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6:46

풍요로운 삶 7/3/2013

조회 수 7147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삶은_관계.jpg

 

 

최일도 목사가 청량리에서 오갈 데 없는 사람들에게 라면을 끓여주던 때였다. 남루한 옷차림에 술 냄새까지 찌든 사람들이 한창 음식을 먹고 있는데 그중에 한사나이가 젓갈을 쥔 손을 치켜들며 소리를 쳤다. “삶은 무엇인가?” 갑작스럽고도 무게 있는 질문에 좌중은 조용해 졌다. 그때 나이가 지긋한 한 사람이 아직도 술이 덜 깬 목소리로 “삶은 라면이지 뭐야? 어서 라면이나 먹어.”하며 몸에 지니고 다니던 숟갈로 그 사나이에 머리통을 쳐버렸다. 기에 눌린 사나이는 “아, 삶은 라면이었지.”하고는 식사를 계속했다. 이 광경을 바라보던 최 목사가 언젠가 나에게 들려준 웃지 못 할 이야기이다.

과연 삶은 무엇인가? 사실 이 “삶”이라는 낱말은 누구에게나 친근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하고 경험하기 가장 어려운 말이다. 사람들은 흔히 그저 밥 먹고 잠자고 일하고 쉬는 것을 삶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남들 다 하듯 초 · 중 · 고교를 나와서 대학 가고 직장 얻은 다음 결혼하는 것을 삶으로 안다. 결혼한 이후엔 또 어떠한가? 죽어라 돈 벌어 아파트 평수 늘려 가는 것을 삶으로 안다. 그런데 말이다. 열심히 노력하며 힘겹게 살아가는데도 정작 삶으로부터 소외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그 이유는 삶을 제대로 만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삶은 라면이다.”라는 말장난이 아니라 진정한 삶을 깨닫지도 경험하지도 못하고 살고 있다. 삶은 한마디로 정의하면 “관계”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삶을 소유로 볼 뿐 관계하려 하지 않는다. 여기서 소유란 단지 물질적인 것에 대한 집착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적인 고착이 더 큰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어릴 시절에 경험한 수치심과 두려움을 나이 오십이 넘도록 붙들고 사는 이들이 태반이다. 또 자존심과 분노는 어떠한가? 그걸 놓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가슴속에 꼭꼭 쌓아두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

삶은 관계인데 관계를 못하니 삶이 내게서 점차 멀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사는 게 재미가 없다. 신이 나질 않는다. 아침에 눈을 뜨는게 귀찮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더는 이루고 싶은 일도, 가슴에 품고 있는 꿈도 없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그저 지나가는 관계일 뿐, 그 속에서 사랑과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산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또 하루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 기적이고, 나의 두 팔과 두 다리가 움직인다는 것이 엄청난 축복인데 그걸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삶을 제대로 만나 관계할 수 있을까? 첫째 관문은 생각세계에서 사실세계로 깨어나는 것이다. 사실에 눈이 뜨이지 못한 상태에서 생각을 사실인 줄 착각하면, 결국 자기 관념과 신념 체계에 갇히게 된다. 그 일(Fact)을 그 일로 보지 못하고 “화낼 일, 기쁜 일, 싫은 일, 짜증나는 일, 행복한 일”로 단정 짓는 것이다. 지금은 그 일이 불행인줄 알았는데 나중에는 복이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사건은 사건일 뿐이다. 그 사건을 대하는 자세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소유는 없다는 것이다. 삶을 돌아보라! 그동안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과연 내 손에 머물고 있는가? 삶은 관계이다. 50대 이후의 삶을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는 마흔일곱 살까지 만들어놓은 인간관계이다. 우정은 나이가 들수록 삶의 행복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랑은 두말할 것도 없다. 가족, 친지, 친구를 포함한 모든 타인들과의 진정 어린 관계가 삶의 내적 풍요로움을 결정짓는다. 인간의 말년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경제적 빈곤이 아니라 사랑의 빈곤이다.

