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7.12.16 10:34

특이한 언어 자존심

조회 수 6210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대화.jpg

 

 사람은 말을 해야 사는 존재이다. “언어가 통한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아무리 재미있는 조크도 알아듣지 못하면 전혀 효과가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 사람이다. 따라서 한국말을 쓴다. 그런데 우리가 쓰는 한국말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타국어와 다른 자존심이 숨어 있는 것을 발견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강대국의 침범을 많이도 받아왔다. 언어가 순수성을 간직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환경이었다.

 

 급기야 일제 36년의 학정 속에 창씨개명을 해야 하고, 한국말을 써서는 안 되는 지경까지 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역경을 이기고 우리말은 고고한 자존심을 지켜왔다. 중국의 예를 들면, 중국은 소수 민족이 합쳐져 거대한 나라가 되었다. 역사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그중에 55개 소수 민족이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언어가 본토에 살고 있던 한족(漢族)에게 동화되어 버린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런데 유독히 조선족만은 한국말을 쓰며 한국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4년 전, 중국 연변에 가서 상점 간판 곳곳에 한글이 새겨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필자는 한글학자가 아니다.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다. 이점에 대해 양해를 구하며 평소에 느꼈던 점을 적어보고자 한다. 우리 언어에서 독특한 점은 겹치는 말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쓰여 지고 있다. 우리는 동해를 이야기 할 때 꼭 동해 바다라고 한다. “태평양 바다를 건너왔다고 한다. “처가(妻家)”하면 될 것을 처갓집한다. “역전(驛前)”하면 되는데 역전 앞한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족발은 풀어쓰면 발발이 된다. ()이 이미 발 족니까.

 

 “모찌 떡”, “황토 흙” “깡통도 그렇고, 야구 해설을 하는 것을 보면 공이 Line 선상(線上)을 타고 갔다고 한다. ‘박수를 친다.’는 말도 희한하다. 박수의 칠 박()’자이다. 이미 그 안에 뜻이 들어 있음에도 대통령도, 대학교수도, 아나운서도, ‘전국노래자랑의 사회자도 박수를 치자라고 말한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명언도 있다. 국문학자들은 이것은 틀린 말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그 말을 자연스럽게 쓰고 있다.

 

 더 가까이 접근하자, “철새들이 사는 서식지” “가난한 빈촌” “깊은 산골 오지” “값싸고 저렴한 물건” “부끄러운 치부를 드러낸다.” “알은 곧 어린 치어가 될 것이다” “주어진 조건이나 여건에 맞추어 살자” “지금 새 신부가 입장하고 있습니다.” “뜨거운 열기를 감지하였다” “상호 명을 적어 놓았다” “부엌에서 쓰는 주방용품” “봄의 향기가 나는 채소나 나물” “누누이 여러 번 말씀드렸다” “기쁨과 환희에 넘쳤다” “기쁜 경사를 앞두고” “지나친 과찬입니다” “일목요연하게 한 눈에 훤히 알아볼 수 있다” “만류하거나 말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우리나라말은 90%가 한자(漢字)라고 한다. 그 한자와 순수한 한글을 함께 쓰려는 눈물 어린 노력이 이런 독특한 언어를 창출 해낸 것이다. 우리 민족은 정적(情的)인 면이 강하다. 밥을 줄때도 절대 한 숟가락만은 안준다. “정 떨어진대!”하며 꼭 한두 숟가락을 더 퍼준다. 헤어질 때 우리 민족처럼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경우도 드물다. 한번 인사를 했으면 되었건만 같은 인사를 되풀이 하면서 시간이 길어진다. 겹치는 말을 많이 쓰게 된 이유는 그 만큼 상대방을 챙기는 정()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교회에서 대표 기도를 할 때도 문단이 끝날 때마다 원하옵고 바라옵나이다.”하시는 분이 있다. “거룩한 성호(聖呼)를 찬양합시다.”라고 자연스럽게 외친다. 호남 사투리 중에 버려 버려!”하는 말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특이하다. 그런데 그 말들을 가만히 되뇌어보면 그 안에 우리 민족 만에 자존심이 깔려 있는 것을 본다. 우리 민족은 언어에 대한 자존심만은 꿋꿋하게 지켜오는 것을 발견한다. 우리는 오늘도 같은 뜻의 말을 반복하면서 민족정기를 이어가고 있다.

