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158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김해영.jpg

 

 

이렇게 기구한 삶을 산 여인이 있을까? 단지 딸이라는 이유로 술에 취한 아버지는 갓난아이를 방바닥에 내던져버렸다. 그 아이는 결국 척추를 다친 장애인이 되었다. 갓난아기의 키는 더디 자랐다. 공부는 초등학교가 끝이었다. 아버지의 자살, 정신질환을 앓는 엄마 대신 동생 넷을 키우기 위해 남의집살이(식모)를 시작했다. 그때 그 아이의 나이는 겨우 열네 살. 그런 환경에서도 아이는 공부에 목이 말랐다.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한 게 아니라, 살기 위해 공부했습니다." 직업훈련원에 들어갔다. 배움에 목마른 소녀는 뭐든 악착같이 배웠다. 편물 기술로 전국기능대회를 휩쓸었다.

1985년에는 세계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기계편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러다가 아프리카 남부의 작은 나라 “보츠와나”로 간 때가 스물여섯 살. 어린 시절의 자신처럼 아무 희망도 없는 아이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주며 꿈을 꾸게 하고 싶었다. 14년 동안 보츠와나 직업학교에 헌신한 그녀는 미국 나약(Nyack)대학을 거쳐 2009년 미국 컬럼비아대학 국제사회복지대학원에 입학한다. 주인집 창문 너머로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아이들만 보면 눈물이 솟았던 '열네 살 식모'는 이제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국제사회복지사가 됐다.

이제 그녀는 유명강사이다. 그녀가 쓴 첫 번째 책은 “청춘아, 가슴 뛰는 일을 찾아라.”(서울문화사)이다. 스승인 컬럼비아대학교 ‘모이라 커튼’ 교수의 권유로 그간의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커튼 교수는 추천사에 이렇게 썼다. '그녀는 장애를 부정적인 방식으로 정의하지 않고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의미 있는 인생으로 창조해냈다.' 134㎝에서 성장을 멈춘 그녀는 굽 높이가 10㎝가량 되는 구두를 신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김해영.” 지금은 밀알복지재단에서 일을 하고 있다.

사실 김해영 씨는 아내의 오랜 친구이다.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전설을 일으킨 그녀는 제대로 된 학위를 받기위해 명문 뉴욕 콜롬비아대학에 지원을 했고 기적처럼 공부의 길이 열렸다. 겨울 방학을 맞이하는 성탄 즈음에는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필라델피아 우리 집에 오곤 했다. 거실에 앉아 부지런히 털실뜨개질을 하며 ‘조근조근’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정겨웠다. 김해영 선교사가 그렇게 기구한 인생을 살았다는 것을 안 것은 그녀가 한국 매스컴을 타며 그녀의 인생스토리를 상세히 들으면서 부터였다. 진주를 알아보지 못했다고나 할까?

척추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오른쪽 다리가 왼쪽보다 1인치 짧아서 늘 기울어진 채로 서 있다. 따라서 20~30m를 걸어가려면 서너번 쉬어야만 한다. 통증을 줄이려고 허리복대를 13년 동안 감고 다녔다. 앉아 있는 게 힘들어 공부는 엎드려서 하거나 누워서 한다. 그녀의 고통은 신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면이 더 컸다. “쓸모없는 딸” 그녀가 태어나자마자 들어야 했던 모진 말이었다. “가난, 고생은 다 견딜 수 있었지만 엄마가 나를 미워하는 건 이해할 수 없었어요.” 집안이 불행해진 게 다 김해영 탓이라고 하며 엄마는 모질게 때리고 구박을 했다. 정말 친엄마가 맞나 의심했을 정도였다. 그녀가 엄마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너는 잘못 태어났다.”였다.

“오늘까지만 살고 죽자.” 그녀의 좌우명(?)이었다. 그날이 이어져 이제 그녀는 날개를 달았다. 유명 강사, 베스트셀러 작가. 방송인, 밀알복지재단 홍보대사- 이제 그녀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다채롭다. 김해영이 신앙을 가지게 된 것은 직업훈련원 시절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울지 않았을 만큼 그녀의 마음은 닫혀 있었다. 직업학교에 들어갈 때 종교 난에 ‘자신교’라고 썼을 정도다. 세상에 나밖에 믿을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학교에 와보니 나를 위해 걱정해주고 내 앞날을 염려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과 어울려 교회에 나가게 되고 결국 주님을 만나는 귀중한 체험을 하게 된다.

김해영 선교사를 보며 외치고 싶다. “잘못 태어난 인생은 없다.” 당신은 천하보다 귀한 소중한 존재이다. 힘을 내자! 뜻이 있기에 태어났고 사명이 있기에 살아있는 것이다. 견디고 이기다보면 새날은 온다. 그날들을 옛이야기처럼 흘리며 살날은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1. 미묘한 결혼생활

    가정은 소중하다. 천지창조 시 하나님은 교회보다 가정을 먼저 만드셨다. 그 속에는 가정이 첫 교회라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하나님은 가정을 통해 참교회의 모습을 계시하셨고 파라다이스를 경험하게 하셨다. 하나님이 아담을 지으신 후 “독처하는 것...
    Views17034
    Read More
  2. 그것만이 내 세상

    우리 밀알선교단에는 다수의 장애인들과 장애아동들이 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아울러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는 것도 삶이 평탄하지 않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18년 전,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였을때에 전신마비 장애인이 ...
    Views17471
    Read More
  3. 그 애와 나랑은

    갑자기 그 애가 생각났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진학의 꿈을 향해 달리던 그때, 그 애가 나타났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전근을 자주 다니던 아버지(경찰)는 4살 위 누이와 자취를 하게 했다. 그 시대는 중학교도 시험을 쳐서 들어가던...
    Views17601
    Read More
  4. 창문과 거울

