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6:32

마음이 고프다 4/1/2013

조회 수 7128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은수와_기철.jpg

 

 

사춘기에 접어들며 나는 식탐하는 습관이 생겼다. 음식을 보면 도가 지나칠 정도로 집착을 했다. 우리 집안 내력이 대식가라는 것을 차치하고라도 정말 음식을 잘도 먹었다. 어머니는 항상 “福”자가 그려진 ‘대밥그릇’에 고봉으로 밥을 담아주셨다. 그렇게 밥을 먹고도 포만감은 없었다. 희한한 것은 그렇게 먹어대는데도 살은 찌지 않았다. 몸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음식은 살로 가지 않았다. 20대에 찍은 사진을 보면 어찌나 말랐는지 내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살이 찌기 시작했다. 그때야 알았다. 나는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마음이 고팠다는 사실을.

요사이 들려오는 유명인들의 실족에 충격을 받으며 사람이 참 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렇게 잘나가던 사람이 욕심을 내다가 낙마를 한다. 얼마나 많은 눈물과 고통을 감내하며 올라선 자리인데 말이다. 2012년 SBS 드라마 “신의”가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모래시계의 작가 “송지나”씨가 각본을 쓰고 “김종학” PD가 연출을 한다는 것과 유명 탤런트 “김희선”이 오랜만에 출연한다는 것이 관심을 끌었다.

“시공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타이틀로 기발해 보이면서도 황당한 설정이 눈길을 끌었다. 고려시대 “최영” 장군(이민호 분)과 현대 성형외과 전문의 “유은수”(김희선 분)의 만남을 기점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획기적인 스토리가 전개되었다. 절절한 사랑이 있고 권모술수가 난무하고 현란한 무술이 매회 화면을 메우면서 긴박감이 넘쳤다. 그 와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최영의 천적인 “기철”(유오성 분)의 기이한 행각이다.

기철은 “세상을 갖고 싶은 남자”로 등장한다. 감히 ‘공민왕’조차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절대 권력을 추구하던 기철은 어느 날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시달린다. 고려의 의술로는 자신의 병이 치료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한 기철은 하늘세상에서 온 “신의”인 유은수(김희선) 만나기를 고대한다. 우여곡절 끝에 기철은 유은수를 만나게 되고 “당신이 하늘에서 온 것이 맞냐?”고 다그친다. 하지만 은수는 “하늘이 아니라 내일의 세상에서 왔다. 지금으로부터 600년 후에 있을 세상에서 왔다.”고 대답한다.

기철은 “그곳에서는 내 병을 고칠 수 있느냐?”고 되묻는다. 은수는 의사의 자세로 기철이 어떤 병에 걸렸는지를 묻게 되고 “나는 지금까지 이 세상에서 갖고 싶은 것은 다 가져봤습니다. 먹음직스러운 것, 아름다운 것, 귀한 것. 헌데 내내 고팠습니다. 고파서 왕도 바꿔보았고 고파서 사람의 눈도 뽑아봤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고픕니다. 그래서 이제 내 몸까지 병들어갑니다.”라고 기철은 말한다. 하지만 “하늘 세상에서도 그런 병은 고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하늘 세상에 그런 병을 가진 자가 더 많습니다.”는 은수의 말에 기철은 분노한다.

기철은 은수가 “또 다시 자신을 속인다.”며 “하늘을 나는 마차도 있는데 어째서 자신의 병은 고칠 수 없느냐?”며 눈물을 글썽인다. “그런 것을 갖고 그런 곳에 사는 이들이 어째서 배가 고파! 내 마음에는 구멍이 있다.”고 절규하며 몸부림을 친다. 은수는 그런 기철을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다. 드라마는 대부분 픽션이다. 하지만 기철의 외침은 바로 현대를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의 절규인지도 모른다. 가져보아도 허무하다. 누려보아도 행복하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음이 고프다.

