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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2 15:25

남자와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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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 수 년 전, 늦깎이 이민을 L.A.로 왔다. 그때가 40대 중반이었으니까 이민을 결단하기에는 위험이 따른 시기라 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 필라 밀알선교단에서 소신껏 사역을 하고 있지만 처음 맨주먹으로 이민을 왔을 때에 상황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았다. 그때 나를 지탱해 준 것은 여리지만 현명한 아내, 아빠를 ‘마징가 Z’(?)처럼 여기며 의지하는 여기던 어리디 어린 두 아이들이었다. 순수하고 기대감 충만하던 이민초기의 잔상을 지우지 않으려 애를 쓰며 산다. 초심을 잃고 싶지 않아서이다. 과거가 다 그렇듯이 적나라한 나를 만났던 때가 그때였던 것 같다.

 

 나를 미국으로 인도한 대학 동창 친구 목사 역시 나의 든든한 후견인이었다. 오래전에 L.A.에 와서 자리를 잡고 목회를 하고 있던 친구는 나와 가족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주었다. 처음 그 교회에서 청년대학부를 맡아 사역을 하고 있을 때였다. 머리 모양새가 범상치 않은 젊은 남자 집사가 있었다. 어느 주일에 새로 뽑은 차를 몰고 교회 주차장에 나타났다. 그날 예배를 마치자마자 그 차는 모든 성도들의 관심거리였다. 고가의 오픈카는 특히 남자들에게는 대단한 관심사였다.

 

 영화에서만 보던 오픈카의 위용에 나까지 매료되었다. 시승까지 하며 그날 부러운 눈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 남자의 아내가 다가서며 한마디 한다. “내가 결혼을 한 건가? 큰아들을 키우고 있는 건가? 모르겠어요.” 그 한마디에 자매의 시름이 전해져왔다. 남편은 평소에는 어른스럽다가도 어느 때는 일곱 살 아이에 버금가는 '떼'를 쓰며 돌변한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비롯해 휴대전화, 게임기 등 각종 기계 앞에서 무너지는 남편의 모습에 자매는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도대체 남자들에게 '자동차'는 어떤 의미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남자애들은 어릴 때부터 타는 것에 관심이 많다. 남자들에게 자동차란? 탈것에 대한 본능인 것 같다. 남자들은 과거부터 말을 타며 사냥을 하지 않았던가? 그만큼 움직임에 예민한 존재가 남자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실험을 했는데 남자들은 <슈퍼마리오>란 게임을 할 때마다 ‘마리오’가 점프를 하면 실제로 자신의 다리 근육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반짝반짝’ 거리는 것을 찾아냈다. 이미 뇌가 점프한 것과 똑같은 반응을 하는 것이다.

 

 ‘존 그레이’의 역작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을 보면 남자들에겐 자신만의 동굴이 있다고 나온다. 아마 남자들에게 그 동굴이 바로 자동차일지도 모른다. 집에서 벗어난 공간, 일에서 벗어나는 시간인 셈이다. 남자들은 집에서 회사로 갈 때, 회사에서 집으로 갈 때 주로 차를 타지 않는가? 결국 자동차가 휴대용 동굴인 셈이다. 여자들이 “집을 예쁘게 꾸며야 하겠다.”는 애착을 보이는 것처럼 남자들은 자동차에 애정을 쏟는 거라고 이해해야한다.

 

 어떤 사람은 “남자의 자동차는 여자의 백(Bag)과 같다.”고 표현했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명품 백에 열광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도 그렇다. 백이야 소지품을 넣기 편하고 예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수천, 수만을 호가하는 ‘백’이 왜 필요할까? 그것을 남자에게 적용하면 이해가 편할 것이다. 여자들은 말할 것이다. “차야 튼튼하고 목적지에 가는데 지장만 없으면 되는 것 아냐?”하고 말이다.

 

 하지만 남자에게 자동차는 자존심이요. 자아상의 투영이다. 물론 개중엔 자동차에, 백에 열광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번도 “차 타령”을 한 적이 없던 남편이 주변에서 하나둘 새 차를 구입하면 돌변한다. 매일매일 자신이 사고 싶은 차의 사진을 찍어 보내고, 그 차를 볼 때마다 "어! 미래의 내 차!"라고 어린아이처럼 소리를 지른다. 드디어 그 차를 구입하는 날 소년처럼 남편은 들뜨게 된다. 남자들은 무엇엔가 빠져야 사는 존재이다. 어쩌면 자동차는 사람과 닮은 것이 많다. 눈도 있고 입도 있다. 연료도 먹어야 하고 배기도 하고 말이다.

 전혀 반응이 없는 ‘백’보다는 반응하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남편이 다행스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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