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6.11.11 18:32

시간이 더디갈 때

조회 수 5691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시간관리.jpg

 

 

 나만 그러는 줄 알았다. 약속시간에 늦어 열심히 자동차 페달을 밟아대지만 신호등은 계속 빨갛게 변하며 나를 멈추게 한다. 넉넉히 시간을 잡고 집을 나서서 ‘약속장소에 너무 일찍 도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신호는 왜 그리 녹색등만 켜대는지! 그런데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다 그렇단다. 인생살이가 그래서 참 묘하다. 미국은 “일광 절약 시간제”(Daylight saving time)를 시행하는 나라이다. 시간을 늦췄다 당겼다하며 봄부터 가을까지 사람들이 나들이를 하기 좋게 조절한다. 그렇게 시간을 마음대로 가게도하고 멈추게도 한다면 세상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사람은 누구나 기다리는 상황에 처하면 시간을 길게 느끼게 된다. 좋아하는 이성 친구에게 보낼까 말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겨우 보낸 문자에 답장을 기다리는 시간. 그 짧은 시간에 ‘혹시나 문자를 잘 못 보내지 않았을까?’ 발신문자를 다시 확인하고 ‘내가 벨소리를 못 들었나?’ 싶어서 자꾸 핸드폰을 열어보게 된다. 1분이 마치 1시간이 되는 듯 기다리는 사람은 점점 목이 타들어 갈지도 모르겠다.

 

 출근길에 지각을 면하려고 겨우 뛰어 들어가 올라탄 엘리베이터. 그런데 그날따라 엘리베이터 문은 쉽게 닫히질 않는다. 닫힘 버튼을 몇 번이고 눌러보지만 녀석은 자기 마음대로이다. 너무 급한 나머지 닫힘 버튼만 누르고 자신이 갈 층수를 누르지 않아 그냥 통과해 버릴 경우에는 암담해 진다. 언젠가부터 모 TV에서 유행된 말이 있다.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결과발표를 멈추며 시간을 지체시키면서 쓰는 멘트이다. 그 1분이 너무도 길게 느껴지는 것은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컴퓨터로 일을 급하게 처리해야 할 때 컴퓨터를 ‘부팅’하는 시간은 길게만 느껴진다. 마트에 들러 쇼핑을 하는데 까지는 속전속결이었는데 ‘아뿔싸!’ 내가 서 있는 계산대에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많은 물건들을 샀는지? 왜 내 계산대에 ‘캐셔’는 그렇게 행동이 굼뜬지, 앞에서 계산하는 사람은 왜 그렇게 할인쿠폰을 들이대며 계산하려 하는지, 안 되는 카드가 왜 그렇게 많은지? 마트 계산대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길게만 느껴진다. 이외에도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순간순간을 경험하며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다.

 

 라면을 익히는 시간은 고작해야 3~5분인데 왜 그리 안 끓는지, 택시를 타고 신호에 걸려 대기할 때 길어야 2분인데 택시미터기는 왜 그리 요금을 빨리도 올려대는지, 합격 발표를 보러갈라치면 시간이 다가오며 1분이 남았을 때에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된다. 회사에서 업무를 보다가 퇴근하기 몇 분 전 왜 이렇게 시간은 더디 가는지? 제대 말년에 병장 계급장을 단 이후에는 전역할 이 시간은 왜 그리 더딘지? 그래서 생겨난 말이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도 돌아간다.”이다.

 

 가장 시간이 안 가는 것은 “금식기도”를 드릴 때인 것 같다. 평상시에 그렇게 잘 가던 시간이 음식을 끊는 그 순간부터 멈춰버린다. 하기야 인생을 돌아보면 하루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시간이 거의 대부분이 아닐까? 날마다 출근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이니까! 약속한 금식이 거의 끝나가며 또 한번 시계바늘은 멈춰버린다. 아내는 아기를 참 힘겹게 낳았다. 요사이는 아가를 출산하는 현장에 아빠도 동참시키는 것이 일반화되었지만 우리 세대는 그렇지 못했다. 산부인과 복도에서 아내의 순산을 기도하며 기다리던 시간은 내 생애에 가장 긴 순간이었으리라.

 

 인생이 길어보이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세월이 날아감을 느낀다. 하루가, 일주일이, 한 달이 왜 그리 ‘휙휙’ 지나가는지? 그러면서도 간혹 더디가는 시간을 야속하게 느끼는 것은 욕심이 과해서일까? 하나님은 젊은 사람에게나 나이든 사람에게나, 부자나 연약한 사람에게나, 어떤 민족, 어떤 처지에 사람에게나 똑같은 시간을 허락해 주신다. 상황에 따라 빠르거나 느리게 느껴질 뿐이다. 흘러가는 세월을 지혜롭게 활용하며 멋지게 빚어내는 책임은 나에게 있을 뿐이다. 시간을 사랑하자. 그리고 고마워하자!


  1. 그것만이 내 세상

    우리 밀알선교단에는 다수의 장애인들과 장애아동들이 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아울러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는 것도 삶이 평탄하지 않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18년 전,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였을때에 전신마비 장애인이 ...
    Views17471
    Read More
  2. 그 애와 나랑은

    갑자기 그 애가 생각났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진학의 꿈을 향해 달리던 그때, 그 애가 나타났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전근을 자주 다니던 아버지(경찰)는 4살 위 누이와 자취를 하게 했다. 그 시대는 중학교도 시험을 쳐서 들어가던...
    Views17598
    Read More
  3. 창문과 거울

    집의 경관을 창문이 좌우한다. 창문의 모양과 방향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시야로 흡수되고 느낌을 풍성히 움직인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통유리가 있는 집에 살고 싶었다. 창을 통해 시원하게 펼쳐진 정원을 바라보는 것이 ...
    Views18074
    Read More
  4. 나무야, 나무야

