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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초여름 한국을 뒤집어 놓은 사건이 있었다. 케이블·위성 방송 오락채널인 ‘티브이엔’이 야심차게 방영한 “코리아 갓 탤런트” 첫 회에 출연한 “최성봉”이란 젊은이 때문이었다. “코리아 갓 탤런트”에는 다재다능한 “끼”를 가진 사람들이 연령과 지역을 초월하여 구름떼처럼 모여들었다. 무대에 등장하여 짧은 인터뷰를 하고는 바로 준비한 공연에 돌입한다. 세 명의 심사위원이 “×” 버튼을 누를 때 까지만 시간이 허용된다. 열정은 높이 살만 하지만 준비한 공연을 다 마치기도 전에 심사위원들은 빨간 “×”를 눌러대기에 지역 예선을 합격하는 것만도 버거운 프로그램이다.

그 와중에 앳된 얼굴의 청년이 무대 중앙에 선다. 송윤아가 먼저 물었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계시나요?” “예, 막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질문자가 당황하며 다시 물었다. “지원서에 보면 가족사항이 전혀 없는데요. 왜죠?” 그는 어딘지 어색한 손짓과 불안한 눈빛과 더듬는 말투로 대답했다. “3살 때 고아원에 맡겨진 뒤 구타를 못 이겨 5살 때 고아원을 나와 껌과 박카스를 팔면서 살았습니다. 10년 동안 건물계단과 공용 화장실에서 잠을 자면서 거리생활을 했습니다.” 더 이상 질문을 이어가지 못할 정도로 심사위원이나 관중들은 숙연해 졌다.

앳된 얼굴을 가진 22살의 젊은이가 상상하기 힘든 질곡의 삶을 살아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표정들이었다. 그래도 배움의 꿈을 잃지 않고 틈틈이 공부하여 초·중 과정 검정고시를 마치고 드디어 고등학교(대전예고)를 들어갔다고 했다. 그것이 그에게는 학교생활의 전부였다. 초유의 관심 속에 드디어 그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넬라 판타지아”였다. 정식으로 성악을 공부하지도 않은 그의 미성은 순식간에 관중들을 감동의 표정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윽고 노래가 끝이 났을 때 심사위원인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 배우 송윤아, 영화감독 장진의 눈가는 이미 촉촉이 젖어있었다. 그들은 심사평을 하지 못한 채 눈물만 흘렸다.

가까스로 진정을 하고 눈물범벅이 된 송윤아가 입을 열었다. “그냥 최성봉 씨를 너무 안아주고 싶어요.” 박칼린은 “(그의 마음속에) 악기는 어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레슨을 해주고 싶네요.”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 군에게 물었다. “왜 노래를 하고 싶으세요?” 표정 없는 그가 입을 연다. “하루살이처럼 살다가 처음으로 좋아한 게 노래였어요. 어릴 때 사건이 되게 많았는데요. 어디 팔려가기도 하고 나이트클럽에서 껌을 팔면서 살아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 춤추는 음악이 아니라 성악 하는 사람이 진지하게 노래하는 모습에 매료되었습니다.”

방송 뒤 최씨의 동영상은 급속히 전파되며 CNN 유튜브는 순식간에 천만명 사람들의 손을 ‘클릭’하게 만들었다. ABC 방송은 그를 “한국의 수잔 보일, 폴포츠”로 소개했다. 그는 한국을 넘어 세계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런 평을 쏟아냈다. “진정성이란 이런 게 아닐까? 담담한 표정. 눈물까지도 사치스러워서일까?” “동영상 보고 정말 감동 먹었음. 저렇게 살아왔는데 세상을 미워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노력하는 모습 자체에서 말이죠” “이 새벽 이 동영상이 나를 엄청 울린다. 저는 안 울고 나를 울리는 나쁜 놈.”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을 받은 것도 기구하지만 맡겨진 고아원에서 심한 구타를 견디다 못해 5살 때에 도망을 나와 생을 이어갔다는 사실이 상상이 가질 않는다. 껌과 박카스를 팔아 연명하고 계단에나 공중화장실에서 잠을 자면서 어린 그는 얼마나 서럽고 두려웠을까? 진정 그는 그의 고백처럼 “하루살이”처럼 살아왔다.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최성봉”은 일어섰다. 상상할 수 없는 극한 고통 속에서 그는 성악에 대한 꿈을 꾸었고 힘을 잃어버리고 허덕이는 이들에게 용기와 도전을 주고 있다.

그의 두 번째 무대에서 심사위원들이 그에게 가장 많이 주문한 것은 “웃어보라!”는 말이었다. 그는 얼굴을 펴는 것으로 웃음을 대신했다. 스페인 속담에 “돌이 많은 시내가 더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낸다.”는 말이 있다. 시련은 성숙의 통로이며 기쁨으로 가는 정거장이다. 장한 젊은이의 앞날을 마음껏 축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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