‘젊음은 아름답지만 노년은 찬란하다. 젊은이는 불을 보지만, 나이 든 사람은 그 불길 속에서 빛을 본다’던 빅토르 위고의 말은 사실이다. 자기 자신과 가족, 인류까지 품을 수 있는 지혜로운 혜안(慧眼)을 갖는 것이 성공하는 삶이다.


  1. 겨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봄이 성큼 다가서고 있다. 미주 동부는 정말 아름답다. 무엇보다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커다란 매력이다. 서부 L.A.를 경험한 나는 처음 필라델피아를 만났을 때에 숨통이 트이는 시원함을 경험했다. 계절은 인생과 같다. 푸릇푸릇한 봄 같은 시절을 지내면 ...
    Views33976
    Read More
  2. 가위, 바위, 보 인생

    누구나 살아오며 가장 많이 해 온 것이 가위 바위 보일 것이다. 누가 어떤 제의를 해오던 “그럼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자”고 손을 내어민다. 내기를 하거나 순서를 정할 때에도 사람들은 손가락을 내어 밀어 가위 바위 보를 한다. 모두를 승복하...
    Views36605
    Read More
  3. 절단 장애인 김진희

    인생을 살다보면 벼라 별 일을 다 겪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일이 현실로 닥쳐올 때에 사람들은 흔들린다. 그것도 불의의 사고로 뜻하지 않은 장애를 입으면 당황하고 좌절한다. 나처럼 아예 갓난아이 때 장애를 입은 사람은 체념을 통해 현실을...
    Views34231
    Read More
  4. 별밤 50년

    우리는 라디오 세대이다. 당시 TV를 소유한 집은 부유의 상징일 정도로 드물었다. 오로지 라디오를 의지하며 음악과 드라마, 뉴스를 접하며 살았다. 내 삶을 돌아보면 가장 고민이 많았던 때가 고교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때 다정한 친구처럼 다가온 것이 심...
    Views31826
    Read More
  5. 아이가 귀한 세상

    우리가 어릴 때는 아이들만 보였다. 어디를 가든 아이들이 바글바글했다. 한 반에 60명이 넘는 학생이 오밀조밀 앉아 수업을 들어야만 하였다. 복도를 지날 때면 서로를 비집고 지나갈 정도였다. 그리 경제적으로 넉넉할 때가 아니어서 대부분 행색은 초라했...
    Views36209
    Read More
  6. 동화처럼 살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동화를 품고 산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평생 가슴에 담고 싶은 나만의 동화가 있다. 아련하고 풋풋한 그 이야기가 있기에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철이 나고 의젓한 인생을 살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
    Views33266
    Read More
  7. 환상통(幻想痛)

    교통사고나 기타의 질병으로 신체의 일부를 절단한 사람들에게 여전히 느껴지는 통증을 환상통이라고 한다. 이미 절단되었기에 통증은 사라졌을 법한데 실제로 그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통증뿐 아니라 가려움증도 있고 스멀거리기도 한단다. 절단 ...
    Views38463
    Read More
  8. 종소리

    세상에 모든 존재는 소리를 가지고 있다. 살아있는 것만이 아니라 광물성도 소리를 낸다. 소리를 들으면 어느 정도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되어 있다. 조금만 귀기우려 들어보면 소리는 두 개로 갈라진다. 무의미하게 나는 소리가 있는가하면 가슴을 파고드는 ...
    Views36650
    Read More
  9. 누구나 가슴에는 자(尺)가 들어있다

    사람들은 다 자신이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의롭고 정직하게 산다고 자부한다. 사건과 사람을 만나며 아주 예리하고 현란한 말로 결론을 내린다. 왜 그럴까? 성정과정부터 생겨난 자신도 모르는 자(尺) 때문이다. ‘왜 저 사람은 매사에 저렇게 ...
    Views39122
    Read More
  10. 땅이 좋아야 한다

    가족은 토양이고 아이는 거기에 심기는 화초이다. 토양의 질에 따라 화초의 크기와 향기가 달라지듯이 가족의 수준에 따라 아이의 크기가 달라진다. 왜 결혼할 때에 가문을 따지는가? 집안 배경을 중시하는가? 사람의 성장과정이 너무도 중하기 때문이다. 미...
    Views37461
    Read More
  11. 목사님, 다리 왜 그래요?

