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20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청각.jpg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70년대만 해도 선교사를 파송하면 현지에서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였다. 불타는 열정으로 선교지에 도착하였다 하더라도 6개월은 아무일도 못하게 한다. 답답해도 참아야 한다. 그 기간이 차면 서서히 선교활동을 시작한다. 적어도 6개월은 그 풍토에 익숙해져야 방향을 정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내가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살아왔는가는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이민자이다. 때로 대화를 해보면 이민 온 지는 수십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한일이 없다고 탄식하는 분을 만난다. 아니다. 낯선 땅에 살아온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담금질을 하여 경지에 오른 사람을 달인이라 부른다. 시간이 오래다고 누구나 달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만한 재능과 실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어느 것보다 오랜 시간이 요구되는 분야가 음악이다. 음악은 장르가 다양하다. 성악, 기악, 국악, 작곡, 작사까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중에 악인은 없다는 통설이 있다. 음악은 사람이 태어나서 떠나갈 때까지 삶과 공존하며 희로애락을 함께한다. 우리 이씨 집안은 음악을 좋아하는 가풍이 있다. 명절이 되면 어우러져 노래를 한다. 이제는 아예 노래방 기기를 설치하고 흥을 돋운다. 그런데 문제는 박자도, 음정도, 흐름도 맞추지 못하는 사람이 마이크를 잡을때이다. 정말 괴롭고 말리고 싶다. 하지만 그런 분일수록 웬만해선 물러서질 않는다.

 

  내가 음악에 쉼취하여 갈 청소년기에는 음악을 듣는 것이 여의치 않았다. 클래식을 듣기 위해서는 음악감상실 르네상스”(종로 1)에 가야 했고, 어쩌다 마음이 가는 음악을 만나도 다시 들을 방법이 제한적이었다. 음악전문 프로그램 시간에 카세트 레코드 버튼을 눌러 녹음을 시도하지만 간혹 눈치없는 DJ의 멘트가 흐름을 망치는 경우가 많았다. 음악은 내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한 양식이었다. 그것은 지금도 차에 올라타면 음악부터 틀고 운행하는 습관으로 이어지고 있다. 3부터 익혀온 기타와 함께 음악은 즐거울때나 울적할 때. 평온할 때에도 친구가 되어 주고 있다.

 

  전문 음악가들은 음악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 공통적인 견해는 시각이 아닌 청각을 더 강조한다. 요사이 흐름은 시각을 통해 음악을 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재생하는 음악에는 영상이 내포된다. 그러다보니 청각이 아니라 시각이 앞선다. 하지만 진정한 음악은 청각을 통해 마음을 울리는 장르이다. 음악은 순간의 예술이다. 음악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예민하다. 음악에는 빠지면 빠질수록 예민해지고 새로운 경지로 나아가게 하는 마력이 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그 많은 악기를 별도로 들을 수 있는 감각이 따로 생겨난다. 따라서 잘 어우러지고 있는 것 같지만 그중에 한 악기의 실수를 정확히 잡아낸다.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로 통하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귀가 좋은 연주자다. 손열음은 모차르트를 연주할 때 못 참는 부분은 단 하나의 음이라도 덜 들릴 때라며 피아니스트들에게 제일 중요한 건 잘 듣는 귀고 말한다. ‘바이올린 여제정경화 또한 귀가 만족스러울 때까지, 원하는 소리를 만들어낼 때까지 연습을 했다.”고 했다. 클래식은 상류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가슴을 울리지 못하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로시니는 하층민의 혁명, 모차르트는 인간의 고귀함, 베토벤은 인류애, 베르디는 독립을 향한 열망을 음악에 담았다.

 

우리 시대에는 폴모리아 악단이 대세였다. 1970년대를 전후로 라디오 시그널 음악으로 폴 모리아 악단의 곡이 많이 쓰여진 것을 보면 자명하다. 그리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으면서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음악의 미학은 상대방의 진정성을 그대로 들어주는 것에 있다. 선교사가 선교지에서 6개월을 기다리며 그 땅에 소리를 듣듯이 귀를 기울여 음악을 듣다보면 그 음악이 말을 걸어오는 그 시간이 진정 음악을 만나는 정점인 것이다

 


  1. 아, 필라델피아!

    나는 Philadelphia에 살고 있다. ‘필라델피아’라는 이름은 희랍어로 “City of brotherly love(형제애의 도시)”라는 의미이다. 북으로 두 시간을 달리면 “뉴욕”이 반기고 남쪽으로 세 시간을 내달리면 “워싱톤&rdqu...
    Views73800
    Read More
  2. 아, 청계천!

    나는 지금 한국 방문 중이다. 중요한 일정 중에 하나는 한국 장애인의 날에 나의 모교인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채플에서 설교를 하는 귀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20일(수) 오전 11:30분. 강단에 올라 무릎을 꿇었다. 가슴 한켠에서 무언가 ‘울컥&rsqu...
    Views5750
    Read More
  3. 아, 정겨운 봄날이여!

    “어느 계절을 가장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 취향은 다양하다. 하지만 춥고 지루하고 변덕스러운 겨울을 지나 맞이하는 봄은 누구나에게 포근함을 안겨준다. 봄은 희망이다. 봄은 말 그대로 봄(view)이다. 죽은 듯 보이던 대지에서 파아란 새싹이...
    Views3363
    Read More
  4. 아, 백두산! 5/28/2012

    모처럼의 나들이를 했다. 그것도 나라와 나라를 넘나드는 힘든 여정이었다. 호주에 가서 많은 곳을 둘러보고 수많은 한인들에게 설교를 한 것은 무엇보다 뜻 깊은 시간이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필라델피아에서 오신 33분의 목사님, 장로님들과 합류...
    Views63547
    Read More
  5. 아, 밀알 30년!

