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0.02.14 13:04

겨울이 전하는 말

조회 수 4048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설야.png

 

 

  겨울은 춥다, 길다. 지루하다. 하지만 그 겨울이 전해주는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깊은 내면으로 빨려 들어가는 마력이 있다. 겨울은 해를 바꾸는 마술을 부린다. 열심히 살아온 정든 한해를 떠나보내게 하고 신선한 새해를 맞이하는 길목이 겨울이다. 남미에서는 여름에 해가 바뀐다. 추운 겨울의 입김을 느끼며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행운이라 할 수 있다. 겨울의 본심을 알 수만 있다면 겨울은 우리 영혼의 외투가 되어주리라! 나무들은 가을이 깊어지면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한여름 동안 무성하게 달고 있던 이파리를 갈색으로 물들인 후 미련 없이 떨쳐버린다. 겨울의 차디찬 바람을 견뎌내기 어렵기에 아프지만 다 떠나보낸다.

 

  지난 금요일 딸에게서 카톡이 왔다. 카톡 끝에 내일 오는겨?” 사투리로 비껴보냈다. “아빠, 내일은 바빠. ㅠㅠ나도 답을 했다. “ㅠㅠ한숨이 나왔다. 그러면서 애들이 어리던 시간이 스쳐갔다. 어쩌다 중요한 모임이 있을라치면 어머니에게 아이들을 맡겨놓고 집을 나선다. 아이들이 엄마 옷자락을 붙잡고 앙탈을 부린다. “엄마, 우리도 데리고 가” “안돼, 오늘은 어른들만 모이기로 했어겨우 아이들의 손을 뿌리치고 길을 나선다. 한창 모임이 무르익어 갈 때 아이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그때는 집 전화가 다였다.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을까? 아내가 다급하게 달려가 수화기를 귀에 댄다. “엄마, 언제 와?” 나무라고 싶지만 눈들이 많아 침착을 유지하는 아내의 모습이 애처롭다. 그 세월이 30년 흘러갔다. 이제는 내 입에서 딸들을 향해 자주 나오는 소리 언제 오니?” , 겨울이구나!

 

  나는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자랐다. 겨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계절이었다. 더구나 폭설이 쏟아지면 며칠을 방에서만 지내야 했다. 하지만 덕분에 가족들이 자주 둘러앉는 행운이 있었다. 그 매개체는 화로였다. 눈만 뜨면 식구들은 화로를 중심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화로에 고구마를 묻어 놓고 때로는 밤도 구워 먹었다. 겨울밤이 깊어가면 엄마는 구수한 옛날이야기로 가슴을 데펴주셨다. 내 화술은 엄마로부터 온 것이 틀림없다. 어쩌면 그렇게 맛깔스러운 표현으로 자식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시던지!

 

  우리가 어릴 때는 무척이나 추웠다. 장롱에서 내려 깐 이불은 위풍 때문에 차디차기 그지없었다. 이를 악물고 뛰어들어가 10분 정도 오들오들 떨다 보면 체온으로 금방 따스해져 갔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한다. 대야에 부어놓은 뜨거운 물은 금방 식어버렸고 다급하게 씻고 방에 들어서려 문고리를 잡으면 쩍쩍 달라붙었다. 학교도 추웠다. 수업 종이 울리기 전 바람도 잔잔하고 아침 햇살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날에는 우리 모두 벽으로 몰려 기름짜기를 했다. 한쪽 기둥에 서 있는 친구를 일렬로 늘어서서 밀어내는 일종의 게임이다. 그렇게 용을 쓰다 보면 은근히 땀이 나고 거뜬한 몸으로 첫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냉장고가 없던 그때는 다락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다식, , 각종 주점부리가 수두룩하게 쌓여있었다. 겨울밤 요긴한 간식이 되었고 때로는 무나 고구마를 깎아 먹으며 우리는 행복했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리만큼 처마 끝에 달린 고드름은 크기가 엄청났다. 기나긴 고드름은 최고의 장난감이었다. 서로를 겨누며 휘두르다 보면 시려 오는 손을 호호 불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먹어대는 고드름은 상큼한 얼음과자였다.

