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4447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김창옥과 나.jpg

 

  밀알의 밤(밀밤)이 막을 내렸다. 구름떼처럼 모여드는 청중에 놀라고 매년 그 시간, 그 자리를 지켜주는 분들의 열정에 감탄한 시간이었다. 밀알의 밤은 온 가족이 편안한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장이요. 가을에 걸 맞는 분위기로 삶을 돌아보게 하는 묘한 매력으로 자리 잡았다. 유명한 강사를 세우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평상시에는 가려져있던 장애아동들의 순수한 모습을 핸드벨 연주로 투영할 수 있는 것이 다행스럽다. 서툴지만 결코 흐트러지지 않는, 박자를 약간 비껴가도 아름답기만한 그 모습이 모두를 행복하게 해 준다.

 

  수화찬양은 밀알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귀한 시간이다. 농인들의 언어인 수화로 하나님을 찬양할 때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동이 번져온다. 손으로 말하는 수화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소통의 도구이다. 금년에는 다른 해보다 훨씬 빠른 템포에 찬양을 준비했다. “우리가 의지하는 주의 사랑처음 익히기에 버거워하던 단원들은 서서히 가사에 젖어들며 입에서 손으로 찬양을 뿜어내기에 이른다. 밀알의 밤에서만이라도 농인들의 마음을 나타낼 수 있음이 감사하기 그지없다.

 

  <밀알의 밤> 날이 밝았다. 새벽녘에 창밖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가슴을 조렸지만 태양은 그 특유의 밝은 얼굴을 내어밀며 희망을 주었다. 강사를 모시기 위해 공항으로 내달리는 순간 카톡이 날아들었다.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했다는 메시지였다. 예정시간보다 훨씬 빨리 비행기가 도착한 것이다. 공항에 다다르자 흔한 추리닝을 걸친 남자가 커다란 가방을 앞에 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점심은 간단히 하기로 하였다. 마주 앉은 두 사람은 마치 오래전에 만난 형제처럼 대화가 시작되었다. 코드가 맞는다고나 할까?

 

  19년 동안 전 세계를 돌며 강연을 하는 김창옥 교수와 설교 내공을 지닌 목사는 그렇게 말꼬를 트며 친숙해져 갔다. 가정사로부터 속에 숨겨놓았던 일상까지 피곤하다던 강사는 물 만난 제비처럼 속내를 드러내 보였다. 많으면 한달에 40, 일년에 5,000번이 넘는 강연을 했다고 한다. 염려하는 내 눈동자를 의식한 듯 그래서 우울증이 왔습니다.” 고백을 한다. 충전할 시간을 가지기도 전에 쏟아 내야하는 과정에서 그는 자아를 잃어버린 것이다. , 그리고 약물치료, 상담의 과정을 거치며 그는 그 깊은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심도 있는 강연을 하게 되었단다.

 

  인간은 약하다. 그러기에 그 약함 속에서 주님은 일하고 계신다. 밀알의 밤이 시작되었다. 좌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의 열기는 서서히 달아올랐고 드디어 주강사 김창옥 교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탄성과 박수는 그가 이미 대단한 인기강사임을 증명해 보였다. 영상에서 보던 바로 그 사람을 육안으로 접한다는 것은 신기한 행운이다. 말쑥한 인상에 세련된 복장으로 등단한 김창옥 교수의 입담을 거침이 없었다. 말을 잘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달인이었다.

 

  소소한 가정이야기로부터 삶의 전 분야를 휘감는 <소통> 강연은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장애아동들까지 파안대소하게하며 2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설교가 아니다. 지루함을 없애기 위한 중간노래도 없다. 오로지 말로 그 긴 시간을 이끌고 가는 강사에게 경외감마저 들었다. 그 누구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강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박장대소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장시간 동안 대중들이 공감하는 말을 이어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대단한 일을 김창옥 교수는 해내고 있었다. 덕분에 금년 밀알의 밤도 풍성히 매듭질 수 있었다.

