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8294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극장.jpg

 

 

 이미 영화가 시작된 극장에 들어서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더듬거리며 자기가 예약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고역이다. 그런데 이미 극장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 볼 때는 그런 사람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환히 보이는 극장 안을 어쩔 줄 모르며 걸어올라 오는 모양이 그렇게 재미질수가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동공이 열리며 서서히 극장 안에 모든 상황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극장 문을 마주치기 전에 잠시 눈을 감고 들어서기도 한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때가되면 보이는 것이 인생이다.

 

어릴 때는 이해가 안 가던 부분들이 나이가 들어가며 깨달아 지기 시작한다. 미쳐버리고 죽을 것만 같았던 상황이 시간이 흐르며 안개가 걷히듯 풀려가는 것이 인생이다. 왜 내 부모님은 그런 삶을 사셨을까? 왜 누구의 부모처럼 탁월하지도 못하고 내게 ‘금 수저’를 물려주지 않았을까? 아쉬움을 간직한 채 살아가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그것이 내게 가장 적합한 최고의 환경”이었음을 깨달으며 인생은 깊어간다. 모든 것이 주어져도 만족은 없으며 내가 평생을 목적으로 달려왔던 그 무엇을 움켜쥐는 순간 또 다른 허탈감에 허덕여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20대 초반. 대학진학도 막히고 몸이 성치 못하기에 취직도 못한 채 하루 놀고 하루 쉬는(일명:백수)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우연히 마주친 고교동창생과 다방에 마주 앉았다. 대뜸 “재철아, 다들 네가 미국에 갔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 일이냐?”라고 물어온다. 전혀 뜻밖에 질문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누가 그래? 생뚱맞게 미국은 무슨 미국?” 학창시절에 워낙 활동적이었던 내가 두문불출하니 누군가에 입에서 장난처럼 새어나온 말이 풍문을 만들었던 모양이다. 졸지에 나는 미국에 간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제 생각한다. 그때 그 소리를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었어야 한다는 것을. 왜 나는 20대에 미국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물론 그 시절은(1970년대) 특별한 계층이 아니면 외국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던 때이다. 그때 막 들어온 <그레이하운드> 고속버스를 타는 것조차 쉽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누가 외국에 간다고 하면 가족은 물론 친척, 지인들까지 공항에 나가 손을 흔들며 떠나보내던 때이다. 젊은 세대는 이런 말을 들으면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로 치부할는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70년대, 아니 60년대에 미국에 오신 분들을 나는 진정으로 존경한다.

 

 이왕 오려면 20대에 미국을 왔어야 했다. 왜 나는 장애인에 대한 극심한 편견이 난무하는 나라를 벗어날 꿈을 꾸지 못했을까? 보다 큰 포부를 품고 모험을 감행하지 못했을까? 이것이 나이가 들어가며 가지는 커다란 아쉬움이다. 가만히 상상을 해 본다. 그때 미국 땅을 밟았다면 새롭고 큰 발걸음을 내디디지 않았을까? 물론 죽도록 고생을 했을지 모르지만 내 삶은 엄청난 역동성을 가지고 지금보다는 완연히 다른 방향으로 지경을 넓혔으리라!

 

 20세기 프랑스의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로맹 롤랑>은 “인생이란 15분 늦게 들어간 영화관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무슨 뜻일까? 결국 인생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놓쳐 버린 15분의 줄거리를 찾기 위해 뭔가에 집착을 한다. 15분의 이야기를 놓친 영화는 보는 내내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입만 열면 “왕년에!”를 찾는 사람이 있다. 과거에 화려했던 삶, 소위 잘 나가던 때, 모두에게 추앙받을 뿐 아니라 돈이 몰려오던 때를 회상하며 아쉬워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결코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없다.

