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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어가며 깊이 깨닫는 것은 자식은 내 맘대로 안 된다.”는 교훈이다. 물론 다른 일이라고 내 맘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식문제에 대해서 자신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고 내가 자식농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오해하지는 마시라. 남부럽지 않게 아이들을 키웠고 당당하게 미국 한복판에서 당차게 인생을 살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보다 더 사랑해 주지 못했고 풍족하게 뒷바라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목사로서 신앙적인 피드백을 충만히 공급하지 못한 것이 못내 부끄럽다.

 

 어린 아이와 싸우는 부모들이 있다. 아이들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닌다. 그때 부모들이 하는 소리가 있다. “아이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난 자식이 아닌 것 같아요.” 20대 초반의 한 여대생이 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그리도 순종적이던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는 결심을 한 것 마냥 부모를 거역하기 시작했다. 무서워하던 아버지에게 마구 대들고 어느 날은 술을 먹고 들어와 주정까지 해댄다. 화가 난 아버지는 딸에게 손찌검을 했고 기가 죽기는커녕 딸아이는 바락바락악을 쓰면서 대든다.

 

 그때 아버지는 깨닫는다. 자기 딸이 복수를 시작했다.”는 것을 말이다. 아버지는 학교다, 상담이다, 신학이다하며 공부를 시작한다. ‘그런 아버지가 가증스럽다.’고 딸은 조롱한다. 이제 알콜 중독이 되어 학교를 다니는 것조차 어렵게 된다. 맥주를 10병 이상씩 먹고 다 개워낸다. 그것도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엄마를 보면 불쌍하고 아버지를 보면 분노가 불꽃처럼 일어난다. 엄마를 안고서는 흐느껴 울고 아버지에게는 욕설 아니면 냉대이다.

 

 상담에 들어갔다. 어렸을 때에 아버지로부터 무지하게 많이 맞았다고 했다. 아버지는 자기 뿐만이 아니라 어머니도 때리고, 나가서는 바람을 피우고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살았고 어머니와 자기는 늘 피해자고 희생양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딸은 생각했다고 한다. ‘내가 크면 어떻게든 복수하고 말 거야.’라고. 아버지가 하소연을 한다. “내가 죄 값을 단단히 치르나 봐요. 나는 그렇게 때린 기억이 없는데, 우리는 더 맞고 자랐잖아요. 그래도 어떻게 하면 부모님께 잘 할까 했잖아요.”

 

 그 아버지를 안고 한참을 울었다. 내가 그때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함께 우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울고 난 후에 나는 그 아버지 앞에 딸을 세웠다. 그리고 고백하게 했다. “딸아, 미안하다. 이 아빠를 용서해다오. 내가 몰라서 그랬단다. 너는 하나 뿐인 사랑하는 나의 딸이고 나는 너에게 인정받고 싶은 아빠란다.” 그제서야 딸은 정신이 드는듯하였다. 자신 앞에 엎드려 잘못을 인정하며 울고 있는 아버지를 보며 자신이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 젊을 때는 모르고 자식을 키운다. 우리 세대는 부모로부터 살가운 사랑을 받은 기억이 없다. 아버지는 그냥 아버지였다. 아버지 다와서가 아니었다. 그나마 엄마는 친구이자 기댈만한 작은 언덕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아버지가 되었다. 사랑을 받은 기억이 없는데 어찌 사랑을 줄까? 본 것이 없으니 그냥 키웠다. 우리는 몰랐다. 아이들이 그렇게 빨리 커버릴 줄은. 부모의 권위 앞에 눈치를 보던 아이들이 눈을 똑바로 뜨고 부모 말을 받아친다. 그것도 논리정연하게 말이다. 그제서야 자식들을 방목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후회한다.

 

 그것을 아는 날 비로소 어른이 된다. 내 자식들을 내가 낳아 내가 키운 것이 사실이지만 한편은 자식들이 부모들을 키우느라 애를 참 많이 쓴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상처 받아 가며, 벌 받아 가며, 집 밖으로 쫓겨나가며, 맞아줘 가며, 앓아누워 가며 말이다. 자식들을 내가 낳고 내가 키우는 동안 반대로 자식들은 나를 부모로 낳고 사람 되라고 키워 놓는다. 그 녀석들을 내가 낳고 키우지 않았으면 내가 어떻게 사람이 되고 컸겠는가?

 

 그래서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생애 한번쯤은 자식들에게 용서를 빌고 나의 부족과 무지를 고백하는 나의 날을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나의 날이 있는 사람은 복이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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