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5:56

섬집 아기 7/10/2012

조회 수 6374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343362_orig.jpg

 

 

한국인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동요가 있다. 동요는 말 그대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섬집아이”를 불러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 처음 학교 음악시간에 “섬집아이”를 배운 후 입에서 ‘흥얼’거리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면서 누군지 모를 “섬집아이”에 대한 연민이 싹터오는 것을 느꼈다. 동요의 가사가 그리 밝지 않았기 때문이었으리라! “♬ 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가면 아기가 혼자남아 홀로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베고 스르르르 잠이듭니다 ♪”

이상하게 이 노래를 부르면 영화의 장면처럼 그림이 펼쳐졌다. 아기가 무척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는 생업을 위해 바다에 나가야 하고 딱히 보살펴줄 사람이 없으니 아이는 홀로 집에 있어야만 했다. “엄마는 언제오실까?”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파도소리에 젖어들고 결국 스스로 팔을 베고 잠들어야하는 아기의 모습이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었다. 나는 경기도라도 인천과는 거리가 먼 대륙 쪽에서 살았으니까 바다를 본적도 없다 그런 내가 “섬집아이”를 부르며 감상에 젖은 것은 기이한 일이었다.

어릴 때부터 감성이 풍부했던지 아니면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지 둘 중에 하나인 것 같다. 30대 중반에 담임목사가 되어 정신없이 목회에 몰입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치유상담을 공부하게 되었고 정태기 교수님과 함께하는 “내적치유”를 받게 되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중에 ‘어느 날 밤중인가?’ 15명이 어깨동무를 하고 동요를 이어부르는 시간이 이어졌다. 동요 한곡이 끝나면 누군가가 생각나는 새로운 동요의 운을 띄우고 계속 노래를 이어가는 형태였다.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느낌이 밀려왔다. 그러다가 부르게 된 “섬집아이”는 나를 아련한 어린 시절로 끌고 들어갔다.

엄마는 바쁘셨다. 학교에 다녀와서 엄마가 있으면 기분이 좋았지만 안계시면 이상하게 심술이 났다. 그럴때면 제일 좋은 것이 작대기로 마당에 낙서를 하는 것이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보고 돌멩이도 굴리다가 나비나 잠자리를 보면 쫓아가 보기도 한다. 마루에 ‘벌렁’누워 하늘을 이리저리 떠다니는 구름의 향연을 보며 신기 해 했다. 그렇게 한나절을 혼자 놀다보면 엄마가 돌아오셨다. 더운 여름기운에 발그레한 얼굴을 하시고 말이다. “엄마, 어디 갔다 왔어?” 짜증 섞인 아들의 말에 엄마는 달래듯 받아오셨다. “왜, 엄마 기다렸니?” “그럼 학교에서 오자마자 엄마만 기다렸는데.” 엄마는 부엌에 들어가 간단한 간식을 들고 나와 마루턱에 걸터앉으셨다. 그리고 어린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넋두리를 해대셨다.

기형도 시인의 “엄마걱정”이란 시(詩)가있다.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아이에게 엄마는 친구요 기댈 언덕이요. 포근한 안식처이다. 엄마의 사랑을 그리워하고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은 사람은 그래서 부자이다. 어리지만 아이들은 엄마걱정을 하며 자란다. 엄마의 표정에 따라 아이들의 마음상태가 달라진다.  

 “섬집아이”의 1절은 아기가 엄마를 걱정하며 기다리는 그림이다. 2절로 넘어가보자.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 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바다에서 굴을 따는 엄마의 마음은 아기에게 있다. 집에 홀로 남겨진 아기생각에 엄마는 미안함과 그리운 마음이 어우러져 모랫길을 종종걸음으로 내닫는다. 아이가 엄마를 기다리는 심정이상으로 엄마는 아기를 가슴에 품고 사는 것이다. 요사이는 맞벌이가 상용화되어있다. 따라서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남의 손에 맡겨진다. 엄마와 원천적으로 교감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야만 한다. “섬집아이”는 낭만이라도 있지만 요새 아이들은 그런 포근함조차 누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비록 적막해보이지만 아기와 엄마가 그림처럼 조화를 이루는 그런 세상이 그립다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