 

  가을은 인생을 반추하게 한다. 그리운 사람, 추억, 이야기들을 떠오르게 한다. 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가? 돌아보며 점검하고 노력을 다짐한 행복한 밤이었다. 찾아주신 보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1. 혹시 중독 아니세요?

    사람은 누구나 무엇엔가 사로잡혀 산다. 문제는 “얼마나 바람직한 것에 이끌려 사느냐?” 하는 것이다. 사로잡혀 사는 측면이 부정적일 때 붙이는 이름이 있다. 바로 중독이다. 중독이란 말이 들어가면 어떤 약물, 구체적인 행동을 통제할 수 없어...
    Views33207
    Read More
  2. 겨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봄이 성큼 다가서고 있다. 미주 동부는 정말 아름답다. 무엇보다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커다란 매력이다. 서부 L.A.를 경험한 나는 처음 필라델피아를 만났을 때에 숨통이 트이는 시원함을 경험했다. 계절은 인생과 같다. 푸릇푸릇한 봄 같은 시절을 지내면 ...
    Views34011
    Read More
  3. 가위, 바위, 보 인생

    누구나 살아오며 가장 많이 해 온 것이 가위 바위 보일 것이다. 누가 어떤 제의를 해오던 “그럼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자”고 손을 내어민다. 내기를 하거나 순서를 정할 때에도 사람들은 손가락을 내어 밀어 가위 바위 보를 한다. 모두를 승복하...
    Views36642
    Read More
  4. 절단 장애인 김진희

    인생을 살다보면 벼라 별 일을 다 겪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일이 현실로 닥쳐올 때에 사람들은 흔들린다. 그것도 불의의 사고로 뜻하지 않은 장애를 입으면 당황하고 좌절한다. 나처럼 아예 갓난아이 때 장애를 입은 사람은 체념을 통해 현실을...
    Views34283
    Read More
  5. 별밤 50년

    우리는 라디오 세대이다. 당시 TV를 소유한 집은 부유의 상징일 정도로 드물었다. 오로지 라디오를 의지하며 음악과 드라마, 뉴스를 접하며 살았다. 내 삶을 돌아보면 가장 고민이 많았던 때가 고교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때 다정한 친구처럼 다가온 것이 심...
    Views31860
    Read More
  6. 아이가 귀한 세상

    우리가 어릴 때는 아이들만 보였다. 어디를 가든 아이들이 바글바글했다. 한 반에 60명이 넘는 학생이 오밀조밀 앉아 수업을 들어야만 하였다. 복도를 지날 때면 서로를 비집고 지나갈 정도였다. 그리 경제적으로 넉넉할 때가 아니어서 대부분 행색은 초라했...
    Views36250
    Read More
  7. 동화처럼 살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동화를 품고 산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평생 가슴에 담고 싶은 나만의 동화가 있다. 아련하고 풋풋한 그 이야기가 있기에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철이 나고 의젓한 인생을 살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
    Views33306
    Read More
  8. 환상통(幻想痛)

    교통사고나 기타의 질병으로 신체의 일부를 절단한 사람들에게 여전히 느껴지는 통증을 환상통이라고 한다. 이미 절단되었기에 통증은 사라졌을 법한데 실제로 그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통증뿐 아니라 가려움증도 있고 스멀거리기도 한단다. 절단 ...
    Views38502
    Read More
  9. 종소리

    세상에 모든 존재는 소리를 가지고 있다. 살아있는 것만이 아니라 광물성도 소리를 낸다. 소리를 들으면 어느 정도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되어 있다. 조금만 귀기우려 들어보면 소리는 두 개로 갈라진다. 무의미하게 나는 소리가 있는가하면 가슴을 파고드는 ...
    Views36682
    Read More
  10. 누구나 가슴에는 자(尺)가 들어있다

    사람들은 다 자신이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의롭고 정직하게 산다고 자부한다. 사건과 사람을 만나며 아주 예리하고 현란한 말로 결론을 내린다. 왜 그럴까? 성정과정부터 생겨난 자신도 모르는 자(尺) 때문이다. ‘왜 저 사람은 매사에 저렇게 ...
    Views39169
    Read More
  11. 땅이 좋아야 한다

    가족은 토양이고 아이는 거기에 심기는 화초이다. 토양의 질에 따라 화초의 크기와 향기가 달라지듯이 가족의 수준에 따라 아이의 크기가 달라진다. 왜 결혼할 때에 가문을 따지는가? 집안 배경을 중시하는가? 사람의 성장과정이 너무도 중하기 때문이다. 미...
    Views37503
    Read More
  12. 목사님, 다리 왜 그래요?