    집의 경관을 창문이 좌우한다. 창문의 모양과 방향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시야로 흡수되고 느낌을 풍성히 움직인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통유리가 있는 집에 살고 싶었다. 창을 통해 시원하게 펼쳐진 정원을 바라보는 것이 ...
    Views18075
    Read More
  5. 나무야, 나무야

    초등학교 1학년. 당시 아버지는 경기도 양평 지제(지평)지서에 근무중이셨다. 이제 겨우 입학을 하고 학교생활에 흥미를 가지게 될 5월초였다. 방과 후 집에 돌아와 친구랑 자치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나타나셨다. 그 시간이면 한창 근무할 때인...
    Views18177
    Read More
  6. 컵라면 하나 때문에 파혼

    팬데믹으로 인해 결혼식을 당초 예정일보다 5개월 늦게 치르게 된 예비 신부와 신랑. 결혼식 한 달을 앞두고 두 사람은 신혼집에 거주하면서 가구와 짐을 정리하며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주말에 신혼집을 찾은 예비 신부가 집 정리를 끝낸 시간은 자...
    Views18124
    Read More
  7. 우리 애가 장애래, 정말 낳을 거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것은 모든 부부의 바램이다. 임신소식을 접하며 당사자 부부는 물론이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이 다 축하하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태아에게 장애가 발견되었을때에 부부는 당황하게 된다. ‘낳아야 하나? 아니면 다른 선택을 ...
    Views18114
    Read More
  8. 반 고흐의 자화상

    누구나 숨가쁘게 삶을 달려가다가 어느 한순간 묻는 질문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애를 쓰며 살아왔을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화가들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자화상을 그린다. 뒤...
    Views18185
    Read More
  9. 버거운 이민의 삶

    교과서에서 처음 배운 미국, 스펙터클 한 허리우드 영화,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로 그리던 L.A. ‘평생 한번 가볼 수나 있을까?’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뒹굴던 친구가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버린 날, 강주와 나는 자취방에서 ...
    Views18268
    Read More
  10. 기찻길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자란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접하는 것이 있다. 바닷가 근처에 살았다면 푸른 바다와 그 위를 유유히 가르며 다니는 크고 작은 배들. 비행장 근처에 살았다면 헬리콥터로부터 갖가지 모양과 크기에 비행기를 보며 살게 된다. 나...
    Views24744
    Read More
  11. “안돼” 코로나가 만든 돌봄 감옥

    코로나 19-바이러스가 덮치면서 우리 밀알선교단은 물론이요, 장애학교, 특수기관까지 문을 열지 못함으로 장애아동을 둔 가정은 날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복지관과 보호센터가 문을 닫은 몇 달간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이 생기면서 ...
    Views18978
    Read More
  12. 인생은 집 짓는 것

    어쩌다 한국에 가면 좋기는 한데 불안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정든 일가친척들이 살고 있는 곳, 그리운 친구와 지인들이 즐비한 곳, 내가 태어나고 자라나며 곳곳에 추억이 서려있는 고국이지만 일정을 감당하고 있을 뿐 편안하지는 않다. 왜일까? 내 ...
    Views19832
    Read More
  13. 그러려니하고 사시게

    대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절친 목사에게 짧은 톡이 들어왔다. “그려려니하고 사시게”라는 글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형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부친 목사님의 연세가 금년 98세이다. “혹 무슨 화들짝 놀랄만한 일이 생기더라도...
    Views18803
    Read More
  14. 부부는 『사는 나라』가 다르다

    사람들은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 신고만 하면 부부인 줄 안다. 그것은 부부가 되기 위한 법적인 절차일 뿐이다. 오히려 결혼식 이후가 더 중요하다. 결혼식은 엄청나게 화려했는데 몇 년 살지 못해 이혼하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가? 왜 그럴까? 남편과 아내는...
    Views19353
    Read More
  15.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는 안 되고 싶다

    장애를 가지고 생(生)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살아도 힘든데 장애를 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지를 당사자가 아니면 짐작하지 못한다. 나는 장애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한다. “목사님은 장애도 아니지요? ...
    Views18770
    Read More
  16. 지금 뭘 먹고 싶으세요?

    갑자기 어떤 음식이 땡길 때가 있다. 치킨, 자장면, 장터국수, 얼큰한 육개장, 국밥등. 어린 시절 방학만 하면 포천 고향 큰댁으로 향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사촌큰형은 군 복무 중 의무병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큰댁으로 달...
    Views19178
    Read More
  17. 인내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건강도 기회가 있다. 젊을 때야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가 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만 과식을 해도 속이 부대낀다. 그렇게 맛있던 음식이 땡기질 않는다. 지난 주간 보고 싶었던 지인과 한식당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5개월 만에 외식이었다. 얼굴이 ...
    Views19780
    Read More
  18. 오솔길

    사람은 누구나 길을 간다. 넓은 길, 좁은 길. 곧게 뻗은 길, 구부러진 길.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길이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애씀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길의 종류는 많기도 많다. 기차가 다니는 ...
    Views20576
    Read More
  19. 백발이 되어 써보는 나의 이야기

    한동안 누구의 입에나 오르내리던 대중가요가 있다. 가수 오승근이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이다.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점점 희어지...
    Views19053
    Read More
  20. 말아톤

    장애아동의 삶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만든 영화제목(2005년)이다. 제목이 “말아톤”인 이유는 초원(조승우)이 일기장에 잘못 쓴 글자 때문이다. 영화 말아톤은 실제 주인공인 자폐장애 배형진이 19세 춘천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서브쓰리...
    Views1956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