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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05:35

Honey! 1/25/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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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어떤 인연으로 남녀가 만나고 서로를 사랑하기에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된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부부는 어느새 닮아간다. 생김새만 닮는 것이 아니고 성격도 취향도 같아진다. 그래서 부부는 정말 신비하다. 지난 주간 어느 노부부를 만났다. 그런데 대화중에 부인이 자꾸 남편을 향해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영 마음이 거슬렸다. “아니, 아저씨가 뭡니까? 아주머니는 옆집 아저씨하고 사십니까?” 갑작스런 지적에 부인의 얼굴이 변했다. “좋은 호칭이 많지 않습니까? 아저씨라고는 부르지 마세요.” “예”하며 금방 수긍하는 부인의 모습이 순진해 보여 좋았다.

아내와 나는 5살 차이다. 연애를 하기 시작 할 때에 나는 교육전도사였다. 따라서 아내는 나를 “전도사님”이라고 불렀다. 내가 아내를 부를 때는 “정 선생님”이라고 했다. 나는 개의치 않았지만 아내는 전도사인 나를 깍듯하게 대했다. 평신도 입장에서 전도사는 상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드디어 결혼을 하고나니 호칭이 문제였다. 아내는 여전히 “전도사님”이라고 불렀지만 나는 아내를 부를 말이 마땅치를 않았다.

부를 일이 있으면 “저기”하며 얼버무렸다. 그러다가 어느 날 과감하게 “여보!”하고 불렀다. 아내가 당황하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켰다. “나?”라는 표정이었다. 서로를 “여보”라고 부르며 웃음 짓던 때가 생각난다. 드라마에서나 들어보던 부부호칭을 비로소 부르고나니 어색했다. 어쩌다 친구들이 올 때면 더 힘차게 “여보”를 불러댔다. 아직 미혼이던 친구들은 부러운 눈초리로 “와! ‘여보’랜다”하며 놀려댔다. 그렇게 풋풋한 신혼을 거치며 우리는 서로에게 익숙해져 갔고 어느 날 야심차게 바꾼 호칭이 “허니!(Honey)”이다. 사람들 앞에서 “허니”라고 부르면 ‘닭살이 돋는다.’고 놀린다. 하지만 “허니”를 부른 이후부터 우리 부부는 더 다정하고 달콤한 관계가 되어 갔다.

신혼 때에는 모든 것이 쑥스럽다. 그 중에 상대를 어떻게 불러야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연애기간에 부르는 호칭이 결혼 후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되는 것을 본다. 그러고 보면 부부들이 배우자를 부르는 호칭이 다양하다. 처음 결혼을 했을 때에는 “어이!”를 많이 쓰는 것 같다. 부르기가 쑥스러우니까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조금 지나며 부부가 가장 많이 쓰는 호칭은 “여보”이다. 그런데 그 어원을 파고 들어가 보면 “여보!”는 “여보세요!”의 준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향해 겨우 “여보세요”라니.

그 다음에 많이 쓰는 말이 “자기”이다. 이 말도 희한하다. 자기는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말인데 상대를 향해 “자기”라고 한다. 삶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호칭이다. 결혼생활이 깊어지고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부부도 있다. 특히 남편들은 아내를 부를때에 아이의 이름을 부른다. 아이가 말을 알아듣기 시작하면 누구를 부르는지 혼란스러워서지기 시작한다. 우수꽝스러운 해프닝이 속출하게 된다. 젊은 부부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은 “오빠”인 것 같다. 연애시절부터 부르다보니 결혼을 해도 그렇게 부른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면 촌수가 헷갈린다. 아내가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면 남매 사이가 되는데 그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아빠를 누구라고 불러야 하나? 아주 복잡 해 진다. 언어학자는 아니지만 그러다보니 세상에 가정이 뒤죽박죽되어 가는 것은 아닐까?

새해에는 부부호칭부터 바꾸어보자! 우리 부부처럼 “허니!”로 부를 용기가 없으면 차라리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자. 아내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보라! 기분이 새롭지 않을까? 이름의 ‘끝자’만 부르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나도 들은 이야기인데 보통 교회 사모님들이 남편을 부를때에 “여보”라고 하다가 못마땅한 일이 있으면 “목사님!”이라고 부른다나. 공인명칭을 쓰면서 ‘살짝’ 거리를 두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라는 말이 있다. 말이 바뀌어야 한다. 오늘부터 조금 더 의미 있고 사랑스러운 부부호칭으로 가정이 달라지고 부부가 행복해 지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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