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438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인생은 초보부터 시작한다. 처음은 다 어설프고 우수꽝스러워 보이지만 인생은 다 초보부터 시작하였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초보」하면 생각나는 것이 운전이다. 장애인이기에 운전을 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는데 누가 “한국도 장애인들을 위해 운전면허 시험장에 장애인 차량을 구비해 놓았다.”는 귀띰을 해 주면서 운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더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이야 핸드폰만 가지고도 정보를 검색하지만 그때만 해도 그런 시스템이 개발되지 않은 때였다. 찾고 찾다보니 장애인들이 운전면허를 딸 수 있는 유일한 운전학원이 강서구 김포공항 근처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살던 중곡동에서 강서구 운전학원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다. 일단 버스를 타고 청량리에 내려 1호선 전철을 탄다. 시청 앞에서 다시 버스를 이용하여 강서구 운전학원에 도착하면 족히 세 시간은 넘게 걸렸다. 하지만 일주일에 세 번씩 운전을 배우러 가는 그때 너무도 행복했다. 성심을 다한 끝에 강서면허 시험장에서 운전면허증을 획득하기에 이른다. 1991년이다. 낙방을 거듭하다가 드디어 합격하여 너무 좋아서 운전면허증만 들여다보고 걷다가 전봇대에 머리를 부딪쳤다는 일화가 나올 정도로 그 당시 운전면허 획득은 삶의 쾌거였다. 세상에 모든 것을 가진 정도의 환희가 밀려왔다.

 

 문제는 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운전을 너무도 하고 싶었다. 매일 운전면허증을 가슴에 품고 다니고, 나중에는 강대상에 올려놓고 기도를 드렸다. 그러다가 드디어 차가 생겼다. 중고 싸구려 차였지만 처음 운전을 하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장애가 있는 오른쪽 다리를 집고 힘겹게 다니던 곳을 운전을 하고 다니니 얼마나 편리하던지! 거의 매일 차를 몰고 다녔다. 아내는 겁도 없이 초보운전인 내가 운전하는 차에 올라 마냥 좋아했다. 하마터면 큰 사고를 당할뻔 한적도 있지만 열심히 차를 몰았다. 교인들과 아내는 차 뒤편에 “초보운전” 표지판을 달고 다닐 것을 권유하였다. 하지만 그런 표지판을 달고 다닌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했다. 처음부터 누가 뭐라든 내 페이스대로 고집스럽게 운전을 했다.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러면서 둘러보니 한창 “마이카”시대가 시작되어서인지 의외로 많은 초보운전자들이 희한한 표지판을 달고 운전하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운전하고 있음” “삼천리 금수강산 무엇이 급하리 목숨은 단하나 밖에 없음” “3시간째 직진 중”부터 “뽀짝 부트지 마세요” “언덕길 시동 잘 꺼짐” “어린이가 타고 있어요” “좌우 백밀러 전혀 안보임” “R아서 P해요”라는 표지판이 있는가 하면 아기 고양이 그림을 붙이고는 “뒤에서 화내지 말아주세요” “왕초보, 밥하고 나왔어요” “남편이 아가와 타고 있어요. 우리 남편 화나면 개됩니다”에 “어제 면허 땄음”까지 가관이었다. 그중에서도 잊혀지지 않은 문구가 바로 “미치겄쥬? 나는 환장하겄슈!”이다. 앞에서 ‘알짱’거려 화가 치밀다가도 그 문구를 보며 웃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어느새 운전면허를 딴 지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미국에 와서 다시 운전면허증을 따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그 고비를 넘어 이제는 운전이 생활화되어 있다. 하지만 나에게도 초보시절이 있었다. 사이드 밀러를 볼라치면 차가 이리저리 쏠리고 바짝 긴장하여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던 때가 말이다. 사람들은 능숙해지면 처음 순간을 잊어버린다. 마치 태어나면서 운전을 터득한 것처럼 착각을 하고 산다. 아니다. 누구든 초보부터 시작한다. 그 초보 시절에 기본기를 단단히 익혀야 한다. 방향등(깜빡이)를 안 넣고 차선을 변경하거나 회전을 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운전대만 잡으면 폭군이 되는 사람도 있다.

