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4218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김일.jpg

 

 

  “엄마, 오늘은 제발 보리밥 싸지 마세요.”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열면 널브러져 나를 바라보는 보리밥이 너무 미웠다. 거기다가 단골 반찬은 무말랭이와 콩장이었다. 내 짝꿍 근웅이는 약국집 아들이라 그런지 항상 밥 위에는 노오란 계란이 덮여 있었다. 그게 왜 그리 부러웠던지? 바야흐로 풍요의 시대가 열렸다. 이상하다. 어린 시절에는 그렇게 맛있던 음식이 이제는 옛 맛이 느껴지질 않는다. 김도 어릴 때 먹던 맛이 아니고, 계란 맛도 예전 같지 않다.

 

  음식뿐이 아니다. 눈과 귀도 고급화 되어가는 것 같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텔레비전이 없었다. T.V.는 고사하고 변변한 라디오도 없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이던가? 이장 댁에서 방송기계를 구비해 놓고 집집마다 연결 해 스피커를 설치하였다. 하루 종일 KBS만 흘러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그 자그마한 스피커에 우리는 울고 웃었다.

 

  아침이면 들려오는 미국의 소리는 잡음이 하도 심해서 들렸다 안 들렸다 했지만 장기범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낭랑하기만 했다. 우리 아이들의 최고 인기 프로는 국군의 방송이었다. 특히 총소리가 많이 나오는 드라마는 우리의 가슴을 들뜨게 하였다. 지게 작대기나 막대기를 들고 아랫입술을 털며 내던 기관총 소리. 이산 저산을 뒹굴며 우리는 총싸움을 했다. 그럴듯한 포즈를 잡으며 마치 용감한 국군 용사라도 된 것처럼 편을 갈라 드라마 흉내를 냈다. 얼마 후 트랜지스터가 나오면서 듣는 방송이 다양화 되었다.

 

  드디어 텔레비전 시대가 도래했다. T.V.는 또 다른 세계였다. 그 당시 텔레비전을 가진 가구는 특수층이었다. 텔레비전을 가지고 있는 아이는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 텔레비전 보여줄까?” 이 한마디에 그에게서는 엄청난 카리스마(?)가 풍겼다.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시청하던 드라마. 흑백 T.V.에 지금 생각하면 허술한 세트였지만 그때 드라마는 몸의 전율이 일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1970TBC를 통해 방영된 아씨”. 72KBS여로는 아직도 우리세대 가슴에 남아있다.

 

  텔레비전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프로 레슬러 김일이다. 어쩌다 프로레슬링 경기가 열리면 지금 월드컵 축구 경기가 열리듯 온 동네가 술렁거렸다. 그때에는 군청에서 커다란 T.V.를 건물 창으로 보게 하여 군청 마당 응원이 펼쳐졌다. 어린 눈으로 본 김일 선수는 멋이 있었다. 타국 선수들이나 다른 한국 선수들은 인상이 가벼워 보이지만 김일은 언제나 무표정한 얼굴에 믿음직스러웠다.

 

  호랑이와 담뱃대가 그려진 비단 가운을 입고 링에 오르는 김일. 가운을 벗어젖히면 근육질의 몸이 드러난다. 레슬링 경기를 볼 때마다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김일은 금방 상대 선수를 쓰러뜨리지 않는다. 처음에는 일방적으로 당하고, 어떤 경우에는 무참하게 맞기만 한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그의 이마가 상대방의 이마에 작렬한다. 김일의 주무기인 박치기가 작동하는 찰나이다. 김일이 박치기를 하면 안 쓰러지는 선수가 없었다. 통쾌하기 그지없었다.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 김일은 우리의 자존심이었고, 민족의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 치유자였다. 정말 김일은 한국이 낳은 황금이마였다. 그가 박치기로 거구의 서양레슬러들을 쓰러 뜨릴때에 우리도 함께 응원하며 김일의 박치기 흉내를 냈다. 아무것이나 들이받으면서 친구들은 점점 머리가 나빠지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다는 미국 한복판에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풍요 속에 파묻혀 소중한 것들을 다 망각 해 버린 것 같다. 행복 지수는 점점 낮아져만 간다. 까마득한 옛날이야기지만 추억을 가슴에 간직하고 사는 사람이 부자이다. 눈을 감고 생각하면 그때는 모든 것이 소중했다. 이 더운 여름, 잠시 생각의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가자. 그리고 어린 날 마냥 행복 해 했던 그 순간에 머물며 지친 삶을 잠시 추스려 보자. 소박하지만 순수하고 행복했던 날들을 기억 해 보자.

