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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06:49

깊은 물 7/29/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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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과_배.jpg

 

 

무더운 여름, 집 앞 시냇가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피해 살던 때가 있었다. 아이들을 따라 다리 밑으로 향하고 물에 뛰어들며 수영을 배웠다. 물먹기를 반복하고 아이들의 놀림을 받으며 수영실력은 늘어갔다. 수영을 익히면서 물과 친근해 졌다. 물에 몸을 맡기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뚝방’ 위에 물이 고여 깊어진 웅덩이에서 수영을 했다. 그러다가 강으로 향했다. 위험해 보이지만 깊은 물은 몸을 저절로 뜨게 했다. 고교 시절에 처음으로 바다를 만났다. 수영에 자신감을 가지고 뛰어 들었지만 짠물만 먹으며 후퇴해야했다. 밀물식의 수영은 바다에선 통하지 않은 것이다. “파도타기”를 익히며 바다수영의 진미를 즐기기 시작하였다.

깊은 물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준다. 하지만 물이 깊을수록 부력이 강하다는 것을 수영을 하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우리 시대에는 우물물을 마셨다. 지금 사람들은 ‘비위생적’이라고 손사래를 치겠지만 목이 타들어 갈 것 같던 갈증에 허덕이다가 우물물 한바가지를 마셔대면 심장까지 시원 해 지는 행복이 있었다. 우물물은 왜 그리 시원했을까? 깊은 땅속에서 퍼 올려 졌기 때문이다.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에도 깊은 땅은 묵묵히 일정온도를 유지하며 생수를 머금고 있었다. 그러고는 목마른 사람이 찾아와 두레박을 내려놓으면 시원한 물을 얼마든지 공급해 주었다.

“그 사람은 속이 깊어!”라고 한다면 그것은 무슨 뜻일까? 언행심사가 신중하고 마음씀씀이가 예사롭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엄마의 품 같은 푸근함을 간직한 채 누구라도 받아 줄 것 만 같은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속이 깊다.”고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분들이 종종 있다. 형제들은 ‘티격태격’ 싸우면서 성장을 한다. 결국 부모님이 사건에 개입(?)하시게 되고 시시비비를 가리게 된다. 그런 와중에서도 다른 형제들이 어려움을 당하지 않도록 입을 다무는 형제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상황에 닥치면 자신에게 유리한 변명을 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홀로지고 바보스러울 만큼 수모를 감당해 내는 그런 형제가 있다.

아버지는 엄하셨다. 그래서 어려웠고 그분의 마음을 읽을 수가 없었다. 가끔 웃어주면 그 모습이 너무도 고마울 지경이었다. 잘한 일에 대한 칭찬에 인색하셨고 잘못을 저질렀을 때에는 불호령 같은 야단이 떨어졌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그분의 속이 너무 깊다는 것을 깨달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글자는 대문짝만하게 그러면서도 ‘또박또박’ 쓰거라!” 그래서 나는 명필(?)이 되었다. “대화를 할 때는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보고 의사전달을 바르게 하거라!” 그래서 어려서부터 만남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을 소유하게 되었다. 친구 분들을 만나면 “아들 자랑을 서슴치 않으셨다.”는 것을 그분이 세상을 떠난 후에나 듣게 되었다. 아버지의 깊은 마음을 알아차리고 얼마나 울었던지!

도종환 시인의 “깊은 물”이라는 시가 있다.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접시 하나 뜨지 못한다. 이 저녁 그대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 돌아오는 길에도 시간의 물살에 쫓기는 그대는…. 얕은 물은 잔돌만 만나도 소란스러운데 큰물은 깊어서 소리가 없다. 그대 오늘은 또 얼마나 소리치며 흘러갔는가. 굽이 많은 이 세상의 시냇가 여울을…” 정말 깊은 물 같은 심성을 소유한 분들이 있다. 내가 아파 할 때에 깊은 심성으로 참 위로를 해 준 분들이 그래서 고맙다.

인생을 살면서 속이 깊은 친구를 만나고, 교우를 만나고, 직장 동료를 만난다는 것은 행운 중에 행운이다. 나도 깊은 물이 되고 싶다. 누구나 만나고 싶어 하고 만나면 속에 있는 이야기를 아무 스스럼없이 끌러 놓고 싶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무더운 여름에 모든 사람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시켜 주는 깊은 우물물이고 싶다. 좁아지면 안 된다. 마음씀씀이가 옹졸해서는 안 된다. 깊어야 한다. 넓어야 한다. 당신의 마음은 깊은 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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