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4.03.01 10:36

이런 인생도 있다

조회 수 387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지극히 평범한, 아니 처절하리만큼 모진 삶을 살다가 미국 한복판에서 미군 고급장교로 인생을 마무리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서진규 씨의 기사를 접하고 혀를 내둘렀다. 학력이 뛰어났다든가? 어릴때부터 머리가 명석했다든가? 명문가문에서 태어난 분이 아니다. 술 장사를 했던 어머니는 여자가 무슨 공부를 하냐?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살림하다가, 시집만 가면 된다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으며 산 여자 아이이다.

 

  십대에 가발 공장 직공으로 취업을 했다. 가사 도우미에 식당 종업원까지 하며 그렇게 나이를 먹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이러려고 세상에 태어났나?’하는 생각이 일어나며 분노가 올라왔다. 그렇게 살기에는 생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다가 미국 가사 도우미 이민 구인 공고를 보게 된다. ‘이렇게 밑바닥에서 희망 없이 사느니 미국에 건너가 살자결단을 하고 그녀는 바로 행동에 옮긴다. 197223살 나이에 단돈 100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향한 것이다.

 

  5년 후에 한국 남자와 결혼을 하고 그럭저럭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폭력을 쓰기 시작하였고 견디다 못해 그녀는 도망치듯 군에 입대하게 된다. 실로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이었다. 8개월 된 딸을 한국에 보내놓고 입대했다니 말이 안 나온다. 입대는 했지만 팔굽혀펴기부터 구보까지 항상 먼발치서 뛰쫓기 일수였다. 훈련받을 때는 울 틈이 없다. 실수를 하면 단체 기합을 받게되고 영락없이 왕따를 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밤이되면 서러움이 밀려왔다. 다른 사람들이 깰까봐 소리도 못 내고 울었다. 울다가 잠이 들고 그러면 꿈에서 딸을 만나는 애절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이를 악물고 달렸더니 졸업할 때는 1등이 되는 획기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낮에는 군인이고 저녁엔 집에서 야간 대학을 다녔다. 결국 198714년 만에 학사를 따게 된다. 군에서는 그녀의 열정을 보고 하버드 석사과정에 입학하도록 도왔다. 그녀의 나이 마흔세 살이었다. 나중에는 박사과정을 졸업하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군 생활에서도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데. 사병으로 시작해서 미군 소위 장교로 임관 후에 한국 출신 여성으로는 최초로 주한미군 중대장으로 부임하게 된다. 이후에 미군 최초의 여성 연락장교의 직무를 감당하게 된다. 그렇게 군인과 학자의 길을 함께 걷다 1996년 소령으로 예편한다. 참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의 성품과 끈기를 닮은 딸이 더 가관이다. 딸 조성아 엄마의 모습이 어린 마음에 정말 멋있었어요. 엄마가 없을 때 군복을 입어보고 군화도 신어보며 살다보니 제가 군대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딸이 중학교 3학년일 때 엄마가 영어를 배우고 공부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학구열을 달구는 계기가 되었고, 엄마를 멘토 삼아 달리던 그녀는 하이스쿨을 졸업할때에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된다.

 

  하버드대를 졸업하던 날 ROTC 임관식이 있었는데 하버드 동상 앞에서 선배 장교한테 선서하는 순서가 있다. 딸 조성아는 엄마가 장교이자 선배였기 때문에 엄마 앞에서 선서를 했다, 실로 감동적이 장면이다. 딸은 엄마를 생각하며 말한다. “상상도 못하죠. 저는 8개월 때라 기억이 없으니까. 저도 딸이 있다 보니까 어떻게 딸을 놔두고 가셨을까? 따르는 사병들이 있다 보니 약한 모습 보이면 안 되니까 무조건 강한 모습만 보이려고 하셨을 텐데. 혼자서 많이 우셨을 것 같다. 엄마가 자랑스럽고, 존경합니다.”라며 눈물을 보여 뭉클함을 자아냈다.

 

  목표가 뚜렷한 사람은 어떠한 고난도 과정도 견뎌낼 수 있음을 모녀를 통해 본다.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차분히, 그러면서 포기하지 않고 활용하다보면 어느새 그 꿈에 다다라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삶은 실로 위대하다

 


  1. 인생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유학생 부부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보기에도 퍽 아름답고 유익한 신앙인들의 모임이었다. 먼 이국땅에서 낮선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며 사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한다. 짧은 언어로 일하면서 공부하는 유학생활은 참으로 버거운 과정이다. 같은 ...
    Views57882
    Read More
  2. 인생을 살아보니

    젊을때는 긴장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스쳐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달려 나가는 청춘은 힘겹고 모든 것이 낯설다. 넘어지고 깨어지고 실수하지만 멈출 수도 없다. 학업, 이후의 취업. 그리고 인륜지대사 결혼. 이후에는 더 높은곳을 향...
    Views7544
    Read More
  3. 인생을 3D로 살라!

