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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5 17:27

서른 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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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친구.jpg

 

 

  요사이 흠뻑 빠져 몰입하는 드라마가 있다. <<서른. 아홉>>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의 자연스럽고도 정감어린 연기와 우정에 흥미를 더해간다. 언뜻 보면 철없던 어린 시절에 만나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는 여친들의 이야기 같지만 노련한 유영아 작가는 심오한 인생사를 세친구를 통해 조명하고 있다. 그녀가 스스로 집필한 저서를 드라마로 새롭게 각색했다는 것이 관심을 끌었고, 극작가의 섬세함이 놀랍다. ‘차미조(손예진)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에서 잘 자라 강남 피부과 원장을 하고 있는 서른 아홉 여성이지만 고아원에서 입양된 이력을 안고 산다. ‘정찬영(전미도) 원래 꿈은 배우였지만 잘 풀리지 않아 연기 선생님이 된 인물이다.

 

  장주희(김지현) 백화점 코스메틱 매니저로 일을 한다. ‘김선우(연우진) 차미조에게 빠져든 다정다감한 성격의 피부과 의사를 하고 있는 서른 아홉 남성으로 나온다. ‘김진석(이무생) 정찬영에게 첫 눈에 반한 연예기획사 대표로, ‘박현준(이태환) 레스토랑 사장 겸 세프이며 장주희와 친구들 사이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서른 다섯 연하남으로 출연한다. 드라마는 그들의 삶을 조화롭게 조율하면서 다양한 인생사를 조명해 간다.

 

  스포일러 위험이 있어 더 이상은 드라마 내용을 발설(?)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입양아가 평생 품고 가야 할 풀지 못할 상처와 소외감,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아 시한부에 삶을 살아가는 인생의 번뇌, 상상하지 못했던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찐친구들의 아픔이 잔잔하게 전개되어 간다. 손예진과 김지현이 주고받는 대화 우리가 29살일 때는 무엇을 했지? 19살 때는?”을 들으며 갑자기 내 청춘의 필름을 돌리고 싶었다. 소위 아홉수라고 하던가?

 

  나이 9. 나는 경기도 강상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전근을 자주 다니던 순경 아버지 덕에 지제초등학교에 입학한 나는 이듬해 강상으로 전학을 왔다. 양평과 연결되는 다리가 없던 시절. 나룻배로 강을 건너야 했던 장면이 영화처럼 생생하게 기억난다. 나룻터에서의 기다림, 그리고 승선, 배가 기울어질 정도로 사람들이 메웠고, 뱃가에 부서지던 강 물결의 찰랑거림이 손을 담그면 기분좋게 느껴져 왔다. 학교를 오고가는 길다란 미루나무 한길은 가느다란 내 다리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거리였다.

 

  19.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대학진학의 무거운 부담감을 심야방송으로 달래며, 졸린눈을 비벼가며 입시준비를 했다. 펼쳐질 캠퍼스의 낭만을 꿈꾸면서 말이다. 그러면서도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명동 케익파라를 찾아 오고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감상하고, 저녁이 되면 튀김골목에서 친구들과 한잔의 추억을 마시며 고3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내 나이 29. 질풍노도의 삶을 살아가던 20대 초반, 주님은 나를 거머쥐셨고 오로지 신학공부를 하며 20대를 보냈다. 신학대학교를 거쳐 대학원 졸업반이 된 시점에서 조금은 원숙해 진 모습으로 신학도의 길을 걷고 있었다. 급우들이 하나둘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미며 본격적인 목회를 준비하고 있는 때에 나와 몇몇 노총각 전도사들은 외로움과 경제난을 겪으며 혼돈 속에 20대 막바지를 달리고 있었다. 다행히 그해 가을 아름다운 자매를 만나 애틋한 연애를 하고 이듬해 단란한 가정을 꾸미게 된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사가 절절히 가슴을 파고 들며 중년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39. 나는 담임목사가 되어있었고, 두딸의 아빠로 살고 있었다. 겁도 없이 젊은 청년들과 3차 예선까지 거치며 경쟁하여 그토록 열망했던 <극동방송복음성가경연대회> 본선진출권을 따냈고,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라 열창을 한 결과 입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 사실이 나이가 들어가는 내게는 큰 자부심으로 삶의 에너지를 주고 있다. 서른 아홉. 실로 그 나이는 인생의 자오선이다. 드라마 속에서 펼쳐지는 입양아의 고뇌가 가슴이 아리도록 저며온다. 고아는 평생 친모를 그리워하며 살까? 그 정체가 무엇이든 그토록 보고 싶을까? 서른 아홉에 생을 마감해야 하는 심정은 어떨까? 드라마가 던져주는 파급으로 내 젊은날을 반추해 보며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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