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2.03 12:29

반말 & 존댓말 9/25/15

조회 수 6712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반말 & 존댓말.jpg

 

 

사람은 만나면 말을 한다. 말을 많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할 정도로 말수가 적은 사람이 있다. 그래서 대화가 되는 것 같다. 말 많은 사람끼리 만나면 서로 말을 잘라버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말이 없는 사람끼리 만나면 분위기 조성이 어렵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정말 말이 없다. 특별히 처음 만나는 사람 앞에서는 아예 입에 지퍼를 단 듯 입을 열지 않는다. 결혼을 한 후에 처갓집에 가게 되었다. 하도 말이 없으니까 장모님이 신부에게 묻더란다. “얘야, 송 서방은 왜 저리 화가 났냐?” 당황한 신부가 “아냐, 엄마. 저 사람은 원래 저렇게 말이 없어요!” 말이 너무 없으면 마치 뭔가 불만이 있는 것처럼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친구가 나를 만나면 봇물 터지듯 이야기를 쏟아낸다. 결국 사람은 말을 안 하고는 못사는 존재라는 것이다. 말은 너무 많아도 탈이고 적어도 문제다. 성경은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와 성내기도 더디 하라!”(약 1:19)고 충고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꾸로 산다. 사람들은 마음에 담겨있는 말을 끄집어내느라 오늘도 바쁘다. 미혼 자매들 중에 말 많은 남자를 좋아하는 자매는 거의 없다. 듬직하고 필요한 말만하는 남자에게 끌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말없는 사나이가 ‘얼마나 속을 터지게 한다.’는 것을 막상 결혼을 하고야 깨닫게 된다.

 

우리나라 속담에 “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맛이다.”가 있다. 의사표현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기에 비겨 표현한다. 입의 대표적 기능은 말을 하는 것이다. 지난 여름, 공교롭게도 아주 가까이 지내는 두 분이 뇌졸중으로 입원해 계시다. 한분은 팔다리는 제대로 쓰지 못하시지만 말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심방을 가도 예배를 드리고 대화를 나누면 마음이 편하다. 그런데 한분은 거동은 가능하신데 말씀을 못하신다. “저, 이재철 목사예요. 알아보시겠어요?” 물어도 가만히 쳐다만 보실 뿐 말이 없다. 안타깝다. 속히 말문이 열리기를 기도하고 있다.

 

말을 하는 것과 음식물을 섭취하는 기능이 입이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미국의 정치가들은 말을 잘한다. 특히 역대 대통령 중에 위기의 순간에 연설 하나로 국민들의 의식을 바꾸어 상황을 역전시킨 명장들이 수두룩하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어떤가? 참 말을 못한다. 누구 하나 국민의 심금을 울리는 언어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없다. “말하는 것과 먹는 것” 이 두 가지 기능을 제대로 해야 사람 노릇을 할 수 있다. 침묵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표현력이 개인과 나라의 운명을 바꾸어 놓는 것이다.

 

말에는 반말과 존댓말이 있다. 물론 존댓말을 쓰는 것이 좋다. 그런데 기분 좋은 반말이 있고, 기분 나쁜 존댓말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내게 상담을 가르치신 은사 “정태기 교수님”은 나를 만나면 반말을 하신다. 너무 좋다. 목사 호칭도 안하신다. 게다가 성도 빼고 내 이름만 부르신다. “재철이!” 전라도 말투의 그 음성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반면, 꼭 존댓말을 하는 대학 선배 목사님이 있다. 함께 밀알사역을 하는데 그분은 절대 어린 단장에게도 말을 놓는 법이 없다. 인품이 훌륭해 보인다. 그런데 어떨 때는 거부감이 느껴진다. ‘거기까지만 오라’는 묵시적 경고처럼 느껴져서 이다.

