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775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아버지의_웃음.jpg

 

 

누구에게나 아버지가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느낌과 생각이 다르다. 어머니는 편하다. 아니 만만하다. 아버지는 어렵다. 아니 걸끄럽다. 한 사나이를 상담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아버지는 타인처럼 느껴져 힘이 들다.”는 고백이었다. 장시간을 대화하다가 내가 권했다. “아버지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라!”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그분은 목사님 말씀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아버지를 모시고 유럽 여행을 떠났다. 부자가 오랜 시간을 마주 앉아보고 같은 방을 쓰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일단 유럽행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동석을 해야만 하였다. 사나이는 옆자리에 앉은 아버지의 숨소리가 그렇게 큰 줄 그때 알았다. 10일간의 여행을 하면서 한방을 써야만했다. 그러면서 어색했지만 아버지와 아들은 가슴의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사나이는 처음 아버지의 손을 잡으며 고백했다. “아버지, 제가 이혼을 해서 죄송해요!” 아들의 고백에 침묵하던 아버지가 아들의 얼굴을 보며 답했다. “내가 미안하구나. 내가 네게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해서.” 부자간의 대화는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회자되는 이런 통계가 있다. 남자들의 30%정도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아주 껄끄럽다고 한다. 마주하면 인사할 정도이지. 같은 자리에 함께 있는 것이 고통이다.서로 눈치만 보는 의례적인 만남만 있을 뿐이다. 나머지 10% 정도가 그래도 아버지가 친구 같고, 허물없이 대화를 한다고 한다. 지금의 내 눈으로 아버지를 정면으로 보고 지금의 내 가슴으로 아버지를 느껴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에 본 아버지 상(像)들의 종합이다. 어머니가 말해준 기억들이 만들어 놓은 상들이다. 진짜의 아버지가 아니고 내 생각으로 만들어 낸 아버지 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상처가 많은 남자는 세상에 나와서 나보다 더 나이 많은 윗사람, 직장 상사, 그리고 아버지 또래들과의 관계가 힘이 들게 된다.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면 내안에 있는 남성성을 내가 만나지 못한다. 이것은 정말 중요하다. 일도 잘 하고 싶다. 인간관계도 잘 해서 성공하고 싶다. 자식도 잘 키워서 행복하고 자랑스럽게 후회 없이 살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 자기 마음먹은 대로 되질 않는다. 자꾸만 어느 관계에서 막히고 만다. 노력하면 될 것 같아서 애써보지만 번번이 실패를 한다. 그때 좌절을 하고 잠수를 타기도 한다. 비난도 하고 권위에 대들기도 한다. 그동안 어렵게 차곡차곡 쌓아온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린다.

사람이라면 어머니는 물론이요, 평생 아버지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아버지는 평생 따라다닌다고 할 수 있다. 아버지를 신뢰 못하는 사람은 대체로 어른들을 신뢰하지 못한다. 아버지가 무자비하고 험한 사람이었다면 권위에 순응하지 못하고 반항적일 수 있다. 아버지를 기쁘게 하지 못한 사람은 오히려 다른 노인들을 기쁘게 하려고 부단히 애를 쓰며 산다. 내 안에 남성이 자라서 성숙한 남자가 되어야 하는데 평생을 소년인 채로 살아가는 이가 참 많다.

“목사님, 아버지와 그렇게 유럽 여행을 하고 나니 아버지가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버지도 한 남자였었습니다. 아버지는 슈퍼맨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저는 아버지가 한 남자가 아닌 완벽한 아버지인줄로 알았고 또 그래야만 한 줄로 알고 살았었습니다. 그런 아버지는 내 머리 속에만 있었습니다. 이제 아주 홀가분합니다.그동안 뭔가가 찌뿌듯하게 있었는데 그게 다 날라가 버렸습니다.”