 

 초보 운전을 잘못 익혀서이다. 처음이 중요하다. 바로 배워야 한다. 아무리 오랜 세월 동안 운전을 했다하더라도 과신은 금물이며 나와 타인의 안전을 배려하는 운전술이 필요하다. 잘하는 운전보다는 “안전한 운전”이 더 중요하다. 운전뿐이랴! 이런 말이 있다. “운전과 목회는 영원한 프로가 없다”


  1. No Image

    숙명, 운명, 사명

    살아있는 사람은 다 생명을 가지고 있다. 생명, 영어로는 Life. 한문으로는 生命-분석하면 살 ‘生’ 명령 ‘命’ 풀어보면 “살아야 할 명령”이 된다. 엄마의 태로부터 태어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살라는” 명을...
    Views2664
    Read More
  2. No Image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

    고교 시절에 가장 많이 읽었던 책은 박계형의 소설이었다. 그녀의 소설은 우선 단순하다. 그러면서도 책을 읽다가 실눈을 뜨고 ‘뜨락’을 바라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간혹 야한 장면이 여과 없이 표현되어 당황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사춘기 ...
    Views2634
    Read More
  3. No Image

    개 팔자의 격상

    동물 중에 사람과 가장 가까운 존재가 개일 것이다. 개는 어디에나 있다. 내가 어릴때에도 동네 곳곳에 개가 있었다. 그 시절에 개는 정말 개 취급을 당했다. 개집도 허술했고, 있다고해도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었다. 개가 먹는 것은 밥상에서 남은 음식찌꺼...
    Views2965
    Read More
  4. No Image

    눈 뜨면 이리도 좋은 세상

    감사의 달이다. 한해를 돌아보며 그동안 누려왔던 은혜를 되새김해 본다.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 분들을 생각한다. 지난 3년의 세월동안 우리는 코로나에 휩싸여 살아야 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균이 번지며 일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제 거추장스럽던...
    Views3133
    Read More
  5. No Image

    등대

    항구마다 바다를 마주한 아름다운 등대가 있다. 등대는 가야 할 길을 몰라 방황하는 배와 비행기에 큰 도움을 주며, 때로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등대 빛을 알아볼 수 있는 최대 거리를 ‘광달거리’라 한다. 한국에서 광달거리가 큰...
    Views2826
    Read More
  6. 외다리 떡장수

    최영민(48)은 다리 하나가 없다. 어릴 적에는 부모에게 버려진 아픔이 있다. 열살이 되던 해, 하교 길에 횡단 보도를 건너다 버스에 치어 왼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 후 그는 너무 절망해서 집안에 틀어박혀 살았다. 그러다가 매일 도서관을 찾는 일이 일상이 ...
    Views3303
    Read More
  7. 가을 창가에서

    사람마다 계절의 감각을 달리 느낀다. 여성들은 봄의 감성에 손쉽게 사로잡힌다.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의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원인 모를 외로움이 살며시 고개를 내어민다.홍릉의 가로수 마로니에 잎이 흐드러지게 날리는 것을 보며 사춘기를 넘어...
    Views3550
    Read More
  8. 천국에는 아라비아 숫자가 없다

    태초에는 숫자가 없었다. 그래서 열손가락을 사용했고, 셈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다가 오늘날 통용되는 아라비아 숫자까지 발전을 해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각자에게 번호가 주어진다. 키가 작은 아이부터 숫자가 주어졌다. 어릴 때부터 키가 작았던...
    Views3939
    Read More
  9. 남편의 위상

    “결혼 안하는 남자”라는 영상을 보았다. 소위 전문직에 종사하는 엘리트 총각들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도 결혼을 안 하는 현대의 자화상을 담아낸 영상물이었다. 인물, 신장, 집안, 학력 모두 상당한 수준에 있는 젊은이들이었다. 거기다가 전문...
    Views4105
    Read More
  10. 내게 한사람이 있습니다