 

 인생은 철저히 오늘을 사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회상과 추억은 삶의 윤활유일 뿐이다. 지금 내가 살아야 할 곳은 ‘여기’이다. 지나간 것은 지난 간대로 가슴에 묻고 현재를 살아야 한다. 모든 면에서 만족하며 평생을 환희 속에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미 놓쳐버린 15분에 집착하기보다 지금 주어진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찾아야 한다. 그러다보면 잃어버린 15분도 어렴풋이 자취를 드러내며 인생의 스토리를 완성하게 된다.

 

 내가 20대에 미국에 왔다면 아마 지금 내게 주어진 것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그분의 섭리를 그래서 찬양한다. 인생은 버릴 것이 없는 소중한 보물창고이다.

 


  1. 얘야, 괜찮아. 다 모르고 그랬는걸 뭐!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한 순간, 한 마디의 말, 한 사람이 인생전반에 은은한 잔영으로 남아있게 마련이다. 어느 날 문득 삶을 되돌아보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무언가가 끊임없이 나에게 에너지를 주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고등학교 3학년, 예...
    Views50278
    Read More
  2. 살아있는 날 동안

    아르바이트 면접에 합격한 아들은 곧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엄마는 “공부하라”며 아들의 아르바이트를 말렸다. 아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기쁨이 앞섰다. 그러나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
    Views48409
    Read More
  3. 공항의 두얼굴

    1970년대 공항에 대한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공항 대합실” “공항에 부는 바람” “공항의 이별” 가수 ‘문주란’은 굵고 특이하면서도 구성진 창법으로 연속 히트를 쳤다. 그때만 해도 특권층만이 국제 ...
    Views54146
    Read More
  4. 꼰대여, 늙은 남자여!

    사람은 다 늙는다. 여자나 남자나 다 늙어간다. 나이가 들어가는 서러움을 달랠량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소리쳐 보지만 늙어가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젊은이들에게 나이든 남자의 이미지를 물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Views54873
    Read More
  5. 아미쉬(Amish) 마을 사람들

    사람들은 유명하고 소중한 것이 가까이에 있으면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 우리로 말하면 “아미쉬 마을”이다. 아미쉬는 푸르른 초원을 가슴에 안은 채 특유의 삶을 이어간다. 아미쉬의 특징은 전기, 자동차, 텔레비전 같은 문명의 이기를 철저...
    Views56449
    Read More
  6. 기다림(忍耐)

    현대인들은 빠른 것을 좋아한다. 무엇이든지 짧은 시간에 큰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배워야 할 것은 스피드가 아니라 기다림이다. 왜냐하면 기다림은 하나님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절대 조급하지 않으시다. 하나님의 백성...
    Views158445
    Read More
  7. 감성 고뇌

    가을이 왔는가보다 했는데 한낮에 내리쬐는 햇살의 농도는 아직도 여름을 닮았다. 금년은 윤달이 끼어서인지 가을이 더디 오는 듯하다. 따스한 기온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가을 정취에 흠뻑 취하고 싶어 하는 감성적인 사람들에게는 은근히 방해가 되는...
    Views55992
    Read More
  8. 인생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유학생 부부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보기에도 퍽 아름답고 유익한 신앙인들의 모임이었다. 먼 이국땅에서 낮선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며 사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한다. 짧은 언어로 일하면서 공부하는 유학생활은 참으로 버거운 과정이다. 같은 ...
    Views56266
    Read More
  9. Not In My Back Yard

    오래전, 버지니아에 있는 한인교회에서 전도 집회를 인도한 적이 있다. 교회 역사만큼 구성원들은 고학력에 고상한 인품을 가진 분들이었다. 둘째 날이었던가? 설교 중에 ‘어린 시절 장애 때문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음’을...
    Views55443
    Read More
  10. 누나, 가지마!

