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4848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큰댁.jpg

 

 한국에 왔다. 감사하게도 일 년에 한번 씩은 들어올 계획이 잡힌다. 부흥회를 인도하고 전국을 다니며 주일 설교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유기적인 밀알사역 감당을 위해 한국을 방문할 수 있음이 고마울 따름이다. 게다가 매년 들어오면 만나야할 사람이 샘솟듯 늘어가는 것도 신기하다. 금년에 새롭게(?) 만난 대상은 친척들이다. 와서 전화통화만 했지, 얼굴과 얼굴을 대면하여 만나기는 20여년 만이다. 참 많이도 변했다. 사촌 큰형님은 금년 81세이시다. 정정한 형님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실로 100세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그 옛날 형님은 23살에 장가를 들어 큰 아들을 낳았고 호칭만 “아저씨, 조카!”였지 우리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다. 조카와 20년 만에 마주앉아 나이를 물으니 나와 겨우 두 살 차이였다. 그때는 한참 어린 조카로 생각을 했는데 또래였음을 알아차리고 나니 많이 당황스러웠다. “공무원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카의 말에 세월의 빠름이 야속하기까지 했다. 조카들과 고향 뒷산과 앞뜰 개울을 뒤지고 다니던 영상이 아련히 다가왔다.

 

 바쁜 일정 중에도 우리 삼남매가 뭉쳤다. ‘이동’에서 푸짐한 점심식사를 하고 고향으로 향했다. 부모님 산소를 둘러보기 위해서이다. 고향으로 향하며 갑자기 차안이 소란스러워졌다. “오빠, 저기가 작은댁이 있던 곳이야!” 누나가 외친다. “재철아, 여기부터 누나가 너를 업고 큰댁까지 걸어갔단다. 무거운 너를 나는 많이도 업고 다녔어.” 뒷자리에 앉아 고향을 바라보던 내 눈이 뿌예졌다. 다리가 불편한 동생을 누나는 많이도 업고 다녔다. 마음을 추수리며 입을 열었다. “누나, 나를 한번도 부끄러워하지 않아 고마워.” “얘는 별소리를 다한다. 동생을 내가 왜 부끄러워 해”

 

 옛날에는 걸어서 두 시간이 족히 걸렸던 고향선산에 차로 20분 만에 당도했다. 저만치 보이는 산소를 향해 우리 남매가 손을 흔들었다. 마치 엄마, 아버지가 서있는 듯 한 착각을 하면서 말이다. 부실한 내 걸음을 부축하느라 누나, 동생은 갖은 애를 써야했다. 드디어 산 중턱에 자리한 부모님 산소 앞에 삼남매가 나란히 서서 주님께 기도를 올렸다. 모진 세월을 지나 건강하게 가정을 꾸미고 사는 자식들을 엄마, 아버지는 흐뭇한 미소로 반기는 듯하였다. 무덤에 잔디를 고르며 그리움이 밀려왔다.

 

 하산을 하며 우리 추억 덩어리인 큰댁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어린 시절에는 내 고향 “화현”에는 ‘이씨’ 가문과 ‘류씨’ 가문이 쌍벽을 이루며 마을을 형성하고 살았다. 나중에는 서로 사돈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제 고향에는 객지 사람들이 들어와 살뿐 우리 집안이나 “류씨” 집안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나이가 들어 냉난방이 부실한 시골집에 사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고 자녀들이 모두 도시로 나가 살기에 어르신들도 고인이 되시거나 모두 떠나가셨다. 그 옛날 고향에 오면 동네어귀에서 만나는 분들에게 인사를 하느라 분주했는데 말이다.

 

 큰댁 커다란 대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었다. 대문 틈 사이로 앞마당을 들여다보다 ‘울컥’ 눈물이 솟았다. 방학을 맞아 큰댁 대문에 들어서면 오른쪽 외양간에 있는 소가 “움메∼”하며 커다란 꼬리를 흔들어 나를 반겼다. 외양간 특유의 냄새가 고향에 온 것을 실감나게 했다. 버선발로 뛰어 나와 안아주시던 큰 엄마. 저만치서 헛기침을 하며 반기시던 큰 아버지. 마치 그때로 돌아간 듯 뜻 모를 현기증이 찾아왔다.