사실 사나이가 충격을 받은 것은 아들의 고백 때문이었다. “아빠와 아주 재미있게 놀아 본 기억이 전혀 없어요.” 그날 얼마나 미안하고 부끄러웠는지! 사람은 그래서 배운 대로 사나보다. 다시 만나야 할 사람. 과거의 내 기억이나 판단으로만 알고서 살기에는 너무나 오해가 많은 분이 아버지이다. 아버지를 만나야 한다.생각과 추측이 아닌 진짜 아버지를 만나야 한다. 남자대 남자, 그것도 내가 이 땅에 와서 처음 만난 남자인 아버지와 내가 낳고 내가 키운 남자인 아들과의 새로운 만남, 이것은 실로 기적이다.


  1.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그를 재벌로 만든 원동력은 바로 롯데껌이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즐기던 껌 덕분에 그는 국내 재계 순위 5위 재벌이 되었다. 지금이야 껌의 종류도 다양하고, 흔하고 흔한 것이 껌이지만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껌은 ...
    Views26317
    Read More
  2. 다시 태어난다면

    부부는 참 신비하다. 처음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할 때는 못죽고 못사는데 평생 평탄하게 사는 부부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거의 세월의 흐름 속에 데면데면 밋밋한 관계가 된다. 누구 말처럼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고갈되어 그런 것인...
    Views24787
    Read More
  3. 모르는 것이 죄

    소크라테스는 “죄가 있다면 모르는 것이 죄”라고 했다. 의식 지수 400이 이성이다. 우리는 눈만 뜨면 화를 내며 산다. 다 알지 않는가? 화를 자주 내는 사람보다 전혀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을.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 풀리...
    Views24288
    Read More
  4. 월남에서 돌아온 사나이

    2018년 봄. 후배 선교사로부터 집회요청을 받고 베트남을 방문하게 되었다. 베트남 행 비행기 안에서 초등학교 때 추억이 삼삼히 떠올랐다. 베트남?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월남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월남에서 전쟁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이야기...
    Views25885
    Read More
  5. 새해 2020

    새해가 밝았다. 2020.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신선한 이름이다. 사람은 언제 행복할까? 우선 주어진 기본욕구가 채워지면 행복하다. 문제는 그 욕구충족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요, 나이가 들수록 그 한계가 점점 넓어지고 높아진다는 것이다. 다...
    Views24886
    Read More
  6. 연날리기

    바람이 분다. 겨울이라 그런지 바람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앙상한 나뭇가지를 훑어대며 내는 소리는 ‘앙칼지다’라고 밖에는 표현이 안된다. 내가 어릴 때는 집이 다 창호지 문이었다. 어쩌다 자그마한 구멍이라도 생기면 파고드는 칼바람의 위력...
    Views27136
    Read More
  7. 나를 잃는 병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무서운 병은 어떤 것일까? 알츠하이머? 치매가 아닐까? 자신은 행복할지 모르지만 가족들과 지인들을 안타깝고 힘들게 만드는 병. 얼마 전 명배우 윤정희 씨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그의 부군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
    Views26984
    Read More
  8.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정신과 창구에 비친 한국 가족 위기의 실상은 몇 가지 특징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려병원 신경정신과 이시형 박사가 “우리 가족 이대로 좋은가?”라는 발표를 들여다보며 그 사실을 실감한다. 먼저는 남편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가 어릴 ...
    Views30112
    Read More
  9. 삶은 경험해야 할 신비

    어느새 2019년의 끝이 보인다. 금년에도 다들 열심히 살아왔다. 수많은 위기를 미소로 넘기며 당도한 12월이다. 이제 달랑 한 장 남은 캘린더 너머에 숨어있는 2020년을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참 신비한 일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갈수록 사람들은 ‘...
    Views27648
    Read More
  10. 고통의 의미