 

 서로를 챙겨주는 정감 어린 마음으로 독특한 언어를 구사하며 우리들만의 자존심을 언어로 지켜가고 있는 것이다. 그 우직함이 이민의 삶을 견고히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1. 나에게 영성은…

    같은 인생을 살면서도 눈앞만 보고 걷는 사람이 있고, 내다보고 사는 인생이 있다. 중학교 동창 중에 희한한 친구가 있다. 남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좋은 대학교에 가는 것을 목표로 살아가고 있을때에 미국을 품는다. 벼...
    Views36889
    Read More
  2. 밤나무 & 감나무

    나무마다 생긴 모양도 다르고 맺는 열매도 다양하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생김새가 다르듯 성향도 다 각각이다. 그것이 사람의 매력이다. 나무와 비교해 보자. 밤나무는 밤나무대로, 감나무는 나름대로 개성과 멋을 풍기며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 밤나무는 ...
    Views38343
    Read More
  3. 죽음과의 거리

    지난 주간 우리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만 했다. 젊은 목회자 가정에 불어 닥친 교통사고 소식에 모두는 말을 잃었다. 얼마나 큰 사고였으면 온 식구가 병원에 실려가야했고, 그 충격으로 세 자녀 중에 막내 딸은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겨우 5살 나이에...
    Views39019
    Read More
  4. 생각의 시차

    한국의 지인에게 전화를 할라치면 반드시 체크하는 것이 있다. ‘지금, 한국은 몇시지?’ 시차이다. 같은 지구별에 사는데 미국과 한국과는 13시간이라는 차이가 난다. 여기는 밤인데 한국은 대낮이고, 한창 활동하는 낮이면 반대로 한국은 한밤중...
    Views35345
    Read More
  5. 냄새

    누구나 아침에 눈을 뜨면 냄새를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날씨, 온도, 집안분위기를 냄새로 확인한다. 저녁 무렵 주방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를 맡으며 식탁의 기쁨을 기대한다. 아내는 음식솜씨가 좋아 움직이는 소리만 나도 기대가 된다. 나는 계절을 냄새...
    Views37634
    Read More
  6. 야매 부부?

    지금은 오로지 장애인사역(밀알)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목회를 하면서 가정 사역을 하며 많은 부부를 치유했다. 결혼을 하고 마냥 행복했다. 먼저는 외롭지 않아서 좋았고 어여쁘고 착한 아내를 만났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하고 행복했다. 하지만 허니문이...
    Views36273
    Read More
  7.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것이 아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평탄한 길만 가는 것이 아니다. 험산 준령을 만날 때도 있고 무서운 풍파와 생각지 않은 캄캄한 밤을 지날 때도 있다. 그런 고통의 시간을 만날 때 사람들은 좌절한다.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하고 포기 해 버린다. 이 땅에는 성...
    Views37113
    Read More
  8. 상큼한 백수 명예퇴직

    부지런히 일을 하며 달리는 세대에는 쉬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 ‘언제나 일에서 자유로워져서 쉴 수 있을까?’ 젊은 직장인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해서 내 오랜 친구는 50에 접어들며 이런 넋두리를 했다. “재철아, 난 일찍 은퇴하고 싶...
    Views36526
    Read More
  9. 봄날은 간다

    봄은 보여서 봄이다. 겨울의 음산한 기운에 모든 것이 눌려 있다가 대기에 따스한 입김이 불기 시작하면 곳곳에서 생명이 움트기 시작한다. 숨어있던 모든 것들이 서서히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실로 봄은 모든 것을 보게 한다. 아지랑이의 어른거름이 아름...
    Views37108
    Read More
  10. 어린이는 "얼인"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요, 5일은 어린이 날이다.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어린이날은 왠지 모든 면에서 너그러웠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야단치는 것을 그날만은 자제하는 듯 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어린이날은 우리에게 꿈을 주...
    Views38850
    Read More
  11. 장모님을 보내며

