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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4 08:57

아, 결혼 3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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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나 인생을 살다보면 절벽을 만나는 때가 있다. 돌아보면 내게도 크고 작은 시련들이 다가오고 물러갔다. 그중에서도 20대 후반에 접어들며 내 앞에 거대하게 다가온 절벽은 “결혼”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장애인이라고 결혼을 못하라는 법이 있나? 사람만 바로 되면 되지?” 남의 일이면 된다. 하지만 내 문제면 사람들의 태도는 돌변한다. 딸(아들)을 낳아 고이 길렀다고 하자. 장성한 딸(아들)이 “결혼 상대자”라고 데려온 당사자가 장애인이라면 선뜻 받아들일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

 

 나도 그랬다. 나는 중 3때부터 이성교제를 했다. 그 세월이 20대 까지 이어졌으니까 참 많은 연륜(?)을 쌓은 격이 된다. 하지만 결혼은 달랐다. 결혼적령기가 다가오며 자연스럽게 연애는 결혼을 전제로 진행된다. 그 무게는 짐작했던 것보다 무거웠다. 아니 그 벽은 너무도 높았다. 누구나 자녀들의 배우자는 건강한 사람을 원한다. 그것은 부모라면 당연한 기대이다. 그 기대 때문에 장애인들은 결혼상대자로서 예외 부류이다. 나도 그 과정을 겪어야만하였다. 될 듯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나이 서른이 넘어서며 그 아픔은 더해갔다. 신학생들은 대개 결혼을 일찍 한다. 이성의 유혹에서 벗어나 성직에 일념하기 위함인 것 같다. 친구 전도사들이 하나둘 가정을 꾸려 갈 때에 나는 축가를 부르며 다닐 뿐이었다. 그래도 위로가 되는 것은 대학 때부터 항상 붙어 다니던 송 전도사가 미혼이라는 사실이었다. 신대원 졸업반 가을이었다. 나를 캠퍼스 잔디밭으로 불러낸 친구는 먼 산을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재철아, 나 결혼한다.” “엉, 누구랑?”(누구는 여자랑 하겠지!) 입에서는 “축하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정작 내 머리에는 수 만가지의 생각이 스쳐갔다. 워낙 속이 깊은 친구여서 자신이 ‘결혼상대자를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게 상처를 줄까봐 이제야 고백을 한 것이다.

 

 하지만 세상사는 모를 일이다. 절친인 ‘송 전도사’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고 신랑, 신부 친구들끼리 뒷풀이를 하는 자리에서 나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된다. 내가 축가를 부르는 모습에 호감을 보이던 자매는 첫눈에 반해 대시한 나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나와의 교제를 허락했다. 긴 생머리에 훤칠한 키. 하얀 피부의 자매는 내게 그렇게 다가와 주었다. 짧은 연애기간이었지만 우리는 순식간에 가까워졌고 마음을 공유했다. 그래서인지 그해 가을을 유난히 따뜻했다.

 

 덕수궁 미술관이 바라다 보이는 분수대에서 은행잎이 눈처럼 흩날리던 가을날 나는 과감하게 자매에게 청혼을 했다. 그 자리에서 ‘OK!'를 받아내지 못한 것도 내 장애 때문이었다. 자매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야만 하는 벽이 가로놓였다. 3일을 함께 금식하며 우리는 양가 부모님의 상견례를 기다렸다. 많은 장애인들이 양가의 축복을 받지 못하고 쓸쓸하게 결혼식을 한다. 하지만 나는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장인, 장모의 열렬한 응원을 힘입으며 1986년 3월 4일(화). 종로 5가에 위치한 <한국기독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많은 하객들이 찾아와 우리 결혼을 축복해 주었다.

 

 장애인들에게는 몇가지 두려움이 있다. “나도 결혼할 수 있을까? 나도 자녀를 낳을 수 있을까? 아이를 낳으면 건강할까?” 그 두려움을 말끔히 씻어내며 행복한 가정을 꾸려올 수 있음이 감사할 따름이다. 두 아이는 아빠를 무척이나 존경하고 본받고 싶어 한다. 그것이 다행스럽고 고맙다. 무엇보다 30년의 세월을 동행하며 묵묵히 내조해온 아내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혹여 이글이 내 자랑처럼 느껴지지 않았으면 한다. 모두에게 용기와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애인도 결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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