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8.11.09 14:47

어르신∼

조회 수 3804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노년.jpg

 

      

 

  노인복지원에서 일하는 지인을 만나기 위해 로비에 들어섰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한참이나 누구계세요. 사람 없습니까?” 외치고 있는데 스탭인 듯한 여성이 나타난다. “, ○○○씨를 만나려고 왔는데요.” 인터폰으로 다가간 여성은 누구시라고 할까요?” 묻는다. 나는 , ? 제가 카톡으로 할께요. 됐습니다.” 그때 여성이 다시 물어온다. “어르신, 제가 호출해 드릴께요.” 갑자기 뒷통수에서 굉음이 났다. ‘. 어르신?’ 돌연 멘붕에 빠졌다. 처음 들어보는 호칭이었다. 보통 필라에서 사람들은 나를 목사님하고 알아보는데 이 여성은 나를 전혀 모르는 듯하였다. 그러면서 대번 어르신이라 부른 것이다.

 

  나는 나이보다 다들 젊어 보인다고 한다. 그것을 굳건히(?) 믿으며 나는 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 어르신이라고 부르는 최초의 여성을 만난 것이다. 그때 건물 한켠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목사님, 목소리 같아 나왔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또 다른 분이 등장한 것이다. “하이고 아직 여기 계셨군요. ○○○씨를 만나러 왔는데 저 분이 나보고 어르신이라고 하네요.” 마치 아이가 엄마에게 일러바치듯 말을 하자 그분이 되받아친다. “어르신은 어르신이지요. ?” 그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 내가 어르신이 되어있구나!’

 

  20대 후반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집을 나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가 오기를 고대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때 한 여성이 나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아저씨, 내가 ○○을 가려고 하는데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나요?” ‘아저씨? 방금 나에게 한 말인가? 나는 아직 그 말을 들을 나이가 아닌데그렇게 나는 아저씨가 되었다. 그 충격 이상의 호칭이 방금 듣는 어르신이었다. 나는 주기적으로 양로원을 찾아 예배를 인도한다. 설교 중에 마땅한 호칭이 없어 어르신들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를 향해 어르신이라고?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절친 목사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마주앉았다. 20대 초반에 만나 우정을 나누는 사이라 우리의 대화는 허물이 없었다. 대화 중에 자조적인 외침이 나왔다. “나는 쉰 살은 정말 되기 싫다친구도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가파르게 50대를 가로지르더니 나이가 들수록 속도가 빨라진다고 하더니 숨을 고를 여우도 없이 나이는 숫자에 숫자를 허락도 없이 포개고 포개버렸다. 하지만 어르신은 정말 싫다. 그 호칭은 이제 60대 후반이나 70대에 접어든 분들에게 써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서 깨달았다. 젊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의 큰 착각이었다고. 젊어 보이는 것과 젊은 것은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마음은 아직 청춘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왜 사람을 만드실 때에 육신의 나이가 더하듯이 마음도 함께 늙어가도록 지으시지 않으셨을까? 몸의 원재료는 흙이다. 나이가 드니 피부의 탄력이 떨어지고 기운도 옛날 같지 않다. 그런데 마음은 그렇지가 않다. 이유는 몸은 물질이지만 마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인데 어른스러운 아이가 있다. 비정상이다. 너무 어릴 때부터 세파에 부딪혀 일찍 철이 난 것이다. 건강하지 않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 그래야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게 늙어간다. 그럼 나이가 들어가면 어때야 할까? 무게를 잡고 어른행세를 해야 할까? 그것은 아닌 것 같다. 품위는 유지하되 건강을 관리하듯이 마음도 잘 가꾸어야 한다. 어떠한 세대를 만나건 풍요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넉넉함이 있어야 한다. 가르치려하기보다 상대방에 말을 경청하는 태도를 가지고 배려해 주는 푸근한 어르신을 모두가 바라는 것 같다.

