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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jpg

 

 

 

장애인 호칭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혼돈을 일으킨다. 내가 어릴 때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들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장애자”에서 다듬어진 호칭은 이제는 “장애인”이라는 말로 정착을 했다. 한때는 “장애우”라는 말을 쓰기도 했다. 고상하고 정감 있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의외로 “장애우”로 부르는 것을 싫어하는 장애인들이 많다. “장애우”는 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자신의 친구’라는 의미로 운동론 관점에서 붙인 말이었다. “나는 장애인이다”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장애우다.”라고 쓰기에는 어색한 말이다. 거기다가 한국 정서에서 손자가 할머니 장애인에게 ‘장애우’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도 상당했다.

 

그러면 장애인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소위 장애가 없는(아무 장애가 없는 사람은 없지만) 사람들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 한때는“정상인”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말은 장애인을 비정상인으로 만들어 버린다. 정상의 기준이 장애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장애인의 반대말은 비정상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이라는 단어가 훨씬 자연스럽다. 결국 이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말로 상용하고 있다.

 

그럼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눈이 안 보이는 ‘시각 장애인’의 경우 보통 “눈이 멀어 안 보인다.”는 표현을 쓴다. 이때 ‘눈이 멀다’라는 표현을 시각 장애인들이 바람직하게 생각할리 없다. 그럼에도 새 번역 성경에는 시각장애인을 “맹인”으로 기록한다. 결국“눈이 먼”이라는 표현보다는 “눈이 안 보이는”이 더 나을 듯하다. 눈뿐만 아니라 귀가 안 들리는 경우에도 “귀가 먹었다.”가 아니라 “귀가 안 들리는 청각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쓰는 게 훨씬 낫다. 사람은 누구나 장애가 있다. 눈이 잘 보이고 안 보이고의 차이,귀가 잘 들리고 안 들리고의 차이일 뿐이다.

 

이러한 단어뿐만 아니라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애인들은 한결같이 ‘착하게’ 나온다는 사실이다. 아주 거북하다. 왜 그럴까? 이것은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왜곡을 낳기 때문이었다. 장애인도 사람이다. 화가 날 때 화를 내고 짜증이 나면 짜증도 낸다. 정말 성격이 표독한 사람도 있다. 그런데 대중문화 작품에서는 항상 ‘천사표’ 같이 웃는 얼굴만 그리니 현실과는 괴리감이 느껴진다. 이해를 전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장애인은 항상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 되기에 착하고 선하게만 그려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 비난을 피할 수 있다고 여기는지도 모른다.

 

또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항상 장애인을 감동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종종 장애인이 역경을 극복하는 인물로 등장한다.그러나 장애인들은 역경을 항상 극복하는 존재가 아니다. 장애인에게는 늘상 장애가 있기 때문에 불편한 줄 모르고 살고 있으며,그것 자체에 이미 극복의 여지가 없다. 이 역시 장애인이 항상 연민과 시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심리에서 비롯하는 점이다.

 

상품화도 영원한 문제다. 요컨대, 장애인은 언제나 있는데,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은 장애인의 날, 혹은 연말연시이며 다시 봄이 되면서 시들해진다. 영화 <말아톤> 성공 이후에 많은 드라마와 영화들이 장애인을 등장시켰다. 그러나 호평을 받은 작품은 적다. <맨발의 기봉이>나 <허브>도 감동의 상품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공익적이라는 <사랑의 리퀘스트>같은 프로그램은 여전히 질병, 장애, 고통을 감동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영화나 드라마속의 장애인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데 반해 현실의 장애인에게서는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해 뭐라고 해석해야 하는가?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장애인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지 모른다. 이것 또한 무서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편견처럼 무서운 것이 있을까? 그렇지 않은데 그렇게 간주하고 반응을 한다면 비극이다. 장애인은 평범한 사람이다. 모양이 다를 뿐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주고 그가 한 인격체로 살아가도록 지켜보는 것, 이것이 진정한 장애인 사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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