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6.04.22 10:05

생방송

조회 수 6215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Music Box (1).jpg

 

 

 나는 화요일마다 필라 기독교방송국에서 생방송을 진행한다. 방송명은 “밀알의 소리”. 사람들은 생방송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에게는 생방송이 체질이다. 방송을 진행한지가 어언 14년에 접어드는 것을 보면 스스로 대견함을 느낀다. 방송 ‘시그널’(이사도라)이 나가기 시작하면 마음이 차분해 지며 심장은 요동치기 시작한다. 시를 읇으며 내용에 잠기고 본격적인 방송에 들어가며 애청자들이 저만치서 주목하는 것이 그려진다.

 

 나는 20대에 접어들며 다방에서 DJ를 한 경험이 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생방송의 묘미를 그때만큼 실감한 적도 없다. 대학입시에 낙방을 하고 실로 ‘실업자’ 대열에 가담을 한다. 하루 놀고 하루 쉬는 무료함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대학생이 되어 캠퍼스 생활을 하는 친구가 너무도 부러웠다. 그때는 대학생들에게도 교복이 있었다. 고대에 들어간 “자윤”이가 입은 감청색 교복이 너무 멋져보여서 억지로 벗겨 입어본 적도 있다.

 

 그러다가 우연히 마주친 고교동창 녀석이 DJ를 하고 있었다. 다방 중앙에 위치한 뮤직 박스 곁에는 DJ 친구들이 종일 죽치는 장소였다. 친구 소개로 중량교 부근에 있는 “궁전다방” DJ로 첫발을 내디뎠다. 감사하게도 타고난 음성이 좋아 DJ로는 안성맞춤이었다. 앞에 앉았던 DJ의 체취를 느끼며 자리에 앉는다. 턴테이블을 점검하고 한쪽에 레코드판(LP)을 얹는다. 뭔가 모를 긴장감이 밀려오며 묘한 행복감을 준다. 자켓에 새겨있는 순서를 찾아 전축 바늘을 맞추고 회전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흐르기 시작한다. 지금 들어봐도 그 시절의 팝송은 감성을 자극하는 매력이 있었다.

 

 디스크에 먼지가 많으면 잡음을 일으키고 흠을 만나면 바늘이 튀기도 한다. 그러면서 반복되어 나오는 음악에 DJ는 등줄기에 땀이 배긴다. “죄송합니다. 판이 튀네요.” 그리고는 재빠르게 옆에 있는 다른 판을 돌려야 한다. 전화가 오면 혀로 ‘톡’소리를 내며 카운터로 돌려주고, 신청음악 쪽지가 들어오면 알파벳 순으로 되어있는 디스크를 단숨에 찾아내야만 한다. DJ 초년생들은 멘트를 많이 한다. 하지만 연륜이 쌓이면 묵묵히 음악만 튼다.

 

 자, 인생 이야기를 하자! 아마추어일 때는 말을 많이 해야 일이 되는 듯싶다. 하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말을 한다고 듣는 것도 아니고 내가 입을 열지 않는다고 일이 안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인생은 철저히 생방송이다. 녹화방송과 생방송은 긴장도부터가 차이난다. 녹화방송은 NG가 나도 다시 하면 된다. 후에 편집기술을 동원하면 된다. 생방송은 NG가 났을 때에 신속하게 수습하는 순발력이 절대 필요하다.

 

 막상 생방송을 시작했는데 마이크가 나오지 않는다던지, 음악재생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질 때도 있다. 그럴수록 침착하게 사태를 풀어가야 한다. 포기는 용납이 안 된다. 생방송은 일단 시작하면 끝까지 가야만 한다. 이미 실수를 했더라도 지금부터 상황을 역전시켜 나가면 사람들은 과거를 기억해 내지 못한다. 또한 잘못했을 때는 “잘못했다.”고 하면 된다. 허물을 감추려하다 보니 더 꼬여 버리는 때가 얼마나 많은가? 인생을 녹화방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젊은 시절에는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워낙 에너지가 넘치고 기회가 많은 때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그런 태도로 인생을 사는 것은 가련한 삶이다.