 

  겨울은 우리에게 말한다. 내 계절은 고요한 것이라고. 적막과 친숙 해 지는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적막에 잠기다보면 새로운 미래가 고개를 내어민다. 그렇다. 겨울은 우리를 생각의 골짜기로 인도한다. 3계절을 분주히 살았다면 이제는 다 내려놓고 쉬어야만 한다. 겨울은 기다리는 계절이다. 머잖아 찾아올 봄을 기다리며 준비해야 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저 땅속에서는 새봄을 향한 아름다운 작업이 분주히 전개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하얀 눈이 소복이 덮인 대지에 서본적이 있는가? 덮여있기에 아름다운 설야 속에서 감탄해 본 적이 있는가? 겨울이 전해주는 말-내려놓음, 생각, 기다림, 준비. 그리고 환희!

 


  1. 라떼는 말이야~

    나는 라떼를 좋아한다. 블랙은 매번 도전을 해 보지만 취향이 아니고 아직은 촌스러워서 달달한 커피가 좋다.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갈아서 만드는 라떼는 부드럽고 단맛이 혀 끝에 닿으며 기분을 up 시켜 주어 좋다. 지인들은 첨가물 없이 커피를 즐기며 한마...
    Views31751
    Read More
  2. 미묘한 결혼생활

    가정은 소중하다. 천지창조 시 하나님은 교회보다 가정을 먼저 만드셨다. 그 속에는 가정이 첫 교회라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하나님은 가정을 통해 참교회의 모습을 계시하셨고 파라다이스를 경험하게 하셨다. 하나님이 아담을 지으신 후 “독처하는 것...
    Views30706
    Read More
  3. 그것만이 내 세상

    우리 밀알선교단에는 다수의 장애인들과 장애아동들이 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아울러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는 것도 삶이 평탄하지 않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18년 전,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였을때에 전신마비 장애인이 ...
    Views31787
    Read More
  4. 그 애와 나랑은

    갑자기 그 애가 생각났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진학의 꿈을 향해 달리던 그때, 그 애가 나타났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전근을 자주 다니던 아버지(경찰)는 4살 위 누이와 자취를 하게 했다. 그 시대는 중학교도 시험을 쳐서 들어가던...
    Views31103
    Read More
  5. 창문과 거울

    집의 경관을 창문이 좌우한다. 창문의 모양과 방향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시야로 흡수되고 느낌을 풍성히 움직인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통유리가 있는 집에 살고 싶었다. 창을 통해 시원하게 펼쳐진 정원을 바라보는 것이 ...
    Views32024
    Read More
  6. 나무야, 나무야

    초등학교 1학년. 당시 아버지는 경기도 양평 지제(지평)지서에 근무중이셨다. 이제 겨우 입학을 하고 학교생활에 흥미를 가지게 될 5월초였다. 방과 후 집에 돌아와 친구랑 자치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나타나셨다. 그 시간이면 한창 근무할 때인...
    Views31740
    Read More
  7. 컵라면 하나 때문에 파혼

    팬데믹으로 인해 결혼식을 당초 예정일보다 5개월 늦게 치르게 된 예비 신부와 신랑. 결혼식 한 달을 앞두고 두 사람은 신혼집에 거주하면서 가구와 짐을 정리하며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주말에 신혼집을 찾은 예비 신부가 집 정리를 끝낸 시간은 자...
    Views32149
    Read More
  8. 우리 애가 장애래, 정말 낳을 거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것은 모든 부부의 바램이다. 임신소식을 접하며 당사자 부부는 물론이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이 다 축하하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태아에게 장애가 발견되었을때에 부부는 당황하게 된다. ‘낳아야 하나? 아니면 다른 선택을 ...
    Views32348
    Read More
  9. 반 고흐의 자화상

