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2.03 12:06

욕쟁이 할머니 7/10/15

조회 수 7188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욕쟁이_할멈.jpg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은 점심때가 되면 만원을 이룬다. 회사원들을 물론이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그 음식점의 사장이자. 주방장은 “욕쟁이 할머니”로 유명하다. 내돈주고 밥 한 그릇을 사먹으면서도 욕 몇 마디를 듣는 것은 보통이다. “야, 이놈아. 뭘 ×먹으려고 왔냐. 이 호랭이가 물어갈 놈아!”부터 시작하여 지면에 차마 표현 할 수조차 없는 욕을 질펀하게 내뱉는다. 그런데 욕을 듣는 사람들의 표정은 행복하다. 아마 욕쟁이 할머니의 본심을 알기에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 넘기는 듯하다.

 

사람들은 옛날 자라오며 들었던 욕을 기억하며 그 욕쟁이 할머니를 통해 멀리 계시거나 이미 고인이 된 어머니의 체취를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옛날 부모님들은 욕을 참 잘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식을 향해 어떻게 그런 끔찍하고 저주스러운 욕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런 욕을 먹고 살았으면서도 이만큼 사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욕을 하는 것이 나쁜 것인 줄 알면서도 욕을 들으며 자란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욕에 익숙해져 가고 무의식중에 욕을 내뱉게 된다.

 

친구와 마주 앉아 식사를 하는 순간에도 할머니의 걸죽한 욕은 귓전에 파고들었고 우린 금방 고향집 사랑방에 온 듯한 정감을 느꼈다. 신세대들이야 그런 욕을 들으면 눈알이 동그라지겠지만 우리 세대들은 어린 시절 많은 욕들을 듣고, 쓰며 살았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욕의 다양성과 욕을 구사할 때에 쾌감을 터득한 바 있다. 모든 아이들이 집안에 들어가면 욕을 못한다. 자식이 욕을 하는데 방관할 부모가 있는가? 그러나 아이들끼리 모여서 구슬치기를 하고, 비석치기, 말 타기 등을 하며 놀다보면 욕으로 범벅이 된다.

 

사실 욕은 생겨나서는 안 되는 언어이다. 해서는 안 될 말이다. 특히 크리스천들이 욕을 입에 담는 다는 것은 커다란 죄악이다. 입에서 내 뱉어지는 말이지만 욕을 함으로 입게 되는 영적 손해는 치명적이다. 이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요. 우리가 기도하는 기도 제목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욕을 한다. 사람들이 욕을 하는 이유는 욕을 할 때에 일시적으로 주는 쾌감 때문일 것이다.이렇게 표현하면 어떨지 모르지만 욕을 할 때에 카타르시스 효과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이 안 풀려 답답하고 상대방이 너무 미울 때 욕을 해 버리면 속이 시원해진다. 그래서 그런지. 욕은 어느 나라나 있다. 영어의 욕은 그 내용이 섬찟하다. 어느 목사님이 차를 운전하고 가는데 별안간 차가 끼어들었다. 찰나에 대형사고가 날 뻔한 순간이었다. 목사님이 하도 화가 나서 욕을 해버렸다. 그런데 그 차안에는 권사님, 집사님들이 타고 있었다. 함께 심방을 가는 중이었던 것이다.정신을 차리고 나니 얼마나 당황스러웠든지. “아이구 참, 아이구 참!”만 연발하며 갔다나?

 

욕을 안 하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예수님도 성경에 보면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을 향해 무서운 욕을 퍼부으셨다. 그런 자극을 통해서라도 그들이 회개하고 돌아오기를 주님은 간절히 소망하셨다. 예수님이 하신 욕의 의미는 일반 사람들이 하는 욕과 전혀 다른 것은 틀림없다. 어쩌다 화나나서 욕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욕을 습관적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사실 욕에 대한 반응은 상대적이라 할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난 학교 동창이 욕을 한다고 화를 내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우정 어린 표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처럼 내 마음이 넉넉하기만 하면 그 어떤 것도 여유 있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세상이라는 흙탕물에 산다면 욕에 대하여 초연 해지는 삶을 터득해야 하지 않을까?

