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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9 18:38

'무’(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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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한 왕이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무’(無)라고도 하고 ‘영’(靈)이라도 했다. ‘그’라고 부르기는 하겠지만 그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다. 형체도 모양도 없었다. 실제는 그의 이름도 없었다. ‘무’(無)가 이 땅에 온 것이다. 그는 이전에 살았던 어느 누구도 아니고 앞으로 태어날 그 누구와도 달랐다. ‘무’(無)는 아주 독특했고 유일했다. 복사본이 아니고 원본이고, 베스트가 아니고 온리원이었다. 그러나 ‘무’(無)는 자기의 모습을 스스로는 볼 수가 없었다. 자신을 돌보는 사람들의 눈에 비쳐진 모습이 바로 자기인 줄 알고 살게 된다.

 

 무는 정말 운이 없었다. 그를 돌보는 사람들이 소경은 아니었지만 각기 자기 나름대로의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들도 그 안경을 자기들이 쓰고 싶어서 쓴 것은 아니었다. 대개가 ‘무’(無)처럼 그를 키운 사람들이 씌워 준 안경이었던 것이다. 그들의 안경에는 색이 칠해져 있었고 굴절이 있어 제대로 비춰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무’(無)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오히려 ‘무’(無)를 자기들이 보는 색깔대로 보고 자기들이 보는 모양대로 보도록 갖은 수단을 통해 길들이고 가르쳤다.

 

 자기들처럼 보는 ‘무’(無)는 사랑을 받고 칭찬을 받았다. ‘무’(無)는 성장하면서 조금씩 깨닫기 시작을 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내가 진짜 내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이 보는 것이 일그러져 있고 모자이크된 것이며 색이 칠해져 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알게 된다. 그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방황도 한다. 그러자 사람들이 걱정을 하고 비난을 한다. 심지어는 “위험하다”고 정죄까지 하고 “미쳤다”고 감금까지 한다.

 

 견디다 못한 ‘무’(無)는 편히 살기로 작정을 한다. 그냥 ‘다른 사람들이 사는대로 그렇게 살아가기’로 작정을 한다. 같은 색깔의 안경을 맞추어 나간다. 같이 모자이크 된 안경을 찾는다. 그래서 이제는 자기를 보는 것이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보는 것과 일치하게 만든다. 그럴수록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퇴근길이나, 저녁노을이 질 때에, 한 밤중에 잠을 깨어 자신의 숨소리를 스스로 들으며 상념에 잠긴다. 병상에 누워 있는 친구를 위로하고 돌아서 나올때면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이게 나인가?’하는 의심이 올라온다. ‘이게 진짜 나의 목소리이고, 이게 진짜로 내가 살고 싶은 삶인가?’하는 물음을 되풀이 한다. ‘무’(無)는 그 물음에 답을 못한다. 점점 답답하고 외로워진다.

 

 무엇을 해도 속이 ‘텅’비어 있고 무엇을 해도 채워지지를 않는다. 안개 속을 달려 봐도, 커피를 마셔 보아도 ‘빈 노트’이다. 그때 만난 것이 ‘돈’이고 ‘권력’이고 ‘술’이고 ‘담배’이다. ‘도박’이고 ‘스포츠’이고 ‘화학물질’이고 ‘섹스’이고 ‘일’이다. 이런 것들로 ‘무’(無)는 그 공허감을 채워 간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공허감을 잠시 채워 주는 듯하더니 혼돈은 그 깊이를 더해간다. ‘무’(無)는 강도를 더해 더 많은 돈과 권력과 술과 마약, 일을 찾게 된다. 이젠 이런 것들이 없이는 한시도 살지 못하는 ‘무’(無)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무’(無)의 마음이 고요해지거나 홀로 있게 될 때에는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서, 아주 깊은 데서 들려오는 한 음성이 있었다. “나를 봐주세요. 나를 잊지 말고 제발 나를 기억해 줘. 나를 다시 찾고 기억해줄 사람은 나 밖에 없는데. 내가 나를 잊고 사니 내가 어떻게 되겠어.”

 

 끝내 ‘무’(無)는 자기를 자기의 눈으로 보아주지 못한다. 끝내 ‘무’(無)는 나를 알지 못했다. ‘무’(無)는 술에 취하거나 일을 할 때도 심지어는 그토록 원하는 성공을 하고서도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면서 ‘무’(無)도 다른 사람들처럼 살았다고 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그 ‘무’(無)가 당신이다. 나는 원래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그런데 자라나며 색깔, 냄새, 위치, 별난 옷이 입혀지며 그런 존재인 줄 알고 산다. 찾아야 한다. 나를! 주님은 물으신다. “아담아, 네가 어디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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