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9.13 10:41

이혼 지뢰밭

조회 수 3013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명절.png

 

 

 어린 시절에 명절은 우리의 꿈이었고 긴긴날 잠못자게 하는 로망이었다. 가을 풍경이 짙어진 고향산천을 찾아가는 기쁨, 집안사람들을 모두 만나는 자리, 또래 친척 아이들을 만나 추억을 만드는 동산, 모처럼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미리 받아든 빔은 당일이 되어야 입을 수 있기에 그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내 고향은 경기도 포천이다. 해서 미리 표를 예약할 필요도 없고 새벽에 일어나 마장동 시외버스터미널에만 가면 언제든지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추석 당일 서울시내 곳곳에서 만나는 귀향행렬을 마주하며 어린 가슴은 절로 부자가 된 듯 했다.

 

 그런데 이제 그 명절이 이혼 지뢰밭이 되었단다. 명절만 지나면 이곳저곳에서 이혼소송이 이어진다니 이 어인 일인가? 5년 전 결혼한 직장인 여성 A(40)씨는 지난 추석 친정엄마로부터 어렵게 임신했으니 이번 추석엔 집에서 쉬라는 조언을 들었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기차 타면 금방인데 얼굴만 비추라A씨 부부를 부산 본가로 불렀다. A씨는 차례를 지내는 동안 앉지도 못하고 부엌에 서서 일만 하는 형님 동서들을 목격했다. 또 며느리들이 설거지하는 동안 거실에서 과일을 먹는 시댁 식구들을 허탈한 표정으로 지켜봐야 했다. A씨는 즉시 여동생에게 전화해 이혼보다 파혼이 낫다며 결혼 전 명절 기간에 시댁에 가볼 것을 조언했다.

 

 회사 선배와 2년 전 결혼한 대기업 대리 B(31·)씨는 작년 추석 충격적인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번에는 전을 부치지 말자는 남편의 말에 시어머니가 며느리가 시켰느냐고 다그친 뒤 전화를 걸어 요즘 군기가 빠진 것 같다고 화를 낸 것이다. B씨는 남편은 집안 분위기가 워낙 가부장적이니 네가 좀 이해해달라는 입장인 반면 오히려 친정 부모님이 참고 살 필요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명문대를 졸업한 뒤 대기업에 취직한 딸이 시댁에만 가면 부엌데기가 되는 것에 본인보다 친정 부모가 더 울화통을 터뜨린다는 것이다.

 

 명절 이후엔 어김없이 부부 관계 파탄이란 후유증이 몰려온다. 가장 대표적인 명절 이혼 사유는 고부갈등형이다. 전문가들은 고부갈등은 주로 효도와 체면을 중시하는 중년 남성이 어머니와 아내 간 중재에 실패하면서 발생한다고 분석한다. 중년 여성의 경우 시간이 지나며 친정과 이해관계가 줄어드는 반면 중년 남성은 원가족의 의미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내에게 대리 효도를 강요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이다.

 

 과거엔 기혼 여성이 시댁과 겪는 갈등이 두드러졌다면 최근엔 기혼 남성이 처가와 겪는 갈등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출가외인이라는 개념은 옛말이 된 듯하다. 이혼 과정에서 친정 부모가 소송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명절이 이혼지뢰밭이라는 개념을 탈피하려면 어떤 경우에도 부부를 1순위에 놓는 것이 중요하다. 부부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과 배우자인데, 이를 망각하게 되면 내 부모를 순위에 놓고 배우자에게 내 부모에 대한 효도를 강요하게 되는 것이다. 평소에 하지 못한 효도를 명절이라는 이유로 배우자에게 강요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배우자와 나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명절은 명절이어야 한다. 먼 이국땅에 살고 있는 우리는 명절의 향수를 잊은 지 오래다. 물론 온 집안이 이민을 온 행복한 가문도 있지만 말이다. 바쁘게 돌아치다가도 명절이 되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잊고 있던 집안 친척을 돌아보는 모습이 우리 한국의 아름다운 정서이다. 하지만 경제우선주의, 핵가족이 일반화되면서 그 명절이 이혼 지뢰밭이 되는 비극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희생, 섬김, 우리나라 특유의 정()문화가 사라진 명절은 이제 의미가 없는듯하다. 고향집 대문을 들어서면 수줍은 미소로 다가서는 형수님의 모습이 저만치 어른거린다. 성인 89%명절은 여성에 스트레스라고 답했다니 이제 그 어린 시절에 잠못자며 기다리던 명절의 추억은 지워야 할 듯 하다.


