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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1 10:36

이런 인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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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극히 평범한, 아니 처절하리만큼 모진 삶을 살다가 미국 한복판에서 미군 고급장교로 인생을 마무리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서진규 씨의 기사를 접하고 혀를 내둘렀다. 학력이 뛰어났다든가? 어릴때부터 머리가 명석했다든가? 명문가문에서 태어난 분이 아니다. 술 장사를 했던 어머니는 여자가 무슨 공부를 하냐?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살림하다가, 시집만 가면 된다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으며 산 여자 아이이다.

 

  십대에 가발 공장 직공으로 취업을 했다. 가사 도우미에 식당 종업원까지 하며 그렇게 나이를 먹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이러려고 세상에 태어났나?’하는 생각이 일어나며 분노가 올라왔다. 그렇게 살기에는 생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다가 미국 가사 도우미 이민 구인 공고를 보게 된다. ‘이렇게 밑바닥에서 희망 없이 사느니 미국에 건너가 살자결단을 하고 그녀는 바로 행동에 옮긴다. 197223살 나이에 단돈 100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향한 것이다.

 

  5년 후에 한국 남자와 결혼을 하고 그럭저럭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폭력을 쓰기 시작하였고 견디다 못해 그녀는 도망치듯 군에 입대하게 된다. 실로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이었다. 8개월 된 딸을 한국에 보내놓고 입대했다니 말이 안 나온다. 입대는 했지만 팔굽혀펴기부터 구보까지 항상 먼발치서 뛰쫓기 일수였다. 훈련받을 때는 울 틈이 없다. 실수를 하면 단체 기합을 받게되고 영락없이 왕따를 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밤이되면 서러움이 밀려왔다. 다른 사람들이 깰까봐 소리도 못 내고 울었다. 울다가 잠이 들고 그러면 꿈에서 딸을 만나는 애절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이를 악물고 달렸더니 졸업할 때는 1등이 되는 획기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낮에는 군인이고 저녁엔 집에서 야간 대학을 다녔다. 결국 198714년 만에 학사를 따게 된다. 군에서는 그녀의 열정을 보고 하버드 석사과정에 입학하도록 도왔다. 그녀의 나이 마흔세 살이었다. 나중에는 박사과정을 졸업하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군 생활에서도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데. 사병으로 시작해서 미군 소위 장교로 임관 후에 한국 출신 여성으로는 최초로 주한미군 중대장으로 부임하게 된다. 이후에 미군 최초의 여성 연락장교의 직무를 감당하게 된다. 그렇게 군인과 학자의 길을 함께 걷다 1996년 소령으로 예편한다. 참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의 성품과 끈기를 닮은 딸이 더 가관이다. 딸 조성아 엄마의 모습이 어린 마음에 정말 멋있었어요. 엄마가 없을 때 군복을 입어보고 군화도 신어보며 살다보니 제가 군대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딸이 중학교 3학년일 때 엄마가 영어를 배우고 공부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학구열을 달구는 계기가 되었고, 엄마를 멘토 삼아 달리던 그녀는 하이스쿨을 졸업할때에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된다.

 

  하버드대를 졸업하던 날 ROTC 임관식이 있었는데 하버드 동상 앞에서 선배 장교한테 선서하는 순서가 있다. 딸 조성아는 엄마가 장교이자 선배였기 때문에 엄마 앞에서 선서를 했다, 실로 감동적이 장면이다. 딸은 엄마를 생각하며 말한다. “상상도 못하죠. 저는 8개월 때라 기억이 없으니까. 저도 딸이 있다 보니까 어떻게 딸을 놔두고 가셨을까? 따르는 사병들이 있다 보니 약한 모습 보이면 안 되니까 무조건 강한 모습만 보이려고 하셨을 텐데. 혼자서 많이 우셨을 것 같다. 엄마가 자랑스럽고, 존경합니다.”라며 눈물을 보여 뭉클함을 자아냈다.

 

  목표가 뚜렷한 사람은 어떠한 고난도 과정도 견뎌낼 수 있음을 모녀를 통해 본다.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차분히, 그러면서 포기하지 않고 활용하다보면 어느새 그 꿈에 다다라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삶은 실로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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