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8.25 02:19

늘 푸른 인생

조회 수 2979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열창.jpg

 

  한국 방송을 보다보면 나이가 지긋한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것을 본다. 부부가 출연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때로는 홀로 나오기도 한다. “인생살이에 대한 진솔한 대담은 현실적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나이 드신 분들의 이야기에는 가식이 없다. 욕심도, 어떠한 원망과 비방도 없다. 오로지, 사실 그대로의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면서 미련스럽게 진솔한 삶을 살아왔다. 이제는 늘어가는 나이 앞에 평범하게 순응하는 어르신들의 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보이는 풍경들이 감동을 준다.

 

  역시 노인들은 대범하시다. 나이가 들었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살아오며 힘들었던 사연들을 옛이야기처럼 토해내며 큰소리로 웃어 제낀다. 예를 들면,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에 바람을 많이 피워 속상했던 일들을 온 동네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공개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 당시에는 얼마나 많은 날들을 고통 속에 살았을까? 가정을 돌보지 않고 역마살이 끼어 팔도를 돌아다니며 난봉을 피우는 남편을 기다리며 밤잠을 자지 못하며 눈물지었던 세월은 지옥보다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할아버지를 가슴에 품고 산다. 미움을 용서와 사랑으로 덮어낸지 오래이다. 작정을 한 듯이 남편의 과거 행각을 드러내는 현장에서 할아버지는 미안하고 수줍은 표정으로 먼 산만 바라본다. 사회자의 인도를 따라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빌고 간이 내적치유의 시간을 가진다.

 

  우리 어머니들이 그렇게 살았다. 남편은 밉지만 절대 아이들은 포기하지 못했다. 모질게 세월을 살아냈고 모든 것이 원통스럽지만 그런 고통 속에서도 잘 자라준 자녀들의 모습이 대견할 뿐이다. ‘또박또박용돈을 부쳐주는 효도 속에 그래, 그때 내가 참 참았어.”하시며 위안을 받을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시집살이가 고되긴 고되었나보다. 어느 할머니가 등장하시더니 대번 시어머니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음에 안 들면 손찌검까지 하는 호랑이 시어머니셨다나. 밤에 주무시다가 칼국수를 해 오라고 하면 밀가루를 밀어 한밤중에 칼국수를 끓여 대령하였다고 한다. 요즘 같으면 상상도 안가는 이야기다. 한 할머니는 남편이 바람을 피워 괴로웠는데 나중에는 화투 도박에 빠져들어 차라리 바람을 피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눈을 감아 버렸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부부가 등장한다. 할아버지가 나오더니 대번 이 사람이 3번째 부인이라고 말한다. 사연을 물으니 첫 부인과는 사별을 하였고, 두번째 부인은 집 재산을 자꾸 빼돌려 바로 헤어지고 지금의 부인을 61세에 만나 15년을 함께 살았단다. 3살 연상의 부인에게 재혼하면서 무엇을 요구하였는가?”라고 물으니 할머니의 대답이 가관이다. 첫 번째. “3마리”, 두 번째 돼지고기 5”, 세 번째는 “3일에 담배 1지금 세대들은 기가 막힐 수 있으나 그 당시는 이것도 큰 요구사항이었던 것 같다. 그 후 이야기가 감동이다. “남편은 성실히 약속을 이행했고 시골 사정을 잘 아는 부인은 몇 달 후 그만두라고 하였다나.

 

  우리 부모님들의 세대는 사랑의 표현이 전무했다. 부부간이라도 애정표현을 하는 것은 망측스럽게 생각했다. 그런 분들을 향해 짓궂은 사회자가 부부를 마주 세워놓고 사랑의 고백을 하게 한다. 처음에는 주저하다가 용감하게 사랑한다를 큰소리로 외친다. 말한 본인은 쑥스런 표정이고 보는 이들은 박장대소,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바다는 메워도 인간의 마음, 욕망은 채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행복은 소박한데 있음을 깨닫는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점점 줄어드는 세대에 가보면 삶이란 결코 그렇게 힘들거나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가 보다. 많이 가져야만 행복할까? 나이가 젊어 힘이 넘쳐야만 행복한가? 그것은 절대 아니다. 가진 것은 별로 없어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사는 인생이 복된 삶이다. 나이가 들어가지만 늘 푸른 인생을 사는 이 땅에 노인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1. 두 팔 없는 미인대회 우승자

    각 나라마다 미인대회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1957년부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름다움을 드러내어 뽐내고 싶은 마음은 여성들의 본능인 듯 싶다. 세월이 흘러 이제 그런 대회는 멈추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지만 상업...
    Views24063
    Read More
  2.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그를 재벌로 만든 원동력은 바로 롯데껌이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즐기던 껌 덕분에 그는 국내 재계 순위 5위 재벌이 되었다. 지금이야 껌의 종류도 다양하고, 흔하고 흔한 것이 껌이지만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껌은 ...
    Views26335
    Read More
  3. 다시 태어난다면

    부부는 참 신비하다. 처음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할 때는 못죽고 못사는데 평생 평탄하게 사는 부부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거의 세월의 흐름 속에 데면데면 밋밋한 관계가 된다. 누구 말처럼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고갈되어 그런 것인...
    Views24795
    Read More
  4. 모르는 것이 죄

    소크라테스는 “죄가 있다면 모르는 것이 죄”라고 했다. 의식 지수 400이 이성이다. 우리는 눈만 뜨면 화를 내며 산다. 다 알지 않는가? 화를 자주 내는 사람보다 전혀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을.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 풀리...
    Views24299
    Read More
  5. 월남에서 돌아온 사나이

