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142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imagesCA0YBIDW.jpg

 

 

“쪼잔하다.”는 표현은 흔히 돈 씀씀이를 연상케 한다. 같은 표현이 있다. “그 사람은 참 검소해.”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특히 “남자가 말야!”하면서 뒷담화를 친다. 음식을 먹고 밥값을 시원스럽게 내어 주는 사람을 “통이 크다.”고 한다. 나는 한국에 살 때에 “미국은 다 더치페이를 한다.”고 들었다. 더군다나 미국에 다녀온 선배목사님이 “미국은 목사님과 교인들이 식당에 함께 가도 ‘dutch pay’(더치페이)를 하더라.”는 말을 듣고 ‘미국은 참 살벌하다.’는 생각을 했다. 와서 살아보니 그것은 “뻥”이었다. 그래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대접 문화가 사는 정을 느끼게 하며 흐름을 이어간다.

얼마 전 타주에 집회를 갔다. 점심시간에 미국식당에 들어가 담소를 하고 있는데 미국인 한 무리가 우리 곁에 자리를 잡았다. 유심히 본 것은 아니지만 식사를 마치자 서로의 지갑을 열더니만 음식 값을 나누어 내고 있었다. 실로 ‘더치페이’의 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한 것이다. 그러면서 확실히 문화차이는 무섭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 한국인들의 정서가 옳은 것일까? 한국인의 문화는 “체면, 정”이다. 예부터 길을 지나던 나그네를 박대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아름다운 정서였다. 전혀 모르는 과객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먹이고 안락한 잠자리까지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미덕이었다.

20대 젊은 날 데이트하던 기억이 난다. 내가 저녁을 사주면 영화 관람비는 상대가 내 주었다. ‘참 센스 있는 자매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다 내려니’하고 전혀 지갑을 열지 않는 여성을 만난 적이 있었다. 어느 순간에 짜증이 올라왔다. ‘내가 봉인가?’하는 생각이 들면서 교묘한 핑계로 교제를 끊은 경우도 있었다. 와, 쪼잔하다! 나는 식사 대접을 하는 경우보다 받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내가 밥값을 내려하면 “아, 목사님이 무슨 돈이 있으세요?”하면서 웃는다. 장애인사역을 해서인지 내가 없어 보이나 보다. 살짝 자존심은 상한다. ‘나도 식사 한 끼 정도는 대접할 수 있는데’

그런데 유일하게 매번 나에게 점심을 ‘삥’(?)치는 후배 목사가 있다. “선배가 후배에게 밥을 사는 것이 원칙이라.”는 논리이다. 이상하게 그 친구 앞에만 서면 지갑을 열게 된다. 어떤 분은 자기가 용건이 있어 나를 만나자고 하고선 내가 계산을 하는데도 뒷짐만 진다. 이해가 안 간다. 그분의 성향인 것 같다.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서도 심한 표현으로 얻어먹는데 이골이 난 분도 계시다. 그분은 모두가 식사를 마칠 때 쯤 나타나신다. 한국에서는 나가면서 계산을 하지만 미국에서는 테이블에서 계산을 한다. 이제 막 숟갈을 드신 그분보다는 이미 식사를 마친 분 중에서 밥값을 내게 되어 있다. 그래서 부자가 되셨나보다.

누구나 매일 사람을 만나고 함께 식사를 나눈다. 한 TV방송에서 다룬 영상물을 보면 대한민국에서 점심을 밖에서 사먹는 사람의 수는 약 일천 만 명이란다. 어림잡아 환산하면 6백 억 원이 넘는 돈이 풀리는 셈이다. 그런데 이미 언급한대로 한국은 ‘정’(情) 문화이다. ‘더치페이’는 우리 민족 정서상 뭔가 마음 한구석이 개운하질 않다. 남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보다 싼 식당을 찾아 순례를 하는 이 시대에 남들이 먹은 밥값을 대느라 정작 자신의 안위는 챙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장 상사, 학교나 고향 선배, 집단 내에서의 연장자 등, 이른바 ‘리더’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과거 우리사회의 ‘리더’는 경제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었던 선비 계층을 의미했다. 따라서 아랫사람들에게 베풂이 곧 정의요, 덕의 실천이었다. 이 흐름을 역행하지 못하고 팀워크와 존경의 대상이 되기 위해 매번 값을 지불하는 상사, 선배, 연장자들의 노고가 눈물겹다. 여유가 있어 언제든지 밥값을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렇지 못하니 음식비도 부담스러워질 때가 있다.

