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7:44

청춘 낙서 12/19/2014

조회 수 8429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벽낙서.jpg

 

 

낙서의 역사는 얼마나 될까? 아마 태초부터 낙서가 있지 않았을까? 아담은 에덴동산 곳곳에서 낙서를 했을성 싶다. 고교 2학년 때. 수학여행을 가서 설악산 암벽에 새겨진 낙서에 혀를 내둘렀다. 처음 이민을 와서 ‘프리웨이’(L.A.)가 지나가는 다리 난간에 페인트 낙서가 되어있는 것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와,역시 아메리칸 아이들은 목숨을 걸고 낙서를 하는구나!” 스무살 떠꺼머리 시절, 경희대 앞 단골 선술집에서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벽에 낙서를 해댔다. 돌이켜보면 번민이 많았던 내 젊은 날이다.

그래서 나는 자주 되뇌인다. “청춘은 그립지만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그 나이에는 열정이 넘치는 만큼 생각과 꿈이 너무도 많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따라주질 않는다. 그래서 고뇌의 연속이다. “4년째 대학생. 4년째 노동자. 모아놓은 돈은 없음… /날고 싶다. 훨훨/답을 찾아줘!/억울하고 슬픈 일 다 지나간다. 힘내라!!” 요즈음 대학가 주점 벽에 쓰여진 낙서문구이다. 그러고 보면 세월이 지나도 청춘의 번뇌는 한결같다.

“학점, 등록금, 알바, 연애, 취업준비…” 바쁘고 피곤한 청춘은 오늘도 탈출을 꿈꾼다. 구구절절 낙서장에 밴 고뇌와 눈물은 불안한 미래에 대한 항거의 표시인지도 모른다. 낙서는 혼자만의 비밀을 고백하고 고민도 털어 놓을 수 있는 맘 좋은 친구다. 아프다며 징징대고 나면 마음도 후련해진다. 남의 낙서에서 발견한 내 고민거리가 왠지 반가운, 대학가 낙서는 그래서 젊은 날의 초상이다. 누군가 대학가 카페나 주점을 돌며 낙서를 살펴보았다. “사랑과 진로, 학업, 군대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사랑≫ 인류가 낙서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이 써 온 사랑 이야기. 사랑을 빼놓고서 젊은 날의 고민과 아픔을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낙서의 내용은 “왜 남친(여친)이 없어?/주위에서 이상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 나도 이성 친구를 사귀고는 싶지만 맘처럼 쉽지 않다./나의 짝을 찾아줘^^/여친~ 생기게 해 주세요/에휴 꼭 남친 만들 꺼다. 4년 안에.. /나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남자 만나고 싶다” 그러다가 만난 사랑은 녹록치 않다. “나.. 너 좋아해. 그거 알아? 몰라? 너 땜에 많이 행복하고 또 많이 힘들어…ㅠ/가을밤 잠 못 드는 사랑 준 사람, 짧게 웃고 길게 우는 사랑 준 사람/참 많이 보고 싶다”

≪진로≫ 언제부턴가 취업이 졸업을 앞 둔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자리 잡았다. “뭘해 먹고 살지? 가뜩이나 먹고 살 궁리에 골이 아픈데 취업문까지 가혹할 정도로 좁다./빨리, 좋은 곳에 취직이 됐으면 좋겠다. 열심히 나름대로 살아오고 공부한 것 같은데 왜 몇 년째 부모님께 속상함을 드리는 딸인 건지/더욱 힘내서 꼬옥 취업 성공해야겠다!!/시험 붙게 해 주세요 제발!!!!” 취직을 목표로 죽기 살기로 노력하는 친구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조차 모르는 고민들이 의외로 넘친다.