  1. 인생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유학생 부부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보기에도 퍽 아름답고 유익한 신앙인들의 모임이었다. 먼 이국땅에서 낮선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며 사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한다. 짧은 언어로 일하면서 공부하는 유학생활은 참으로 버거운 과정이다. 같은 ...
    Views57882
    Read More
  2. 인생을 살아보니

    젊을때는 긴장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스쳐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달려 나가는 청춘은 힘겹고 모든 것이 낯설다. 넘어지고 깨어지고 실수하지만 멈출 수도 없다. 학업, 이후의 취업. 그리고 인륜지대사 결혼. 이후에는 더 높은곳을 향...
    Views7544
    Read More
  3. 인생을 3D로 살라!

    바야흐로 3D 시대가 열렸다. 3D란 “Three Dimensions, Three Dimensional”의 약자로 수학에서 공간 내에 있는 점 등의 위치를 나타내기 위해 필요한 축의 개수를 말한다. 평면에 포함된 한 점의 위치를 지정하는 데에는 두 개의 숫자가 필요하다....
    Views60982
    Read More
  4. 인생은 집 짓는 것

    어쩌다 한국에 가면 좋기는 한데 불안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정든 일가친척들이 살고 있는 곳, 그리운 친구와 지인들이 즐비한 곳, 내가 태어나고 자라나며 곳곳에 추억이 서려있는 고국이지만 일정을 감당하고 있을 뿐 편안하지는 않다. 왜일까? 내 ...
    Views21279
    Read More
  5. 인생은 무엇인가? 7/19/2014

    날이 점점 무더워지고 있다. 한국에는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이다. 지루하지만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들을 지어내던 기억이 새롭다. 빗속에 동화가 있고 저만큼 다가오는 추억이 있었다. 미국은 온통 초록색 향연이다. 그래서 ...
    Views64888
    Read More
  6. 인생 참 아이러니하다

    가수 소향, 그녀를 처음 본 것은 한국 양재동 횃불회관에서였다. SBS 관현악 김정택 단장이 친히 사회를 보며 진행되었는데 집회가 한창 무르익어 갈 즈음에 생소한 CCM 가수가 소개된다. 12월이서인지 자매는 “오, 거룩한 밤”을 불렀다. 특이한 ...
    Views26257
    Read More
  7. 인내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건강도 기회가 있다. 젊을 때야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가 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만 과식을 해도 속이 부대낀다. 그렇게 맛있던 음식이 땡기질 않는다. 지난 주간 보고 싶었던 지인과 한식당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5개월 만에 외식이었다. 얼굴이 ...
    Views21217
    Read More
  8. 이혼 지뢰밭

    어린 시절에 명절은 우리의 꿈이었고 긴긴날 잠못자게 하는 로망이었다. 가을 풍경이 짙어진 고향산천을 찾아가는 기쁨, 집안사람들을 모두 만나는 자리, 또래 친척 아이들을 만나 추억을 만드는 동산, 모처럼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
    Views30130
    Read More
  9. No Image

    이태백

    칼럼 제목을 보고 옛날 당나라의 풍류 시인 “이태백”을 떠올렸다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의 약자이다. 희망에 부풀어 살아야 할 청년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이다. 실로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Views5719
    Read More
  10. No Image

    이제, 희망을 노래하자!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펼쳐질 미지의 세계에 대해 기대감을 가진다.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연초에 쏟아지는 예측은 사람들의 희망을 앗아간다. 무엇보다 예민한 것은 경제전망이다. 꼭 맞아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그...
    Views4109
    Read More
  11. 이제 문이 열리려나?