    초등학교 1학년. 당시 아버지는 경기도 양평 지제(지평)지서에 근무중이셨다. 이제 겨우 입학을 하고 학교생활에 흥미를 가지게 될 5월초였다. 방과 후 집에 돌아와 친구랑 자치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나타나셨다. 그 시간이면 한창 근무할 때인...
    Views18175
    Read More
  5. 컵라면 하나 때문에 파혼

    팬데믹으로 인해 결혼식을 당초 예정일보다 5개월 늦게 치르게 된 예비 신부와 신랑. 결혼식 한 달을 앞두고 두 사람은 신혼집에 거주하면서 가구와 짐을 정리하며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주말에 신혼집을 찾은 예비 신부가 집 정리를 끝낸 시간은 자...
    Views18121
    Read More
  6. 우리 애가 장애래, 정말 낳을 거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것은 모든 부부의 바램이다. 임신소식을 접하며 당사자 부부는 물론이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이 다 축하하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태아에게 장애가 발견되었을때에 부부는 당황하게 된다. ‘낳아야 하나? 아니면 다른 선택을 ...
    Views18106
    Read More
  7. 반 고흐의 자화상

    누구나 숨가쁘게 삶을 달려가다가 어느 한순간 묻는 질문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애를 쓰며 살아왔을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화가들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자화상을 그린다. 뒤...
    Views18184
    Read More
  8. 버거운 이민의 삶

    교과서에서 처음 배운 미국, 스펙터클 한 허리우드 영화,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로 그리던 L.A. ‘평생 한번 가볼 수나 있을까?’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뒹굴던 친구가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버린 날, 강주와 나는 자취방에서 ...
    Views18268
    Read More
  9. 기찻길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자란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접하는 것이 있다. 바닷가 근처에 살았다면 푸른 바다와 그 위를 유유히 가르며 다니는 크고 작은 배들. 비행장 근처에 살았다면 헬리콥터로부터 갖가지 모양과 크기에 비행기를 보며 살게 된다. 나...
    Views24739
    Read More
  10. “안돼” 코로나가 만든 돌봄 감옥

    코로나 19-바이러스가 덮치면서 우리 밀알선교단은 물론이요, 장애학교, 특수기관까지 문을 열지 못함으로 장애아동을 둔 가정은 날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복지관과 보호센터가 문을 닫은 몇 달간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이 생기면서 ...
    Views18978
    Read More
  11. 인생은 집 짓는 것

    어쩌다 한국에 가면 좋기는 한데 불안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정든 일가친척들이 살고 있는 곳, 그리운 친구와 지인들이 즐비한 곳, 내가 태어나고 자라나며 곳곳에 추억이 서려있는 고국이지만 일정을 감당하고 있을 뿐 편안하지는 않다. 왜일까? 내 ...
    Views19829
    Read More
  12. 그러려니하고 사시게

    대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절친 목사에게 짧은 톡이 들어왔다. “그려려니하고 사시게”라는 글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형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부친 목사님의 연세가 금년 98세이다. “혹 무슨 화들짝 놀랄만한 일이 생기더라도...
    Views18803
    Read More
  13. 부부는 『사는 나라』가 다르다

    사람들은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 신고만 하면 부부인 줄 안다. 그것은 부부가 되기 위한 법적인 절차일 뿐이다. 오히려 결혼식 이후가 더 중요하다. 결혼식은 엄청나게 화려했는데 몇 년 살지 못해 이혼하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가? 왜 그럴까? 남편과 아내는...
    Views19353
    Read More
  14.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는 안 되고 싶다

    장애를 가지고 생(生)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살아도 힘든데 장애를 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지를 당사자가 아니면 짐작하지 못한다. 나는 장애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한다. “목사님은 장애도 아니지요? ...
    Views18769
    Read More
  15. 지금 뭘 먹고 싶으세요?

    갑자기 어떤 음식이 땡길 때가 있다. 치킨, 자장면, 장터국수, 얼큰한 육개장, 국밥등. 어린 시절 방학만 하면 포천 고향 큰댁으로 향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사촌큰형은 군 복무 중 의무병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큰댁으로 달...
    Views19176
    Read More
  16. 인내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건강도 기회가 있다. 젊을 때야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가 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만 과식을 해도 속이 부대낀다. 그렇게 맛있던 음식이 땡기질 않는다. 지난 주간 보고 싶었던 지인과 한식당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5개월 만에 외식이었다. 얼굴이 ...
    Views19776
    Read More
  17. 오솔길

    사람은 누구나 길을 간다. 넓은 길, 좁은 길. 곧게 뻗은 길, 구부러진 길.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길이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애씀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길의 종류는 많기도 많다. 기차가 다니는 ...
    Views20572
    Read More
  18. 백발이 되어 써보는 나의 이야기

    한동안 누구의 입에나 오르내리던 대중가요가 있다. 가수 오승근이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이다.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점점 희어지...
    Views19053
    Read More
  19. 말아톤

    장애아동의 삶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만든 영화제목(2005년)이다. 제목이 “말아톤”인 이유는 초원(조승우)이 일기장에 잘못 쓴 글자 때문이다. 영화 말아톤은 실제 주인공인 자폐장애 배형진이 19세 춘천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서브쓰리...
    Views19552
    Read More
  20. 이제 문이 열리려나?

    어느 건물이나 문이 있다. 문의 용도는 출입이다. 들어가고 나가는 소통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요사이 다녀보면 문이 다 닫혀있다. 상점도, 음식점도, 극장도, 심지어 열려있어야 할 교회 문도 닫힌 지 오래이다. COVID-19 때문이다. 7년 전, 집회 인도 차 ...
    Views2005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