 


  1. No Image

    발달장애 가족 이야기

    작년 가을, 밀알 소풍을 가는 날이었다. Park로 출발하기 앞서 밀알선교센터에 모이기 시작했고 부모의 차를 타고 장애아동들이 당도하고 있었다. 한 어머니가 아들을 라이드하고 돌아서는 순간. 밀알에 나와 봉사하던 한 분이 놀란 눈으로 어머니의 손을 움...
    Views1141
    Read More
  2. No Image

    숨겨져 있는 것에 소중함

    모든 것이 빨리 드러나기를 바라는 조급증이 사람들 마음에 도사리고 있다. 애를 쓴 만큼 열매가 맺어지기를 기대하며 인생은 달리고 있다. 학생들은 공부한 만큼 좋은 성적이 오르기를 애타게 갈망한다. 부모는 어린 자녀들이 속히 성장하여 앞가름하며 살기...
    Views1274
    Read More
  3. No Image

    상처는 스승이다

    인생은 철모르는 어린아이 때 기대했던 것처럼 그리 녹록지 않았다. 굽이굽이 고비를 넘어야 했고, ‘이제 편한 세상이 되었나보다!’하면 어느새 무엇인가 꿈틀거리며 다가와 찔러 댔다. 생존은 마치 전쟁터 같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우리는 이민...
    Views1648
    Read More
  4. No Image

    아버지를 만나야 한다

    그의 아버지는 항상 완고했다. 때로는 가정폭력을 행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가 싫었다. 나이가 들어가며 아들로 기본예의는 갖추었지만 누구처럼 아버지에게 살갑게 다가가지 못했다. 결국 그는 상담을 받게 되었고, 조언을 받아들여 아버지와의 ...
    Views1833
    Read More
  5. 아, 정겨운 봄날이여!

    “어느 계절을 가장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 취향은 다양하다. 하지만 춥고 지루하고 변덕스러운 겨울을 지나 맞이하는 봄은 누구나에게 포근함을 안겨준다. 봄은 희망이다. 봄은 말 그대로 봄(view)이다. 죽은 듯 보이던 대지에서 파아란 새싹이...
    Views3028
    Read More
  6. No Image

    ‘호꾸’와 ‘모난 돌’

    갑자기 중 · 고 시절 입던 교복이 생각났다. 까만색 교복에 모자까지 눌러쓰고 다녀야 하는 세월이 무려 6년이었다. 하복은 그렇다치고 동복에는 ‘호꾸’라는 것이 있었다. 하얀색 얇은 플라스틱으로 된 칼라를 목 안쪽에 장착하고 채워야...
    Views2607
    Read More
  7. No Image

    데이모스의 법칙

    삶은 생각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잠에서 깨어나면서 하루 종일 생각하며 산다. 과연 내 삶을 스치는 생각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말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난다”는 표현이 있다. 그렇다. 묘하게도 사람은 하루에 5만~6만 가지 생각을 한다. ...
    Views2919
    Read More
  8. No Image

    결혼하고는 완전 다른 사람이예요!

