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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2 11:05

생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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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ic Box (1).jpg

 

 

 나는 화요일마다 필라 기독교방송국에서 생방송을 진행한다. 방송명은 “밀알의 소리”. 사람들은 생방송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에게는 생방송이 체질이다. 방송을 진행한지가 어언 14년에 접어드는 것을 보면 스스로 대견함을 느낀다. 방송 ‘시그널’(이사도라)이 나가기 시작하면 마음이 차분해 지며 심장은 요동치기 시작한다. 시를 읇으며 내용에 잠기고 본격적인 방송에 들어가며 애청자들이 저만치서 주목하는 것이 그려진다.

 

 나는 20대에 접어들며 다방에서 DJ를 한 경험이 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생방송의 묘미를 그때만큼 실감한 적도 없다. 대학입시에 낙방을 하고 실로 ‘실업자’ 대열에 가담을 한다. 하루 놀고 하루 쉬는 무료함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대학생이 되어 캠퍼스 생활을 하는 친구가 너무도 부러웠다. 그때는 대학생들에게도 교복이 있었다. 고대에 들어간 “자윤”이가 입은 감청색 교복이 너무 멋져보여서 억지로 벗겨 입어본 적도 있다.

 

 그러다가 우연히 마주친 고교동창 녀석이 DJ를 하고 있었다. 다방 중앙에 위치한 뮤직 박스 곁에는 DJ 친구들이 종일 죽치는 장소였다. 친구 소개로 중량교 부근에 있는 “궁전다방” DJ로 첫발을 내디뎠다. 감사하게도 타고난 음성이 좋아 DJ로는 안성맞춤이었다. 앞에 앉았던 DJ의 체취를 느끼며 자리에 앉는다. 턴테이블을 점검하고 한쪽에 레코드판(LP)을 얹는다. 뭔가 모를 긴장감이 밀려오며 묘한 행복감을 준다. 자켓에 새겨있는 순서를 찾아 전축 바늘을 맞추고 회전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흐르기 시작한다. 지금 들어봐도 그 시절의 팝송은 감성을 자극하는 매력이 있었다.

 

 디스크에 먼지가 많으면 잡음을 일으키고 흠을 만나면 바늘이 튀기도 한다. 그러면서 반복되어 나오는 음악에 DJ는 등줄기에 땀이 배긴다. “죄송합니다. 판이 튀네요.” 그리고는 재빠르게 옆에 있는 다른 판을 돌려야 한다. 전화가 오면 혀로 ‘톡’소리를 내며 카운터로 돌려주고, 신청음악 쪽지가 들어오면 알파벳 순으로 되어있는 디스크를 단숨에 찾아내야만 한다. DJ 초년생들은 멘트를 많이 한다. 하지만 연륜이 쌓이면 묵묵히 음악만 튼다.

 

 자, 인생 이야기를 하자! 아마추어일 때는 말을 많이 해야 일이 되는 듯싶다. 하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말을 한다고 듣는 것도 아니고 내가 입을 열지 않는다고 일이 안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인생은 철저히 생방송이다. 녹화방송과 생방송은 긴장도부터가 차이난다. 녹화방송은 NG가 나도 다시 하면 된다. 후에 편집기술을 동원하면 된다. 생방송은 NG가 났을 때에 신속하게 수습하는 순발력이 절대 필요하다.

 

 막상 생방송을 시작했는데 마이크가 나오지 않는다던지, 음악재생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질 때도 있다. 그럴수록 침착하게 사태를 풀어가야 한다. 포기는 용납이 안 된다. 생방송은 일단 시작하면 끝까지 가야만 한다. 이미 실수를 했더라도 지금부터 상황을 역전시켜 나가면 사람들은 과거를 기억해 내지 못한다. 또한 잘못했을 때는 “잘못했다.”고 하면 된다. 허물을 감추려하다 보니 더 꼬여 버리는 때가 얼마나 많은가? 인생을 녹화방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젊은 시절에는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워낙 에너지가 넘치고 기회가 많은 때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그런 태도로 인생을 사는 것은 가련한 삶이다.

 

 연필은 쓰기가 편하다. 왜 잘못되면 지우면 되니까? 그래서 연필과 지우개는 친구 중에 친구이다. 하지만 생방송은 친구가 없다. 오직 마이크와 방송장비를 상대할 뿐이다. 인생은 시작하면 가야만 한다. 방송과 인생의 다른 점은 방송은 끝나는 시간이 있지만 인생은 언제 끝이 나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사는 날까지 열심히 방송을 해야 한다. 그분이 ‘CUT’을 외치실 때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방송의 묘미가 무엇인가? 내 목소리를 듣고 힘을 얻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방송을 통해 삶의 새로운 의미를 깨닫는 청취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미해 보이는 내 인생을 통해 나와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 어디에선가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 오늘도 생방송을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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