    2018년 봄. 후배 선교사로부터 집회요청을 받고 베트남을 방문하게 되었다. 베트남 행 비행기 안에서 초등학교 때 추억이 삼삼히 떠올랐다. 베트남?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월남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월남에서 전쟁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이야기...
    Views25902
    Read More
  6. 새해 2020

    새해가 밝았다. 2020.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신선한 이름이다. 사람은 언제 행복할까? 우선 주어진 기본욕구가 채워지면 행복하다. 문제는 그 욕구충족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요, 나이가 들수록 그 한계가 점점 넓어지고 높아진다는 것이다. 다...
    Views24902
    Read More
  7. 연날리기

    바람이 분다. 겨울이라 그런지 바람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앙상한 나뭇가지를 훑어대며 내는 소리는 ‘앙칼지다’라고 밖에는 표현이 안된다. 내가 어릴 때는 집이 다 창호지 문이었다. 어쩌다 자그마한 구멍이라도 생기면 파고드는 칼바람의 위력...
    Views27169
    Read More
  8. 나를 잃는 병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무서운 병은 어떤 것일까? 알츠하이머? 치매가 아닐까? 자신은 행복할지 모르지만 가족들과 지인들을 안타깝고 힘들게 만드는 병. 얼마 전 명배우 윤정희 씨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그의 부군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
    Views27003
    Read More
  9.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정신과 창구에 비친 한국 가족 위기의 실상은 몇 가지 특징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려병원 신경정신과 이시형 박사가 “우리 가족 이대로 좋은가?”라는 발표를 들여다보며 그 사실을 실감한다. 먼저는 남편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가 어릴 ...
    Views30162
    Read More
  10. 삶은 경험해야 할 신비

    어느새 2019년의 끝이 보인다. 금년에도 다들 열심히 살아왔다. 수많은 위기를 미소로 넘기며 당도한 12월이다. 이제 달랑 한 장 남은 캘린더 너머에 숨어있는 2020년을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참 신비한 일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갈수록 사람들은 ‘...
    Views27684
    Read More
  11. 고통의 의미

    지난 주간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 했다. 고교시절부터 우정을 나누는 죽마고우 임 목사가 뇌졸증으로 쓰러졌다는 급보였다. 앞이 캄캄했다. 지난 여름 한국에서 만나 함께 뒹굴며 지내다 왔는데. 워낙 키와 덩치가 커서 고교 시절부터 씨름을 하던 친구여서 ...
    Views28913
    Read More
  12. 민들레 식당

    민들레의 꽃말은 ‘사랑’과 ‘행복’이다. 민들레는 담장 밑이나 길가 등 어디에서나 잘 핀다. 늘 옆에 있고 친숙하며, 높은 곳보다 항상 낮은 지대에 자생한다. 잎이 필 때도 낮게 옆으로 핀다. '낮고 겸손한 꽃’ 민들레처럼...
    Views27799
    Read More
  13. 노년의 행복

    요사이 노년을 나이로 나누려는 것은 촌스러운(?)일이다. 워낙 건강한 분들이 많아 노인이라는 말을 사용하기가 송구스럽다. 굳이 인생을 계절로 표현하자면 늦가을에 해당되는 시기이다. 늙는 것이 서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삶의 수확을 거두는 시기가 노...
    Views28339
    Read More
  14. 최초 장애인 대학총장 이재서

    지난봄. 밀알선교단을 창립하고 이끌어오는 이재서 박사가 총신대학교 총장에 출마하였다는 소식에 접하게 되었다.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대학교 총장?” 이제 은퇴를 하고 물러나는 시점인데 난데없이 총장 출마라니? 함께 사역하는 단장들도 다...
    Views28748
    Read More
  15. 그래도 살아야 한다

    지난 14일. 배우 겸 가수인 설리(최진리)가 자택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그녀의 나이 겨우 25살.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청춘은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청순하고 빼어난 미모, 평소 밝은 성격의 그녀가 자살한 것은 커다란 충...
    Views29872
    Read More
  16. 가을, 밀알의 밤

    어느새 가을이다. 낯선 2019년과 친해지려 애쓰던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겨울을 거쳐 봄,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새 초록이 지쳐가고 있다. 여기저기 온갖 자태를 뽐내며 물들어 가는 단풍이 매혹적이기는 한데 애처로워 보이는 것은 내 기분 탓일까? 가을은 ...
    Views30160
    Read More
  17. 생각이 있기는 하니?

    생각? 사람들은 오늘도 생각을 한다. 아니 지금도 생각중이다. 그런데 정작 삶에는 철학도, 일관성도 없다. 그래서 누군가가 “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냐?”라고 핀잔을 주면 “나도 나를 모르겠다.”고 대답을 한다. '나는 ...
    Views27765
    Read More
  18. 침묵 속에 버려진 청각장애인들

    “숨을 내쉬면서 혀로 목구멍을 막는 거야. ‘학’ 해 봐.” 6살 “별이”는 엄마와 ‘말 연습’을 하고 있다. 마주 앉은 엄마가 입을 크게 벌리고 “학”이라고 말하면 별이는 ‘하’ 아니면 &...
    Views31664
    Read More
  19. 사랑이란 무엇일까?

    오늘 우리는 왜 살고 있는가? 사랑 때문이다. 사랑을 하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고,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죽지 못해 살아가게 된다.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난다. 한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
    Views27709
    Read More
  20. No Image

    이름이 무엇인고?

    사람은 물론 사물에는 이름이 다 붙는다. 10년 전 고교선배로부터 요크샤테리아 한 마리를 선물 받았다. 원래 지어진 이름이 있었지만 온 가족이 마주 앉아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기로 하였다. 갑론을박 끝에 “쵸코”라는 이름이 나왔다. “...
    Views2891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