이런 말이 있단다. “윗사람 대접 받으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 슬며시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쓰고 보니 글이 정말 쪼잔하다. 궁금해 묻고 싶다. “오늘 누구와 식사를 나누시고 밥값은 누가 내셨어요?”


  1.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그를 재벌로 만든 원동력은 바로 롯데껌이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즐기던 껌 덕분에 그는 국내 재계 순위 5위 재벌이 되었다. 지금이야 껌의 종류도 다양하고, 흔하고 흔한 것이 껌이지만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껌은 ...
    Views26321
    Read More
  2. 다시 태어난다면

    부부는 참 신비하다. 처음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할 때는 못죽고 못사는데 평생 평탄하게 사는 부부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거의 세월의 흐름 속에 데면데면 밋밋한 관계가 된다. 누구 말처럼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고갈되어 그런 것인...
    Views24790
    Read More
  3. 모르는 것이 죄

    소크라테스는 “죄가 있다면 모르는 것이 죄”라고 했다. 의식 지수 400이 이성이다. 우리는 눈만 뜨면 화를 내며 산다. 다 알지 않는가? 화를 자주 내는 사람보다 전혀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을.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 풀리...
    Views24293
    Read More
  4. 월남에서 돌아온 사나이

    2018년 봄. 후배 선교사로부터 집회요청을 받고 베트남을 방문하게 되었다. 베트남 행 비행기 안에서 초등학교 때 추억이 삼삼히 떠올랐다. 베트남?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월남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월남에서 전쟁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이야기...
    Views25888
    Read More
  5. 새해 2020

    새해가 밝았다. 2020.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신선한 이름이다. 사람은 언제 행복할까? 우선 주어진 기본욕구가 채워지면 행복하다. 문제는 그 욕구충족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요, 나이가 들수록 그 한계가 점점 넓어지고 높아진다는 것이다. 다...
    Views24890
    Read More
  6. 연날리기

    바람이 분다. 겨울이라 그런지 바람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앙상한 나뭇가지를 훑어대며 내는 소리는 ‘앙칼지다’라고 밖에는 표현이 안된다. 내가 어릴 때는 집이 다 창호지 문이었다. 어쩌다 자그마한 구멍이라도 생기면 파고드는 칼바람의 위력...
    Views27144
    Read More
  7. 나를 잃는 병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무서운 병은 어떤 것일까? 알츠하이머? 치매가 아닐까? 자신은 행복할지 모르지만 가족들과 지인들을 안타깝고 힘들게 만드는 병. 얼마 전 명배우 윤정희 씨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그의 부군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
    Views26986
    Read More
  8.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정신과 창구에 비친 한국 가족 위기의 실상은 몇 가지 특징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려병원 신경정신과 이시형 박사가 “우리 가족 이대로 좋은가?”라는 발표를 들여다보며 그 사실을 실감한다. 먼저는 남편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가 어릴 ...
    Views30120
    Read More
  9. 삶은 경험해야 할 신비

    어느새 2019년의 끝이 보인다. 금년에도 다들 열심히 살아왔다. 수많은 위기를 미소로 넘기며 당도한 12월이다. 이제 달랑 한 장 남은 캘린더 너머에 숨어있는 2020년을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참 신비한 일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갈수록 사람들은 ‘...
    Views27650
    Read More
  10. 고통의 의미