 

내가 아는 젊은 부부는 서로 존댓말을 쓴다. 의아해서 물었더니 “우리는 동갑내기라.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참 지혜로워 보였다. 그러고 보면 말을 많이 하고 적게 하는 것처럼 반말과 존댓말을 조화롭게 쓰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문제는 나다. 나는 조금만 친해지면 반말이 절로 나온다. 나이와 관계가 없다. 그래서 나는 결코 인격적인 목사가 아님을 안다. 매일 기도를 하는데 이것은 생각처럼 안 된다.

 

‘소향’을 만났을 때도, ‘바다’를 만났을 때도 여전히 반말이었다. 헤어질 때에 말했다. “미안해. 나는 인격적이질 못한가봐” 그들은 말했다. “아녜요. 절대 고치지 마세요. 그게 목사님 매력이예요.” 으잉! 그래서 나는 오늘도 주로 반말을 한다. 도대체 나는 어째야 하는가?


  1. 살아있는 날 동안

    아르바이트 면접에 합격한 아들은 곧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엄마는 “공부하라”며 아들의 아르바이트를 말렸다. 아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기쁨이 앞섰다. 그러나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
    Views48393
    Read More
  2. 공항의 두얼굴

    1970년대 공항에 대한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공항 대합실” “공항에 부는 바람” “공항의 이별” 가수 ‘문주란’은 굵고 특이하면서도 구성진 창법으로 연속 히트를 쳤다. 그때만 해도 특권층만이 국제 ...
    Views54145
    Read More
  3. 꼰대여, 늙은 남자여!

    사람은 다 늙는다. 여자나 남자나 다 늙어간다. 나이가 들어가는 서러움을 달랠량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소리쳐 보지만 늙어가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젊은이들에게 나이든 남자의 이미지를 물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Views54865
    Read More
  4. 아미쉬(Amish) 마을 사람들

    사람들은 유명하고 소중한 것이 가까이에 있으면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 우리로 말하면 “아미쉬 마을”이다. 아미쉬는 푸르른 초원을 가슴에 안은 채 특유의 삶을 이어간다. 아미쉬의 특징은 전기, 자동차, 텔레비전 같은 문명의 이기를 철저...
    Views56442
    Read More
  5. 기다림(忍耐)

    현대인들은 빠른 것을 좋아한다. 무엇이든지 짧은 시간에 큰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배워야 할 것은 스피드가 아니라 기다림이다. 왜냐하면 기다림은 하나님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절대 조급하지 않으시다. 하나님의 백성...
    Views158432
    Read More
  6. 감성 고뇌

    가을이 왔는가보다 했는데 한낮에 내리쬐는 햇살의 농도는 아직도 여름을 닮았다. 금년은 윤달이 끼어서인지 가을이 더디 오는 듯하다. 따스한 기온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가을 정취에 흠뻑 취하고 싶어 하는 감성적인 사람들에게는 은근히 방해가 되는...
    Views55979
    Read More
  7. 인생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유학생 부부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보기에도 퍽 아름답고 유익한 신앙인들의 모임이었다. 먼 이국땅에서 낮선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며 사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한다. 짧은 언어로 일하면서 공부하는 유학생활은 참으로 버거운 과정이다. 같은 ...
    Views56249
    Read More
  8. Not In My Back Yard

    오래전, 버지니아에 있는 한인교회에서 전도 집회를 인도한 적이 있다. 교회 역사만큼 구성원들은 고학력에 고상한 인품을 가진 분들이었다. 둘째 날이었던가? 설교 중에 ‘어린 시절 장애 때문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음’을...
    Views55434
    Read More
  9. 누나, 가지마!

