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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05:50

아, 백두산! 5/28/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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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의 나들이를 했다. 그것도 나라와 나라를 넘나드는 힘든 여정이었다. 호주에 가서 많은 곳을 둘러보고 수많은 한인들에게 설교를 한 것은 무엇보다 뜻 깊은 시간이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필라델피아에서 오신 33분의 목사님, 장로님들과 합류를 했다. 진중세례식을 집례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군대란 필수코스이면서도 버거운 과정임에 틀림이 없다. 그 고통의 시간에 세례를 받고 삶을 주님께 의지하게 하는 “진중세례식”은 충격적일 정도로 중요한 과정이라는 깨달음이 왔다.

4월 21일(토) 아침 우리는 한국 군선교회에서 마련한 단체 버스에 함께 올랐다. 채 3시간이 되지 않아 연무대(논산 훈련소)에 도착을 했고 프리핑이 끝난 후 예배당에 들어섰다. 입이 벌어졌다. 무려 3,500명의 훈련병들이 세례를 받기위해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군대여서 그런지 우리가 부르는 찬송가와는 열정이 남달랐다. 복음성가는 틀림이 없는데 군가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들의 찬양은 일행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일사불란한 진행이 인상적이었고 이미 세례를 받았지만 “축복기도”를 갈망하며 무릎을 꿇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귀해 보였다. 그렇게 은혜로운 진중세례식은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예수그리스도를 심으며 진행되었다.

이제 중국이다. 24일(화) 아침 16명의 일행이 인천공항 대합실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백두산 등정을 위한 여정은 그렇게 다시 시작되었다. 항상 필라델피아에서 만나고 교제하는 분들이지만 고국 땅에서 만나 중국을 함께 여행하며 더욱 친숙해 짐에 느낌이 남달랐다. 2시간에 비행 끝에 우리는 중국 땅 길림성 엔지공항(연변)에 도착을 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며 나는 놀라고 또 놀랐다. 가는 곳마다 드높은 빌딩이 자웅을 드러내고 치솟는 아파트 공사장이 ‘여기가 과연 중국인가?’할 정도로 발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연변은 조선족이 무려 85만 명이 거주하고 있었기에 한국화폐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음이 신기했다. 자치주이기에 한국말을 못하는 사람은 전혀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과 상호간판마다 반드시 한글이 앞에 그 뒤에 중국어가 따라붙는 모습에 자부심을 느꼈다. 그 옛날 일제 군국주의자들에 의해 강제 이주를 당했지만 한국말과 얼을 잃지 않고 한국인의 전통을 이어가는 모습을 발견하며 조선족들의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 드라마나 코메디 프로에서 희화화되는 모습과는 달리 정말 그들은 열심히 살고 있었다.

도문에서 만난 “두만강”은 감회를 새롭게 했다. 지척인 북한 땅을 바라보며 가슴이 아려왔다. 저만치 보초를 서고 있는 북한병사가 눈에 들어왔다. 한반도의 허리가 잘려 나간 지 어언 62년! 어이타 한민족은 헤어져 기구한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고 있는지.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부르며 시름을 달랬다. 25일(수) 우리는 드디어 백두산 등정에 올랐다. 하지만 폭설과 휘몰아치는 강풍으로 인해 백두산 천지까지 갈 수 없는 안타까움이 연출되었다. 백두산은 우리에게 산기슭만을 내보여 줄 뿐이었다. 백두산의 산세는 사람을 압도하는 신비스러움이 있었다. 역시 영산이었다. 뿌연 안개 속에서 나는 두 손을 들고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한반도의 통일을 기원하는 간절한 기도였다.

백두산을 뒤로하고 찾아간 곳은 윤동주 시인의 생가와 학교였다. 대성중학교에 마련된 기념관을 둘러보다가 윤동주 시인의 ‘서시’ 원본 앞에 섰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로 시작되는 싯귀 앞에서 갑자기 눈물이 솟구쳤다. 멀고먼 만주 땅에서 신앙의 지조를 지키며 민족을 가슴으로 사랑했던 윤동주님의 마음이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백두산을 만나 얻은 수확은 가슴이 넓어졌다는 사실이다. 백두산처럼 그 누구라도 품을 수 있는 영적 거장이 되리라는 다짐을 했다.

백두산이 거기 있듯이 나도 항상 그 자리에 있고 싶다. 삶의 지친사람들이 언제라도 찾아와 기댈 수 있는 그런 산이 되고 싶다. 백두산의 오롯함과 윤동주의 지조를 간직하며 나도 묵묵히 이 길을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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