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6:12

가을 그림 11/22/2012

조회 수 7337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가을.jpg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상처는 너무도 깊은 것 같다. 불행 중 다행히도 필라델피아는 극한 상황을 넘기며 전기사정이 회복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미주 동부지역은 상상을 초월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부 뉴저지 지역은 전기는 고사하고 주유소에 기름이 없어 사람들이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과학과 문명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달했다고 하지만 전기가 끊어지면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을 현격하게 실감한 시간이었다. 겸손을 배우는 시간이었고 하나님의 보호하심이 없이는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태풍에 후유증을 뒤로 한 채 지난 금요일 나는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었다. 기도하며 소개했던 산호세 총각 스티브와 필라 자매의 만남이 속도를 내더니 양가 부모님의 명쾌한 합의로 혼인 날짜가 잡히게 되었고 결혼식 주례의 영광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태풍의 여운이 남아 뒤숭숭한 동부와는 달리 서부 산호세의 하늘은 얄미울 정도로 화창했다. 예식이 거행되는 미국교회 예배당은 가을 하늘과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웠고 시간이 되자 300여명의 하객들이 자리를 메웠다.

요사이 젊은이들이 그렇듯이 속내를 숨기지 못하는 신랑 신부의 환한 미소가 이미 예배당을 흥분으로 일렁이게 했고 환상의 결혼예식이 진행되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보는 이들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만들었고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 주었다. 모든 상황을 초월하여 진실한 사랑으로 부부의 연을 맺는 신혼부부였기에 그들의 작은 약점까지도 영롱하게 아름다웠다. 주례자로서 그들 부부를 가슴에 품고 평생을 기도하기로 다짐했다. 워낙 주위에서 기도해 주는 분들이 많기에 그들 부부를 통해 일하실 하나님의 역사를 기대 해 본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흔히 봄은 여자의 계절이라 하고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한다. 왜 그런 속설이 나온 것일까? 봄의 의미는 신비이다. 신비하다는 것은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여자의 마음을 아는 이가 있을까? 나는 누나와 여동생 사이에서 자랐다. 그 말은 어느 정도 여자에 대해 익숙해 질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형제와 여자는 달랐다. 중학교 3학년 때 “김소월 시집”을 만났다. 김소월은 많은 여자를 만난 느낌을 그의 탁월한 필체로 시에 담고 있었다. 소월이 쓴 여자들에 대한 내용의 시를 대하며 고개를 ‘갸우뚱’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남자의 특징은 단순성이다. 여자들처럼 복잡하지 않다. 쇼핑몰을 찾은 남자는 어떤 물건을 사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그 목적을 향해 돌진한다. 그래서 쇼핑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여자는 다르다. 예를 들어 7층이 내가 사야할 물건이 있는 매장이라면 1층부터 훑으며 올라간다. 그러니 쇼핑하는데 한나절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검증된 학설은 아니지만 남자가 삶의 무료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나님은 여자를 신비한 존재로 만들어 놓으신 것 같다.

가을은 남자를 닮았다. 여름은 젊음이 언제까지나 푸르를 것 같은 착각을 심어준다. 하지만 그 초록이 지쳐가는 계절이 오고야 만다. 가을은 단풍의 현란함을 드러내며 완숙함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가을이야말로 인생을 깊이 생각하게 하는 때가 아닐까? 베이지색 바바리코트 깃을 ‘바짝’ 세우고 주머니에 손을 깊숙이 넣은 채 마냥 걸어 다니던 가을의 추억이 있는가? 가을의 공기는 습기를 머금지 않아서 좋다.