    KBS가 UHD 다큐멘터리 ‘순례’를 방영했다. 흐르는 강물조차 얼어붙은 영하 30도, 혹독한 추위가 찾아온 인도 라다크 깍아 지른 협곡 사이로 수행자들의 행렬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외줄 하나에 온 몸을 의지한 채 순례 길을 걷는 수행자들의 모습...
    Views55125
    Read More
  10. 글씨 쓰기가 싫다

    한국에서의 일이다. 1984년, 한 모임에서 백인 대학생을 만났다. 남 · 여 두 학생은 백인 특유의 또렷한 이목구비와 훤칠한 키로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이 연인사이였는지, 아니면 그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다정다감하고 ...
    Views71188
    Read More
  11. 청춘과 함께한 행복한 밤

    실로 필라에 새로운 역사를 쓴 뜻 깊은 행사였다. 언제부터인가? 필라에 살고 있는 청춘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싶었다. 복음으로 흥분시키고 마음껏 젊음을 발산하는 장(場)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오랜 날 기도하며 준비한 밀알의 밤에 막이 오르고 메인게스...
    Views58481
    Read More
  12. 고독은 가을을 닮았다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만 되면 이상하리만큼 가슴 한켠이 비어있는 듯 한 허전함을 느낀다. 가을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마력이 있다. 젊은 날에는 그냥 지나치던 것들을 곰곰이 되새기게 된다. 운전을 하며 지나치는 숲속을 주시하고, 우연히 마주친 장애인...
    Views59376
    Read More
  13. 밀알의 밤을 열며

    “목사님, 금년 밀알의 밤에는 누가 오나요?” 가을녘에 나를 만나는 사람들의 물음이다. 그렇다. 필라델피아의 가을은 밀알이 연다. 15년 전,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된 밀알의 밤이 어느새 15돌을 맞이한다. 단장으로 오자마자 무턱대고 기획했던 ...
    Views52631
    Read More
  14. 넌 날 사랑하기는 하니?

    “넌 나를 사랑하니?” 아이가 태어난 이후 남편은 가끔 섭섭함을 이렇게 토로했다. “사랑하지. 아니면 왜 같이 살겠어?” 남편은 찝찝한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 “같이 산다고 사랑하는 건가?” 나도 남편에게 섭섭함...
    Views55135
    Read More
  15. YOLO의 불편한 진실

    바야흐로 웰빙을 넘어 ‘YOLO 시대’이다. ‘YOLO’란 ‘You only live once’의 약자이다. 한마디로 “인생은 한번 뿐이다.”라는 뜻인데 굳이 죽어라고 애쓰며 살지 말고 “오늘을 즐기라”는 것이다. ...
    Views61177
    Read More
  16. 슬럼프(Slump)

    어느 주일 아침, 한 집에서 어머니와 아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아들이 하는 말 “어머니 오늘은 교회에 가고 싶지 않아요?” 깜짝 놀란 어머니가 외친다. “교회를 안가겠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아들이 대답한다. “첫째, ...
    Views55076
    Read More
  17. 밀알 캠프의 감흥

    매년 일관되게 모여 사랑을 확인하고 받는 현장이 있다. 바로 <밀알 사랑의 캠프>이다. 그것도 건강한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 세월이 어느새 25년이다. 1992년 미주 동부에 위치한 밀알선교단(당시는 필라델피아, 워...
    Views52279
    Read More
  18. 구름을 품은 하늘

    처음 비행기를 탈 때에 앉고 싶은 좌석은 창문 쪽이었다. 날아오르는 비행기의 진동을 느끼며 저만치 멀어져 가는 땅과 이내 다가오는 하늘을 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 작은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창 쪽에 앉은 사람을 부러워하며 목을 빼고 밖을 주...
    Views57019
    Read More
  19. 아내 말을 들으면…

    결혼을 하고 처음부터 아내 말에 귀를 기울여 듣는 남편은 거의 없다. 가부장적 배경 속에 서 성장한 남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여자에 대해 급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다. “어디 여자가? 여자가 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해요!”등 흔히 들었던 소리...
    Views53674
    Read More
  20. 그렇고 그런 얘기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딸이 소리친다. “아빠, 송중기, 송혜교가 결혼한대요. 그것도 10월이라네.” “그래? 와!” 온 가족이 갑자기 두 사람 결혼소식에 수선을 떤다. 아니, 두 사람과 인연은커녕 실제로 얼굴을 마주한 적도 없는데 말이...
    Views5599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