 

 그렇게 넓디넓던 바깥마당은 왜 이리 작아졌는지? 북적대던 친척들은 왜 모두 흩어졌는지? 갑자기 시조한수가 흘러나왔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야은 길재> 미국은 속도가 느려도 변하지 않는 것이 매력인 것 같다. 한국은 왜 그리 흐름을 잘 타는지? 시대적으로, 경제적으로 너무도 변해가는 한국의 모습에 아쉬움이 찾아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변해가는 것들을 통해 사람들은 편리함에 익숙해 간다. 한편. 추억도, 낭만도, 꿈과 아늑함은 그 속에 파묻혀 간다. 그렇게 떠나가고 또 다른 세대가 그 자리를 이어가며 인생은 흘러가고 있다.


  1. No Image

    하늘

    가을하면 무엇보다 하늘이 생각난다. 구름 한 점 없는 코발트색 하늘은 사람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하늘은 여러 가지 색깔을 연출한다. 보통은 파란 색깔을 유지하지만 때로는 회색빛으로, 혹은 검은 색으로 변해간다. 번쩍이는 번갯불로 두려움을 주고 ...
    Views44237
    Read More
  2. No Image

    당신의 성격은?

    사람의 성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외향적이냐? 아니면 내향적이냐?”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에 거리낌이 없고 만나서 에너지를 얻는다면 당신은 ‘외향성이 강한 사람’이다. 반면에 사람을 만나는 것이 버겁고 특별히 새로운 사...
    Views41071
    Read More
  3. No Image

    쇼윈도우 부부를 만나다

    지난 봄 한국 방문 길에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가득히 사람들이 타고 결혼식장인 10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안쪽에 서있던 한 여인이 소리쳤다. “친한 척 하지 마요. 조금 떨어져 와...
    Views38821
    Read More
  4. No Image

    목사님, 세습 잘못된 것 아닌가요?

    요사이 한국을 대표할만한 한 대형교회에서 담임 목사가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일을 놓고 설왕설래 말들이 많다. 이미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음에도 그 교회가 속한 교단과 신학대학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 정당한 절차를 밟아 교회신자들의 압도적인 지지...
    Views37580
    Read More
  5. No Image

    기회를 잡는 감각

    인생은 어쩌면 기회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다. 신은 평생 사람에게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세 번 허락한다고 한다. 가만히 내 인생을 돌아보라! 기회가 많았다. 기회를 기회로 잡지 못하면 흘러간 시간이 되고 만다. 매사에 앞서가는 사람이 있다. 희한한 사...
    Views42914
    Read More
  6. 낙도전도의 추억

    대학 동기가 병역을 필하고 복학을 하더니 적극적인 총학생회 활동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그사이 나는 이미 대학원 과정에 있었기에 친구와는 학년차이가 꽤나 나있었다. 어느 날 만나자고 하더니 “총신 <제 2기 낙도전도단>에 총무로 일해 달라.&rdquo...
    Views39722
    Read More
  7. 청춘

    여름은 청춘을 닮았다. 얼어붙은 동토를 뚫고 빼꼼이 고개를 내어밀던 새순은 여름의 비와 바람을 맞으며 단단해져 간다. 따가운 햇살과 공격해 오는 해충의 위협을 의연히 견뎌낸 줄기만이 가을의 넉넉한 열매를 보장받게 된다. 여름은 싱그럽지만 그래서 아...
    Views42728
    Read More
  8. 씨가 살아있는 가정

    가정은 영어로 Family이다. 어원을 살펴보니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이다. 절묘하다. 실로 부부의 사랑을 먹고 아이들이 구김살 없이 꿈을 펼쳐야 하는 곳이 가정이어야 한다. 젊은이들은 가정을 꾸미면 저절로 행복해 질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는데 심...
    Views39123
    Read More
  9. 밀알 사랑의 캠프

    지난 5월이었다. 밀알선교단 지하교육관에 걸어놓은 달력이 찢겨나가 7월에 와있었다. 다른 방에 걸려있던 달력과 바꿔 걸어놓았는데 나중에 가보니 그것마저 찢겨져 있었다. 누구의 소행인지 수소문해도 범인(?)은 오리무중이었다. ‘누가 저렇게 멀쩡...
    Views37788
    Read More
  10. 소박한 행복 기억하기

