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2.22 15:37

종소리

조회 수 3638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종탑.jpg

 

 세상에 모든 존재는 소리를 가지고 있다. 살아있는 것만이 아니라 광물성도 소리를 낸다. 소리를 들으면 어느 정도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되어 있다. 조금만 귀기우려 들어보면 소리는 두 개로 갈라진다. 무의미하게 나는 소리가 있는가하면 가슴을 파고드는 소리가 있다. 어쩌다 만나는 앵무새(구관조)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발동시켜 걸음을 멈추게 한다. ‘새가 사람 소리를 내다니!’ 신기하기 이를 데 없다. 그뿐이다. 앵무새가 사람 흉내를 기가 막히게 낸다고 그 소리에 도전을 받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한밤중에 잠시 깨었을 때 들려오는 벌레 소리는 가슴을 파고든다. 생각의 동굴로 이끌어간다. 미물의 소리이지만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소리 중에 종소리만큼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리도 드물다. 어린 시절, 교회에 다니지 않을 때에도 때마다 울리는 종소리는 마을에 메아리치며 사람들의 마음을 평안케 해 주었다. 필라델피아에도 시각을 알리는 교회 종소리가 은은히 퍼져 운치를 더해준다. ()하면 떠오르는 것이 성덕대왕 신종 또는 에밀레 종이다. 성덕대왕 신종을 제작하기 위해 34년이나 매달려 왔던 신라인들은 실패가 계속되자 신종의 소리를 얻기 위해 어린아이를 희생양으로 바치기로 했고, 불국토의 도래를 알리고 신라의 종소리를 만들기 위해 엄마 젖을 빨던 한 아이가 펄펄 끓는 쇳물 항아리에 바쳐졌다고 한다. 그런데 종을 칠 때마다 에밀레~ 에밀레~” 하는 소리가 났다나? 초등학교 때, ‘에밀레 종이라는 영화를 보며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종의 생명은 두말할 필요 없이 소리에 있다. 소리는 종 몸체에 외부 타격으로 만들어진 진동이 주변 공기를 진동시키고, 이 진동이 귀의 고막을 자극하여 뇌에서 감지되는 것이다. 종을 치면 종 몸체는 지름 방향, 원주 방향, 길이 방향으로 3가지 진동을 만드는데, 이중에서 가장 큰 진동은 지름방향에서 만들어진다. 타종 후 종소리는 대체로 3구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구간 음은 타종 직후 1초 이내에 소멸되는 소리로, ‘!’ 하고 울리는 타격 순간음을 말한다. 여기에는 종 전체에서 발생하는 각종의 진동수 성분이 섞여있다.

 

 제2구간 음은 타격 후 10초 이전까지 계속되는 고음성분으로 먼 곳에서 종소리가 들리는 것은 이 구간 음 때문이다. 3구간 음은 타격 후 1분 이상 계속되면서 점차 감쇄되는 소리로 여운이라고 한다. 여음은 은은한 울림(맥놀이)이 뚜렷하고 긴 것일수록 좋은 소리로 친다. 타종 직후에는 많은 부분 진동음이 발생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은 감소하고 기본진동과 울림만이 남게 돼 종의 고유 소리를 나타내는 것이다. 첨단 장비도 없이 사람의 귀에만 의지해서 이러한 첨단의 신종을 만들어 낸 우리 조상들의 장인 기술이 놀랍다.

 

 내가 중 ·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해도 새벽 예배를 알리는 교회종이 울렸다. 새벽 종소리에 잠을 깨어 교회로 향하던 기억이 새롭다. 특별히 추운 겨울, “뽀드득소리를 내며 눈을 밟고 교회로 향할 때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어느 순간, 종소리가 챠임벨로 바뀌었다. 그러더니 이제는 소음 공해라는 낙인을 찍어 아예 교회 예배 시작을 알리는 소리조차 사라진지 오래다. 예배를 알리는 초종(初鐘) 소리를 듣고 교회로 향하고, 시작 종소리를 들으며 예배를 드리던 그 시절이 그립다. 새벽에 일어나 일하던 많은 사람들이 교회 종소리에 위안을 얻고, 방황하던 영혼들이 교회에서 들려오는 새벽 종소리를 듣고 주님 품으로 돌아오는 일들이 종종 있었는데 아쉽기 그지없다. 문명과 이기가 발달하면서 편리해 진 것은 좋은 일이지만 사람을 사람 되게 하는 많은 소리들이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깝다.