≪학업≫ 바쁜 와중에도 절대 실패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학점관리. 올A+를 꿈꾸며 오늘도 청춘들은 달린다. ‘자전거타기, 책읽기, 신문보기’ 같은 일상생활이‘종강 후에 하고 싶은 일’ <리스트>에 올라 있다. “으아아 시험공부 하기 시러어어어어/시험아.. 우리 그만 만나/니네 기말은 안녕들 하시냐?/이번 학기 진짜 너무X3 힘들다 ㅠ ㅠ 중도휴학!!! 하고 싶지만… 죽겠지만.. 나를 스트레스 받게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끝까지 힘 내야징”

≪군대≫ 군대 자체가 고민이다. “도대체 왜, 왜, 왜! 나는 군대 가야 하는 건가? 해답 없는 질문만 마구 던지는 슬픈 우리 젊은날이여./나는 내일 군대간다. Say Goodye/영수야! 군대 잘 다녀 오구 다치지마. 잘 기다리고 있을게/현구야 선임한테 맞지 말고.. 행복해야해 ㅠ-ㅠ흑”

그렇게 청춘은 깊어간다. 내 청춘은 밤을 하얗게 새운 기억이 많다. 체력도 좋았다. 그 덕에 지금도 야행성이다. 이 나이에도 꼭 자정이 넘어야 ‘잠님’이 오신다.낙서는 ‘힐링’의 효과가 있다. ‘성취감’도 있다. 현실이 각박할수록 수준 높은 낙서를 하자. 그것이 쌓여 문학이 되는 날까지.


  1. 두 팔 없는 미인대회 우승자

    각 나라마다 미인대회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1957년부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름다움을 드러내어 뽐내고 싶은 마음은 여성들의 본능인 듯 싶다. 세월이 흘러 이제 그런 대회는 멈추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지만 상업...
    Views24059
    Read More
  2.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그를 재벌로 만든 원동력은 바로 롯데껌이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즐기던 껌 덕분에 그는 국내 재계 순위 5위 재벌이 되었다. 지금이야 껌의 종류도 다양하고, 흔하고 흔한 것이 껌이지만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껌은 ...
    Views26333
    Read More
  3. 다시 태어난다면

    부부는 참 신비하다. 처음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할 때는 못죽고 못사는데 평생 평탄하게 사는 부부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거의 세월의 흐름 속에 데면데면 밋밋한 관계가 된다. 누구 말처럼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고갈되어 그런 것인...
    Views24794
    Read More
  4. 모르는 것이 죄

    소크라테스는 “죄가 있다면 모르는 것이 죄”라고 했다. 의식 지수 400이 이성이다. 우리는 눈만 뜨면 화를 내며 산다. 다 알지 않는가? 화를 자주 내는 사람보다 전혀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을.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 풀리...
    Views24298
    Read More
  5. 월남에서 돌아온 사나이

    2018년 봄. 후배 선교사로부터 집회요청을 받고 베트남을 방문하게 되었다. 베트남 행 비행기 안에서 초등학교 때 추억이 삼삼히 떠올랐다. 베트남?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월남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월남에서 전쟁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이야기...
    Views25900
    Read More
  6. 새해 2020

    새해가 밝았다. 2020.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신선한 이름이다. 사람은 언제 행복할까? 우선 주어진 기본욕구가 채워지면 행복하다. 문제는 그 욕구충족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요, 나이가 들수록 그 한계가 점점 넓어지고 높아진다는 것이다. 다...
    Views24901
    Read More
  7. 연날리기

    바람이 분다. 겨울이라 그런지 바람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앙상한 나뭇가지를 훑어대며 내는 소리는 ‘앙칼지다’라고 밖에는 표현이 안된다. 내가 어릴 때는 집이 다 창호지 문이었다. 어쩌다 자그마한 구멍이라도 생기면 파고드는 칼바람의 위력...
    Views27152
    Read More
  8. 나를 잃는 병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무서운 병은 어떤 것일까? 알츠하이머? 치매가 아닐까? 자신은 행복할지 모르지만 가족들과 지인들을 안타깝고 힘들게 만드는 병. 얼마 전 명배우 윤정희 씨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그의 부군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
    Views27002
    Read More
  9.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정신과 창구에 비친 한국 가족 위기의 실상은 몇 가지 특징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려병원 신경정신과 이시형 박사가 “우리 가족 이대로 좋은가?”라는 발표를 들여다보며 그 사실을 실감한다. 먼저는 남편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가 어릴 ...
    Views30150
    Read More
  10. 삶은 경험해야 할 신비