 

 연필은 쓰기가 편하다. 왜 잘못되면 지우면 되니까? 그래서 연필과 지우개는 친구 중에 친구이다. 하지만 생방송은 친구가 없다. 오직 마이크와 방송장비를 상대할 뿐이다. 인생은 시작하면 가야만 한다. 방송과 인생의 다른 점은 방송은 끝나는 시간이 있지만 인생은 언제 끝이 나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사는 날까지 열심히 방송을 해야 한다. 그분이 ‘CUT’을 외치실 때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방송의 묘미가 무엇인가? 내 목소리를 듣고 힘을 얻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방송을 통해 삶의 새로운 의미를 깨닫는 청취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미해 보이는 내 인생을 통해 나와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 어디에선가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 오늘도 생방송을 시작합시다!


  1. 시각장애인의 찬양

    장애 중에 눈이 안 보이는 어려움은 가장 극한 고통일 것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중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존경의 대상이 될 만한 인물들이 속속 배출된 것을 보면 고난은 오히려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끈질긴 내성을 키워내는 것 같다. 한국이...
    Views29126
    Read More
  2. 칭찬에 배가 고팠다

    어린 시절 가장 부러운 것이 있었다. 부친을 “아빠”라고 부르는 친구와 아빠에게 칭찬을 듣는 아이들이었다. 라디오 드라마(당시에는 TV가 없었음)에서는 분명 “아빠”라고 하는데 우리 집에서는 항상 “아부지”라고 불러...
    Views30177
    Read More
  3. 늘 푸른 인생

    한국 방송을 보다보면 나이가 지긋한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것을 본다. 부부가 출연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때로는 홀로 나오기도 한다. “인생살이”에 대한 진솔한 대담은 현실적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나이 드신 ...
    Views29781
    Read More
  4. 핸드폰 없이는 못살아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는 시대가 되었다. 모든 세대를 초월하여 핸드폰 없이는 사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세상이 된 것 같다. 눈을 뜨면서부터 곁에 두고 사는 새로운 가족기기가 탄생한 것이다. 이제는 기능도 다양해져서 통화영역...
    Views33795
    Read More
  5. 부부의 사랑은~

    아이들은 혼자서도 잘 논다. 그러다가 친구를 알고 이성에 눈을 뜨며 더 긴밀한 관계를 알아차리게 된다. 사춘기에 다가서는 이성은 등대처럼 영롱하게 빛으로 파고든다. 청춘에 만난 남 · 녀는 로맨스와 위안, 두 가지만으로 충분하다. 눈을 감고 내 ...
    Views28225
    Read More
  6. 장애인들의 행복한 축제

    어느새 27회를 맞이한 밀알 사랑의 캠프(25일~27일)가 막을 내렸다. 실로 역동적인 캠프였다. 마지막 날은 언제나 그렇듯이 눈물을 가득 담고 곳곳을 응시하며 다녀야 했다. 철없는 10대 Youth 친구들이 장애아동들을 돌보는 모습 자체가 감동으로 다가오기 ...
    Views32082
    Read More
  7. 쾌락과 기쁨

    사람들은 만나면 인사를 한다. “요즈음 재미 좋으세요?” 재미, 복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한마디로 사는 맛이 있느냐는 것이다. 대답은 갈라진다. “그저, 그렇지요.” 내지는 “예, 좋습니다.” 사실 사람은 재미를 찾아 ...
    Views35266
    Read More
  8. 나에게 영성은…

    같은 인생을 살면서도 눈앞만 보고 걷는 사람이 있고, 내다보고 사는 인생이 있다. 중학교 동창 중에 희한한 친구가 있다. 남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좋은 대학교에 가는 것을 목표로 살아가고 있을때에 미국을 품는다. 벼...
    Views31143
    Read More
  9. 밤나무 & 감나무

    나무마다 생긴 모양도 다르고 맺는 열매도 다양하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생김새가 다르듯 성향도 다 각각이다. 그것이 사람의 매력이다. 나무와 비교해 보자. 밤나무는 밤나무대로, 감나무는 나름대로 개성과 멋을 풍기며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 밤나무는 ...
    Views32736
    Read More
  10. 죽음과의 거리