 

 오늘따라 시골에서 울려 퍼지던 교회 종소리가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것은 겨울이 깊었기 때문이리라! 눈 덮인 산하를 관통하며 울려 퍼지던 종소리는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탄일종이라는 찬송은 그래서 탄생을 했다. 간단한 가사이지만 정겨운 리듬을 담고 모두의 가슴에 남아있다. 종소리가 퍼져가는 광경을 그려보며 눈을 감는다. 내 인생도 은은한 음파처럼 번져가기를


  1. 다시 태어난다면

    부부는 참 신비하다. 처음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할 때는 못죽고 못사는데 평생 평탄하게 사는 부부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거의 세월의 흐름 속에 데면데면 밋밋한 관계가 된다. 누구 말처럼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고갈되어 그런 것인...
    Views24728
    Read More
  2. 모르는 것이 죄

    소크라테스는 “죄가 있다면 모르는 것이 죄”라고 했다. 의식 지수 400이 이성이다. 우리는 눈만 뜨면 화를 내며 산다. 다 알지 않는가? 화를 자주 내는 사람보다 전혀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을.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 풀리...
    Views24237
    Read More
  3. 월남에서 돌아온 사나이

    2018년 봄. 후배 선교사로부터 집회요청을 받고 베트남을 방문하게 되었다. 베트남 행 비행기 안에서 초등학교 때 추억이 삼삼히 떠올랐다. 베트남?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월남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월남에서 전쟁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이야기...
    Views25806
    Read More
  4. 새해 2020

    새해가 밝았다. 2020.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신선한 이름이다. 사람은 언제 행복할까? 우선 주어진 기본욕구가 채워지면 행복하다. 문제는 그 욕구충족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요, 나이가 들수록 그 한계가 점점 넓어지고 높아진다는 것이다. 다...
    Views24811
    Read More
  5. 연날리기

    바람이 분다. 겨울이라 그런지 바람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앙상한 나뭇가지를 훑어대며 내는 소리는 ‘앙칼지다’라고 밖에는 표현이 안된다. 내가 어릴 때는 집이 다 창호지 문이었다. 어쩌다 자그마한 구멍이라도 생기면 파고드는 칼바람의 위력...
    Views27035
    Read More
  6. 나를 잃는 병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무서운 병은 어떤 것일까? 알츠하이머? 치매가 아닐까? 자신은 행복할지 모르지만 가족들과 지인들을 안타깝고 힘들게 만드는 병. 얼마 전 명배우 윤정희 씨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그의 부군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
    Views26911
    Read More
  7.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정신과 창구에 비친 한국 가족 위기의 실상은 몇 가지 특징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려병원 신경정신과 이시형 박사가 “우리 가족 이대로 좋은가?”라는 발표를 들여다보며 그 사실을 실감한다. 먼저는 남편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가 어릴 ...
    Views30053
    Read More
  8. 삶은 경험해야 할 신비

    어느새 2019년의 끝이 보인다. 금년에도 다들 열심히 살아왔다. 수많은 위기를 미소로 넘기며 당도한 12월이다. 이제 달랑 한 장 남은 캘린더 너머에 숨어있는 2020년을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참 신비한 일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갈수록 사람들은 ‘...
    Views27554
    Read More
  9. 고통의 의미

    지난 주간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 했다. 고교시절부터 우정을 나누는 죽마고우 임 목사가 뇌졸증으로 쓰러졌다는 급보였다. 앞이 캄캄했다. 지난 여름 한국에서 만나 함께 뒹굴며 지내다 왔는데. 워낙 키와 덩치가 커서 고교 시절부터 씨름을 하던 친구여서 ...
    Views28818
    Read More
  10. 민들레 식당