    어린아이들은 순수하다. 신기한 것을 보면 호기심이 발동하며 질문하기 시작한다. 아이는 솔직하다. 꾸밈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상황과 분위기에 관계없이 아이들은 속내를 배출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무섭다. 한국에서 목회를 ...
    Views35605
    Read More
  12. 가상과 현실

    고교시절 가슴을 달뜨게 한 노래들이 멋진 사랑에 대한 로망을 품게 했다. 70년대 포크송이 트로트의 흐름을 잠시 멈추게 하며 가요판세를 흔들었다. 템포가 그리 빠르지 않으면서도 서정적인 가사는 청춘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
    Views38939
    Read More
  13. 여자가 나라를 움직일 때

    내가 결혼 했을 즈음(80년대) 대부분 신혼부부들의 소망은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아 부모님께 안겨드리는 것이었다. 이것은 당시 최고 효의 상징이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딸 둘을 낳으면서 실망의 잔을 거듭 마셔야 했다. 모시고 사는 어머니의 표정은 서...
    Views36918
    Read More
  14. 백년을 살다보니

    새해 첫 KBS 인간극장에 철학교수 김형석 교수가 등장했다. 평상시 즐겨보는 영상은 아니지만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평소 흠모하던 분의 다큐멘터리이기에 집중해서 보았다. 김 교수는 이미 “백년을 살다보니”라는 책을 97세에 집필하였다. 이런...
    Views35508
    Read More
  15. No Image

    <2019년 첫 칼럼> 예쁜 마음, 그래서 고운 소녀

    새해가 밝았다. 2019년 서서히 항해를 시작한다. 짙은 안개 속에 감취어진 미지의 세계를 향해 인생의 노를 젓는다. 돌아보면 그 노를 저어 온지도 꽤나 오랜 세월이 지나간 것 같다. 어리디 어린 시절에는 속히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만큼 어른들은 할 수 ...
    Views42985
    Read More
  16. No Image

    새벽송을 그리워하며

    어느새 성탄을 지나 2018년의 끝이 보인다. 기대감을 안고 출발한 금년이 이제는 과거로 돌아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22일) 첼튼햄 한아름마트 앞에서 구세군남비 모금을 위한 자그마한 단독콘서트를 가졌다. 내가 가진 기타는 12줄이다...
    Views36878
    Read More
  17. No Image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서민들에게 월급봉투는 생명 줄과 같다. 애써 한 달을 수고한 후에 받는 월급은 성취감과 새로운 꿈을 안겨준다. 액수의 관계없이 월급봉투를 받아드는 순간의 희열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 세대가 변하여 이제는 온라인으로 급여를 받는다. 편리할지는 모...
    Views37422
    Read More
  18. No Image

    “오빠”라는 이름의 남편

    처음 L.A.에 이민을 와서 유학생 가족과 가까이 지낸 적이 있다. 신랑은 남가주대학(U.S.C.)공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고, 세 살 된 아들이 하나 있었다. 아이 엄마는 연신 남편을 향해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과 달라서 그때...
    Views39568
    Read More
  19. No Image

    영웅견 “치치”

    미국에 처음 와서 놀란 것은 미국인들의 유별난 동물사랑이다. 오리가족이 길을 건넌다고 양쪽 차선의 차량들이 모두 멈추고 기다려주는 장면은 감동이었다. 산책하는 미국인들의 손에는 반드시 개와 연결된 끈이 들려져있다. 덩치가 커다란 사람이 자그마한 ...
    Views38691
    Read More
  20. No Image

    행복은 어디에?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목말라 하며 살고 있다. 저만큼 나아가면 행복할 것 같다. 하지만 그곳에 가도 그냥 그렇다. 과연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누가 가장 행복한 사람일까? 과거에는 주로 경제적인 면에서의 결핍이 사람의 행복을 가로채 갔다. 맛있는 ...
    Views4181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