욕 한마디에 회사에 사표를 집어던지고, 무시당했다고 맞받아치다가 인생의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기보다 욕쟁이 할머니의 욕을 반찬 삼아 미소 지으며 맛있게 밥을 먹듯이. 그 어떤 것도 포용하며 용납하고 사랑하며 살 수 있는 넓은 아량의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1. 얘야, 괜찮아. 다 모르고 그랬는걸 뭐!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한 순간, 한 마디의 말, 한 사람이 인생전반에 은은한 잔영으로 남아있게 마련이다. 어느 날 문득 삶을 되돌아보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무언가가 끊임없이 나에게 에너지를 주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고등학교 3학년, 예...
    Views50287
    Read More
  2. 살아있는 날 동안

    아르바이트 면접에 합격한 아들은 곧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엄마는 “공부하라”며 아들의 아르바이트를 말렸다. 아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기쁨이 앞섰다. 그러나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
    Views48422
    Read More
  3. 공항의 두얼굴

    1970년대 공항에 대한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공항 대합실” “공항에 부는 바람” “공항의 이별” 가수 ‘문주란’은 굵고 특이하면서도 구성진 창법으로 연속 히트를 쳤다. 그때만 해도 특권층만이 국제 ...
    Views54156
    Read More
  4. 꼰대여, 늙은 남자여!

    사람은 다 늙는다. 여자나 남자나 다 늙어간다. 나이가 들어가는 서러움을 달랠량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소리쳐 보지만 늙어가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젊은이들에게 나이든 남자의 이미지를 물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Views54878
    Read More
  5. 아미쉬(Amish) 마을 사람들

    사람들은 유명하고 소중한 것이 가까이에 있으면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 우리로 말하면 “아미쉬 마을”이다. 아미쉬는 푸르른 초원을 가슴에 안은 채 특유의 삶을 이어간다. 아미쉬의 특징은 전기, 자동차, 텔레비전 같은 문명의 이기를 철저...
    Views56454
    Read More
  6. 기다림(忍耐)

    현대인들은 빠른 것을 좋아한다. 무엇이든지 짧은 시간에 큰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배워야 할 것은 스피드가 아니라 기다림이다. 왜냐하면 기다림은 하나님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절대 조급하지 않으시다. 하나님의 백성...
    Views158451
    Read More
  7. 감성 고뇌

    가을이 왔는가보다 했는데 한낮에 내리쬐는 햇살의 농도는 아직도 여름을 닮았다. 금년은 윤달이 끼어서인지 가을이 더디 오는 듯하다. 따스한 기온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가을 정취에 흠뻑 취하고 싶어 하는 감성적인 사람들에게는 은근히 방해가 되는...
    Views55998
    Read More
  8. 인생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유학생 부부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보기에도 퍽 아름답고 유익한 신앙인들의 모임이었다. 먼 이국땅에서 낮선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며 사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한다. 짧은 언어로 일하면서 공부하는 유학생활은 참으로 버거운 과정이다. 같은 ...
    Views56273
    Read More
  9. Not In My Back Yard

    오래전, 버지니아에 있는 한인교회에서 전도 집회를 인도한 적이 있다. 교회 역사만큼 구성원들은 고학력에 고상한 인품을 가진 분들이었다. 둘째 날이었던가? 설교 중에 ‘어린 시절 장애 때문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음’을...
    Views55449
    Read More
  10. 누나, 가지마!