    지난 주간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 했다. 고교시절부터 우정을 나누는 죽마고우 임 목사가 뇌졸증으로 쓰러졌다는 급보였다. 앞이 캄캄했다. 지난 여름 한국에서 만나 함께 뒹굴며 지내다 왔는데. 워낙 키와 덩치가 커서 고교 시절부터 씨름을 하던 친구여서 ...
    Views28896
    Read More
  11. 민들레 식당

    민들레의 꽃말은 ‘사랑’과 ‘행복’이다. 민들레는 담장 밑이나 길가 등 어디에서나 잘 핀다. 늘 옆에 있고 친숙하며, 높은 곳보다 항상 낮은 지대에 자생한다. 잎이 필 때도 낮게 옆으로 핀다. '낮고 겸손한 꽃’ 민들레처럼...
    Views27779
    Read More
  12. 노년의 행복

    요사이 노년을 나이로 나누려는 것은 촌스러운(?)일이다. 워낙 건강한 분들이 많아 노인이라는 말을 사용하기가 송구스럽다. 굳이 인생을 계절로 표현하자면 늦가을에 해당되는 시기이다. 늙는 것이 서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삶의 수확을 거두는 시기가 노...
    Views28305
    Read More
  13. 최초 장애인 대학총장 이재서

    지난봄. 밀알선교단을 창립하고 이끌어오는 이재서 박사가 총신대학교 총장에 출마하였다는 소식에 접하게 되었다.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대학교 총장?” 이제 은퇴를 하고 물러나는 시점인데 난데없이 총장 출마라니? 함께 사역하는 단장들도 다...
    Views28728
    Read More
  14. 그래도 살아야 한다

    지난 14일. 배우 겸 가수인 설리(최진리)가 자택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그녀의 나이 겨우 25살.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청춘은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청순하고 빼어난 미모, 평소 밝은 성격의 그녀가 자살한 것은 커다란 충...
    Views29853
    Read More
  15. 가을, 밀알의 밤

    어느새 가을이다. 낯선 2019년과 친해지려 애쓰던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겨울을 거쳐 봄,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새 초록이 지쳐가고 있다. 여기저기 온갖 자태를 뽐내며 물들어 가는 단풍이 매혹적이기는 한데 애처로워 보이는 것은 내 기분 탓일까? 가을은 ...
    Views30137
    Read More
  16. 생각이 있기는 하니?

    생각? 사람들은 오늘도 생각을 한다. 아니 지금도 생각중이다. 그런데 정작 삶에는 철학도, 일관성도 없다. 그래서 누군가가 “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냐?”라고 핀잔을 주면 “나도 나를 모르겠다.”고 대답을 한다. '나는 ...
    Views27745
    Read More
  17. 침묵 속에 버려진 청각장애인들

    “숨을 내쉬면서 혀로 목구멍을 막는 거야. ‘학’ 해 봐.” 6살 “별이”는 엄마와 ‘말 연습’을 하고 있다. 마주 앉은 엄마가 입을 크게 벌리고 “학”이라고 말하면 별이는 ‘하’ 아니면 &...
    Views31646
    Read More
  18. 사랑이란 무엇일까?

    오늘 우리는 왜 살고 있는가? 사랑 때문이다. 사랑을 하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고,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죽지 못해 살아가게 된다.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난다. 한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
    Views27689
    Read More
  19. No Image

    이름이 무엇인고?

    사람은 물론 사물에는 이름이 다 붙는다. 10년 전 고교선배로부터 요크샤테리아 한 마리를 선물 받았다. 원래 지어진 이름이 있었지만 온 가족이 마주 앉아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기로 하였다. 갑론을박 끝에 “쵸코”라는 이름이 나왔다. “...
    Views28894
    Read More
  20. 이혼 지뢰밭

    어린 시절에 명절은 우리의 꿈이었고 긴긴날 잠못자게 하는 로망이었다. 가을 풍경이 짙어진 고향산천을 찾아가는 기쁨, 집안사람들을 모두 만나는 자리, 또래 친척 아이들을 만나 추억을 만드는 동산, 모처럼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
    Views2882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