    “엄마, 오늘은 제발 보리밥 싸지 마세요.”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열면 널브러져 나를 바라보는 보리밥이 너무 미웠다. 거기다가 단골 반찬은 무말랭이와 콩장이었다. 내 짝꿍 근웅이는 약국집 아들이라 그런지 항상 밥 위에는 노오란 계란이 덮여...
    Views38901
    Read More
  11.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

    어린 시절 나는 시골에서 살았다. 여름 이맘때가 되면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며 폭우가 쏟아졌다. 밤새 공포에 떨다가 날이 밝고 화창해진 아침, 들녘에 나가보면 곡식들이 내 키만큼 자라나 있는 것을 발견한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번개가 치면 하늘에서 수...
    Views41957
    Read More
  12. 차카게살자!

    한때 조직폭력배(이하 조폭) 영화가 희화화되어 유행한 적이 있다. 보통 사람은 전혀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그 세계에서는 펼쳐지고 있음이 세상에 조금씩 드러나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은 발동하기 시작하였다. 실로 어둠의 세계일진대 영화나 소설이 은근히 ...
    Views43034
    Read More
  13. 패럴림픽의 감동

    우리조국 대한민국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을 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을 숨죽이며 시청하던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다. 올림픽에 관한 공부를 할 때에는 먼 나라 일로만 생각되었는데 막상 그 올림픽이 내가 살고 있는 땅에서 열린다는 ...
    Views43609
    Read More
  14. 미안하고 부끄럽고

    매일 새벽마다 이런 고백을 하며 기도를 시작한다.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새날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 어제 잠자리에 들며 죽었다면 오늘 아침 다시 부활한 것이다. 지난밤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다시 깨어났으니 이것...
    Views39011
    Read More
  15. 야학 선생

    20대 초반 그러니까 신학대학 2학년 때였다. 같은 교회에서 사역하는 김건영 전도사께서 주일 낮 예배 후 “할 말이 있다.”며 다가왔다. 우리는 비어 있는 유년주일학교 예배 실 뒤편 탁자에 마주 앉았다. 용건은 나에게 “야학 선생을 해 달...
    Views40075
    Read More
  16. 광화문 연가

    나는 아이돌 노래를 좋아한다. 노래에서 풍기는 젊음의 활력, 에너지 넘치는 춤사위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사람의 몸이 저렇게도 유연할 수 있을까?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 시대의 가요는 정적이었다. 뭔가 생각하며 들을 수 있는, 듣다보면 젖...
    Views43616
    Read More
  17. 톡 쏘는 느낌을 갖고 싶어~~

    미혼 시절에는 이성에 반하는 타입이 다채롭다. 남자들은 공히 곱게 빗어 넘긴 생머리에 청순가련형의 인상을 가진 여성들에게서 시선을 놓지 못한다. 반면 여성들은 과묵한 남자에 끌린다. 촐싹대고 말이 많은 남자보다는 묵직한 인상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는...
    Views46394
    Read More
  18. 슬프고 안타까운 병

    초등학교 시절. 방학을 손꼽아 기다렸다. 포천 큰댁으로 달려갈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다. 드디어 방학을 하고 시골에 가면 집안 어른들에게 두루 다니며 인사를 하고 후에 누이와 가는 곳이 있었다. 바로 외가댁이었다. 걸어서 30분이면 외가에 도착을 했고 ...
    Views40641
    Read More
  19. 어머니∼

    누구에게나 마음의 고향이 있다. 바로 어머니이다. 나이가 들어도 안기고 싶은 곳은 어머니 품이다. ‘남자는 평생 엄마의 품을 그리워하며 산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결혼을 위해 많은 교제를 하다가도 결국은 어머니 같은 여인과 결혼을 하...
    Views48574
    Read More
  20. 손을 보며

    손을 들여다본다. 손등이 눈에 들어오고 뒤집으면 바닥이 매끄럽게 드러난다. 각각 다른 길이의 손가락이 조화를 이룬다. 손가락을 구부려 움켜쥐면 금새 동그란 주먹이 만들어 진다. 손가락마다 무늬가 새겨있는데 지문이라 부른다. 지문이 같은 사람이 없다...
    Views4159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