    지난 주간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 했다. 고교시절부터 우정을 나누는 죽마고우 임 목사가 뇌졸증으로 쓰러졌다는 급보였다. 앞이 캄캄했다. 지난 여름 한국에서 만나 함께 뒹굴며 지내다 왔는데. 워낙 키와 덩치가 커서 고교 시절부터 씨름을 하던 친구여서 ...
    Views28887
    Read More
  11. 민들레 식당

    민들레의 꽃말은 ‘사랑’과 ‘행복’이다. 민들레는 담장 밑이나 길가 등 어디에서나 잘 핀다. 늘 옆에 있고 친숙하며, 높은 곳보다 항상 낮은 지대에 자생한다. 잎이 필 때도 낮게 옆으로 핀다. '낮고 겸손한 꽃’ 민들레처럼...
    Views27777
    Read More
  12. 노년의 행복

    요사이 노년을 나이로 나누려는 것은 촌스러운(?)일이다. 워낙 건강한 분들이 많아 노인이라는 말을 사용하기가 송구스럽다. 굳이 인생을 계절로 표현하자면 늦가을에 해당되는 시기이다. 늙는 것이 서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삶의 수확을 거두는 시기가 노...
    Views28301
    Read More
  13. 최초 장애인 대학총장 이재서

    지난봄. 밀알선교단을 창립하고 이끌어오는 이재서 박사가 총신대학교 총장에 출마하였다는 소식에 접하게 되었다.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대학교 총장?” 이제 은퇴를 하고 물러나는 시점인데 난데없이 총장 출마라니? 함께 사역하는 단장들도 다...
    Views28728
    Read More
  14. 그래도 살아야 한다

    지난 14일. 배우 겸 가수인 설리(최진리)가 자택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그녀의 나이 겨우 25살.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청춘은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청순하고 빼어난 미모, 평소 밝은 성격의 그녀가 자살한 것은 커다란 충...
    Views29852
    Read More
  15. 가을, 밀알의 밤

    어느새 가을이다. 낯선 2019년과 친해지려 애쓰던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겨울을 거쳐 봄,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새 초록이 지쳐가고 있다. 여기저기 온갖 자태를 뽐내며 물들어 가는 단풍이 매혹적이기는 한데 애처로워 보이는 것은 내 기분 탓일까? 가을은 ...
    Views30131
    Read More
  16. 생각이 있기는 하니?

    생각? 사람들은 오늘도 생각을 한다. 아니 지금도 생각중이다. 그런데 정작 삶에는 철학도, 일관성도 없다. 그래서 누군가가 “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냐?”라고 핀잔을 주면 “나도 나를 모르겠다.”고 대답을 한다. '나는 ...
    Views27739
    Read More
  17. 침묵 속에 버려진 청각장애인들

    “숨을 내쉬면서 혀로 목구멍을 막는 거야. ‘학’ 해 봐.” 6살 “별이”는 엄마와 ‘말 연습’을 하고 있다. 마주 앉은 엄마가 입을 크게 벌리고 “학”이라고 말하면 별이는 ‘하’ 아니면 &...
    Views31642
    Read More
  18. 사랑이란 무엇일까?

    오늘 우리는 왜 살고 있는가? 사랑 때문이다. 사랑을 하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고,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죽지 못해 살아가게 된다.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난다. 한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
    Views27688
    Read More
  19. No Image

    이름이 무엇인고?

    사람은 물론 사물에는 이름이 다 붙는다. 10년 전 고교선배로부터 요크샤테리아 한 마리를 선물 받았다. 원래 지어진 이름이 있었지만 온 가족이 마주 앉아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기로 하였다. 갑론을박 끝에 “쵸코”라는 이름이 나왔다. “...
    Views28892
    Read More
  20. 이혼 지뢰밭

    어린 시절에 명절은 우리의 꿈이었고 긴긴날 잠못자게 하는 로망이었다. 가을 풍경이 짙어진 고향산천을 찾아가는 기쁨, 집안사람들을 모두 만나는 자리, 또래 친척 아이들을 만나 추억을 만드는 동산, 모처럼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
    Views2882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