목적만을 향해 돌진하는 인생은 위험하다. 그렇게 바라던 인기를 얻게 되고 상상을 초월하는 돈이 들어오기 시작 할 때에 그것을 조절할 능력을 상실한 사람처럼 불행한 사람은 없다. 가진 만큼 누릴 줄도 베풀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 준비가 되지 못한 사람들은 가질수록 마음이 고파질 뿐이다. 그래서 더 큰 욕심을 내게 되고 헤어날 수 없는 향락의 늪에 빠져 패가망신을 자초한다. 육신의 욕망이 아니라 심령의 갈구를 깨닫는 사람이 영웅이다. “빵이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고 빵에 담긴 사랑이 사람을 살린다.”<마더 테레사>


  1. 혹시 중독 아니세요?

    사람은 누구나 무엇엔가 사로잡혀 산다. 문제는 “얼마나 바람직한 것에 이끌려 사느냐?” 하는 것이다. 사로잡혀 사는 측면이 부정적일 때 붙이는 이름이 있다. 바로 중독이다. 중독이란 말이 들어가면 어떤 약물, 구체적인 행동을 통제할 수 없어...
    Views33184
    Read More
  2. 겨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봄이 성큼 다가서고 있다. 미주 동부는 정말 아름답다. 무엇보다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커다란 매력이다. 서부 L.A.를 경험한 나는 처음 필라델피아를 만났을 때에 숨통이 트이는 시원함을 경험했다. 계절은 인생과 같다. 푸릇푸릇한 봄 같은 시절을 지내면 ...
    Views33986
    Read More
  3. 가위, 바위, 보 인생

    누구나 살아오며 가장 많이 해 온 것이 가위 바위 보일 것이다. 누가 어떤 제의를 해오던 “그럼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자”고 손을 내어민다. 내기를 하거나 순서를 정할 때에도 사람들은 손가락을 내어 밀어 가위 바위 보를 한다. 모두를 승복하...
    Views36612
    Read More
  4. 절단 장애인 김진희

    인생을 살다보면 벼라 별 일을 다 겪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일이 현실로 닥쳐올 때에 사람들은 흔들린다. 그것도 불의의 사고로 뜻하지 않은 장애를 입으면 당황하고 좌절한다. 나처럼 아예 갓난아이 때 장애를 입은 사람은 체념을 통해 현실을...
    Views34255
    Read More
  5. 별밤 50년

    우리는 라디오 세대이다. 당시 TV를 소유한 집은 부유의 상징일 정도로 드물었다. 오로지 라디오를 의지하며 음악과 드라마, 뉴스를 접하며 살았다. 내 삶을 돌아보면 가장 고민이 많았던 때가 고교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때 다정한 친구처럼 다가온 것이 심...
    Views31831
    Read More
  6. 아이가 귀한 세상

    우리가 어릴 때는 아이들만 보였다. 어디를 가든 아이들이 바글바글했다. 한 반에 60명이 넘는 학생이 오밀조밀 앉아 수업을 들어야만 하였다. 복도를 지날 때면 서로를 비집고 지나갈 정도였다. 그리 경제적으로 넉넉할 때가 아니어서 대부분 행색은 초라했...
    Views36223
    Read More
  7. 동화처럼 살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동화를 품고 산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평생 가슴에 담고 싶은 나만의 동화가 있다. 아련하고 풋풋한 그 이야기가 있기에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철이 나고 의젓한 인생을 살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
    Views33277
    Read More
  8. 환상통(幻想痛)

    교통사고나 기타의 질병으로 신체의 일부를 절단한 사람들에게 여전히 느껴지는 통증을 환상통이라고 한다. 이미 절단되었기에 통증은 사라졌을 법한데 실제로 그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통증뿐 아니라 가려움증도 있고 스멀거리기도 한단다. 절단 ...
    Views38475
    Read More
  9. 종소리

    세상에 모든 존재는 소리를 가지고 있다. 살아있는 것만이 아니라 광물성도 소리를 낸다. 소리를 들으면 어느 정도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되어 있다. 조금만 귀기우려 들어보면 소리는 두 개로 갈라진다. 무의미하게 나는 소리가 있는가하면 가슴을 파고드는 ...
    Views36656
    Read More
  10. 누구나 가슴에는 자(尺)가 들어있다