    우연히 차를 몰다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 때문에 미소를 짓기도 하고 입을 ‘삐죽’여 보기도 한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한 사람이 있었다. 내 눈에서 눈물이 나게 했던 야속한 한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은 안 좋은 생각은 다 걷어 ...
    Views4140
    Read More
  11. 보람과 아쉬움

    매년 가을이면 기대하던 밀알의 밤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열일을 젖혀놓고 매년 참석하는 분들이 고맙기 그지없다. 밀알의 밤 준비는 행사 3개월 전에 출연자를 결정하는 기획에 들어가고, 19년째, 40일 금식을 이어가며 준비하게 된다. 힘은 들지만 마음...
    Views3986
    Read More
  12. No Image

    마음 속 어린아이

    사람은 누구나 궁금함에서 삶을 시작한다. 그것을 호기심이라고 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좁다. 사람의 즐거움은 다양하다. 우선 오감을 자극시켜 주는 즐거움이 있다. 사람의 인지능력은 시력을 통해 가동되는 경향이 높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고 싶...
    Views4336
    Read More
  13. No Image

    이태백

    칼럼 제목을 보고 옛날 당나라의 풍류 시인 “이태백”을 떠올렸다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의 약자이다. 희망에 부풀어 살아야 할 청년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이다. 실로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Views4407
    Read More
  14. 행복의 샘, 밀알의 밤

    미국 역사상 최대의 재벌은 록펠러이다. 그는 만고의 노력 끝에 억만 장자가 되었지만 행복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보통 돈만 많아도 행복할 것이라 생각이 드는데 말이다. 55세에 그는 불치병을 만나 “1년 이상 살지 못한다”는 사형 선고를 받게 ...
    Views4426
    Read More
  15. No Image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인생사에 사랑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을까? 사랑으로 태어나고 사랑으로 사람은 성장한다. 우연히 “회장님댁 사람들”이라는 영상을 보았다. 장장 22년을 방영한 인기 드라마 <전원일기>를 재구성하는 케이블방송이었다. 마침 <쎄시봉>팀들이 출연...
    Views4531
    Read More
  16. No Image

    밥상의 주인은 밥이다

    팬데믹을 지나며 놀라는 것은 물가가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차 운행이 필수인 미국에서 개솔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인들을 만나 식사를 할라치면 음식 가격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런치 스페셜?’ 옛날이야기이다. 저렴한 스페셜이...
    Views4337
    Read More
  17. No Image

    철학자의 인생론

    한때 ‘철학계의 삼총사’로 불리우며 다양한 철학논리를 펼친 학자들이 있다. 김형석(연대), 김태길(서울대), 안병욱 교수(숭실대)이다. 철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라고 하지 않는가? 나야 대학 초년생때 <철학개론>마저도 고루하게 생각했던 장본인...
    Views4653
    Read More
  18. No Image

    아미쉬(Amish) 사람들

    사람들은 유명하고 소중한 것이 가까이에 있으면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 사실 진리는 가까운 곳에 있는데 말이다. ‘필라델피아’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이 있다. 영화 “록키”에서 주인공이 뛰어올라 두 손을 높이 들고 환호하...
    Views4800
    Read More
  19. 장애인들의 행복한 축제

    여름이 다가오면 장애인들과 장애아동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바로 “동부 사랑의 캠프”이다. 어떤 때는 밀알선교센터 달력이 다 찢기워 나가고 7월이 펼쳐져 있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하지만 지난 3년 멈춰서야만 하였다. 끔찍한 팬데...
    Views4608
    Read More
  20. No Image

    그 강 건너편

    사람마다 살아가며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내 생애에 꼽으라면 단연 천정웅 목사님이다. 나를 오늘의 나로 가꾸어 준 멘토이다. 그분은 정말 건강했다. 20대 초반, 교회 청년부에서 ‘아야진’(동해 휴전선 근처 마을)으로 하기수련회를 갔던 때였...
    Views450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