    결혼 3년 차에 접어든 새댁이라면 새댁이 내뱉은 말이다. 연애할 때는 그렇게 친절하고 매너가 좋았는데. 그래서 ‘이 남자하고 살면 마냥 행복할 줄 알았는데’ 결혼해 살아보니 “말짱 꽝”이다. 연애 할 때는 이벤트로 깜짝깜짝 놀라...
    Views3239
    Read More
  9. No Image

    H-MART에서 울다

    희한하다. 딸은 나이가 들어가며 엄마를 닮아간다. 사춘기 시절 엄마가 다그칠때면 “난 엄마처럼 안 살거야” 외쳐댔다. 그런데 지금 내 모습이 엄마를 너무도 닮았다. 아이들을 야단치며, 거친 말을 내뱉을 때 스스로 놀란다. 그렇게 듣기 싫은 ...
    Views3315
    Read More
  10. No Image

    이런 인생도 있다

    지극히 평범한, 아니 처절하리만큼 모진 삶을 살다가 미국 한복판에서 미군 고급장교로 인생을 마무리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서진규 씨의 기사를 접하고 혀를 내둘렀다. 학력이 뛰어났다든가? 어릴때부터 머리가 명석했다든가? 명문가문에서 태어난 분이 ...
    Views3243
    Read More
  11. No Image

    하트♡

    우리가 사용하는 말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사랑”이다. 사람을 사랑속에 태어나 사랑을 받고 사랑으로 양육되어진다. 간혹 어떤 분들은 “자신은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면밀히 삶을 돌이켜보면...
    Views3504
    Read More
  12. No Image

    있을 수 없는 일?

    가끔 정신이 ‘멍’해지는 뉴스를 접할때가 있다. 상상이 안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있을 수 없는일이 벌어졌다”고 말한다. 밀알선교단 창립 45주년 행사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지인과 서울을 오가다가 성수대교를...
    Views3457
    Read More
  13. No Image

    “자식”이란 이름 앞에서

    누구나 태어나면 자녀로 산다. 부모가 능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 그늘 아래에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나이가 들어서야 깨닫게 된다. 철없이 투정을 부리고 때로는 부모의 마음을 속타게 하며 자라난다. 장성하여 부모가 되고 나면 그분들의 노고와 ...
    Views3230
    Read More
  14. No Image

    오체불만족

    일본인 ‘오토다케’는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이 태어났다. 산모가 충격을 받을까봐 낳은 뒤 한 달 후에야 어머니와 첫 만남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는 놀라지도 않고 “귀여운 우리 아기”라고 말하며 아가를 끌어안는다...
    Views3460
    Read More
  15. No Image

    화장은 하루도 못가지만

    낯선 사람과 마주치며 느끼는 감정이 첫인상이다. 어떤 실험 결과에 의하면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①복장(服裝) ②헤어스타일 ③얼굴 표정 ④목소리 톤, 말투 ⑤자세로 밝혀졌다. 첫인상과 관련해서 ‘6초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겨우 6...
    Views3007
    Read More
  16. No Image

    '무’(無)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한 왕이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무’(無)라고도 하고 ‘영’(靈)이라도 했다. ‘그’라고 부르기는 하겠지만 그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다. 형체도 모양도 없었다. 실제는 그의 이름도 없었다. &ls...
    Views3326
    Read More
  17. No Image

    이제, 희망을 노래하자!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펼쳐질 미지의 세계에 대해 기대감을 가진다.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연초에 쏟아지는 예측은 사람들의 희망을 앗아간다. 무엇보다 예민한 것은 경제전망이다. 꼭 맞아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그...
    Views3628
    Read More
  18. 윤슬 =2024년 첫 칼럼=

    아버지는 낚시를 즐기셨다. 공직생활의 여유가 생길때마다 도구를 챙겨 강을 찾았다. 지금처럼 세련된 낚시가 아닌 미끼를 끼워 힘껏 강으로 던져놓고 신호를 기다리는 “방울낚시”였다. 고기가 물리면 방울이 세차게 울린다. 아버지는 잽싸게 낚...
    Views3489
    Read More
  19. No Image

    무슨 “띠”세요?

    2023년이 가고 2024년이 밝아온다.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다가 나이를 물으면 바로 “몇살입니다.”라고 대답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대개 “저는 몇 년생입니다.”로부터 “저요? ○○ 띠입니다.”라고 해서 한참을 계산해야...
    Views3291
    Read More
  20. No Image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어느새 세월이 흘러 2023년의 끝자락이 보인다. 한해가 저물어감에 아쉬움이 밀려오지만 마음이 서럽지 않은 것은 “크리스마스”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의 축제날이다.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의 아들 예...
    Views321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