    어느 건물이나 문이 있다. 문의 용도는 출입이다. 들어가고 나가는 소통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요사이 다녀보면 문이 다 닫혀있다. 상점도, 음식점도, 극장도, 심지어 열려있어야 할 교회 문도 닫힌 지 오래이다. COVID-19 때문이다. 7년 전, 집회 인도 차 ...
    Views21539
    Read More
  12. 이제 끊으시지요? 9/19/2014

    한 남자의 고백이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에 일어난 일을 어렴풋이 기억해 냈다. “고 3이 되면 대학입시 공부를 해야 하니 마지막으로 실컷 놀아보자.”고. 마침 생일이 되어 가까운 친구들을 집에 모아 파티를 열었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푸짐한 ...
    Views71493
    Read More
  13. 이사도라

    아직 젊다고 우기면 우길 수도 있는 나이지만 생을 되돌아보면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아련한 추억이 있다.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이 나이가 들수록 실감이 난다. ‘나이 들어감’에 대해 이젠 체념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왜 살...
    Views15385
    Read More
  14. 이민 전설 10/8/2011

    한국 사람은 한국에서 살아야 한다. 익숙한 것이 행복의 절대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미국에서 살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어떻게 미국에 오시게 되셨습니까?” 사연은 가지가지이다. 그중에서도 가족들이 영주권을...
    Views71715
    Read More
  15. 이마고를 아십니까? 1/9/2015

    미국에서 “가장 행복한 미국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돈이나 건강, 학력, 직업, 외모’가 행복지수와는 결정적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족 관계가 가장 좋은 사람, 그 중 부부관계가 좋...
    Views64928
    Read More
  16. 이마고(IMAGO)를 아십니까?

    현세에 일어나는 위기는 다양하다. 경제적 공황, 불신, 고립, 이제는 역병까지. 하지만 가장 큰 위기는 가정이다. 가정은 삶의 최전선이다. 가정이 흔들리니 관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고 사회 전반의 구조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전 세계의 기독...
    Views15295
    Read More
  17. No Image

    이름이 무엇인고?

    사람은 물론 사물에는 이름이 다 붙는다. 10년 전 고교선배로부터 요크샤테리아 한 마리를 선물 받았다. 원래 지어진 이름이 있었지만 온 가족이 마주 앉아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기로 하였다. 갑론을박 끝에 “쵸코”라는 이름이 나왔다. “...
    Views30094
    Read More
  18. 이름 묘학

    사람은 만나면 이름을 묻는다. 이상하리만큼 이름이 그 사람의 인상과 조화를 이룬다. 때로는 이름을 물어놓고도 반응하기 어려울 만큼 희한한 이름도 있다. 참 묘하다. 이름이 그래서 인지, 아니면 이름을 부르다보니 그런 것 인지? 이름과 그 사람의 분위기...
    Views70941
    Read More
  19. 이런 인생도 있다 11/6/2011

    지난 초여름 한국을 뒤집어 놓은 사건이 있었다. 케이블·위성 방송 오락채널인 ‘티브이엔’이 야심차게 방영한 “코리아 갓 탤런트” 첫 회에 출연한 “최성봉”이란 젊은이 때문이었다. “코리아 갓 탤런트&rdqu...
    Views68962
    Read More
  20. No Image

    이런 인생도 있다

    지극히 평범한, 아니 처절하리만큼 모진 삶을 살다가 미국 한복판에서 미군 고급장교로 인생을 마무리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서진규 씨의 기사를 접하고 혀를 내둘렀다. 학력이 뛰어났다든가? 어릴때부터 머리가 명석했다든가? 명문가문에서 태어난 분이 ...
    Views387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