    어린아이들은 순수하다. 신기한 것을 보면 호기심이 발동하며 질문하기 시작한다. 아이는 솔직하다. 꾸밈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상황과 분위기에 관계없이 아이들은 속내를 배출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무섭다. 한국에서 목회를 ...
    Views35645
    Read More
  13. 가상과 현실

    고교시절 가슴을 달뜨게 한 노래들이 멋진 사랑에 대한 로망을 품게 했다. 70년대 포크송이 트로트의 흐름을 잠시 멈추게 하며 가요판세를 흔들었다. 템포가 그리 빠르지 않으면서도 서정적인 가사는 청춘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
    Views38985
    Read More
  14. 여자가 나라를 움직일 때

    내가 결혼 했을 즈음(80년대) 대부분 신혼부부들의 소망은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아 부모님께 안겨드리는 것이었다. 이것은 당시 최고 효의 상징이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딸 둘을 낳으면서 실망의 잔을 거듭 마셔야 했다. 모시고 사는 어머니의 표정은 서...
    Views36955
    Read More
  15. 백년을 살다보니

    새해 첫 KBS 인간극장에 철학교수 김형석 교수가 등장했다. 평상시 즐겨보는 영상은 아니지만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평소 흠모하던 분의 다큐멘터리이기에 집중해서 보았다. 김 교수는 이미 “백년을 살다보니”라는 책을 97세에 집필하였다. 이런...
    Views35542
    Read More
  16. No Image

    <2019년 첫 칼럼> 예쁜 마음, 그래서 고운 소녀

    새해가 밝았다. 2019년 서서히 항해를 시작한다. 짙은 안개 속에 감취어진 미지의 세계를 향해 인생의 노를 젓는다. 돌아보면 그 노를 저어 온지도 꽤나 오랜 세월이 지나간 것 같다. 어리디 어린 시절에는 속히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만큼 어른들은 할 수 ...
    Views43054
    Read More
  17. No Image

    새벽송을 그리워하며

    어느새 성탄을 지나 2018년의 끝이 보인다. 기대감을 안고 출발한 금년이 이제는 과거로 돌아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22일) 첼튼햄 한아름마트 앞에서 구세군남비 모금을 위한 자그마한 단독콘서트를 가졌다. 내가 가진 기타는 12줄이다...
    Views36945
    Read More
  18. No Image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서민들에게 월급봉투는 생명 줄과 같다. 애써 한 달을 수고한 후에 받는 월급은 성취감과 새로운 꿈을 안겨준다. 액수의 관계없이 월급봉투를 받아드는 순간의 희열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 세대가 변하여 이제는 온라인으로 급여를 받는다. 편리할지는 모...
    Views37460
    Read More
  19. No Image

    “오빠”라는 이름의 남편

    처음 L.A.에 이민을 와서 유학생 가족과 가까이 지낸 적이 있다. 신랑은 남가주대학(U.S.C.)공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고, 세 살 된 아들이 하나 있었다. 아이 엄마는 연신 남편을 향해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과 달라서 그때...
    Views39615
    Read More
  20. No Image

    영웅견 “치치”

    미국에 처음 와서 놀란 것은 미국인들의 유별난 동물사랑이다. 오리가족이 길을 건넌다고 양쪽 차선의 차량들이 모두 멈추고 기다려주는 장면은 감동이었다. 산책하는 미국인들의 손에는 반드시 개와 연결된 끈이 들려져있다. 덩치가 커다란 사람이 자그마한 ...
    Views3872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