    KBS가 UHD 다큐멘터리 ‘순례’를 방영했다. 흐르는 강물조차 얼어붙은 영하 30도, 혹독한 추위가 찾아온 인도 라다크 깍아 지른 협곡 사이로 수행자들의 행렬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외줄 하나에 온 몸을 의지한 채 순례 길을 걷는 수행자들의 모습...
    Views55142
    Read More
  11. 글씨 쓰기가 싫다

    한국에서의 일이다. 1984년, 한 모임에서 백인 대학생을 만났다. 남 · 여 두 학생은 백인 특유의 또렷한 이목구비와 훤칠한 키로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이 연인사이였는지, 아니면 그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다정다감하고 ...
    Views71205
    Read More
  12. 청춘과 함께한 행복한 밤

    실로 필라에 새로운 역사를 쓴 뜻 깊은 행사였다. 언제부터인가? 필라에 살고 있는 청춘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싶었다. 복음으로 흥분시키고 마음껏 젊음을 발산하는 장(場)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오랜 날 기도하며 준비한 밀알의 밤에 막이 오르고 메인게스...
    Views58501
    Read More
  13. 고독은 가을을 닮았다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만 되면 이상하리만큼 가슴 한켠이 비어있는 듯 한 허전함을 느낀다. 가을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마력이 있다. 젊은 날에는 그냥 지나치던 것들을 곰곰이 되새기게 된다. 운전을 하며 지나치는 숲속을 주시하고, 우연히 마주친 장애인...
    Views59400
    Read More
  14. 밀알의 밤을 열며

    “목사님, 금년 밀알의 밤에는 누가 오나요?” 가을녘에 나를 만나는 사람들의 물음이다. 그렇다. 필라델피아의 가을은 밀알이 연다. 15년 전,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된 밀알의 밤이 어느새 15돌을 맞이한다. 단장으로 오자마자 무턱대고 기획했던 ...
    Views52644
    Read More
  15. 넌 날 사랑하기는 하니?

    “넌 나를 사랑하니?” 아이가 태어난 이후 남편은 가끔 섭섭함을 이렇게 토로했다. “사랑하지. 아니면 왜 같이 살겠어?” 남편은 찝찝한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 “같이 산다고 사랑하는 건가?” 나도 남편에게 섭섭함...
    Views55148
    Read More
  16. YOLO의 불편한 진실

    바야흐로 웰빙을 넘어 ‘YOLO 시대’이다. ‘YOLO’란 ‘You only live once’의 약자이다. 한마디로 “인생은 한번 뿐이다.”라는 뜻인데 굳이 죽어라고 애쓰며 살지 말고 “오늘을 즐기라”는 것이다. ...
    Views61194
    Read More
  17. 슬럼프(Slump)

    어느 주일 아침, 한 집에서 어머니와 아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아들이 하는 말 “어머니 오늘은 교회에 가고 싶지 않아요?” 깜짝 놀란 어머니가 외친다. “교회를 안가겠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아들이 대답한다. “첫째, ...
    Views55089
    Read More
  18. 밀알 캠프의 감흥

    매년 일관되게 모여 사랑을 확인하고 받는 현장이 있다. 바로 <밀알 사랑의 캠프>이다. 그것도 건강한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 세월이 어느새 25년이다. 1992년 미주 동부에 위치한 밀알선교단(당시는 필라델피아, 워...
    Views52297
    Read More
  19. 구름을 품은 하늘

    처음 비행기를 탈 때에 앉고 싶은 좌석은 창문 쪽이었다. 날아오르는 비행기의 진동을 느끼며 저만치 멀어져 가는 땅과 이내 다가오는 하늘을 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 작은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창 쪽에 앉은 사람을 부러워하며 목을 빼고 밖을 주...
    Views57033
    Read More
  20. 아내 말을 들으면…

    결혼을 하고 처음부터 아내 말에 귀를 기울여 듣는 남편은 거의 없다. 가부장적 배경 속에 서 성장한 남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여자에 대해 급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다. “어디 여자가? 여자가 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해요!”등 흔히 들었던 소리...
    Views5369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