    사람들은 다 자신이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의롭고 정직하게 산다고 자부한다. 사건과 사람을 만나며 아주 예리하고 현란한 말로 결론을 내린다. 왜 그럴까? 성정과정부터 생겨난 자신도 모르는 자(尺) 때문이다. ‘왜 저 사람은 매사에 저렇게 ...
    Views39137
    Read More
  11. 땅이 좋아야 한다

    가족은 토양이고 아이는 거기에 심기는 화초이다. 토양의 질에 따라 화초의 크기와 향기가 달라지듯이 가족의 수준에 따라 아이의 크기가 달라진다. 왜 결혼할 때에 가문을 따지는가? 집안 배경을 중시하는가? 사람의 성장과정이 너무도 중하기 때문이다. 미...
    Views37470
    Read More
  12. 목사님, 다리 왜 그래요?

    어린아이들은 순수하다. 신기한 것을 보면 호기심이 발동하며 질문하기 시작한다. 아이는 솔직하다. 꾸밈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상황과 분위기에 관계없이 아이들은 속내를 배출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무섭다. 한국에서 목회를 ...
    Views35614
    Read More
  13. 가상과 현실

    고교시절 가슴을 달뜨게 한 노래들이 멋진 사랑에 대한 로망을 품게 했다. 70년대 포크송이 트로트의 흐름을 잠시 멈추게 하며 가요판세를 흔들었다. 템포가 그리 빠르지 않으면서도 서정적인 가사는 청춘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
    Views38953
    Read More
  14. 여자가 나라를 움직일 때

    내가 결혼 했을 즈음(80년대) 대부분 신혼부부들의 소망은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아 부모님께 안겨드리는 것이었다. 이것은 당시 최고 효의 상징이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딸 둘을 낳으면서 실망의 잔을 거듭 마셔야 했다. 모시고 사는 어머니의 표정은 서...
    Views36927
    Read More
  15. 백년을 살다보니

    새해 첫 KBS 인간극장에 철학교수 김형석 교수가 등장했다. 평상시 즐겨보는 영상은 아니지만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평소 흠모하던 분의 다큐멘터리이기에 집중해서 보았다. 김 교수는 이미 “백년을 살다보니”라는 책을 97세에 집필하였다. 이런...
    Views35519
    Read More
  16. No Image

    <2019년 첫 칼럼> 예쁜 마음, 그래서 고운 소녀

    새해가 밝았다. 2019년 서서히 항해를 시작한다. 짙은 안개 속에 감취어진 미지의 세계를 향해 인생의 노를 젓는다. 돌아보면 그 노를 저어 온지도 꽤나 오랜 세월이 지나간 것 같다. 어리디 어린 시절에는 속히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만큼 어른들은 할 수 ...
    Views42996
    Read More
  17. No Image

    새벽송을 그리워하며

    어느새 성탄을 지나 2018년의 끝이 보인다. 기대감을 안고 출발한 금년이 이제는 과거로 돌아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22일) 첼튼햄 한아름마트 앞에서 구세군남비 모금을 위한 자그마한 단독콘서트를 가졌다. 내가 가진 기타는 12줄이다...
    Views36884
    Read More
  18. No Image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서민들에게 월급봉투는 생명 줄과 같다. 애써 한 달을 수고한 후에 받는 월급은 성취감과 새로운 꿈을 안겨준다. 액수의 관계없이 월급봉투를 받아드는 순간의 희열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 세대가 변하여 이제는 온라인으로 급여를 받는다. 편리할지는 모...
    Views37434
    Read More
  19. No Image

    “오빠”라는 이름의 남편

    처음 L.A.에 이민을 와서 유학생 가족과 가까이 지낸 적이 있다. 신랑은 남가주대학(U.S.C.)공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고, 세 살 된 아들이 하나 있었다. 아이 엄마는 연신 남편을 향해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과 달라서 그때...
    Views39574
    Read More
  20. No Image

    영웅견 “치치”

    미국에 처음 와서 놀란 것은 미국인들의 유별난 동물사랑이다. 오리가족이 길을 건넌다고 양쪽 차선의 차량들이 모두 멈추고 기다려주는 장면은 감동이었다. 산책하는 미국인들의 손에는 반드시 개와 연결된 끈이 들려져있다. 덩치가 커다란 사람이 자그마한 ...
    Views3870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