 

  나이에 걸맞는 삶을 사는 사람이 진정한 멋쟁이인 것 같다. 사람들은 몸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 늙었다고 판단하는 타성을 지니고 있다. 결코 늙을 수 없는 마음을 늙었다고 생각하는 그자체도 심각한 문제이다. 몸이란 나이를 먹으면 노쇠해지고 활력이 떨어지지만 마음은 세월과 더불어 연륜이 쌓이고 지혜가 충만해진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늙지 말고 익어가자. 노년이 아닌 숙련의 삶을 살아가자.

 


  1. No Image

    숨겨져 있는 것에 소중함

    모든 것이 빨리 드러나기를 바라는 조급증이 사람들 마음에 도사리고 있다. 애를 쓴 만큼 열매가 맺어지기를 기대하며 인생은 달리고 있다. 학생들은 공부한 만큼 좋은 성적이 오르기를 애타게 갈망한다. 부모는 어린 자녀들이 속히 성장하여 앞가름하며 살기...
    Views8
    Read More
  2. No Image

    상처는 스승이다

    인생은 철모르는 어린아이 때 기대했던 것처럼 그리 녹록지 않았다. 굽이굽이 고비를 넘어야 했고, ‘이제 편한 세상이 되었나보다!’하면 어느새 무엇인가 꿈틀거리며 다가와 찔러 댔다. 생존은 마치 전쟁터 같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우리는 이민...
    Views1184
    Read More
  3. No Image

    아버지를 만나야 한다

    그의 아버지는 항상 완고했다. 때로는 가정폭력을 행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가 싫었다. 나이가 들어가며 아들로 기본예의는 갖추었지만 누구처럼 아버지에게 살갑게 다가가지 못했다. 결국 그는 상담을 받게 되었고, 조언을 받아들여 아버지와의 ...
    Views1384
    Read More
  4. 아, 정겨운 봄날이여!

    “어느 계절을 가장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 취향은 다양하다. 하지만 춥고 지루하고 변덕스러운 겨울을 지나 맞이하는 봄은 누구나에게 포근함을 안겨준다. 봄은 희망이다. 봄은 말 그대로 봄(view)이다. 죽은 듯 보이던 대지에서 파아란 새싹이...
    Views1673
    Read More
  5. No Image

    ‘호꾸’와 ‘모난 돌’

    갑자기 중 · 고 시절 입던 교복이 생각났다. 까만색 교복에 모자까지 눌러쓰고 다녀야 하는 세월이 무려 6년이었다. 하복은 그렇다치고 동복에는 ‘호꾸’라는 것이 있었다. 하얀색 얇은 플라스틱으로 된 칼라를 목 안쪽에 장착하고 채워야...
    Views1652
    Read More
  6. No Image

    데이모스의 법칙

    삶은 생각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잠에서 깨어나면서 하루 종일 생각하며 산다. 과연 내 삶을 스치는 생각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말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난다”는 표현이 있다. 그렇다. 묘하게도 사람은 하루에 5만~6만 가지 생각을 한다. ...
    Views2469
    Read More
  7. No Image

    결혼하고는 완전 다른 사람이예요!

    결혼 3년 차에 접어든 새댁이라면 새댁이 내뱉은 말이다. 연애할 때는 그렇게 친절하고 매너가 좋았는데. 그래서 ‘이 남자하고 살면 마냥 행복할 줄 알았는데’ 결혼해 살아보니 “말짱 꽝”이다. 연애 할 때는 이벤트로 깜짝깜짝 놀라...
    Views2814
    Read More
  8. No Image

    H-MART에서 울다

    희한하다. 딸은 나이가 들어가며 엄마를 닮아간다. 사춘기 시절 엄마가 다그칠때면 “난 엄마처럼 안 살거야” 외쳐댔다. 그런데 지금 내 모습이 엄마를 너무도 닮았다. 아이들을 야단치며, 거친 말을 내뱉을 때 스스로 놀란다. 그렇게 듣기 싫은 ...
    Views2950
    Read More
  9. No Image

    이런 인생도 있다

    지극히 평범한, 아니 처절하리만큼 모진 삶을 살다가 미국 한복판에서 미군 고급장교로 인생을 마무리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서진규 씨의 기사를 접하고 혀를 내둘렀다. 학력이 뛰어났다든가? 어릴때부터 머리가 명석했다든가? 명문가문에서 태어난 분이 ...
    Views2467
    Read More
  10. No Image

    하트♡

    우리가 사용하는 말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사랑”이다. 사람을 사랑속에 태어나 사랑을 받고 사랑으로 양육되어진다. 간혹 어떤 분들은 “자신은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면밀히 삶을 돌이켜보면...
    Views2528
    Read More
  11. No Image

    있을 수 없는 일?

