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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07:12

어디요? 1/20/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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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사가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에 타고 있었다. 옆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핸드폰을 꺼내 든다. 그러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신호 가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마자 묻는다. “어디요?” 요사이는 워낙 전화기 성능이 좋아서 소리가 다 들린다. 상대방이 대답한다. “밖” 다짜고짜 전화를 끊는다. 신사의 입가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와! 정말 단순하다. 간단명료하네.” 전화상대는 남편 할아버지인 것 같다. “어디요?” “밖” 단 두 마디가 오갔지만 짧디 짧은 통화에서 오랜 세월 함께 해 온 노부부의 정이 느껴졌다. 신사는 혼자 중얼거린다. “인생이 저리 단순한 것을 우리는 너무 복잡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것 같다.”고.

그렇다. 통해야 인생이 재미가 있다. 전라도 분들은 “거시기, 거시기”하면 다 통한다. 우리 같은 사람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감이 안 잡힌다. 그런데 다 알아차린다. 할머니들의 친목모임이 있었다. 회장을 맡은 할머니가 모임장소를 잘못 말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다음날 가보니 회장이 말한 장소가 아니라 항상 모이는 그 장소에 모두 와있더란다. 그것도 전원이 말이다. 그렇게 함께 하다보면 통하게 되어있나 보다. 갓난아기는 말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엄마는 다 알아차리며 아가를 돌본다. 아기가 알아듣든지 말든지 엄마는 혼잣말을 해가며 모든 것을 처리해 준다. “어구, 어구. 우리 애기 배고팠구나. 서러워서 우는 거야. 하이고 시원하게 볼일을 보셨네.”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엄마는 바쁘다. 바빠도 무지 바쁘다.

부부도, 가족 간에도, 이웃끼리도 통해야 한다. 꼭 말을 많이 해야만 통하는 것이 아니다. 통하는 사람과 함께하면 행복하다. 자, 이 대화는 어떨까? 할머니들이 주고받는 말이다. “예수가 죽었디야” “워쩌다가 죽었디야?” “아, 글씨 못에 박혀 죽었다는구먼” “글게 우짜야쓰까잉 쓰잘데기업시 누더기를 걸치고 다니더만” “근디 예수가 누기여?” 친구 할머니의 대답이 걸작이다. “나두 잘 모르겠는디. 우리 며늘아가 ‘아부지 아부지’하는거 보먼 우리 사돈인가벼!!!” 두 분이 워낙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니 끼어들 수도 없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사람들이 다 그러면서 산다.

나는 부목사 생활을 천호동에서 했다. 버스종점이 자리하고 있는 눈을 감으면 잡힐 듯 그림 같은 곳이었다. 외출을 하려면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리거나 막 출발하려는 버스에 올라타야만 하였다. 그러다보면 꼭 안면이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같은 교회 성도든지 아니면 같은 동에 사는 사람이든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묻는다. “어디가세요?” “예, 어디 좀 갑니다.” “아, 예” 대화가 이상하다. 행선지를 물으면 가는 곳을 말해야 하는데 물음도 대답도 애매하다. 그런데 그 대화에서 안부와 서로 간에 정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말 중에 가장 희한하고 탁월한 말이 “아이고!”이다. 가장 많이 쓰는 말이지만 그 말의 의미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매우 힘들다. “아이고!”는 정말 다양하게 쓰여 지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을 만나도 “아이고!” 좋은 일을 만나도 “아이고!” 한다. 우리나라 초대“이승만” 대통령의 영부인은 “프란체스카”여사였다. 유창한 한국말을 하며 한국 사람과 흡사하게 살았던 분이다. 그런데 오랜 세월 이승만 대통령과 살면서 평생 이해하지 못했던 말이 “아이고!”였다 한다. 영어로 하면 “I Go!”인데 맨 날 어디를 간다고 하는지 정도로 밖에는 이해를 못한 것이다. 우리는 안다. “아이고!”라는 한마디 속에 한국인의 정서가 가득 담겨있다는 것을.

통해야 산다. 그런데 어느 날 통하는 때가 온다. 그게 신기하다. 통하면 행복하다. 통하면 흔히 하는 말로 눈빛만 보아도 안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도 용기이지만 하고 싶은 말을 안 하는 것은 더 큰 용기라.”는 것을. “어디요?” “밖”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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