    어느새 2019년의 끝이 보인다. 금년에도 다들 열심히 살아왔다. 수많은 위기를 미소로 넘기며 당도한 12월이다. 이제 달랑 한 장 남은 캘린더 너머에 숨어있는 2020년을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참 신비한 일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갈수록 사람들은 ‘...
    Views27666
    Read More
  11. 고통의 의미

    지난 주간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 했다. 고교시절부터 우정을 나누는 죽마고우 임 목사가 뇌졸증으로 쓰러졌다는 급보였다. 앞이 캄캄했다. 지난 여름 한국에서 만나 함께 뒹굴며 지내다 왔는데. 워낙 키와 덩치가 커서 고교 시절부터 씨름을 하던 친구여서 ...
    Views28908
    Read More
  12. 민들레 식당

    민들레의 꽃말은 ‘사랑’과 ‘행복’이다. 민들레는 담장 밑이나 길가 등 어디에서나 잘 핀다. 늘 옆에 있고 친숙하며, 높은 곳보다 항상 낮은 지대에 자생한다. 잎이 필 때도 낮게 옆으로 핀다. '낮고 겸손한 꽃’ 민들레처럼...
    Views27794
    Read More
  13. 노년의 행복

    요사이 노년을 나이로 나누려는 것은 촌스러운(?)일이다. 워낙 건강한 분들이 많아 노인이라는 말을 사용하기가 송구스럽다. 굳이 인생을 계절로 표현하자면 늦가을에 해당되는 시기이다. 늙는 것이 서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삶의 수확을 거두는 시기가 노...
    Views28326
    Read More
  14. 최초 장애인 대학총장 이재서

    지난봄. 밀알선교단을 창립하고 이끌어오는 이재서 박사가 총신대학교 총장에 출마하였다는 소식에 접하게 되었다.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대학교 총장?” 이제 은퇴를 하고 물러나는 시점인데 난데없이 총장 출마라니? 함께 사역하는 단장들도 다...
    Views28742
    Read More
  15. 그래도 살아야 한다

    지난 14일. 배우 겸 가수인 설리(최진리)가 자택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그녀의 나이 겨우 25살.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청춘은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청순하고 빼어난 미모, 평소 밝은 성격의 그녀가 자살한 것은 커다란 충...
    Views29867
    Read More
  16. 가을, 밀알의 밤

    어느새 가을이다. 낯선 2019년과 친해지려 애쓰던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겨울을 거쳐 봄,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새 초록이 지쳐가고 있다. 여기저기 온갖 자태를 뽐내며 물들어 가는 단풍이 매혹적이기는 한데 애처로워 보이는 것은 내 기분 탓일까? 가을은 ...
    Views30155
    Read More
  17. 생각이 있기는 하니?

    생각? 사람들은 오늘도 생각을 한다. 아니 지금도 생각중이다. 그런데 정작 삶에는 철학도, 일관성도 없다. 그래서 누군가가 “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냐?”라고 핀잔을 주면 “나도 나를 모르겠다.”고 대답을 한다. '나는 ...
    Views27763
    Read More
  18. 침묵 속에 버려진 청각장애인들

    “숨을 내쉬면서 혀로 목구멍을 막는 거야. ‘학’ 해 봐.” 6살 “별이”는 엄마와 ‘말 연습’을 하고 있다. 마주 앉은 엄마가 입을 크게 벌리고 “학”이라고 말하면 별이는 ‘하’ 아니면 &...
    Views31661
    Read More
  19. 사랑이란 무엇일까?

    오늘 우리는 왜 살고 있는가? 사랑 때문이다. 사랑을 하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고,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죽지 못해 살아가게 된다.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난다. 한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
    Views27707
    Read More
  20. No Image

    이름이 무엇인고?

    사람은 물론 사물에는 이름이 다 붙는다. 10년 전 고교선배로부터 요크샤테리아 한 마리를 선물 받았다. 원래 지어진 이름이 있었지만 온 가족이 마주 앉아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기로 하였다. 갑론을박 끝에 “쵸코”라는 이름이 나왔다. “...
    Views2891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