타는 듯한 빠알간 단풍잎도 정이가지만 역시 노오란 단풍잎이 가을의 정취에 취하게 한다. 나는 서울 중곡동에서 목회를 했다. 이맘때가 되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어린이 대공원을 출입하는 일이 잦았다. 후문 쪽에서 쏟아지던 은행잎에 장관을 나는 결코 잊을 수 없다. 노오란 은행잎이 ‘수북이’ 쌓인 길을 걸어본 일이 있는가? 누가 같이 가는 것도 아닌데 그 은행잎을 두 손으로 움켜쥐어 공중에 날려 본 적이 있는가? 눈을 감으면 그 가을그림이 영상처럼 스쳐간다.


  1. 패럴림픽의 감동

    우리조국 대한민국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을 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을 숨죽이며 시청하던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다. 올림픽에 관한 공부를 할 때에는 먼 나라 일로만 생각되었는데 막상 그 올림픽이 내가 살고 있는 땅에서 열린다는 ...
    Views46301
    Read More
  2. 미안하고 부끄럽고

    매일 새벽마다 이런 고백을 하며 기도를 시작한다.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새날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 어제 잠자리에 들며 죽었다면 오늘 아침 다시 부활한 것이다. 지난밤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다시 깨어났으니 이것...
    Views41514
    Read More
  3. 야학 선생

    20대 초반 그러니까 신학대학 2학년 때였다. 같은 교회에서 사역하는 김건영 전도사께서 주일 낮 예배 후 “할 말이 있다.”며 다가왔다. 우리는 비어 있는 유년주일학교 예배 실 뒤편 탁자에 마주 앉았다. 용건은 나에게 “야학 선생을 해 달...
    Views42625
    Read More
  4. 광화문 연가

    나는 아이돌 노래를 좋아한다. 노래에서 풍기는 젊음의 활력, 에너지 넘치는 춤사위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사람의 몸이 저렇게도 유연할 수 있을까?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 시대의 가요는 정적이었다. 뭔가 생각하며 들을 수 있는, 듣다보면 젖...
    Views46239
    Read More
  5. 톡 쏘는 느낌을 갖고 싶어~~

    미혼 시절에는 이성에 반하는 타입이 다채롭다. 남자들은 공히 곱게 빗어 넘긴 생머리에 청순가련형의 인상을 가진 여성들에게서 시선을 놓지 못한다. 반면 여성들은 과묵한 남자에 끌린다. 촐싹대고 말이 많은 남자보다는 묵직한 인상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는...
    Views49138
    Read More
  6. 슬프고 안타까운 병

    초등학교 시절. 방학을 손꼽아 기다렸다. 포천 큰댁으로 달려갈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다. 드디어 방학을 하고 시골에 가면 집안 어른들에게 두루 다니며 인사를 하고 후에 누이와 가는 곳이 있었다. 바로 외가댁이었다. 걸어서 30분이면 외가에 도착을 했고 ...
    Views43286
    Read More
  7. 어머니∼

    누구에게나 마음의 고향이 있다. 바로 어머니이다. 나이가 들어도 안기고 싶은 곳은 어머니 품이다. ‘남자는 평생 엄마의 품을 그리워하며 산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결혼을 위해 많은 교제를 하다가도 결국은 어머니 같은 여인과 결혼을 하...
    Views51337
    Read More
  8. 손을 보며

    손을 들여다본다. 손등이 눈에 들어오고 뒤집으면 바닥이 매끄럽게 드러난다. 각각 다른 길이의 손가락이 조화를 이룬다. 손가락을 구부려 움켜쥐면 금새 동그란 주먹이 만들어 진다. 손가락마다 무늬가 새겨있는데 지문이라 부른다. 지문이 같은 사람이 없다...
    Views44185
    Read More
  9. 있을 때 잘해!

