 약 35%를 차지할 정도이다. 국내 제품은 팔리지도 않는다. 필기도구뿐만이 아니다. 30만~50만원이나 하는 일제 책가방과 신주머니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이런 유행은 점차 강북으로도 옮겨가고 있다니 탄식이 나올 뿐이다.

그 옛날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난다. 문방구(문구점)에 들르면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부자가 되었다. 아기자기한 학용품을 ‘만지작’ 거리며 얼마나 갖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런 문방구가 이제는 추억에만 있는 구닥다리가 되어가고 있다. 내 자식 소중함에 하늘의 별이라도 따 주고 싶은 부모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아직 판단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아이들의 작은 욕망에 부모들이 불을 붙이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닐까?

한때 오렌지족이 성행하던 때가 있었다. 미국에 유학을 갔던 자녀들이 방학이 되면 상상을 초월할 비싼 외제차를 몰고 강남 로데오 거리를 휩쓸며 다녔다. 그때가 90년대이었는데 하루 용돈이 “일천만원”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나는 묻고 싶다. 하루에 일천만원($10,000)을 쓸 수 있을까? 이미 그때부터 한국의 슬픈 자화상은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돈을 물 쓰듯 하던 세대가 40이 넘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그 나이면 ‘돈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달을 나이가 되었기에 말이다. 지금도 그렇게 살지는 않을 것 아닌가.

아무리 갑부라 할지라도 돈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절제를 모르게 양육하는 것은 죄악이다. 어릴 때부터 값비싼 물건으로 치장해 자신의 부와 신분을 과시하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몇백 만원을 호가하는 외제 유모차와 ‘샤넬 백’에 열광하는 부모들을 보며 자란 아이들은 별 의식 없이 부모의 모습을 따라하게 된다.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부유하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부유하기에 전혀 고통을 모르며 사는 것은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특권 의식에 사로잡혀 최고급으로 누리며 사는 것은 그렇다 치자. 인생이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한가? 호의호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살다가 어려움을 만나면 감당해 낼 내성이 없기에 금방 쓰러지고 만다. 게다가 절약과 평범을 모르면 곧 방탕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자녀가 방탕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다. 그러면서 “해 달라.”는 것을 다 들어주며 양육을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양육법이다.

갖고 싶은 것을 참고 기다릴 줄 아는 훈련을 해야 한다. 최고급이 아니어도 좋다. 최선의 것, 내게 가장 어울리는 것을 감사하며 받아들이게 하는 아이를 만들어야 한다. 절제의 미덕으로 자존감을 높여 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욱 값진 선물이라는 것을 이 땅의 부모들은 알아야만 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조회 수
159 나에게 영성은… file 32096
158 나빌레라 file 15813
157 나무야, 나무야 file 19088
156 나만 몰랐다 file 17510
155 나를 잃는 병 file 27577
154 나를 만든것은 바람 8/28/15 file 67712
153 나도 아프다 8/25/2010 file 71047
152 나도 가고 너도 가야지 11/27/15 file 67387
151 나는 엄마다 2/25/2012 file 72583
150 나는 멋진 사람 5377
149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 file 6852
148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것이 아니다 file 31993
147 끊고 시작하고 1/28/2011 file 75310
146 꽃은 말한다 file 68104
145 꼰대여, 늙은 남자여! file 55829
144 file 27021
143 깨어나십시오! file 59449
142 깡통차기 file 52838
141 깍두기 file 84059
140 까까 사먹어라! file 66468
Board Pagination Prev 1 ...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