    가끔 정신이 ‘멍’해지는 뉴스를 접할때가 있다. 상상이 안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있을 수 없는일이 벌어졌다”고 말한다. 밀알선교단 창립 45주년 행사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지인과 서울을 오가다가 성수대교를...
    Views2730
    Read More
  12. No Image

    “자식”이란 이름 앞에서

    누구나 태어나면 자녀로 산다. 부모가 능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 그늘 아래에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나이가 들어서야 깨닫게 된다. 철없이 투정을 부리고 때로는 부모의 마음을 속타게 하며 자라난다. 장성하여 부모가 되고 나면 그분들의 노고와 ...
    Views2591
    Read More
  13. No Image

    오체불만족

    일본인 ‘오토다케’는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이 태어났다. 산모가 충격을 받을까봐 낳은 뒤 한 달 후에야 어머니와 첫 만남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는 놀라지도 않고 “귀여운 우리 아기”라고 말하며 아가를 끌어안는다...
    Views2591
    Read More
  14. No Image

    화장은 하루도 못가지만

    낯선 사람과 마주치며 느끼는 감정이 첫인상이다. 어떤 실험 결과에 의하면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①복장(服裝) ②헤어스타일 ③얼굴 표정 ④목소리 톤, 말투 ⑤자세로 밝혀졌다. 첫인상과 관련해서 ‘6초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겨우 6...
    Views2396
    Read More
  15. No Image

    '무’(無)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한 왕이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무’(無)라고도 하고 ‘영’(靈)이라도 했다. ‘그’라고 부르기는 하겠지만 그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다. 형체도 모양도 없었다. 실제는 그의 이름도 없었다. &ls...
    Views2597
    Read More
  16. No Image

    이제, 희망을 노래하자!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펼쳐질 미지의 세계에 대해 기대감을 가진다.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연초에 쏟아지는 예측은 사람들의 희망을 앗아간다. 무엇보다 예민한 것은 경제전망이다. 꼭 맞아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그...
    Views2834
    Read More
  17. 윤슬 =2024년 첫 칼럼=

    아버지는 낚시를 즐기셨다. 공직생활의 여유가 생길때마다 도구를 챙겨 강을 찾았다. 지금처럼 세련된 낚시가 아닌 미끼를 끼워 힘껏 강으로 던져놓고 신호를 기다리는 “방울낚시”였다. 고기가 물리면 방울이 세차게 울린다. 아버지는 잽싸게 낚...
    Views2924
    Read More
  18. No Image

    무슨 “띠”세요?

    2023년이 가고 2024년이 밝아온다.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다가 나이를 물으면 바로 “몇살입니다.”라고 대답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대개 “저는 몇 년생입니다.”로부터 “저요? ○○ 띠입니다.”라고 해서 한참을 계산해야...
    Views2587
    Read More
  19. No Image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어느새 세월이 흘러 2023년의 끝자락이 보인다. 한해가 저물어감에 아쉬움이 밀려오지만 마음이 서럽지 않은 것은 “크리스마스”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의 축제날이다.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의 아들 예...
    Views2480
    Read More
  20. No Image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

    나는 어린 시절을 시골(양평)에서 자랐다. 집 앞에 흐르는 실개천에 한여름 장마가 찾아오면 물의 깊이와 흐름이 멱감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물이 불어난 그곳에서 온 종일 아이들과 고기를 잡고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 동네 뒤편에는 병풍을 두른 듯 동산이 ...
    Views255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