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6.12.23 09:59

초심(初心) 지키기

조회 수 5919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걸음마.jpg

 

 

 이제 막 입학한 신학생들의 모습을 꼬집는 ‘조크’가 있다. 처음 입학하면 목사처럼 산다. 처음 신학대학에 입학하던 때가 생각난다. 신기하고 두렵고 희한하고 기분이 묘했다. ‘와우, 내가 신학생이 되다니!’ 걸음걸이도, 말씨도, 마음씀씀이도 금방 목사가 된 것처럼 살았다. 2학년이 되면 전도사가 된다. 3학년에 올라가면 집사가 되고, 졸업반이 되면 평신도가 된단다. 지나가는 말처럼 들을 수도 있지만 “學文”은 가슴을 식게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 초심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있다.

 

 초심부터 교만하거나 거창한 사람은 없다. 처음에는 다 순수하고 단순하고 소박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초심이 흐려지고 휘청거린다. 한국교회가 근심거리가 된 것은 초심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선교사들이 목숨을 걸고 찾아와 복음을 전하던 그 순수하고 숭고한 정신을 초대교회는 그대로 이어받았다. 하지만 갑자기 성도수가 급증하고 교회가 물량주의에 빠지면서 순수한 복음은 사람들의 이권을 챙기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소위 대형교회 목회자들을 만나보라! 개척교회 시절에는 한 영혼을 생명처럼 귀하게 여기던 분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경망스럽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도 새해가 되면 목사 장립을 받은 지 어언 30년을 맞이한다. 참으로 기나긴 세월이다. 마지막 신학대학원 동창회 주소록이 도착하였다. 들춰보니 동창들의 모습이 많이도 변해있었다. 이미 천국에 간 동창이 40명이나 되었다. 세월 속에 소위 목회에 성공한 친구들도 있고, 아직도 연약한 목회를 벗어나지 못해 허덕이는 친구들도 있다. 신실한 목회태도를 견지하는 친구도 있지만 반면에 그토록 싫어하던 선배 목사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답습하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이 더 많음을 발견하며 놀란다. 그것이 “흐름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신학생 시절의 그 순수함과 의연함을 잃어버린 목사들을 보면 웬지 마음이 서글퍼진다.

 

 눈을 감고 생각 해 보면 참 오랜 성직의 길을 걷고 있다. 22살에 신학대학의 문을 두드리고, 23살부터 교육 전도사를 시작하여 오랜 부교역자 생활, 13년의 담임 목회, 그리고 14년째 특수 목회(장애인 선교)의 길을 걷고 있으니 길다면 참으로 긴 세월이다. 대학 동창들이 필자를 보면 많이 변했다고 하겠지만 감사한 것은 나 스스로 나를 보면 그리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솔직히 필자도 목회에 대한 엄청난 비전과 야망(?)이 있었던 때가 있었다.

 

 목회의 진정한 의미가 희석되어 가고 있을 때 하나님은 나를 미국으로 부르시고 장애인으로 장애인 선교를 시작하게 하셨다. 장애인 사역을 하며 내가 받은 축복은 “초심을 회복하였다”는 것이다. 기나긴 날 장애 때문에 실망하고 좌절하던 세월들이 오늘 여기에 세우시기 위한 그분의 섭리였음을 깊이 깨닫는다. 2003년 7월 10일. 아무 연고도 없는 필라델피아에 와서 밀알선교단 장애인들과 첫 인사를 나누던 날. 기대에 찬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던 장애인들의 눈동자를 또렷이 기억한다. 장애인 선교에 첫 인연을 맺던 그 순간을 잊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쓰며 살고 있다.

 

 장애인들의 가슴에 복음을 심는 일, 장애 때문에 힘들게 사는 분들에게 소망을 심고 웃음을 주는 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 최선을 다해 그 손을 잡아주는 일등. 그런 일들을 감당하며 예수님의 마음을 읽는다. 그러면서 깨닫는 것은 “하나님은 낮은 곳에 계신다.” 참 평화는 낮은 곳에 계신 그분을 만날 때에 주어진다. 초심은 베들레헴 마굿간에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는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초심을 잃어버리는 순간부터 방향성을 상실한다.

 

 나는 가끔 공동묘지(Cemetery)에 차를 몰고 들어갈 때가 있다. 고요하다. 이 가운데는 실로 탁월한 생을 살다간 분들이 허다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 기척 없이 누워만 있다. 이것이 인생이다. “언젠가는 가야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초심을 잃지 않는다. 초심을 지키는 것처럼 아름다운 모습은 없다. 남들은 나를 만나면 ‘힘든 일을 한다.’고 하지만 아니다. 장애인들의 환한 미소에 매료되어 보라! 그러면 나처럼 고백할 것이다. “사는 것이 맛있다”고.

 

 

 

 


  1. 미묘한 결혼생활

    가정은 소중하다. 천지창조 시 하나님은 교회보다 가정을 먼저 만드셨다. 그 속에는 가정이 첫 교회라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하나님은 가정을 통해 참교회의 모습을 계시하셨고 파라다이스를 경험하게 하셨다. 하나님이 아담을 지으신 후 “독처하는 것...
    Views17034
    Read More
  2. 그것만이 내 세상

    우리 밀알선교단에는 다수의 장애인들과 장애아동들이 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아울러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는 것도 삶이 평탄하지 않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18년 전,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였을때에 전신마비 장애인이 ...
    Views17471
    Read More
  3. 그 애와 나랑은

    갑자기 그 애가 생각났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진학의 꿈을 향해 달리던 그때, 그 애가 나타났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전근을 자주 다니던 아버지(경찰)는 4살 위 누이와 자취를 하게 했다. 그 시대는 중학교도 시험을 쳐서 들어가던...
    Views17601
    Read More
  4. 창문과 거울