    바야흐로 3D 시대가 열렸다. 3D란 “Three Dimensions, Three Dimensional”의 약자로 수학에서 공간 내에 있는 점 등의 위치를 나타내기 위해 필요한 축의 개수를 말한다. 평면에 포함된 한 점의 위치를 지정하는 데에는 두 개의 숫자가 필요하다....
    Views60982
    Read More
  4. 인생은 집 짓는 것

    어쩌다 한국에 가면 좋기는 한데 불안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정든 일가친척들이 살고 있는 곳, 그리운 친구와 지인들이 즐비한 곳, 내가 태어나고 자라나며 곳곳에 추억이 서려있는 고국이지만 일정을 감당하고 있을 뿐 편안하지는 않다. 왜일까? 내 ...
    Views21279
    Read More
  5. 인생은 무엇인가? 7/19/2014

    날이 점점 무더워지고 있다. 한국에는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이다. 지루하지만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들을 지어내던 기억이 새롭다. 빗속에 동화가 있고 저만큼 다가오는 추억이 있었다. 미국은 온통 초록색 향연이다. 그래서 ...
    Views64888
    Read More
  6. 인생 참 아이러니하다

    가수 소향, 그녀를 처음 본 것은 한국 양재동 횃불회관에서였다. SBS 관현악 김정택 단장이 친히 사회를 보며 진행되었는데 집회가 한창 무르익어 갈 즈음에 생소한 CCM 가수가 소개된다. 12월이서인지 자매는 “오, 거룩한 밤”을 불렀다. 특이한 ...
    Views26257
    Read More
  7. 인내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건강도 기회가 있다. 젊을 때야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가 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만 과식을 해도 속이 부대낀다. 그렇게 맛있던 음식이 땡기질 않는다. 지난 주간 보고 싶었던 지인과 한식당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5개월 만에 외식이었다. 얼굴이 ...
    Views21217
    Read More
  8. 이혼 지뢰밭

    어린 시절에 명절은 우리의 꿈이었고 긴긴날 잠못자게 하는 로망이었다. 가을 풍경이 짙어진 고향산천을 찾아가는 기쁨, 집안사람들을 모두 만나는 자리, 또래 친척 아이들을 만나 추억을 만드는 동산, 모처럼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
    Views30128
    Read More
  9. No Image

    이태백

    칼럼 제목을 보고 옛날 당나라의 풍류 시인 “이태백”을 떠올렸다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의 약자이다. 희망에 부풀어 살아야 할 청년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이다. 실로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Views5718
    Read More
  10. No Image

    이제, 희망을 노래하자!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펼쳐질 미지의 세계에 대해 기대감을 가진다.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연초에 쏟아지는 예측은 사람들의 희망을 앗아간다. 무엇보다 예민한 것은 경제전망이다. 꼭 맞아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그...
    Views4109
    Read More
  11. 이제 문이 열리려나?

    어느 건물이나 문이 있다. 문의 용도는 출입이다. 들어가고 나가는 소통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요사이 다녀보면 문이 다 닫혀있다. 상점도, 음식점도, 극장도, 심지어 열려있어야 할 교회 문도 닫힌 지 오래이다. COVID-19 때문이다. 7년 전, 집회 인도 차 ...
    Views21539
    Read More
  12. 이제 끊으시지요? 9/19/2014

    한 남자의 고백이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에 일어난 일을 어렴풋이 기억해 냈다. “고 3이 되면 대학입시 공부를 해야 하니 마지막으로 실컷 놀아보자.”고. 마침 생일이 되어 가까운 친구들을 집에 모아 파티를 열었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푸짐한 ...
    Views71493
    Read More
  13. 이사도라

    아직 젊다고 우기면 우길 수도 있는 나이지만 생을 되돌아보면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아련한 추억이 있다.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이 나이가 들수록 실감이 난다. ‘나이 들어감’에 대해 이젠 체념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왜 살...
    Views15385
    Read More
  14. 이민 전설 10/8/2011

    한국 사람은 한국에서 살아야 한다. 익숙한 것이 행복의 절대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미국에서 살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어떻게 미국에 오시게 되셨습니까?” 사연은 가지가지이다. 그중에서도 가족들이 영주권을...
    Views71715
    Read More
  15. 이마고를 아십니까? 1/9/2015

    미국에서 “가장 행복한 미국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돈이나 건강, 학력, 직업, 외모’가 행복지수와는 결정적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족 관계가 가장 좋은 사람, 그 중 부부관계가 좋...
    Views64928
    Read More
  16. 이마고(IMAGO)를 아십니까?

    현세에 일어나는 위기는 다양하다. 경제적 공황, 불신, 고립, 이제는 역병까지. 하지만 가장 큰 위기는 가정이다. 가정은 삶의 최전선이다. 가정이 흔들리니 관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고 사회 전반의 구조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전 세계의 기독...
    Views15295
    Read More
  17. No Image

    이름이 무엇인고?

    사람은 물론 사물에는 이름이 다 붙는다. 10년 전 고교선배로부터 요크샤테리아 한 마리를 선물 받았다. 원래 지어진 이름이 있었지만 온 가족이 마주 앉아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기로 하였다. 갑론을박 끝에 “쵸코”라는 이름이 나왔다. “...
    Views30094
    Read More
  18. 이름 묘학

    사람은 만나면 이름을 묻는다. 이상하리만큼 이름이 그 사람의 인상과 조화를 이룬다. 때로는 이름을 물어놓고도 반응하기 어려울 만큼 희한한 이름도 있다. 참 묘하다. 이름이 그래서 인지, 아니면 이름을 부르다보니 그런 것 인지? 이름과 그 사람의 분위기...
    Views70941
    Read More
  19. 이런 인생도 있다 11/6/2011

    지난 초여름 한국을 뒤집어 놓은 사건이 있었다. 케이블·위성 방송 오락채널인 ‘티브이엔’이 야심차게 방영한 “코리아 갓 탤런트” 첫 회에 출연한 “최성봉”이란 젊은이 때문이었다. “코리아 갓 탤런트&rdqu...
    Views68962
    Read More
  20. No Image

    이런 인생도 있다

    지극히 평범한, 아니 처절하리만큼 모진 삶을 살다가 미국 한복판에서 미군 고급장교로 인생을 마무리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서진규 씨의 기사를 접하고 혀를 내둘렀다. 학력이 뛰어났다든가? 어릴때부터 머리가 명석했다든가? 명문가문에서 태어난 분이 ...
    Views387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