    누구나 숨가쁘게 삶을 달려가다가 어느 한순간 묻는 질문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애를 쓰며 살아왔을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화가들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자화상을 그린다. 뒤...
    Views32906
    Read More
  10. 버거운 이민의 삶

    교과서에서 처음 배운 미국, 스펙터클 한 허리우드 영화,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로 그리던 L.A. ‘평생 한번 가볼 수나 있을까?’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뒹굴던 친구가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버린 날, 강주와 나는 자취방에서 ...
    Views32938
    Read More
  11. 기찻길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자란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접하는 것이 있다. 바닷가 근처에 살았다면 푸른 바다와 그 위를 유유히 가르며 다니는 크고 작은 배들. 비행장 근처에 살았다면 헬리콥터로부터 갖가지 모양과 크기에 비행기를 보며 살게 된다. 나...
    Views37982
    Read More
  12. “안돼” 코로나가 만든 돌봄 감옥

    코로나 19-바이러스가 덮치면서 우리 밀알선교단은 물론이요, 장애학교, 특수기관까지 문을 열지 못함으로 장애아동을 둔 가정은 날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복지관과 보호센터가 문을 닫은 몇 달간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이 생기면서 ...
    Views32441
    Read More
  13. 인생은 집 짓는 것

    어쩌다 한국에 가면 좋기는 한데 불안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정든 일가친척들이 살고 있는 곳, 그리운 친구와 지인들이 즐비한 곳, 내가 태어나고 자라나며 곳곳에 추억이 서려있는 고국이지만 일정을 감당하고 있을 뿐 편안하지는 않다. 왜일까? 내 ...
    Views33934
    Read More
  14. 그러려니하고 사시게

    대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절친 목사에게 짧은 톡이 들어왔다. “그려려니하고 사시게”라는 글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형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부친 목사님의 연세가 금년 98세이다. “혹 무슨 화들짝 놀랄만한 일이 생기더라도...
    Views31784
    Read More
  15. 부부는 『사는 나라』가 다르다

    사람들은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 신고만 하면 부부인 줄 안다. 그것은 부부가 되기 위한 법적인 절차일 뿐이다. 오히려 결혼식 이후가 더 중요하다. 결혼식은 엄청나게 화려했는데 몇 년 살지 못해 이혼하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가? 왜 그럴까? 남편과 아내는...
    Views34116
    Read More
  16.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는 안 되고 싶다

    장애를 가지고 생(生)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살아도 힘든데 장애를 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지를 당사자가 아니면 짐작하지 못한다. 나는 장애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한다. “목사님은 장애도 아니지요? ...
    Views31941
    Read More
  17. 지금 뭘 먹고 싶으세요?

    갑자기 어떤 음식이 땡길 때가 있다. 치킨, 자장면, 장터국수, 얼큰한 육개장, 국밥등. 어린 시절 방학만 하면 포천 고향 큰댁으로 향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사촌큰형은 군 복무 중 의무병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큰댁으로 달...
    Views31999
    Read More
  18. 인내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건강도 기회가 있다. 젊을 때야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가 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만 과식을 해도 속이 부대낀다. 그렇게 맛있던 음식이 땡기질 않는다. 지난 주간 보고 싶었던 지인과 한식당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5개월 만에 외식이었다. 얼굴이 ...
    Views33440
    Read More
  19. 오솔길

    사람은 누구나 길을 간다. 넓은 길, 좁은 길. 곧게 뻗은 길, 구부러진 길.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길이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애씀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길의 종류는 많기도 많다. 기차가 다니는 ...
    Views33678
    Read More
  20. 백발이 되어 써보는 나의 이야기

    한동안 누구의 입에나 오르내리던 대중가요가 있다. 가수 오승근이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이다.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점점 희어지...
    Views3197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37 Next
/ 37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