    민들레의 꽃말은 ‘사랑’과 ‘행복’이다. 민들레는 담장 밑이나 길가 등 어디에서나 잘 핀다. 늘 옆에 있고 친숙하며, 높은 곳보다 항상 낮은 지대에 자생한다. 잎이 필 때도 낮게 옆으로 핀다. '낮고 겸손한 꽃’ 민들레처럼...
    Views27674
    Read More
  11. 노년의 행복

    요사이 노년을 나이로 나누려는 것은 촌스러운(?)일이다. 워낙 건강한 분들이 많아 노인이라는 말을 사용하기가 송구스럽다. 굳이 인생을 계절로 표현하자면 늦가을에 해당되는 시기이다. 늙는 것이 서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삶의 수확을 거두는 시기가 노...
    Views28240
    Read More
  12. 최초 장애인 대학총장 이재서

    지난봄. 밀알선교단을 창립하고 이끌어오는 이재서 박사가 총신대학교 총장에 출마하였다는 소식에 접하게 되었다.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대학교 총장?” 이제 은퇴를 하고 물러나는 시점인데 난데없이 총장 출마라니? 함께 사역하는 단장들도 다...
    Views28673
    Read More
  13. 그래도 살아야 한다

    지난 14일. 배우 겸 가수인 설리(최진리)가 자택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그녀의 나이 겨우 25살.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청춘은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청순하고 빼어난 미모, 평소 밝은 성격의 그녀가 자살한 것은 커다란 충...
    Views29784
    Read More
  14. 가을, 밀알의 밤

    어느새 가을이다. 낯선 2019년과 친해지려 애쓰던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겨울을 거쳐 봄,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새 초록이 지쳐가고 있다. 여기저기 온갖 자태를 뽐내며 물들어 가는 단풍이 매혹적이기는 한데 애처로워 보이는 것은 내 기분 탓일까? 가을은 ...
    Views30055
    Read More
  15. 생각이 있기는 하니?

    생각? 사람들은 오늘도 생각을 한다. 아니 지금도 생각중이다. 그런데 정작 삶에는 철학도, 일관성도 없다. 그래서 누군가가 “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냐?”라고 핀잔을 주면 “나도 나를 모르겠다.”고 대답을 한다. '나는 ...
    Views27655
    Read More
  16. 침묵 속에 버려진 청각장애인들

    “숨을 내쉬면서 혀로 목구멍을 막는 거야. ‘학’ 해 봐.” 6살 “별이”는 엄마와 ‘말 연습’을 하고 있다. 마주 앉은 엄마가 입을 크게 벌리고 “학”이라고 말하면 별이는 ‘하’ 아니면 &...
    Views31531
    Read More
  17. 사랑이란 무엇일까?

    오늘 우리는 왜 살고 있는가? 사랑 때문이다. 사랑을 하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고,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죽지 못해 살아가게 된다.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난다. 한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
    Views27642
    Read More
  18. No Image

    이름이 무엇인고?

    사람은 물론 사물에는 이름이 다 붙는다. 10년 전 고교선배로부터 요크샤테리아 한 마리를 선물 받았다. 원래 지어진 이름이 있었지만 온 가족이 마주 앉아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기로 하였다. 갑론을박 끝에 “쵸코”라는 이름이 나왔다. “...
    Views28823
    Read More
  19. 이혼 지뢰밭

    어린 시절에 명절은 우리의 꿈이었고 긴긴날 잠못자게 하는 로망이었다. 가을 풍경이 짙어진 고향산천을 찾아가는 기쁨, 집안사람들을 모두 만나는 자리, 또래 친척 아이들을 만나 추억을 만드는 동산, 모처럼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
    Views28762
    Read More
  20. 시각장애인의 찬양

    장애 중에 눈이 안 보이는 어려움은 가장 극한 고통일 것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중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존경의 대상이 될 만한 인물들이 속속 배출된 것을 보면 고난은 오히려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끈질긴 내성을 키워내는 것 같다. 한국이...
    Views2904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