    수요일 오후 급보가 날아들었다. 근간 몇 년 동안 숙환으로 고생하시던 장모님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난감한 것은 월요일에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었다. 장모님이기에 한국에 나가긴 해야 하는데 너무도 부담스러웠다. 월요일 뉴욕에서 열리는 행...
    Views38432
    Read More
  12. No Image

    아빠, 내 몸이 할머니 같아

    장애인사역을 하면서 가장 가슴이 아플 때는 희귀병을 앓는 장애인을 만날 때이다. 병명도 원인도 모른 채 고통당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와 가족들은 커다란 멍에를 지고 가는 듯 한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2개의 희귀질병 앓고 있는 김새봄 양. 대학입...
    Views36612
    Read More
  13. 혹시 중독 아니세요?

    사람은 누구나 무엇엔가 사로잡혀 산다. 문제는 “얼마나 바람직한 것에 이끌려 사느냐?” 하는 것이다. 사로잡혀 사는 측면이 부정적일 때 붙이는 이름이 있다. 바로 중독이다. 중독이란 말이 들어가면 어떤 약물, 구체적인 행동을 통제할 수 없어...
    Views39381
    Read More
  14. 겨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봄이 성큼 다가서고 있다. 미주 동부는 정말 아름답다. 무엇보다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커다란 매력이다. 서부 L.A.를 경험한 나는 처음 필라델피아를 만났을 때에 숨통이 트이는 시원함을 경험했다. 계절은 인생과 같다. 푸릇푸릇한 봄 같은 시절을 지내면 ...
    Views39786
    Read More
  15. 가위, 바위, 보 인생

    누구나 살아오며 가장 많이 해 온 것이 가위 바위 보일 것이다. 누가 어떤 제의를 해오던 “그럼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자”고 손을 내어민다. 내기를 하거나 순서를 정할 때에도 사람들은 손가락을 내어 밀어 가위 바위 보를 한다. 모두를 승복하...
    Views42760
    Read More
  16. 절단 장애인 김진희

    인생을 살다보면 벼라 별 일을 다 겪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일이 현실로 닥쳐올 때에 사람들은 흔들린다. 그것도 불의의 사고로 뜻하지 않은 장애를 입으면 당황하고 좌절한다. 나처럼 아예 갓난아이 때 장애를 입은 사람은 체념을 통해 현실을...
    Views40582
    Read More
  17. 별밤 50년

    우리는 라디오 세대이다. 당시 TV를 소유한 집은 부유의 상징일 정도로 드물었다. 오로지 라디오를 의지하며 음악과 드라마, 뉴스를 접하며 살았다. 내 삶을 돌아보면 가장 고민이 많았던 때가 고교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때 다정한 친구처럼 다가온 것이 심...
    Views37566
    Read More
  18. 아이가 귀한 세상

    우리가 어릴 때는 아이들만 보였다. 어디를 가든 아이들이 바글바글했다. 한 반에 60명이 넘는 학생이 오밀조밀 앉아 수업을 들어야만 하였다. 복도를 지날 때면 서로를 비집고 지나갈 정도였다. 그리 경제적으로 넉넉할 때가 아니어서 대부분 행색은 초라했...
    Views42023
    Read More
  19. 동화처럼 살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동화를 품고 산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평생 가슴에 담고 싶은 나만의 동화가 있다. 아련하고 풋풋한 그 이야기가 있기에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철이 나고 의젓한 인생을 살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
    Views39313
    Read More
  20. 환상통(幻想痛)

    교통사고나 기타의 질병으로 신체의 일부를 절단한 사람들에게 여전히 느껴지는 통증을 환상통이라고 한다. 이미 절단되었기에 통증은 사라졌을 법한데 실제로 그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통증뿐 아니라 가려움증도 있고 스멀거리기도 한단다. 절단 ...
    Views4455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