    KBS가 UHD 다큐멘터리 ‘순례’를 방영했다. 흐르는 강물조차 얼어붙은 영하 30도, 혹독한 추위가 찾아온 인도 라다크 깍아 지른 협곡 사이로 수행자들의 행렬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외줄 하나에 온 몸을 의지한 채 순례 길을 걷는 수행자들의 모습...
    Views55137
    Read More
  11. 글씨 쓰기가 싫다

    한국에서의 일이다. 1984년, 한 모임에서 백인 대학생을 만났다. 남 · 여 두 학생은 백인 특유의 또렷한 이목구비와 훤칠한 키로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이 연인사이였는지, 아니면 그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다정다감하고 ...
    Views71197
    Read More
  12. 청춘과 함께한 행복한 밤

    실로 필라에 새로운 역사를 쓴 뜻 깊은 행사였다. 언제부터인가? 필라에 살고 있는 청춘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싶었다. 복음으로 흥분시키고 마음껏 젊음을 발산하는 장(場)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오랜 날 기도하며 준비한 밀알의 밤에 막이 오르고 메인게스...
    Views58495
    Read More
  13. 고독은 가을을 닮았다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만 되면 이상하리만큼 가슴 한켠이 비어있는 듯 한 허전함을 느낀다. 가을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마력이 있다. 젊은 날에는 그냥 지나치던 것들을 곰곰이 되새기게 된다. 운전을 하며 지나치는 숲속을 주시하고, 우연히 마주친 장애인...
    Views59390
    Read More
  14. 밀알의 밤을 열며

    “목사님, 금년 밀알의 밤에는 누가 오나요?” 가을녘에 나를 만나는 사람들의 물음이다. 그렇다. 필라델피아의 가을은 밀알이 연다. 15년 전,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된 밀알의 밤이 어느새 15돌을 맞이한다. 단장으로 오자마자 무턱대고 기획했던 ...
    Views52642
    Read More
  15. 넌 날 사랑하기는 하니?

    “넌 나를 사랑하니?” 아이가 태어난 이후 남편은 가끔 섭섭함을 이렇게 토로했다. “사랑하지. 아니면 왜 같이 살겠어?” 남편은 찝찝한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 “같이 산다고 사랑하는 건가?” 나도 남편에게 섭섭함...
    Views55143
    Read More
  16. YOLO의 불편한 진실

    바야흐로 웰빙을 넘어 ‘YOLO 시대’이다. ‘YOLO’란 ‘You only live once’의 약자이다. 한마디로 “인생은 한번 뿐이다.”라는 뜻인데 굳이 죽어라고 애쓰며 살지 말고 “오늘을 즐기라”는 것이다. ...
    Views61182
    Read More
  17. 슬럼프(Slump)

    어느 주일 아침, 한 집에서 어머니와 아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아들이 하는 말 “어머니 오늘은 교회에 가고 싶지 않아요?” 깜짝 놀란 어머니가 외친다. “교회를 안가겠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아들이 대답한다. “첫째, ...
    Views55081
    Read More
  18. 밀알 캠프의 감흥

    매년 일관되게 모여 사랑을 확인하고 받는 현장이 있다. 바로 <밀알 사랑의 캠프>이다. 그것도 건강한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 세월이 어느새 25년이다. 1992년 미주 동부에 위치한 밀알선교단(당시는 필라델피아, 워...
    Views52290
    Read More
  19. 구름을 품은 하늘

    처음 비행기를 탈 때에 앉고 싶은 좌석은 창문 쪽이었다. 날아오르는 비행기의 진동을 느끼며 저만치 멀어져 가는 땅과 이내 다가오는 하늘을 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 작은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창 쪽에 앉은 사람을 부러워하며 목을 빼고 밖을 주...
    Views57028
    Read More
  20. 아내 말을 들으면…

    결혼을 하고 처음부터 아내 말에 귀를 기울여 듣는 남편은 거의 없다. 가부장적 배경 속에 서 성장한 남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여자에 대해 급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다. “어디 여자가? 여자가 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해요!”등 흔히 들었던 소리...
    Views5368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