    지난 주간 우리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만 했다. 젊은 목회자 가정에 불어 닥친 교통사고 소식에 모두는 말을 잃었다. 얼마나 큰 사고였으면 온 식구가 병원에 실려가야했고, 그 충격으로 세 자녀 중에 막내 딸은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겨우 5살 나이에...
    Views33145
    Read More
  11. 생각의 시차

    한국의 지인에게 전화를 할라치면 반드시 체크하는 것이 있다. ‘지금, 한국은 몇시지?’ 시차이다. 같은 지구별에 사는데 미국과 한국과는 13시간이라는 차이가 난다. 여기는 밤인데 한국은 대낮이고, 한창 활동하는 낮이면 반대로 한국은 한밤중...
    Views29972
    Read More
  12. 냄새

    누구나 아침에 눈을 뜨면 냄새를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날씨, 온도, 집안분위기를 냄새로 확인한다. 저녁 무렵 주방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를 맡으며 식탁의 기쁨을 기대한다. 아내는 음식솜씨가 좋아 움직이는 소리만 나도 기대가 된다. 나는 계절을 냄새...
    Views32064
    Read More
  13. 야매 부부?

    지금은 오로지 장애인사역(밀알)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목회를 하면서 가정 사역을 하며 많은 부부를 치유했다. 결혼을 하고 마냥 행복했다. 먼저는 외롭지 않아서 좋았고 어여쁘고 착한 아내를 만났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하고 행복했다. 하지만 허니문이...
    Views30648
    Read More
  14.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것이 아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평탄한 길만 가는 것이 아니다. 험산 준령을 만날 때도 있고 무서운 풍파와 생각지 않은 캄캄한 밤을 지날 때도 있다. 그런 고통의 시간을 만날 때 사람들은 좌절한다.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하고 포기 해 버린다. 이 땅에는 성...
    Views31336
    Read More
  15. 상큼한 백수 명예퇴직

    부지런히 일을 하며 달리는 세대에는 쉬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 ‘언제나 일에서 자유로워져서 쉴 수 있을까?’ 젊은 직장인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해서 내 오랜 친구는 50에 접어들며 이런 넋두리를 했다. “재철아, 난 일찍 은퇴하고 싶...
    Views30965
    Read More
  16. 봄날은 간다

    봄은 보여서 봄이다. 겨울의 음산한 기운에 모든 것이 눌려 있다가 대기에 따스한 입김이 불기 시작하면 곳곳에서 생명이 움트기 시작한다. 숨어있던 모든 것들이 서서히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실로 봄은 모든 것을 보게 한다. 아지랑이의 어른거름이 아름...
    Views31742
    Read More
  17. 어린이는 "얼인"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요, 5일은 어린이 날이다.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어린이날은 왠지 모든 면에서 너그러웠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야단치는 것을 그날만은 자제하는 듯 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어린이날은 우리에게 꿈을 주...
    Views33087
    Read More
  18. 장모님을 보내며

    수요일 오후 급보가 날아들었다. 근간 몇 년 동안 숙환으로 고생하시던 장모님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난감한 것은 월요일에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었다. 장모님이기에 한국에 나가긴 해야 하는데 너무도 부담스러웠다. 월요일 뉴욕에서 열리는 행...
    Views32454
    Read More
  19. No Image

    아빠, 내 몸이 할머니 같아

    장애인사역을 하면서 가장 가슴이 아플 때는 희귀병을 앓는 장애인을 만날 때이다. 병명도 원인도 모른 채 고통당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와 가족들은 커다란 멍에를 지고 가는 듯 한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2개의 희귀질병 앓고 있는 김새봄 양. 대학입...
    Views31228
    Read More
  20. 혹시 중독 아니세요?

    사람은 누구나 무엇엔가 사로잡혀 산다. 문제는 “얼마나 바람직한 것에 이끌려 사느냐?” 하는 것이다. 사로잡혀 사는 측면이 부정적일 때 붙이는 이름이 있다. 바로 중독이다. 중독이란 말이 들어가면 어떤 약물, 구체적인 행동을 통제할 수 없어...
    Views3318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