    참으로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자그마한 밀알 하나가 심기어져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자라나 30년을 맞이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밀밭의 꿈이 세월의 한 Term을 돌아가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행복했다. 그것도 화려한 사역이 아니라 가...
    Views57851
    Read More
  6. 아, 결혼 30주년!

    누구에게나 인생을 살다보면 절벽을 만나는 때가 있다. 돌아보면 내게도 크고 작은 시련들이 다가오고 물러갔다. 그중에서도 20대 후반에 접어들며 내 앞에 거대하게 다가온 절벽은 “결혼”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장애인이라고 결혼을 ...
    Views63283
    Read More
  7. 아! 청계천  4/29/2011

    금번 한국 방문 목적 중에 하나는 나의 모교인 총신대학교 “장애인의 날 기념 예배”에서 설교를 하는 일이었다. 13일(수) 정오가 가까워오면서 총신대학교 대강당에는 신학생들과 교직원 들이 자리를 하기 시작하였다. 대강당에 운집한 학생들의 ...
    Views80061
    Read More
  8. 씨가 살아있는 가정

    가정은 영어로 Family이다. 어원을 살펴보니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이다. 절묘하다. 실로 부부의 사랑을 먹고 아이들이 구김살 없이 꿈을 펼쳐야 하는 곳이 가정이어야 한다. 젊은이들은 가정을 꾸미면 저절로 행복해 질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는데 심...
    Views42893
    Read More
  9. No Image

    심(心)이 아니고, 감(感)이다

    사람은 누구나 삶을 지탱해 주는 지렛대가 있다. 삶이 힘들고 어려워도 어느샌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힘이 있기에 고통을 견디고 오늘이라는 시간에 우뚝 서있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
    Views39872
    Read More
  10. 실수가 아니란다! 11/4/2013

    임마누엘교회(김태권 목사 시무)에서 개최하는 “새생명축제”의 강사로 시각장애를 가진 분이 오신다는 소식을 접하고 은혜의 자리에 동참하게 되었다. 시각장애인인 부모님 밑에서 시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그의 가정은 경제적으로 심히 어려웠...
    Views64453
    Read More
  11. 신혼 이혼

    나이가 들어가는 선남선녀들의 소중한 꿈은 결혼이다. 인생의 초반은 혼자 살아가지만 장성하면 짝을 만나 부부의 연을 맺어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법칙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정을 나누고 평생을 부부가 되어 살아가기를 결심한다는 것은 참으로 신비한...
    Views11860
    Read More
  12. 신실한 봉사자를 기다립니다!

    한국의 입시제도가 변화하고 있다. 수능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야만 유수한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에 한국의 고교는 보이지 않는 전쟁터이다. 따라서 인격이나 인간관계, 감성은 뒷전이다. 오로지 ‘성적지상주의’가 한국교육의 현주소이다. 그...
    Views54740
    Read More
  13. 신부 입장!

    “신부가 입장합니다. 하객들은 모두 일어서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례자의 멘트에 따라 저만치 다가오는 사랑하는 딸의 모습이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딸의 오른손을 잡고 예식장을 걸어 들어간다. “신랑 입장”의 구호에 따라 ...
    Views55138
    Read More
  14. 시장통 사람들 9/2/2011

    우리 한국의 매력은 재래시장에 있다. 백화점이 동네를 점령하면서 편리한 생활이 보장 된 것은 사실이지만 역시 재래시장에 가야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다. 미국에 살면서 항상 그리운 것은 재래시장의 정겨움이다. 시장 한구석에 퍼질러 앉아 순대와 오뎅을...
    Views80782
    Read More
  15. 시장 인생

    나는 시장 영상을 즐겨본다.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없이 때로는 놀라는 표정으로,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장 분위기를 감상한다. 무엇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서 좋고,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다양한 직종의 시장 사람들이 날마다 똑같은 패턴으...
    Views17070
    Read More
  16. 시련속에서 발견한 하나님의 손짓 6/17/2012

    인생에게 있어서 “평범”은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행복인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평범”을 싫어한다. 삶이 너무 진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평범”이 깨어질 때에 얼마나 고통스러운 생이 이어지는 지는 겪...
    Views62619
    Read More
  17. 시드니의 노스탤지어(nostalgia) 5/16/2012

    꿈에 그리던 땅에 도착을 했다. 광활하지만 아름다운 그곳. 호주에 도착하는 그 순간에 나는 이미 들떠있었다. 시드니는 초가을의 숨결로 나를 반겼다. 드높은 코발트색 하늘, 필라델피아를 능가하는 깊은 숲,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바람이 호주임을 실감하게...
    Views72522
    Read More
  18. 시간이 말을 걸어 올 때까지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70년대만 해도 선교사를 파송하면 현지에서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였다. 불타는 열정으로 선교지에 도착하였다 하더라도 6개월은 아무일도 못하게 한다. 답답해도 참아야 한다. 그 기간이 차면 서서히 선교활동을 시작한다. ...
    Views7204
    Read More
  19. 시간이 더디갈 때

    나만 그러는 줄 알았다. 약속시간에 늦어 열심히 자동차 페달을 밟아대지만 신호등은 계속 빨갛게 변하며 나를 멈추게 한다. 넉넉히 시간을 잡고 집을 나서서 ‘약속장소에 너무 일찍 도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신호는 왜 그리 녹...
    Views58155
    Read More
  20. 시간의 구성성분 분석 5/17/2014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라는 말에는 시간 속에 치유성분이 들어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소리 없이 나를 스쳐지나갔다.”는 것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시간의 황홀경에 빠져 있었다는 뜻이 담겨있다. 시간은 전혀 형체가 없다. 하...
    Views8839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