    한 부부가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들어왔다. 주유소 직원은 기름을 넣으면서 차의 앞 유리를 닦아준다. 기름이 다 들어가자 직원은 부부에게 다 되었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남편이 “유리가 아직 더럽네요. 한 번 더 닦아주세요.”라...
    Views49053
    Read More
  10. 저는 휠체어 탄 여행가입니다

    장애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여행이다. 장애인들은 내달리는 차에 올라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무척이나 즐긴다. 일명 휠체어 여행가가 있다. 홍서윤. 그녀가 주인공이다. 자신을 휠체어 탄 여행가라고 소개하면 주위 사람들은 다들 깜짝 놀란 얼굴...
    Views49474
    Read More
  11. 그 분이 침묵 하실 때

    하이웨이에 차량들이 제 속도를 내며 원활하게 소통될 때 시원함을 느낀다. 누구와 하며 공감대를 느낄때에 통쾌함을 느낀다. 야구 경기의 흐름이 빨라지면 흥미진진함을 느낀다. 드라마를 볼 때도 스토리를 신속하게 풀어나가는 작가를 사람들은 좋아한다. ...
    Views49025
    Read More
  12. 사투리 정감(情感)

    서울 전철 안에서 경상도 사나이들이 너무도 큰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켠에 승차한 여성 두 명이 두 사람을 쳐다본다. 하는 말이 “아니, 왜 저렇게 시끄럽게 떠들지?” “외국사람 같은데” “아냐, 우리나라 사람이야&rd...
    Views46258
    Read More
  13. 내 옷을 벗으면

    사람들은 모두 옷을 입는다. 아침에 샤워를 마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무슨 옷을 입고 나갈까?’를 고민한다. 여성들은 남성들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옷에 예민하다. 옷 입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과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엿볼 수 있다....
    Views48814
    Read More
  14. “성일아, 엄마 한번 해봐. 엄마 해봐…”

    나이가 들어가는 장애인들의 소망은 결혼이다. 문제는 장애인과 장애인이 부부가 되었을 때 그 사이에서 태어나는 2세를 생각해야 한다. 선천 장애인들끼리의 결혼은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 장애에 대물림으로 아파하는 사람이 ...
    Views49675
    Read More
  15. 2018년/ 이제 다시 시작이다!

    대망의 새해가 밝았다. 세월의 흐름 속에 사연을 안고 새해의 품안에 안긴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곧 익숙해 질 것이다. 우리는 당연한 마음으로 새해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지만 세상을 떠나간 사람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년이 2018년이다. 영어로 선...
    Views53758
    Read More
  16. 참, 고맙습니다!

    2017년이 단 이틀 남았다. 돌아보면 은혜요, 일체 감사뿐이다. 고마운 분들을 그리며 금년 마지막 칼럼을 쓰고 있다. 그때그때마다 다가와 위로해 주던 많은 사람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사역에 힘을 실어주는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어린...
    Views54355
    Read More
  17. 깡통차기

    초등학교 시절, 학교를 나서며 찌그러진 깡통 하나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장난삼아 ‘툭툭’치고 가다가 시간이 지나며 ‘사명감’(?)에 차고 나가고, 나중에는 오기가 발동하면서 집에 올 때까지 ‘깡통차기’는 계속된다. 잘...
    Views52141
    Read More
  18. 특이한 언어 자존심

    사람은 말을 해야 사는 존재이다. “언어가 통한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아무리 재미있는 ‘조크’도 알아듣지 못하면 전혀 효과가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 사람이다. 따라서 한국말을 쓴다. 그런데 우리가 ...
    Views54778
    Read More
  19.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산다

    인생을 살다보면 억울하고 답답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치는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다. 내 불찰과 잘못으로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순항하던 내 삶에 난데없는 사람이나, 사건이 끼어들면서 어려움을 당할 때가 있다. 그런데 정작 울려고 하는데 눈물이...
    Views52524
    Read More
  20. 얘야, 괜찮아. 다 모르고 그랬는걸 뭐!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한 순간, 한 마디의 말, 한 사람이 인생전반에 은은한 잔영으로 남아있게 마련이다. 어느 날 문득 삶을 되돌아보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무언가가 끊임없이 나에게 에너지를 주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고등학교 3학년, 예...
    Views5027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