    집의 경관을 창문이 좌우한다. 창문의 모양과 방향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시야로 흡수되고 느낌을 풍성히 움직인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통유리가 있는 집에 살고 싶었다. 창을 통해 시원하게 펼쳐진 정원을 바라보는 것이 ...
    Views18074
    Read More
  5. 나무야, 나무야

    초등학교 1학년. 당시 아버지는 경기도 양평 지제(지평)지서에 근무중이셨다. 이제 겨우 입학을 하고 학교생활에 흥미를 가지게 될 5월초였다. 방과 후 집에 돌아와 친구랑 자치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나타나셨다. 그 시간이면 한창 근무할 때인...
    Views18177
    Read More
  6. 컵라면 하나 때문에 파혼

    팬데믹으로 인해 결혼식을 당초 예정일보다 5개월 늦게 치르게 된 예비 신부와 신랑. 결혼식 한 달을 앞두고 두 사람은 신혼집에 거주하면서 가구와 짐을 정리하며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주말에 신혼집을 찾은 예비 신부가 집 정리를 끝낸 시간은 자...
    Views18124
    Read More
  7. 우리 애가 장애래, 정말 낳을 거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것은 모든 부부의 바램이다. 임신소식을 접하며 당사자 부부는 물론이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이 다 축하하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태아에게 장애가 발견되었을때에 부부는 당황하게 된다. ‘낳아야 하나? 아니면 다른 선택을 ...
    Views18111
    Read More
  8. 반 고흐의 자화상

    누구나 숨가쁘게 삶을 달려가다가 어느 한순간 묻는 질문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애를 쓰며 살아왔을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화가들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자화상을 그린다. 뒤...
    Views18184
    Read More
  9. 버거운 이민의 삶

    교과서에서 처음 배운 미국, 스펙터클 한 허리우드 영화,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로 그리던 L.A. ‘평생 한번 가볼 수나 있을까?’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뒹굴던 친구가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버린 날, 강주와 나는 자취방에서 ...
    Views18268
    Read More
  10. 기찻길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자란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접하는 것이 있다. 바닷가 근처에 살았다면 푸른 바다와 그 위를 유유히 가르며 다니는 크고 작은 배들. 비행장 근처에 살았다면 헬리콥터로부터 갖가지 모양과 크기에 비행기를 보며 살게 된다. 나...
    Views24743
    Read More
  11. “안돼” 코로나가 만든 돌봄 감옥

    코로나 19-바이러스가 덮치면서 우리 밀알선교단은 물론이요, 장애학교, 특수기관까지 문을 열지 못함으로 장애아동을 둔 가정은 날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복지관과 보호센터가 문을 닫은 몇 달간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이 생기면서 ...
    Views18978
    Read More
  12. 인생은 집 짓는 것

    어쩌다 한국에 가면 좋기는 한데 불안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정든 일가친척들이 살고 있는 곳, 그리운 친구와 지인들이 즐비한 곳, 내가 태어나고 자라나며 곳곳에 추억이 서려있는 고국이지만 일정을 감당하고 있을 뿐 편안하지는 않다. 왜일까? 내 ...
    Views19832
    Read More
  13. 그러려니하고 사시게

    대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절친 목사에게 짧은 톡이 들어왔다. “그려려니하고 사시게”라는 글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형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부친 목사님의 연세가 금년 98세이다. “혹 무슨 화들짝 놀랄만한 일이 생기더라도...
    Views18803
    Read More
  14. 부부는 『사는 나라』가 다르다

    사람들은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 신고만 하면 부부인 줄 안다. 그것은 부부가 되기 위한 법적인 절차일 뿐이다. 오히려 결혼식 이후가 더 중요하다. 결혼식은 엄청나게 화려했는데 몇 년 살지 못해 이혼하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가? 왜 그럴까? 남편과 아내는...
    Views19353
    Read More
  15.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는 안 되고 싶다

    장애를 가지고 생(生)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살아도 힘든데 장애를 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지를 당사자가 아니면 짐작하지 못한다. 나는 장애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한다. “목사님은 장애도 아니지요? ...
    Views18770
    Read More
  16. 지금 뭘 먹고 싶으세요?

    갑자기 어떤 음식이 땡길 때가 있다. 치킨, 자장면, 장터국수, 얼큰한 육개장, 국밥등. 어린 시절 방학만 하면 포천 고향 큰댁으로 향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사촌큰형은 군 복무 중 의무병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큰댁으로 달...
    Views19177
    Read More
  17. 인내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건강도 기회가 있다. 젊을 때야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가 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만 과식을 해도 속이 부대낀다. 그렇게 맛있던 음식이 땡기질 않는다. 지난 주간 보고 싶었던 지인과 한식당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5개월 만에 외식이었다. 얼굴이 ...
    Views19779
    Read More
  18. 오솔길

    사람은 누구나 길을 간다. 넓은 길, 좁은 길. 곧게 뻗은 길, 구부러진 길.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길이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애씀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길의 종류는 많기도 많다. 기차가 다니는 ...
    Views20576
    Read More
  19. 백발이 되어 써보는 나의 이야기

    한동안 누구의 입에나 오르내리던 대중가요가 있다. 가수 오승근이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이다.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점점 희어지...
    Views19053
    Read More
  20. 말아톤

    장애아동의 삶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만든 영화제목(2005년)이다. 제목이 “말아톤”인 이유는 초원(조승우)이 일기장에 잘못 쓴 글자 때문이다. 영화 말아톤은 실제 주인공인 자폐장애 배형진이 19세 춘천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서브쓰리...
    Views1955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